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 쇠망사 - 그림과 함께 읽는
에드워드 기번 지음, 데로 손더스 엮음, 황건 옮김 / 까치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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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요즘 책 읽는 속도가 붙었다는 생각에 <쿠오바디스>를 읽고 나서 로마에 관심이 생겨 구입한 <로마제국쇠망사>를 펼쳐 들었다. 이 책은 민음사에서 출간된 6권짜리 완역본이 아니라 데로 손더스라는 학자의 Edited and abridged. 즉, 수정과 요약을 거쳐서 한 권으로 정리된 책이다. 그리고 덧붙여 까치의 편집자가 로마 시대의 황제의 모습과 도시의 건축물에 관련된 그림들을 첨부해서 마무리 지은 책이 <그림과 함께 읽는 로마제국쇠망사>라고 할 수 있다.

 

본문 중에서 “기번이 말하기를” 같은 문장이 몇 군데 눈에 띄는 것으로 봤을 때, 이 책은 기번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책이 아니라 손더스의 문장으로 이루어진. 즉, 기번의 책을 편역했다는 느낌이 풍기는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삼국지의 이문열, 황석영, 장정일의 편역처럼 말이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매우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배경지식이 차곡차곡 쌓인다. 우선, 로마제국쇠망사의 시작을 로마 공화정의 마무리. 즉, 옥타비아누스가 아우구스투스의 칭호를 사용하는 원수정의 시작으로 책이 시작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시기의 로마는 로마역사 거의 전부를 통틀어 가장 큰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고, 광대한 영토 지배에 대한 기준에 대해서도 지침을 마련한 상태였다.

 

여기서 기번이 알려준 사실은 우리가 세계사 시간에 공부했던 아우구스투스의 '존엄자'라는 단어와 뜻이 옥타비아누스의 존엄한 성격 때문이 아니라 독재정치의 시작을 알리는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지위로서의 제왕의 위상을 기념하기 위해 억지로 만들어낸 단어라고 한다.

 

3. 풍요로움과 선정의 상징. 5현제 시대 이후에 등장한 네로를 능가하는 폭군. 콤모두스의 존재와 그의 사정을 알게 된 것과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분할정책. 이 분할정책이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냉철한 판단력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혼자서 독차지할 수 있었던 권력인데, 효과적인 지배를 위해 다른 1인의 동등한 황제와 2인의 부황제에게 영토를 나눠 다스리게 한 용기와 10년 지배 약속을 지킨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자진 퇴임)이 꽤 대단하게 다가왔다.

 

물론, 이 시기의 정치도 로마인들에게 덮어씌우는 과도한 세금 정책으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모든 점에서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또한, 그가 숨을 거두고 나서 이 체제는 과도한 지도자의 생성(6황제 난립)으로 인한 분산화로 막대한 군비가 지출되었다는 단점이 있었다.

 

4.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밀라노 칙령으로 공인한 기독교의 옹립이 썩 대단한 의미가 아니라는 점이다. 기독교라는 도구로서 제왕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한 작업으로 기독교를 반포했고, 세습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기독교를 공인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기번도 책에서 율리아누스를 가장 인정하고 있듯이 '배교자'라는 부정적인 뜻으로 불리는 율리아누스의 업적이 훨씬 더 대단해 보인다. 그리스 로마의 신들을 인정함으로써 콘스탄티누스가 억지로 쌓아올린 신성한 지위를 파괴해버리고 다양성을 존중한 황제라는 점에서 말이다.

 

5. 쇠망사는 로마제국의 가장 강성했던 제1권력을 다루면서 흘러가고 있다. 제1권력이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면 그 시대의 황제를 뜻하는 의미지만, 이 책에서는 제왕의 권력을 다룬다는 의미를 초월하여 그 시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세력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었다.

 

이것은 그 세력이 왕권을 위협할 정도로 강력했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은데 쇠망사 초기에 왕권을 대신하여 제1권력을 차지하는 것은 기독교를 들 수 있으며, 기독교의 이단논쟁에 왕권에까지 영향을 끼쳐 거대한 기득권의 싸움으로 번져나감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은 기독교의 성격을 아주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는데, <쿠오바디스>에 받은 인상적인 모습. 검소와 엄격한 생활을 강조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말과 내세를 설파하던 순수한 의미로서의 설정과는 달리 다른 신을 믿는 사람들을 인정하지 않는 아주 편협한 정신을 가진 이들로서, 유일신인 하나님 이외에 그리스 로마 신화의 모든 신을 악마라고 칭하는 것도 모자라 다신교를 믿는 자들을 이단으로 배척하는 자들이며, 그들이 말하는 내세라는 개념이 형이상학적인 신플라톤주의에서 따온 개념에 불과하며, 그들이 말하는 기적은 절대 자신이 일으킨 것이 아니라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로부터 야기되었음을 설파하는 자들이 바로 로마의 기독교인들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독교인들의 이단을 가리는 싸움은 삼위일체의 교리를 받아들이느냐 마느냐를 놓고 아리우스파, 아타나시우스파 간의 주도권 전쟁이 벌어졌고 왕후의 제사 기간을 놓고 대립했던 조선의 예송논쟁처럼 나중에는 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기득권이 중요하므로 싸움을 벌여왔음을 책을 읽어보면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6.책의 말미에는 로마의 멸망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고트족라는 이름의 야만족이 등장하는데, 훈족 때문에 로마의 영토로 진입을 허락받게 된 이들은 로마인들이 그들의 방어를 야만족에게 위임하는 조건으로 -그러니까 용병같은 개념- 그들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쇠락의 싹을 틔우고 이들로 인하여 서로마제국이 멸망을 초래하게 됨을 알 수 있다. 고트족의 지배자 알라리크는 이 상황을 적절히 활용하여 그들의 지배권을 늘려나갔다.

 

7.이 책은 서로마 멸망의 시기 까지를 상세히 다루고 있었다. 그 이후 동로마의 멸망까지의 이야기는 편집자 손더스의 판단(새로운 다른 원전이 발견됨, 서로마 제국의 종결로 대부분 궁금증의 충족이 가능할 듯, 기번도 여기서 끝내는 것을 고려함)으로서 축약해서 전달하는데, 동로마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에서의 마지막 저항을 그리고 있는 전투는 다른 책으로 따로 읽어 보고 싶을 정도로 대단한 것 같았다.

 

8. 막 쓰다 보니 생각보다 꽤 길어졌는데 그냥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간직하고 싶어서 생각나는 대로 한번 써봤다. 결론은 이 책은 무엇 때문에 로마가 망했다는 것을 썼다기보다는 그냥 역사적 흐름을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그 흐름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좋은 부분은 로마가 대국으로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볼 수 있지만, 멸망하는 날까지 그 좋음을 같은 성격으로서 유지하지 못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걸 불가능하게 만드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불가능을 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 또한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이다. 기회가 되면 완역본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다. 머릿속 거친 로마 황야에 잘 닦여진 철로가 놓이고, 제1권력의 이름을 가진 기차역이 들어섰다. 그 사이에서 두뇌 기차는 이리저리 횡단한다. 나중에 만날 문학 속에 숨겨진 승객을 태우러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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