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제임스 우드 지음, 설준규.설연지 옮김 / 창비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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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우드의 <소설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는 요약해서 말하자면‘어떤 문장을 쓸 것인가에 관해서 결론을 내리고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생각하는 좋은 문장들에는 그 문장이 좋은 이유에 대한 저자의 해설이 떠나지 않고 바짝 붙어있다.

 

이 책은 주장을 뒷받침하는 예시의 방식을 끊임없이 제공하면서 이어진다. 수 많은 명문장들과 문장의 해석을 엿보는 즐거움도 만끽할 수 있다. 가령 쿳시가 말했다는 로빈슨 크루소의 '제짝 아닌 신발 두 개'와 관련한 예문처럼 말이다.

 

배가 난파되어 해변에 내던져진 로빈슨 크루소는 동료 선원들을 찾아 주변을 살핀다. 그러나 아무도 없다. 그는 말한다. ‘나는 그 뒤로 그들이나 그들의 흔적을 한번도 보지 못했다 모자 세 개, 챙 없는 모자 하나, 제짝 아닌 신발 두개 말고는’

 

‘제짝 아닌 신발 두 개’는 제짝이 아님으로 해서 신발이기를 멈추고, 거품 이는 바다가 익사하는 자들의 발에서 뜯어내 물가로 퉁겨올린 죽음의 증거가 되었다. 과장된 단어도 절망의 말도 없이, 모자와 챙 없는 모자와 신발들만 있을 뿐이다. -85p-

 

이 책에서는 E.M. 포스터의 고전인 <소설의 이해>의 이론을 따르지 않는 해석과 그 이유에 대해서도 발견할 수 있다. 포스터의 주장에 대한 반론은 시점과 인물에 대해서 주로 다루어지고 있었다. 

 

제임스 우드는 1인칭, 3인칭 시점의 불명확성을 제기한 후, 자유간접화법이 인물 내면의 심리를 드러냄과 동시에 서술자의 주관을 개입시켜 매끄러운 문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포스터의 평면적 입체적 분류에 따른 인물설정의 상·하위 개념 에 대하여 우드는 평면적 입체적이라는 언어 대신 투명함의 차이로 분류한 후, 인물의 분석에 따라서 성패가 갈린다고 주장한다.

 

소설이 실패하는 것은 작중인물이 충분히 생생하거나 깊지 않을 때가 아니라, 문제의 소설이 자신의 관습에 어떻게 적응할지 독자에게 가르치는 데 실패했을 때, 작중인물들과 실재성의 수준에 대한 독자의 구체적 허기를 다루는 데 실패했을 때라고 나는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분석의 섬세함이다. -130p-

 

저자가 생각하고 있는 소설의 구동력은 1.서술하기, 2.플로베르와 현대적 서사, 3.플로베르와 플라뇌르의 부상, 4.세부사항, 5.작중인물, 6.의식과 간략한 역사, 7.공감과 복잡성, 8.언어, 9.대화, 10.진실, 관습, 리얼리즘이라는 주제로 다루고 있었고, 이 순서대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치 수상록의 형태처럼 이어지는 그의 이론들 속에서 찾아낸 여러 문장들을 아래에 나열해본다. 이 문장들을 뒷받침하는 책 속의 많은 예들은 직접 읽어보면서 음미해보길 바란다.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어서 리뷰를 검색했을 때, 많은 글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은 혼자 읽고 나름의 결과를 도출해본다.

 

소설가는 적어도 세 가지 언어로 작업한다. 작가 자신의 언어, 문체, 인식의 도구. 그리고 작중 인물의 것으로 설정된 언어, 문체, 인식의 도구. 끝으로 세상의 언어(일상적 발화, 신문, 사무실, 광고, 블로그와 문자 메시지 등의 언어)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다. -46p-

 

리얼리스트는 많은 양을 기록하기를, 파리에 대해 발자크식 작업을 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스타일리스트는 발자크식의 뒤범벅과 활기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이 뒤엉긴 세부사항을 길들여 흠잡을 데 없는 문장들과 이미지들로 바꾸고 싶어 한다. -64p-

 

예술적 인위성의 본질은 세부사항의 선별에 있다. 우리 기억이 선별작업을 해주지만 문학적 서술의 선별방식과는 그리 비슷하지 않다. 우리의 기억은 심미적 재능이 없다. -70p-

 

문학과 삶의 차이는 삶이 두루뭉술하게 세부사항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우리를 그 세부사항에 주목하도록 거의 이끌지 않는 반면, 문학은 우리에게 세부사항을 알아차리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점이다. -76p-

 

새로움이 소설의 유일한 가치이고, 호기심이 우리로 하여금 그것들을 읽게 하는 유일한 공기이기에, 작가들은 부득이 서스펜스를 사용하게 된다. -157p-

 

화가이건 시인이건 소설가이건 간에 예술가로부터 우리가 입은 가장 큰 혜택은 우리의 공감을 확장하게 된 것이다. 예술은 삶에 가장 가까운 것이다. 그것은 경험을 확대하고 같은 인간들과의 접촉을 개인적 운명의 테두리너머로 확장하는 방법이다. -176p-

 

환원 불가능하며 남아도는 것, 무용도성의 여백, 쉽게 재생산하거나 다른 것으로 환원할 수 없는 문체적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 작가 또는 비평가, 독자의 책무다. -236p-

 

예술은 삶 그 자체가 아니라 늘 지어낸 것이자 모방이다. 그러나 예술은 삶에 가장 가까운 것이다. -244p-

 

소설의 성공을 판단하는 데는 ‘삶’을 환기하는 능력뿐만 아니라 패턴이나 언어와 같은 좀 더 형식적인 속성으로써 독자를 즐겁게 해주는 능력도 기준이 된다. -245p-

 

진정한 작가, 곧 삶을 자유롭게 섬기는 자는 삶이 마치 소설이 지금껏 포착해낸 그 어떤 것으로도 포괄되지 않는 범주인 것처럼, 마치 삶 그 자체가 항상 관습적인 것으로 화하기 직전의 순간에 있는 것처럼 항상 행동해야 하는 사람이다. -251p-

 

제임스 우드가 말하는 소설가의 모습을 나름대로 상상해본다면 이런 모습일 것 같다. 삶의 주제에 대하여 고민하는 작가는 여러 인물들을 나열하여 그 등장인물들의 속으로 들어가 인물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부사항들을 엄격히 선별하여 서술하고, 자유간접화법을 사용하여 등장인물이 되어 마치 작가가 숨어있는 듯이 말해야 한다.

 

그 말함의 모든 것에 있어서 언어의 운율 또한 최대한 부드러워야 하고, 어떤 것을 묘사함에 있어서 새로움이 깃들어 있어야 하며, 그것보다 더 훌륭한 표현이 없을 정도로 명확하고 분명해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서술들 전부가 작가와 인물과 독자 모두에 걸쳐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소설가는 참으로 어려운 직업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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