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 바디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28
헨릭 시엔키에비츠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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솅키에비치의 고전적 작품은 폴란드 국민의 정신에 영향을 주고 영광된 과거를 기억하게 하고, 미래를 의심하지 않게 하고, 그리고 믿음과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솅키에비치의 문학과 투쟁의 정신은 오늘날 우리의 현실에도 절실히 요청된다. <김수영 전집 산문편> -356p-

 

<김수영 전집>에서 소개된 작가 중 가장 인상적으로 다가온 인물은 헨릭 시엔키에비츠라는 작가였다. 말과 글을 뺏겨버린 우리나라의 근대사와 너무나도 닮은 과거 폴란드의 어두운 현재. 절망감에 사로잡혀있던 국민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기 위해 가지고 있던 모든 노력을 쏟아 부은 작가 헨릭 시엔키에비츠. 그의 <쿠오 바디스>를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작품은 로마의 네로 황제 시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덕분에 1896년에 발표된 작품임에도, 로마 시대에 사용되었을 법한 언어들이 책을 빼곡히 채운다. 다시 말해서, 그리스·로마 신화 속의 많은 이름이 상황을 설명하거나 인물을 묘사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나열된다. 그렇지만 딱딱한 느낌은 전혀 없다. 오히려 이 단어들이 뚜렷한 개성을 드러내면서 네로시대 속의 등장인물이 살아가고 있는 각자의 방식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이 작품은 네로황제시대의 억압 속에서 그리스도교라는 작은 묘목이 뿌리 내리고 가지를 뻗는 과정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어떤 환경들을 함축하여 담고 있지 않나 생각해보았다.

 

네로야 말할 것도 없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추악한 인간 본능의 초상이고, 그를 따르는 신하들은 추악함에 동조하면서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애쓰는 무엇이고, 페트로니우스 같은 인물은 인간의 추악함을 인정하면서,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찬동해야만 권력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무엇이고, 킬로는 기득권이 어떻든 간에 자기 몸을 지키기 위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철학을 취했다가 버렸다가 하는 무엇이었다.

 

무엇보다도 리기아라는 여인은 왠지 그리스도교를 함축한 모습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있는 어떤 여인들의 모습과도 다른 특별함. 그 특별함이 그녀가 가지고 있는 선천적인 아름다움과 같이 힘을 발휘하여 그리스도교가 끌어들이려는 대상(로마시민)인 비니키우스의 혼을 쏙 빼놓으면서 비니키우스까지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다.

 

사실 다수가 지배하고 있는 세상 속에서 개인의 나약함을 드러내는 소설들을 읽으면서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예를 들면 <1984>나 <나는 전설이다> 같은 소설이다. 그 소설들은 점차 다수의 힘에 동조하는 군상들과 홀로 남겨진 나의 모습을 쓸쓸하게 그려낸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것과는 정반대로 흘러간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소수의 개인이 힘을 모아서 다수의 추악함을 극복하는 과정 속에서 폴란드의 국민성을 고취하려는 시엔키에비츠의 목표와 방식이 엿보인다. 그래서 2권이 더욱 기대된다. 1권은 리기아로 말미암은 비니키우스의 그리스도교 적인 진정한 사랑이라는 깨달음에서 멈춰졌다.

 

"그리스는 지혜와 미를, 로마는 힘을 창조했다. 그러면 그리스도교인들은 이 세상에 무엇을 가져올 것인가?"

"우리는 이 세상에 사랑을 가져옵니다."베드로가 대답했다.

타르수스의 바오로가 덧붙였다.

"우리 모두가 인간의 무수한 언어로 말을 하고, 천사의 말까지 한다 해도 사랑이 없으면 한낱 울리는 징과 요란한 꽤과리와 다를 바 없습니다." -5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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