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체도둑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현명수 옮김 / 버티고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스티븐슨의 <지킬박사>의 원전을 읽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안타까움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또 다른 명작 <보물섬>은 그를 유명하게 만들기 보다는 아동소설작가로서 인식되도록 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은교>의 시인. 이적요는 자신의 지은 소설을 그렇게 꽁꽁 숨겨뒀었구나. 시인 이적요로서 평가되는 것에 방해되는 모든 것들을 부정했구나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스티븐슨은 <지킬박사>에 수록된 작품을 통해 보통의 아동소설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성장과 모험에 대한 이야기 보다는 인간의 이중성, 인간성 상실, 근친혼 문제와 같은 사회 각 부분의 어두운 면을 파헤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단편선 <시체도둑>에 실린 아홉 작품 역시 그런 사회의 문제를 다루는 이야기들이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아래의 글을 남기며 간략히 느낀 점을 소개 하고자 한다.  

<자살클럽>에서 저자는 자살이라는 극단적 상황에 이르러서 까지도 생명을 가지고 도박을 하고 그것을 통해 쾌락을 느끼는 사람들과 사회에 불만을 품는다. 그리고 그 도박판을 이용해 부를 착취하는 이들을 고발한다. 그리고 결투를 통해 벌을 내리는 권선징악적 형식을 띄는 소설이다.  

<모래 위의 별장>에서 저자는 삼각관계를 그리고 또한 그 애정관계를 자신의 안위에 이용하는 아버지의 모습과 사랑을 위해서라면 전 재산을 바칠 수도 있고 떠나줄 수도 있는 남자의 모습을 상반되게 그림으로써 잔혹하지만 잔잔한 여운을 안겨준다. 

 <하룻밤의 잠자리>에서는 가진 자의 입장과 가지지 못한 자의 입장 차이를 하룻밤 새의 논쟁의 형식을 통해서 표현해내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후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왜왜냐하면 “그들은 도둑질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다. 그들에게 만약 환경이 주어지게 된다면 결코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환경이 변하지 않는 한 죄는 뉘우치나 결코 행동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라고 부르짖는 처절함이 “전쟁터에는 왕과 주님의 이름을 걸고, 군주와 성자와 천사의 이름을 걸기 때문에 명예롭게 싸워야 한다.” 권위에 가득 차 있는 말보다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켰기 때문이다.  

<신의 섭리와 기타>에서는 비록 돈을 많이 벌지 못해서 인정받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어도, 자신이 스스로 만족할 만한 삶을 살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주인공 부부는 음악으로, 마을에서 만난 부부는 그림으로…….  

“무대만이 예술가의 길인 것은 아니라오. 조각가나 무용가가 되어도 좋고, 시인이나 소설가도 괜찮소. 간단히 말해서 당신이 원하는 길을 선택하세요. 그리고 죽기 전에 완벽한 작품을 남기세요.” -239p- 

<마크하임>에서 저자는 지금껏 살아온 날들이 떳떳하지 못함의 연속이었고, 악독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성격을 무조건 악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으며, 오히려 가난하고 못 배웠기 때문에 그들과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을 바라볼 때 더 선한 마음으로 볼 수 있고, 악마에게 흔들리지 않을 방법을 깨달을 수 있음을 증명해보이고 있다.  

<악마의 병>에서는 사랑을 위해서 행한 일이라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며, 포기하지 말고 계속 서로를 위하다 보면 의외의 좋은 일도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지옥 자체를 두려워하지 않는 인간들도 어디든지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부분에서 악마의병을 사간 사람에게 지옥 따위가 대수였을까 그에게 있어서 지옥은 그렇게 중요한 의미가 될 수 없었다. 다만 그가 원하는 술을 마음껏 먹는 것이 중요했다.  

<물레방앗간의 윌>에서는 멀리서 바라보는데 익숙한 한 남자의 이야기가 그려지고 있다. 어린 시절 그 속으로 파고 들어가려 했지만, 멀리서 보는 것이 더 좋은 것임을 깨달은 한 남자가 그의 사랑까지도 멀리서 지켜보는 방식으로 즉, 애써 소유하려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랑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자기가 살 수 있는 삶을 온전히 살아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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