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 대교북스캔 클래식 2
진 웹스터 지음, 서현정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3년 1월
평점 :
절판


어린 시절 읽었던 <키다리 아저씨>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 키다리 아저씨는 누구일까?’라는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다. 김려령 작가의 건널목 아저씨와 왠지 비슷한 느낌의 키다리 아저씨를 지금 읽어 두지 않으면 왠지 체한 느낌이 들 것 같아 진 웹스터의 <키다리 아저씨>를 집어 들었다.

 

딱딱한 돌덩이 같았던 불길한 예감은 책을 덮고 나서야 실체를 드러냈고, 예감이 적중했다는 감격에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한다. 키다리 아저씨에 쏠렸던 나의 관심과 시선이 제루샤, 아니 주디 애버트의 편지글 속으로 고스란히 옮겨감을 느끼면서 <키다리 아저씨>에 녹아있던 진정한 본질을 알게 되었다.

 

고아원에서 18년이라는 시간을 갇혀 보냈던 주디는 누군지도 모르는 후원자의 도움으로 대학에 입학하게 되는데, 새롭게 시작한 세상이라는 곳에서 과거의 고난을 이겨내려는 주디의 절실함과 결연함은 키다리 아저씨에게 보내는 감사한 마음과 함께 그녀의 편지글을 통해 잘 표현되고 있었다. 4년간의 생활 동안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주디의 글을 접한 사람이라면 괄목상대한 그녀의 모습에 흐뭇함을 느낄 것이다.

 

저는 인생이란 요령 있게, 그리고 공정하게 임해야 하는 하나의 게임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려고 해요. 그래서 만약 지면 그저 어깨나 한번 으쓱하고는 웃을 거예요. 물론 이겼을 때도 그렇게 할 거고요. -71p-

 

인간에게 있어 가장 필요한 자질이 상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상력이 있어야 타인의 처지를 이해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야 친절할 수도 있고, 남을 이해할 수도 있고, 동정할 수도 있어요. -128p-

 

자신에게 찾아오는 기회를 붙잡을 의지만 있다면 이 세상은 행복으로 가득 차 있고, 가볼 곳도 많아요. 비법은 바로 융통성이에요. -153p-

 

책을 읽으면서 1월 11일자의 편지글 전부에 밑줄을 쳤을 만큼 전체를 옮기고 싶었다. 왜냐하면, 이 날 그녀는 고아였던 자신의 과거가 남들보다 불행해서 부끄러운 과거가 아니라, 남들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부분을 볼 수 있게 하는 소중한 과거였음을 고백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과거가 소중해지면서 부러워했던 친구들의 가족에게서 하나, . 단점을 발견한다.

 

이제는 저도 사람들이 물질에 짓눌려 산다고 말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집의 물질적인 풍족함은 사람을 압도하기에 충분했습니다. 기숙사로 돌아오는 특급 열차에 타기 직전까지도 숨 한번 제대로 쉴 수 없을 정도였답니다. 가구는 하나같이 커버를 씌우고 조각을 한 우아한 것들이었고, 만나는 사람들도 하나같이 아름답게 차려입고 조용조용히 말하는, 가정교육을 잘 받은 이들이었지만, 제가 그곳에 도착해서 떠날 때까지 진실한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못 들었어요. 정말이에요. 인간의 사고라는 것은 그 집 현관에 발도 들여놓지 않았던 것 같아요. -174p-

 

발상의 전환을 이루어낸 그녀는 마침내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방향으로 향한다. 페이비언주의자. , 기다릴 줄 아는 사회주의자로서의 길을 모색한다. <키다리 아저씨>가 조건 없이 그녀에게 베풀었던 것처럼, 그녀도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한다. 진 웹스터와 <키다리 아저씨>의 시선이 가리키는 방향은 현재 대한민국의 복지 방향. 경제민주화 또는 보편적 복지라는 진보적인 방향으로 해석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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