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은 붉은 구렁을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일본사회 자체가 책 읽는 사람에게 냉담해요. 책을 읽는 다는 건 고독한 행위고, 또 시간이 걸리잖습니까. 그런데 일본사회는 바빠요. 사회생활도 해야 하고, 정상적으로 직장생활을 해야 하는 사람이 느긋하게 책을 읽을 시간 따위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91p-  

일본사회에 만연해 있는 독서인구의 감소라는 문제점은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탄생의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음을 저자 온다 리쿠는 책속 논쟁 중의 한 장면을 통해 공개한다. 그리고 저자는 <삼월은 붉은 구렁을>의 제목과 같은 <<삼월의 붉은 구렁을>>이라는 허구의 책을 등장시키는 장치를 만듦으로서 책 안 읽는 일본인들에게 접근한다.  

우선, 저자는 허구의 책. <<삼월의 붉은 구렁을>>의 희소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한다. 작자 미상의 총 200부만 인쇄된 책으로 단 하루밖에 빌릴 수 없다는 <<삼월>>은 누군가로 인하여 점차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책 속 <<삼월>>은 <삼월>을 통해 이 이야기를 처음 접하는 독자들도 읽고 싶을 만큼, 강력한 궁금증을 가진 책으로 탈바꿈한다. 내용이 무엇인가는 관계없이 단순히 사라지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에서는 <<삼월>>의 존재여부를 추리해나가지만 결국 그 모든 작업들이 회장이 꾸민 한편의 쇼라는 결말로 허무하게 끝을 맺는다. 그러나 2부에서는 한 편집자의 추적을 통해, <<삼월>>의 실존여부와 저자(<<삼월>>의 저자)의 정체가 동시에 밝혀지면서 본격적으로 <<삼월>>에 관한 이야기로 전개되나 싶었더니 또 다른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3부에서는 이전이야기. 즉, <<삼월의 붉은 구렁을>>의 탄생비화임을 암시하는 자살사건이 등장한다. 이야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숨 가쁜 전개와 잘 짜인 구성은 독자들로 하여금 사건 그 자체를 겪게 된 두 주인공의 삶에 깊이 빠져들게 하면서, 죽기 직전 그녀가 남긴 노트를 주목하게끔 한다. 이로써 우리는 <<삼월>>의 비밀이야기를 공유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4부. 문제의 4부에서 저자(온다 리쿠)는 혼란이라는 색채를 띠고 실제모습을 드러낸다. 책의 구성을 말끔하게 마무리 짓지 않았다는 사실을 가지고 또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모습은 참으로 상상 밖의 전개였다. 그리고 그 이야기에 또 하나의 <<삼월>>의 판타지를 첨가함으로서 읽는 내내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들었다.  

책 속의 <<삼월은 붉은 구렁을>>이 완벽하게 내용을 갖추어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 모두 출간되어 있다고 한다. 독서인구의 감소라는 문제를 놓고, 추리소설 작가라는 저자의 개성을 잘 살려낸 <삼월의 붉은 구렁을>은 새로운 시도 그 자체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