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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평점 :
1. 루이스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와 하이드>의 지킬박사의 경우엔 사회적 지위의 '계' 때문에 포기했었던 색의 욕망이 괴이한 형상을 한 하이드로 분리되었고, 내적 억압이 탄생시킨 선과 악의 분열과 곧이어 나타나는 ‘악의 지배’를 통해 스티븐슨은 색과 계는 결국 양립할 수 없는가? 라는 어두운 탄식을 우리에게 던져줬었다.
230. 건강한 몸의 욕망을 계속 억누르다 보면 그 욕망이 뇌로 역류되어 '멘탈붕괴'를 불러온다.
경북대에서 법학을 가르치는 김두식 교수의 <욕망해도 괜찮아>는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색과 계. 욕망과 규범은 양립할 수 없는가? 양립할 수 없다면 과연 이 두 극단 사이에서 우리의 위치는 어디쯤인가? 라는 질문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한다.
<욕망해도 괜찮아>에서는 규범(사회적 지위)에 갇혀 살았던 고위 공무원과 가짜 규범(우수한 학벌 위조)을 누렸던 ‘신정아 · 변양균’의 욕망(섹스 스캔들 사건)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면서 사회적 지위와 불륜. 양쪽 모두에게 절대적인 수준으로는 절대로 양립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더 나아가 스캔들의 두 주인공을 향해 죽일 것처럼 달려드는 익명의 네티즌. 스스럼없이 가십거리로 안주 삼는 일반인들의 대응은 과연 정당한가? 에 대한 질문을 함께하고 있다.
264. 전두환 군사독재정권이 섹스, 스크린, 스포츠, 스피드 따위로 시민을 우민으로 만들려 했던 것처럼, 돈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은 언제나 스캔들을 통해 사람들의 관심을 분산시킵니다.
2. 이 질문에 대한 결론은 단순했다. 저자가 지어낸 지랄 총량의 법칙에 따르면 당신네도 어차피 다 같은 욕망 덩어리일 뿐이다. 따라서 언론이 만들어 낸 희생양 스테이크에 칼날을 들이대기보다는 인간 내면의 욕망의 어두운 부분을 인정하고 조금 더 솔직한 마음으로 욕망과 규범 사이에서 길을 잃어버린 이를 바라보는 것이 어떨까? 라는 제안을 건넨다.
동시에 지랄 총량의 총량은 날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으므로 나이가 들어 욕망을 주체하지 못해 신정아 · 변양균의 사건처럼 변태적으로 폭발하여 남들의 입방아에 꾸준히 오르내리는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규칙적으로 지랄을 배출하는 운동(?)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지랄을 꾸준히 배출했던 사람들이 훨씬 더 잘 산다고 설명한다. 그의 형을 예로 들면서 말이다.
3. 따라서 지랄을 배출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어차피 이 규범이라는 것이 절대적 진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규범은 남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에서 행동을 결정하게 하여 ‘죄’를 짓지 않도록 하는 방어적 행위이다. 그런데 남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 행동(특히, 도덕성에 관련된)에 관해서도 우리들은 ‘죄’를 적용하여 처벌하고 있으므로, ‘죄’를 결정하는 방식에 대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한다.
261.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권력과 돈을 가진 사람들의 로비력을 이겨내지 못합니다. 국회의원은 물론이고 그 친구들도 모두 화이트칼라이다보니, 일상에서 보고 듣는 게 '기업하는 어려움'입니다. 눈 씻고 찾아봐도 노조운동 하다가 쫓겨난 블루칼라 친구가 주변에 없으니 그런 목소리는 입법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논란이 제기되는 이유는 다수결로 정한 법전에서의 ‘죄’라는 의미로 봤을 때, 죄를 판단하는 이들은 모두 ‘화이트칼라’ 계급의 사람들이고, 그들과 관계된 인물. 예를 들어 고학력 경제사범이나 대기업 임원진이나 정치인들의 범죄에 관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까놓고 말해서 무전유죄 유전무죄의 한국사회라서 규범(계)에 딱 맞춘 근본주의자의 시선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것도 상당히 피곤한 작업일 것이다.
268. 운전을 하다 보면 상황에 따라 제한 속도를 10킬로미터쯤 초과해서 추월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규범은 목적이라기 보다는 수단입니다.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해 규범이 존재하는 것이지, 우리가 규범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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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유명해지기 위해서는 자기 의지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어느 누구도 그 눈덩이를 자기가 굴리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자기는 가만히 있는데 다른 누군가 자기 안의 보석을 발견하고 눈덩이를 굴려주길 바랍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의 보석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그런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습니다.
55. 공항에 나가 유학생을 태우고 숙소로 향할 때 선배 유학생이 가장 먼저 묻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요. 출신대학입니다. 체면 차리고 망설이다 그걸 묻지 못하면 이후 몇달 동안 찝찝한 느낌이 듭니다. 그러다가 어느날 바람결에 그의 출신대학을 듣게 되지요. 그 순간 머리가 환하게 밝아오면서 눈앞에 마법처럼 대학입시 배치표가 쫙 펼쳐집니다.
100. 세상은 날로 정글로 변합니다. 젊은 세대 사이에는 서로 공격하고 상처 주고 웃음거리로 만드는 문화가 확고하게 자리잡았습니다. 누군가 상대방의 장점을 이야기하고 칭찬하면 모두들 어색해서 견디지 못하고, 농담처럼 서로 씹고 비판하면 다 함께 웃고 즐깁니다.
120. '헤어질 수 있는 용기'를 갖는 다는 것은 상대방과 독립된 인격체로서 자기 위치를 확보한다는 의미를 지닙니다. 그런 용기 또는 에너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대방에게 전달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우습게도 그런 용기를 가진 사람만이 관계를 유연하게 지속시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