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 - 우리가 알고 있던 만들어진 아프리카를 넘어서
윤상욱 지음 / 시공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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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마다, 그 책과 연관성이 있을 것 같은 책을 책장에서 뽑아와서 훑어보곤 하는데, 윤상욱의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를 손에 들고서 제일 먼저 한 일은 아프리카 출신의 작가가 쓴 책을 찾아보는 일이었다. 다행스럽게도 J.M.쿳시의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와 히샴 마타르의 <남자들의 나라에서> 두 권을 찾아낼 수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아프리카인들은 단 한번이라도 주인이 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저 아프리카 땅에 살 뿐, 아랍과 유럽의 노예로서, 독재자들의 선전에 순종하고 명령에 봉사하는 신민으로서 고통의 나날을 보내왔다. -381p-


그런데 찾아낸 두 권의 책은 저자가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에서 언급하고 있는 아프리카의 원주민으로서의 주인개념과는 다소 거리가 멀어 보였다. 특히, 영미문학의 권위자인 네덜란드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백인 J.M.쿳시의 책에서는 아프리카의 특성보다는 정치·철학·문화·인물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려는 엘리트 유럽 지식인의 지적유희(나쁜 의미라기보다는 쿳시에게서 순수 아프리카인의 시각을 엿볼 수 없다는 약간의 답답함)만 보였다.


또한 <남자들의 나라에서>는 분명히 아프리카 북쪽에 있는 리비아의 카다피 독재 정권에 몰래 대항하며 살아가는 가족사를 아프리카에 사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야기였음에도 곳곳에서 드러나는 아랍인의 문화적 색채 때문에 이 책을 순수하게 아프리카인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기에는 조금 껄끄러웠던 기억이 있다.


윤상욱의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에서는 아프리카의 이슬람문화가 예전부터 사하라 사막을 기준으로 북쪽의 국가들에 분포하였으며, 이 지역은 로마의 침략에 따른 지배 이후부터 지속해서 유럽과 서아시아의 영향을 받은 지역이라고 설명한다. 북아프리카 대부분의 지방에는 아프리카와 아랍의 혼혈인들이 주로 살고 있으며, 따라서 북부 아프리카는 흑인이라는 상징이 뜻하는 아프리카 주인의 개념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고 전한다.


이 내용은 아프리카 대륙의 남자 여자 어린이 할 것 없이 많은 흑인들이 유럽과 아랍의 노예로 착취당했던 슬픈 과거사와 함께 <역사적 배경을 따른 북부와 남부 아프리카인의 정체성>이라는 주제에 담겨있고, 저자는 이런 이유때문에 사하라 사막의 북쪽과 남쪽의 경계를 구분해서 보는 것이 옳다고 설명한다.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는 이외에도 <저개발에 의한 빈곤>, <지도자들의 부패와 독재>, <토착문화를 숭배하고 있는 아프리카 고유의 민족성>,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하는 아프리카의 미래>라는 다양한 주제를 정해두고 아프리카 대륙에 있는 많은 나라의 이야기를 포괄적인 주제 속에 묶어서 이어나가는 서술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 주제에 관한 논의들을 읽어나가면 자연스럽게 독자들은 현재 아프리카의 낙후한 원인에 대하여 다양한 시각으로 접근해 볼 수 있다.


함의 저주를 명분으로 삼아 침략한 열강의 제국주의에 따른 인적자원의 착취가 문제인가?, 세계대전이 종식되어 아프리카에 대한 식민지배가 끝난 후에도 탐욕을 버리지 못한 나쁜 이웃들의 자원 착취가 문제인가?, 과거로부터 자연스럽게 이어진 씨족사회에서의 일당정치에 익숙해서 민주주의가 뿌리내리지 않는 상황이 문제인가?, 다스림의 논리가 아닌 지배의 논리로 접근하려는 지도자의 부패가 문제인가?, 아프리카 속 다양한 민족의 분포와는 상관없이 자를 대고 자른 것처럼 반듯한 국경선으로 인한 중국의 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연속적인 내전에 따른 불안한 정치적 상황의 문제인가?, 국제사회의 과도한 원조로 인한 아프리카인들의 자립정신 부족이 문제인가?


아프리카를 오늘의 수렁으로 몰아간 이처럼 많은 문제들 가운데 저자는 착취의 문제보다는 여러 나라가 아프리카에 대하여 막대한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음에도 아프리카의 낙후된 환경의 문제를 여태까지 뿌리치지 못하는 부패한 관료들과 독재를 추구하는 지도자들과 나태한 민족성과 후진적 국민성이 더 큰 문제라고 보고 있었다.


2000년 킷칭이라는 영국학자는 이런 문제들 때문에 더는 아프리카에 대한 비전을 발견하지 못하고 아프리카 연구를 그만두기도 하는데,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지금. <아프리카에는 아프리카가 없다>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문제점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프리카에 서서히 민주주의가 뿌리내리기 시작하고, 훌륭한 지도자들이 국민의 공정한 투표 덕분에 서서히 선거에서 승리하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뉴스를 통해 전해질 민주정치를 추구하는 지도자들의 승전보에 앞으로 더 주목하게 될 것 같다.


또한, 풍부한 지하자원과 광활한 영토를 가진 아프리카에 대한 낙관론이 다시금 기지개를 켤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한다. 이 책을 보면서 나쁜 이웃과 좋은 이웃의 두 얼굴을 가진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의 의지를 발견할 수 있었는데,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계적인 흐름 속에 중국은 그들의 의도대로 아프리카 대륙과 함께 공생의 길을 열 수 있을지 궁금하다.  


[시공사 인문 서평단을 통해 읽고 주관적인 견해로서 써내려 간 글임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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