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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를 둘러싼 대논쟁
스펜서 위어트 지음, 김준수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원저의 <The Discovery Of Global Warming>이라는 제목과는 조금 다르게 지은 <지구 온난화를 둘러싼 대논쟁>. 그 중 대논쟁이라는 한국어가 이토록 적절할 수가 없다. 책을 읽으면서 하나의 학문이라는 지위조차도 보장받지 못했던 기후문제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과거와 현재를 찬찬히 살펴볼 수 있었다. 사실 그래서 난해한 책이다. 작업 기억에 저장되어 있지 않은 생소한 학자와 이론들이 끊임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과학사의 발전과정을 서술하고 있는 명저.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에서는 정상과학이 형성되기까지의 고된 여정을 담고 있는데, 꽤 오랜 시간 동안 미국 물리학회 물리학 역사 연구소를 이끈 과학사학자 스펜서 위어트의 <지구 온난화를 둘러싼 대논쟁>에서도 기후과학의 정상과학이라는 위치를 차지하려는 많은 과학자들의 ‘패러다임’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과학적 문제에 제기된 답에 참이나 거짓이란 표지를 붙이지 않는다. 대신 과학자들은 그 답이 참일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를 고려한다. -71p-
과학자들은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여러 가지를 가정하면서 두 발 모두 허공에 떠 있는 채로 행진해야 한다. -162p-
책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패러다임’의 전쟁을 아주 간단하게 서술해보면, 지구의 기후문제를 일으키는 각종 원인(이산화탄소, 메탄가스, 태양흑점에 따른 에너지의 변화, 화산재나 각종 미세물질과 같은 에어로졸)에 대한 온난화 또는 한랭화. 더욱 정확한 기후를 예측하려는 방법에 관한 문제 제기와 실험과 증명. 그리고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오류.
발견된 오류와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냉전시대의 주도권 싸움으로부터 촉발한 정부 지원금의 증가. 그리고 컴퓨터의 발명과 함께 발전한 정밀한 관측 장비의 보급에 따른 전 세계의 과학자들의 가설과 실험과 증명을 위한 지구모델링의 수정)과 오류의 계속된 반복 과정들은 “모든 증거를 고려할 때 인간이 지구 기후에 미치는 분명한 영향이 존재한다.”라는 교토의정서를 입안케 한 패러다임이 탄생한다. 그리고 덧붙여 패러다임을 둘러싼 미국의 보수와 진보 간의 정치적인 대립도 다루고 있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기를 아직도 지구의 온난화가 더욱 가속화될 경우 어떤 기후변화가 일어날지 정확히 예측할 수가 없다고 한다. 막말로 과거 지구에 수차례 반복되었던 빙하기가 갑자기 다시 찾아올지도 모를 일이다. ‘나비효과’의 카오스 이론은 똑같은 변수를 제공해도 엄청나게 다른 결론이 불러올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고, 우리는 예측 불가능의 ‘티핑포인트(급격한 변화의 시작점)’의 메시지를 무시할 수만은 없다.
결국, 저자가 전하려고 하는 분명한 사실은 인간의 무분별한 화석에너지의 사용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지구의 온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고, 이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극지방의 빙하감소, 집중호우와 해일에 따른 홍수, 가뭄 및 사막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변화와 같은 이상기후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5년에 발효된 교토의정서에 따르면 모든 국가가 2012년까지 온실가스의 배출량을 감축하기로 합의하는데, 작년 캐나다의 공식탈퇴와 일본과 러시아의 2013년 이후의 체제 연장 불참의 의사표시와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고 있는 미국의 현재 상황은 지구 온난화의 방지를 위한 전 세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는 교토의정서의 내용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하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결론적으로 <지구 온난화를 둘러싼 대논쟁>은 지구 온난화의 시작점에서부터 현재까지를 점검해보고, 지구 온난화 방지의 노력을 되새기기 위한 좋은 교재로 읽어볼 가치가 있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문학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환경문제에 관한 디스토피아의 재앙의 배경지식을 쌓기 위해서 읽어보려 했던, 이 책의 애초의 목적 또한 충분히 달성한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