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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선언 - 새날고전묶음 2
마르크스.엥겔스 지음, 김기연 옮김 / 새날 / 1991년 1월
평점 :
절판
1. 한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지난 날 겪은 역사적인 특수성 때문에 <공산당 선언>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기가 꽤나 껄끄럽게 느껴졌다. 마르크스의 잉여자원 착취라는 개념에 상당한 부분 동의하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그래서 마르크스에 대해서 ‘반대보다는 현상으로 접근해보자. 실제로서의 이해를 길러보자.’고 생각했다.
‘실제로서의 이해’란 다름 아닌 대안적 성격으로서의 방향 모색이다. 미국의 월가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점령하라>의 바람이 부는 지금의 상황.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난이 곳곳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오는 지금의 흐름 속에서, 부의 양극화로 급격히 전개되는 자본주의 낭떠러지에 직면하여 새로운 대안을 탐색하기 위한 행위의 시작점이 <공산당 선언>이다.
2. 인류의 역사 이래로 끊임없이 벌어진 계급투쟁을 종식시키기 위해서 <공산당 선언>에서 선택한 비장의 카드 중 하나는 <유토피아>에서도 언급되었던 ‘사유재산제도의 폐지’였다. 토머스 모어는 유토피아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했었던 바로 그것이었다.
이제까지의 모든 사회의 역사는 계급투쟁의 역사이다. 억압하는 자와 억압받는 자는 때로는 은밀하고 때로는 공공연한 투쟁을 끊임없이 벌여 왔다. 그리고 이 투쟁은 언제나 사회 전체의 혁명적 개조로 끝나든가, 아니면 서로 투쟁하는 계급들이 함께 몰락함으로써 끝을 맺었다. -11p-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산업혁명 이후에 급격하게 발전한 생산수단을 사용한다면 잉여자원의 낭비 없이 분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새롭게 형성된 부르주아지와 프롤레타리아트의 계급투쟁이 분명히 종식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를 현실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프롤레타리아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서 이루어져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공산당 선언>을 발표할 당시 프롤레타리아의 수준(?)은 벌어진 계급만큼이나 멀찌감치 떨어져 있었다. 그렇지만 절대 조급해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 점진적인 공산화가 <공산화 선언>의 뜻이었다.
3. 마르크스와 엥겔스는 프롤레타리아가 주체가 되지 못한 잘못된 사례를 반동적 사회주의, 부르주아 사회주의, 비판적- 공상적 사회주의라고 정의한 뒤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 이 내용에 따르면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는 이상적인 사회를 만들려는 라파엘의 조급함이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잘못을 불러오는 비판적-공상적 사회주의임을 알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도 일제 강점기 이후 많은 지식인들이 사회주의 이념에 경도되어 북한으로 건너갔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유토피아를 건설하고자 했던 탐욕을 막지 못해 북한 주민을 착취대상으로 내몰았기 때문이다. - 유토피아 서평 중 -
유토피아의 서평을 쓰면서 언급했던 <김수영 평전>에서 봤던 당시 지식인들과 국민의 참혹한 경험은 <공산당 선언> 반동적 사회주의 내지는 부르주아 사회주의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북한의 사회주의는 소련 장교출신인 김일성을 중심으로 한 체제였고, 김일성을 주축으로 한 세력에 일부 지식인이 합세한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서 프롤레타리아가 희생되었거나 지금도 희생당하는 사회주의이기 때문이다.
4. 결국, 마르크스와 엥겔스가 꿈꾸는 제대로 프롤레타리아가 주가 되어서 평등사회를 만들어내는 공산주의의 이상은 시작되지도 않았다. 지금껏 우리는 반동적 사회주의를 공산주의로 오해했었던 것이다. 자본주의와의 이데올로기 싸움을 위한 무자비한 착취로서 반동적 사회주의가 실패한 것이라고 해야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불고 있는 1퍼센트와 99퍼센트의 싸움에 기대를 걸어 봐도 될 것 같다. 왜냐하면, 99퍼센트의 프롤레타리아가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발맞춰 정치인들이 내놓은 복지정책의 내용이 <공산화 선언>의 주요한 사항과 부분적으로 일치하는 것에 눈길이 간다.
지금 상황에 만족하면 보수적이고, 그렇지 않으면 진보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의 사회가 만족스럽지 않다. 중·고교생까지 등골 브레이커로 계급을 나눠서 차별하는 사회가 싫다. 그래서 진보적인 위치에 서고 싶다. 훨씬 더 평등한 사회를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