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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그램 - 내겐 너무 무거운 삶의 무게 ㅣ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수신지 지음 / 미메시스 / 2012년 5월
평점 :
왜 그랬는지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잘 모르겠다. 도착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책 <한 여자>의 봉투와 유리테이프로 한 몸처럼 묶여서 배송된 예고되지 않은 책 <3그램>을 요모조모 살펴보다가 표면을 감싸고 있던 비닐껍데기를 왜 벗겨 냈는가 말이다.
약간의 죄책감과 함께 시작한 그림책(그래픽노블) <3그램>을 10분(?) 만에 뚝딱 다 읽어버렸다.수신지라는 작가의 글과 그림. 본명이 신지수 씨가 틀림없는 (영어식으로 따지면 지씨 성의 이름이 수신 씨일 수도 있겠지만, 지수신? 썩 내 취향과는 안 어울리는 이름이기도 하거니와 이야기 속 환자의 이름이 지수 양이므로 신지수에 한 표) 작가에게 예고 없이 찾아온 난소암. 그리고 그 투병기를 담고 있는 책이었다. 알고 보니 3그램은 여성의 난소 평균 무게를 의미한다고 한다.
책의 제목과 표지만 보면 이 그림이 병실에 누워있는 환자라고 생각하기엔 조금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표지를 봤을 때, 이 모습이 스물일곱의 작가 얼굴 (주름이라도 좀 그려놓으시지!)이 아닌 신생아가 곤히 잠든 모습으로 봤고, 3그램의 제목과 갑자기 불러온 배 덕분에 10분의 시간 중에 2분에서 3분 정도(이 시간은 전부 불확실한 시간) 임산부이야기로 읽다가 나중에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아이고.. 표지 사진을 올리려고 캡쳐한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고 나서야 표지 인물의 눈과 입이 경직되어 있고, 오른쪽 눈가에 눈물이 흐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쨌든!! 우리들도 갑자기 어떤 병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나타나면 (암이라는 병은 증상이 아예 없이 곧바로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것을 예사로 여기다가 막상 진단 결과를 받아들고 난 후에야 얼마나 심각한 병인지 깨닫는 경우가 많은데, 작가는 이런 깨달음을 의도적으로 그리고 경험한 대로 잘 드러내 보여준다.
마침내 병의 정체를 마주하고선. 자신. 가족.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내적으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감정의 점증적인 변화를 책 페이지 전면에 걸쳐서 솔직하게 실어놓은 그림들이 현실적으로 와 닿았다. 게다가 투병생활 동안 벌어질 법한 여러 에피소드들에 웃음을 유발하는 장치가 넘치도록 많아서, 지금 이 시간에도 비슷한 고통을 겪는 많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위로가 될 만한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기 위해서는 일단 닥치고 웃어보는 것이 상책이겠지만, 저자의 그림처럼 병원 내의 분위기는 "아이고" 섞인 한숨부터 나오는 것이 사실인지라. 극단적으로 보면 대놓고 웃으며 돌아다니면 정신병동에 계신 분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으므로. 여의치 않은 것이 현실이다.
가족, 친구들의 끊임없는 대화로 우울한 생각이 들 틈을 주지 않는 첫 번째 방법. 긍정적인 내용을 담은 글귀를 녹음해서 듣는 두 번째 방법. 그리고 비슷한 병을 극복한 사람들의 수기라는 세 가지의 긍정적인 활동을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나중에 혹시나 병문안 갈 일이 생겼을 때 들고 갈 책 한 권이 생겼다.
이 책은 암이라는 병의 종족 특성처럼 어떤 예고 없음의 연속이었다.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그리고 마지막까지 예고도 없이 끄적거린 이 리뷰를 서둘러 매듭 지어본다.

멘탈 붕괴의 현장. 털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