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우 작가의 <김종서는 누가 죽였나>는 계유정난을 소재로
한 또 하나의 작품이다. 허나 계유정난만 있는 작품은 아니다. 이 작품은 <김종서는 누가 죽였나>의 제목이 말해주듯이,
<김종서는>과 <누가 죽였나>의 두 부분이 중점적으로 그려진다. 즉, <김종서는>에서는 장군의 업적과 일대기를
그리고, <누가 죽였나>에서 계유정난의 그 날 밤이 공개된다.
역사적 사실을 재구성한 이상.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이 대호 김종서의
목숨을 앗아갈 것이라는 결말은 정해져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뿐만 아니라 모든 소설의 운신에서는 커다란 한계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이 소설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종서는> 역시, 이 한계를 최대한 감추는
동시에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해결책은 북방에 살고 있던 조선여인. 김종서 장군을 사모하게 될 홍득희의 사연들을 역사 속에 풀어놓음으로서
독자들에게 제시된다. 가상의 인물 홍득희와 이 사연들을 함께 할 동료들 또한 가상의 인물이다.
한 때, 또리였던 그녀는 젊은 시절의 김종서에게 은혜를 입고, 바라는
것(希)을 다 얻을(得) 수 있다는 뜻을 가진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그녀는 산적무리를 거느릴 정도로 뛰어난 무예실력을 가진
여인으로 성장하여 가문의 원수를 갚기 위해 군사를 일으키지만, 김종서 장군에 대한 애틋한 마음 때문에 장군의 활동을 곁에서 드러나지 않게
보좌한다.
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알리는 여러 이야기들 중
홍득희가 열 명의 부하를 구하기 위해 적장 앞에서 멧돼지를 처치하는 에피소드라던가. 김종서가 그녀를 구하기 위해 호랑이를 때려잡는 에피소드 등은
극으로 꾸며도 좋을 정도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후에 홍득희가 김종서에게 직접적으로 사랑(?)을 요구하는 장면은 전혀
로맨틱하지 않았다.
김별아의 <논개>에서의 가련한 여인 논개처럼 지아비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여인의 애틋한 마음을 홍득희의 여러 행동들에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김종서는>에서 작가는 김종서의
기나긴 삶 속에서 이어지는 중요하고도 굵직한 많은 역사적 사실들의 흐름을 잇는 것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개개인들의
심리적인 묘사에 다소 소홀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도 든다. 앞부분의 양녕대군의 에피소드를 축소 하고 뒷 부분의 호흡을 길게 가져가는 방법은
어땠을까도 상상해본다.
더불어 결말을 암시하는 계유정난이 가까워져 오면 올수록 존재감이
약해지는 홍득희의 위치와 계유정난의 밤에 수양대군의 상투만 벨 수 있게 허락되는 홍득희의 제한적인 역할이 참 애매하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을
거스를 수 없었던 한계 때문에 벌어지는 아쉬움이 아닐까싶다.
[인터파크 서평이벤트를 통해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하였음을
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