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연주의 증언 - 나는 왜 KBS에서 해임되었나
정연주 지음 / 오마이북 / 2011년 12월
평점 :
광우병 소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거세게 불어닥쳤던 2008년, 그 해의 12월 31일 보신각 타종행사 때, 나는 결코 잊지 못할 사건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날은 우연의 장난인지 TV로는 KBS 1TV, 컴퓨터로는 아프리카 TV를 동시에 시청하고 있었다. 그런데 같은 장소를 촬영한 두 방송에서 전혀
다른 장면이 송출되었다.
아프리카 TV에서는
촛불과 노란 풍선. 그리고 빨간 피켓을 든 시민들의 모습과 “이명박은 물러가라!” 라는 외침이 계속해서 울려 퍼지고 있었다. 그런데 KBS에서는
행사무대의 오세훈 서울시장의 인터뷰와 연예인의 축하무대가 카메라를 통해 비치고 있었다.
드디어 새해를 알리는
10에서 0까지의 카운트가 시작되었다. 컴퓨터의 스피커에서 이명박 퇴진을 외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그런데 한쪽에서는 폭죽 소리와 사람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를 기억이었다.
이 사건 말고도
2010년엔 G20 개최, 2011년엔 제주도 세계 7대 경관 선정에 관련해서 방송국은 엄청난 특집방송과 광고를 퍼부어댔다. 국민들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주는 언론사 본연의 모습이 아닌 프로파간다(이념선전)에 집착하는 광고회사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사실 나는 그날
이명박 후보와 30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면서 전형적인 ‘재벌회사 사장’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남의 말에 귀를 잘 기울이지 않고 자기주장을 많이
하며, 거침이 없고, 심한 경우 안하무인이었다. -35p-
MB 정부를 높이기
위한 모든 프로파간다의 배후에는 언론장악을 지시한 MB 정부가 있었다. 그들은 지금껏 공정한 보도에 힘쓰던 공중파 방송국을 밟아 뭉개버렸다.
임기가 남아있었던 KBS의 정연주 사장. MBC의 엄기영 사장을 잘라버리고, 그 자리에 MB 정권 출신의 이병순, 김인규. 그리고 김재철을
앉혀놓은 것이다.
노아에게 나뭇가지를
물어다 준 한 마리 비둘기는 언론이었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암흑의 세상이 끝나고 나면, 그다음 희망의 땅이 보인다는 것을 전하는 언론이었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354p-
모든 것이 어두워
불안에 떨어야 했던 암흑의 세상. 나뭇가지 하나를 물어와서 노아에게 희망의 땅을 알린 비둘기처럼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언론인이 되고 싶었던
정연주 사장은 어떤 압력에도 보장된 임기를 채워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정신을 지키는 길이라며 갖은 억압에도 끝까지
투쟁했다.
대부분의 법조
출입기자들은 대검찰청 기자실을 중심으로 취재활동을 하고, 법원취재는 매우 등한시한다. 그러다보니 검찰이 주는 먹이를 덥석덥석 물면서 그게
특종이라 여기고 대서특필한다. -202p-
<정연주의
증언>에서는 MB 정부가 KBS 이사진을 물갈이하고, 감사원과 검찰 권력을 지배하고, 조·중·동 언론과 결탁하여, 정연주 사장에게
1,500억의 배임에 의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라는 허무맹랑한 죄목을 씌워 강제로 KBS의 사장을 쫓아내는 모든 과정이 고스란히
공개된다.
정연주 사장은
<증언>을 통해 KBS가 적자경영이 아니라 오히려 흑자를 기록하고 있었음을. 1,500억의 배임죄가 허구였음을. 바른 보도로 많은
수상을 했다는 사실을 주장한다. <정연주의 증언>의 주장은 그와 검찰의 1심과 2심 판결. 그리고 지난 12일 대법원의 마지막 판결
덕분에 사실임이 드러났다. 정권의 눈 밖에 난 인물이라는 이유로 저지르지도 않은 황당한 죄를 짊어짐으로써 겪었을 근 4년 동안의 고통이 드디어
조금이나마 치유되는 것 같아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이 다행스러움과 더불어 글을 쓰는 지금 속보로 올라온
또 하나의 뉴스(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자진사퇴 뉴스)는 권력의 견제와 국민에게 올바른 뉴스를 전달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잊고, 권력과 돈맛에
취해 그것을 등에 업고 정치권으로 진출하는 정거장쯤으로 생각하는 언론인이 이제는 물러나야 할 때가 되었음을 알리는 것 같아 마음이 후련하다.
부디 그만둘 땐 그만두더라도 지은 죗값은 제대로 치러주시기를 부탁드린다.
[네이버 북카페 서평이벤트를
통해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하였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