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의 4분의 1
오사키 요시오 지음, 우은명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9월
평점 :
품절


인생의 반환점이란 대체 언제쯤 찾아오는 것일까?  

살아가는 것은 마라톤 레이스와 갈라서 반환점을 알려주는 표식 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다. 한번은 진지하게 과거를 돌아보고 정리하지 않으면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123p-  

<9월의 4분의 1>의 저자 오사키 요시오는 인생의 반환점을 찾는 작업은 과거를 돌아봄으로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동시에 그의 반환점 찾기는 책 속에 담긴 네 가지 짧은 이야기에서 시도된다. 그런데 그의 반환점 찾기는 우리들로 하여금 새로운 깨달음 하나를 알려준다.  

예를 들면 지우개라고 하는 것은 미리 그 기능을 예상해서, 그렇게 되도록 설계해서 만들어진다. 그것은 존재이다. 그러나 인간은 그와 달리 예상되는 기능도 설계도로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런 존재를 실존이라 부르기로 한다. -216p-  

그 깨달음이란 바로 이야기들 속에 등장하는 모든 단어들은 이미 정해져 있는 목적을 가진 존재(지우개)가 아니라 이 책의 등장인물 각각에게는 전혀 새로운 의미를 가짐으로서 실존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것들의 의미를 어렵지 않게 추리해봄으로써 이야기 속에 몰래 침입한 쾌감을 맛본다.  

<보상받지 못하는 엘리시오를 위해>의 체스와 엘리시오 조각상, <켄싱턴에 바치는 꽃다발>의 장기와 명왕성. 그리고 동물들의 화폐단위 기린, <슬퍼서 날개도 없어서>의 레드 제플린의 음악들. 그리고 <9월의 4분의 1>에서의 quatre septembre. 

 그것은 그들에게 어떤 존재일까?  

30페이지 정도에서 느꼈던, ‘쳇! 또 그 흔한 하루키식의 뻔한 사랑타령인가?’ 라는 실망감이 책장을 덮는 동시에 ‘실존에 대한 답은 이것인가?’ 라는 만족감. 그리고 ‘나에게 실존하는 것, 실존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 무엇일까? 그렇다면 나에게 반환점이란 언제가 될까?’ 라는 궁금증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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