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적 떼 Mr. Know 세계문학 42
프리드리히 실러 지음, 김인순 옮김 / 열린책들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희곡 <도적 떼>의 주인공 형 카를은 내쫓겨짐을 당한다. 그 사건은 비록 아버지의 의도가 아니라 동생 프란츠의 음흉한 간계 때문이었지만, 카를에게 있어서 그 사건은 자기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의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게 됨을 의미했고, 신분 때문에 노출시키지 못했던 압제에 대한 저항을 표할 수 있는 동기가 된다. 어쨌거나 홀로 남겨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 도적 떼의 두목이 된 카를은 지방영주의 폭정에 대항할 수 있는 의로운 도적 홍길동이 되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렇게 실천하고 있다고 착각한다. 그렇지만 현실의 세상을 위해서 올바른 목표를 가졌던 사건들 구석구석에는 구정물 튀는 더러움이 숨어 있었다. 그리고 더러움은 결국 가장 약자의 몫으로 돌아왔다.  

정확하게 말해서 약자의 몫이라고 정해준 사람은 바로 도적 떼였다. 왜냐하면 슈피겔베르크는 선량한 사람들에게 협박과 사기를 일삼고, 슈프레틀레는 노약자와 아녀자와 아이들을 불에 태워 죽이는 만행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결국 이 모든 사건들은 그들의 두목 카를이 짊어지게 될 짐이 된다.

카를이 짊어진 죄들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것과 같았다. 지은 죄로 인해 진실을 알게 되었음에도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또한 지은 죄로 인해 아버지는 두 번 죽음을 맞이한다. 게다가 지은 죄로 인해 불쌍한 여인 아말리아의 목숨까지 취한다.

마지막으로 도적 떼를 떠나기로 결심한 그가 선택한 길은 진짜 의적이 되는 길이다. 가난으로 인해서 생활이 어려운 이웃에게 목숨 값을 기부하는 일이다.

한편, 또 다른 주인공 동생 프란츠는 형과 반대로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내쫒음을 행하는 인물이다. 형 카를이라는 존재는 한 가마니에서 구워졌으니 프란츠에게 소중한 존재고, 아버지라는 존재는 프란츠에게 피와 생명을 주었으니 거룩한 존재라는 당연한 진리들은 권력에 눈이 먼 프란츠에게 교활한 논리정도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다.

프란츠는 ‘인간은 세상이라는 곳에 각기 버려졌음에 각각으로 존재한다.’ 고 믿는 인간이기 때문에 ‘하느님이 만물의 아버지’라고 설파하는 종교와 반대의 길을 걷는 인물이다. 프란츠는 하느님보다 현세의 삶과 쾌락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프란츠는 권력을 위해 저질렀던 거짓 행동이 사람들에게 탄로 나기 시작하면서 종교의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무의식 속에 들어앉은 하느님은 꿈을 통해 지옥을 가게 될 프란츠의 모습을 보여준다. 평정심을 잃은 프란츠는 지옥에 떨어지기를 두려워하는 매우 일반적이면서도 나약한 모습으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쫓겨난 자와 쫒아낸 자의 이야기. 형과 동생의 이야기. 그리고 선과 악의 이야기. 그렇지만 양쪽을 모두 떠나서 생각해볼 때, 두 형제의 이야기들은 모두 사회가 정해놓은 규칙을 따르지 않고 각자의 방법으로 저항했던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둘은 모두 사회를 보고, 듣고, 느끼면서 겉과 속으로 체득한 양심(도덕)에 굴복하게 되면서 그들의 저항은 실패로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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