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 바디스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9
헨릭 시엔키에비츠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0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헨릭 시엔키에비츠가 <쿠오 바디스>에서 로마 사상의 대항마로 내놓은 그리스도교는 사랑과 용서라는 진리를 설파하고 내세를 기원하는 종교적인 특수성으로 로마인의 마음을 끌어당겼을 것이라는 사실은 의심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다만, 그리스도교가 가지를 뻗으며 자라나고 있는 과정과 광경이 이토록 감동적으로 그려지는 첫 번째 이유는 그 시대의 많은 철학자가 네로황제 밑에서 제 한 몸 지키느라 로마인들을 외면했을 때, 그리스도교가 그들에게 희망이라는 이름의 비상구를 열어준 유일한 대안이었기 때문일 것으로 생각해본다.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그 대안이 가지는 상대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상대성의 의미란, 악의 성격이 잔인하고 그 세력이 크면 클수록 그것에 대항하는 선의 모습은 그 반대편의 모습에 따라 더욱 숭고하고 절실하게 보일 것이라는 생각이다.

 

네로황제의 악랄한 모습과 악행의 결과가 2권 전체를 통해서 매우 잘 표현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네로의 악이 "내가 악마야!"라고 외치면서 저지르는 악이 아니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행동하는데 그 흐르는 모습이라는 점이다. 근데 그 결과가 매우 악독하다는 점에서 네로의 악의 크기가 얼마나 커다란지 상상할 수조차 없다.

 

네로황제의 변태스러운 문학적 창작열이 불타올라 드디어 진짜 로마를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러 온 로마가 아비규환으로 변하고 타죽거나 불길을 피해 밖으로 뛰쳐나오는 백성들의 장면들은 나중에 등장하는 경기장 안에서의 그리스도 교인들의 모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네로가 자신의 범죄사실을 은폐하고, 화재의 범인이 바로 그리스도 교인들이라고 몰아세웠을 때, 교인들은 억울함을 토로해볼 새도 없이. 감옥에 갇혀 열병으로, 경기장에서 굶주린 짐승에게 살과 내장이 터져, 각종 신화 속의 죽음을 재연하느라, 나중에는 예수처럼 십자가에 못이 박혀 죽어간다. 이처럼 잔인한 박해에도 교인들은 그리스도의 교리가 쥐여준 한 가닥의 희망에 의존하면서 내세의 삶을 기대하며 조용히 순교의 길을 택한다.

 

순교자들 속의 킬로 킬로니데스를 향한 의사 글라시우스의 마지막 용서는 킬로로 하여금 참회의 눈물과 함께 네로가 화재사건의 범인이라는 사실을 공개하게끔 한다. 그리고 사도 바오로는 킬로의 허물을 감싸주고 킬로 역시 순교의 길을 마지막으로 그리스도 앞에 회개할 수 있도록 허락한다.

 

2권의 거대한 탄압의 소용돌이 속에서 비니키우스는 꾸준히 리기아를 구출해내려 애썼지만, 그의 바램과는 달리 사랑하는 리기아는 나체로 거대한 황소의 뿔 위에 묶이게 된다. 하지만 네로 황제가 예상한 결과와 반대의 결과가 나왔을 때. 즉, 우르수스가 그 거대한 황소의 목을 비틀어버리는 상징적인 모습은 <쿠오 바디스>에서 가장 백미로 꼽을 만한 장면이었던 것 같다.

 

잔혹한 그리스도교인의 순교사건 이후, 로마를 떠나려는 사도 베드로 앞에 나타난 그리스도는 “쿠오 바디스 도미네”라고 묻는 베드로의 물음에 또 다시 십자가에 못 박히러 로마로 간다고 답한다. 이 믿을 수 없는 사건은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로 하여금 로마에서 그리스도교의 메시지를 전파하고 순교라는 그리스도의 목소리로 들린다. 그리고 훗날 이들의 업적은 많은 이들에게 칭송된다.

 

하지만 네로 황제는 자신이 마치 그리스 로마의 신들과 같은 위치에 있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그 광기가 극에 달해 로마를 돌볼 생각은 하지 않는다. 로마를 떠나서 온갖 지역을 방랑하면서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창작활동을 하다가 끝내는 반란군에 의해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전 세계의 모든 이들의 손가락질을 받게 된다.

 

결국, 약하고 선한 모습을 지니고 있던 그리스도교가 거대하지만 악한 네로의 로마제국을 끝내 무너뜨린다는 결말은 <쿠오 바디스>는 그리스도교의 종교가 가진 성격을 떠나서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렸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감동적으로 다가온 소설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감동은 오랜 시간 식민지 생활에 지쳐있는 폴란드 사람들에게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큰 용기를 줬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