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뭐 이런기 다 있노. 식빵!” 그랬다나는 이 책의 결말까지 모조리 싹 다 읽고 난 뒤에도 대체 어떻게 된 거지아무리 짱구를 굴려 봐도 그런 관계가 불가능한데아 몰라머리아파 식빵식빵!” 거리고만 있다과거 <식스센스>의 반지 장면을 처음 마주했을 때도. “반지가 왜?” 이러고 앉았으니……쩝.

 

화가 나는 것은 줄리언 반스라는 작가가 아주 계획적으로 일을 꾸몄다는 거다그는 천연덕스럽게 미소를 지으면서 나를 당혹스럽게 한다. “수많은 독자들이 나에게 책을 다 읽자마자 다시 처음부터 읽었다고 말했다고로 나는 이 작품이 삼백 페이지짜리라고 생각한다.” 하이고 이런작가님 배짱 한번 보소.

 

그런데 이런 반응(식빵식빵!)은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E.H.카의 과거와의 끊임없는 대화로서 해석하는 역사가의 관점과 유사한 토니 웹스터의 극도로 제한적이면서도 완벽한 1인칭 시점의 서술방식과 그 제한된 시점에서 더욱더 목을 죄여오는 과거로의 회상이라는 조합으로 만들어지는 불확실함 속에서 우리는 대체 무엇을 볼 것으로 기대하는가 말이다.

 

다시 말해서군데군데 끊어진 기억의 편린들의 어지러운 나열과 그 편린들마저도 자기 본위적으로 해석하려는 본능적이면서 비이성적인 인간 능력의 한계를 텍스트에 고스란히 옮겨놓는 치밀함을 자신이 40년간 알고 있었던 기억과는 완전히 다른 신랄한 어투와 입에 담기 힘든 저주를 퍼붓고 있는 토니가 에이드리언에게 보냈던 과거의 편지로서 증명하고 있었다그리고 고발하고 있었다.

 

고로 아직도 전혀 감을 못 잡는구나그렇지넌 늘 그랬어앞으로도 그럴 거고그러니 그냥 포기하고 살지그래’ 라는 베로니카의 체념은 비단 토니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토니의 기억만을 나열해둔 텍스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독자들에게까지 고스란히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그런 의미에서 나는 식빵거리면서도 한편으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그러니 결국 포기해야지 뭐…….

 

그래서 내 결론은 이렇다. 나는 작가가 마련해둔 감을 못 잡고 헤메는 느낌을 만끽하기 위해서는 이 책을 두 번 이상 읽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역설적이지만 감을 잡지 못하고 헤메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다왜냐하면 그것이 현실 세계에서 존재하는 각각의 가 지금 이 시간에도 수차례 맞딱뜨리는 타인과의 사소한 오해와 가장 유사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만약이 제안을 무시하고 이 책을 두 번 이상 읽는다면 아마도 당신은 토니의 자기 본위적 본능을 발견한 이후의 전지적인 시점으로서 텍스트를 해석해야만 할 것이고이 변환은 선한 이미지의 토니가 아닌 구정물이 덕지덕지 붙은 토니의 이미지로 덧칠된 텍스트에서 한편의 추리소설을 읽게 될 것임을 단언한다.

 

나는 반드시 을 잡아야겠다비이성적인 본성의 발현에 솔직히 만족하지 못하겠다대체 왜 토니보고 포기하라고 했는지 궁금하다면 한 사람의 탐정이 되어서 끝까지 파헤쳐보길 바란다하지만 내 생각에는 파헤쳐봤자 달라지는건 하나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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