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빛 - 검은 그림자의 전설 안개 3부작 1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송병선 옮김 / 살림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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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자루스 얀의 관점으로 생각해봤을 때.

 “ 모든 아이들은 마음속에 자기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여자를 간직하고 있어요. 어머니는 결코 꺼지지 않는 빛과 같지요. 하늘 높이 떠 있는 별과 같아요. 하지만 나는 인생의 대부분을 그 빛을 지우려고 애쓰면서 살았어요.” -210p-

가난과 애정결핍. 그리고 아동학대에 시달리던 어린 라자루스는 장난감에게 애정을 쏟아 붓는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장난감을 루시퍼의 발명품이며, 사악한 그림자가 생겨날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라자루스에겐 장난감은 루시퍼가 아니라 가브리엘이었다. 그랬기에 라자루스는 장난감의 주인 다니엘 호프만의 만남이 이루어지기를 하루빨리 기도했다.

여기서 라자루스에게 따뜻한 어머니가 되어주진 못했지만 , 어쨌든 어머니란 존재는 빛. 즉, 선함의 의미이고, 장난감은 악의 의미가 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장난감 공장을 가진 다니엘 호프만은 악의 근원쯤으로 해석해볼 수 있겠다. 줄거리는 계속된다.

부모를 잃은, 의지할 곳 없는 그의 앞에 홀연히 모습을 드러낸 다니엘 호프만은 소원이 이루어지게 해줄 테니, 오직 다니엘 호프만에게만 마음을 주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건다. 라자루스는 그를 따뜻하게 대해줬던 유일한 사람. 호프만의 조건을 수락한다.

시간이 흘러, 모든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을 안기고 싶다는 소원을 이뤄낸 라자루스에게 나타난 알렉산드라 알마 마티스라는 여인은 라자루스의 차가운 심장에 온기를 불어넣는다. 그것은 호프만과의 약속이 깨짐을 의미했고, 약속을 어긴 라자루스에게 호프만의 징벌이 내려진다. 사랑을 추구하는 선의 라자루스와 호프만에 영혼을 팔았던 악의 라자루스의 싸움이 시작된다.

악의 라자루스는 빛을 지워야한다. 왜냐하면 악의 라자루스는 그림자의 모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빛의 소멸. 즉, 알렉산드라의 죽음만이 악의 라자루스의 목표가 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전투는 악의 승리로 끝을 맺는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라자루스에게 또 다시 사랑의 감정이 찾아오는데 그 대상은 바로 이레네와 도리안의 어머니 시몬 소벨이었다. 그리고 이 사랑을 방해하려고 또 다시 악의 그림자가 깨어나면서 사건들이 이어진다. 그리고 라자루스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극단적인 선택이란 바로 -비록 생활이 어려웠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만들어냈던 악이라 할지라도 그것을 소멸시키는 방법은 오직 자기 스스로의 소멸 밖에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라자루스를 희생시킨다.-는 것이다.

사폰은 내가 아는 한 어둠이라는 단어와 가장 친숙한 소설가다. 사폰은 어둠을 표현해내는 자체도 훌륭하지만, 어둠을 찢어내는 순간을 묘사하는 감각이 더욱 탁월하다. 그는 온갖 존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하늘의 별과 달과 같은 것뿐 아니라 무엇인가를 바라봄에서 생기는 눈빛을 가지고도 만들어낸다.

그와 동시에 사폰은 매우 잔인한 사람임을 이 소설을 통해 알 수 있다. 극의 흥미를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서슴지 않고 써 갈길 수 있는 그의 모습을 발견하고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근데 이 그림자보다 훨씬 더 독한 그림자가 있다고 한다.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다.
 

“세상에는 그림자들이 있어. 너와 내가 그날 밤 크래븐무어에서 싸웠던 그 그림자보다도 훨씬 더 사악한 그림자들이 말이야. 그런 그림자들 옆에 있으면, 다니엘 호프만의 그림자는 그저 아이들 장난에 불과해. 그건 바로 우리 각자의 마음에서 나오는 그림자야.” -276-

이야기의 또 다른 인물 이레네와 이스마엘는 이 잔인한 사건을 편지에서 언급하면서 서로를 기억하는 연결고리 정도로 생각한다. 그리고 훨씬 더 사악한 그림자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전쟁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설마 그런것인까? 그 사악한 그림자란 전쟁이라는 그림자인것인가? 시대적인 시점을 1937년으로 맞춘것을 보니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다. 왜냐하면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날짜가 1939년 9월 1일. 바로 그 사건이 일어난 2년 후의 9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276페이지의 저 글은 1947년. 즉, 2차대전이 끝나고 2년 후에 쓰여졌기 때문이다.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또 다른 의미에서 무서운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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