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젊은 것들 - 발칙한 반란을 꿈꾸는
단편선.전아름.박연 지음 / 자리(내일을 여는 책)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오랜만에 영풍문고에 들렀습니다. 헌데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도착한 영풍문고 앞은 너무나도 썰렁했습니다. 사실 제가 오픈시간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썰렁 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날따라 "비 맞을래 말래?"거리는 하늘이 얄미워보였습니다. 삼산동 일대를 한 바퀴 휘~ 돌다가 결국에는 맥도널드에서 기다리기로 결정했습니다. 메뉴는 모닝메뉴 단 하나뿐 . "설탕 어쩌구저쩌구 "하는 직원 분의 말을 쿨하게 "됐어요."라고 튕겨버린 결과는 참혹했습니다.

쓰디쓴 커피를 한 모금 두 모금 마시면서 기다리길 한 시간 30분. 그렇게 애타게(?) 기다렸던 서점에서 또 한 시간 동안 뒤적이며 구입한 책이 바로 <요새 젊은 것들>이라는 책이었습니다.

"책이란 '파는 물건'이니까, 우리 꼭 '팔릴 만한 물건'을 만들자"던 그들의 결심은 성공한 것처럼 보입니다. 제 경험 때문에 그렇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당신이 20대면서 오프라인 서점에 한번 방문해 보신다면 분명히 한번쯤은 집었다 놓을 만한 강한 유혹을 느끼실 것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요새 젊은 것들>에서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조금은 특이한 20대들을 만나 볼 수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KBS 신년 기획 2010 한국인 분석 보고서> : 20대, "우리는 4번 타자" 편에서 처음 알게 된 한윤형 씨를 비롯하여, 장기하와 얼굴들이라는 그룹의 기획사 사장인 곰사장. 100분 토론의 '고대녀'로 유명한 김지윤씨는 저에게도 친숙한 인물들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알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

이 분들이 1,2,3 번째로 등장하는 것을 보니……. 목차 순이 대략 인지도 순서 인 것 같기도 하군요. 나중에 박용준 씨 같은 경우나 반이다 그룹을 인터뷰한 계기가 제보나 영화를 관람하거나와 같은 우연적 요소가 있었던 것을 봤을 때 더욱 그러해 보입니다.

한윤형 :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지금의 시스템에 조금이나마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해요. 그러면 어떤 식으로라도 대안을 찾게 될 테니까. 지식인들은 그런 과정을 위해서 현재의 상황을 계속 보여주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곰사장 :

아마추어라고 해서 꼭 자족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돈을 벌기 위해 하는 게 아니더라도 잘할 수 있지 않나. 붕가붕가레코드에 올인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사람들이 들을 만한 걸 내놓자.

김지윤 :

이 사회에서 작은 것을 따내려고 하더라도 다수의 힘을 보여줘야 가능하다. 그래서 ‘함께해야 한다.’

광우병 쇠고기 문제와 촛불 시위는 자기 삶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움직였다. 반대로 말하면, 정치나 사회적 이슈도 자신의 문제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곧 정치적 무관심으로 나타날 수 있다. 즉, ‘민중의 관점’ 이 아니라 ‘소비자의 관점’

자본주의 사회가 갖고 있는 야만성이 있어요. 저는 이 야만성을 없애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 대안적 사회를 만드는 데 사회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생산, 분배되고 그 체계가 권력자가 아닌 필요한 사람들이 토론하고 협력하는 사회가 제가 추구하는 사회에요.

박가분 :

실질적인 공간을 점유하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그 자리에 실제로 와서 말하고, 들어주고, 논쟁을 하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

사람들은 권위라는 것을 항상 외부에 놓고 생각을 하죠. 저는 순수한 투사들로 이루어진 지적인 공동체가 지금의 20대라든지, 젊은 사람들에 의해 시도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즉, 남이 인정해주는 권위가 아니라 나로부터 나오는 권위. 제도권 내부이건 외부이건 중요한 것은 대중에게 먹혀들 만한 것을 창조해내는 역량. 확실한 자기만의 사유가 있다면 제도권 내부이건 외부이건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촛불시위를 둘러싼 정치적인 맥락들도 있을 텐데, 그런 것들을 촛불시위에 나오는 사람들조차도 그저 풍경으로 내면화하는 것이죠. 점차 일본화 되고 있어요.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라든지, 자기 주변을 둘러싼 정치적인 상황들을 내면적인 풍경으로 환원시키는 하루키식의 태도라든지.

김사과 :

한국에서는 수업시간이 하고 싶은 것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이런 것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배우는 시간.

한국에서 직업을 갖는다는 것은 그 직업에 자신의 에너지를 모두 투자한다는 뜻.

세대가 어떤 보편성을 가지려면 ‘중산층 문화’라는 것이 있어야 될 텐데, 워낙 양극화가 심해지다 보니 한 세대 안에서 보편성을 가지기가 힘들어져요.

장석종 :

정체성과 현실 사이에서 적절한 지점을 찾아야 해요.

즐거운 일이 아니면 하고 싶지 않아요. 돈을 버는 것보다 내가 좋아서 일을 하는 게 중요해요. 잡지 만들면서 초반에 돈을 거의 못 벌었잖아요. 그렇지만 그 시절이 정말 재밌었던 것 같아요.

박용준 :

요즘은 글 쓰는 것이 어려워요. 내 글에 어떤 거짓이 있을까 봐 두려운 거죠. 내가 이 글처럼 살고 있지 않으면서 글을 쓰는 건 아닌지 걱정하죠. 그렇게 되면 그 글은 결국 거짓된 글, 허영이 담긴 글이 되는 거죠.

인간은 쉽게 권력에 물들고 우월의식에 젖어요. 그래서 인간이 나약한 거죠. 저 또한 마찬가지에요. 그럴 때마다 우리끼리 혼을 내기도 하고 무조건적으로 경계하고 있어요.

대화와 소통 없이는 진정한 성장은 힘들다고 생각해요. 자기 완성, 자기 배려, 자기 발전이라고 하는 것은 관계 안에서 이뤄지는 거니까요. 관계가 잘 되려면 절대적으로 편견 없이 열려 있어야 하고, 그런 것들이 갖춰져 있다면 변화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규모가 커지면서 욕망도 커지고, 또 그만큼 큰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도, 대상도 커지게 되는데 그런 것들에 대한 욕망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나누며 사는 게 대안인 것 같아요.

좋아서 하는 밴드 :

문화와 국적을 떠나서 사람들은 자신이 받은 감동에 대해서 반응을 보이기 마련이에요. 그러니 거리공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거리공연을 하는 사람들이 열심히, 잘해야 한다는 거죠.

고시공부를 하고 취직을 준비하는 친구들처럼 우리도 무언가 ‘준비’ 하고 있다는 것은 똑같아요. 뭐든 10년을 계속 한다고 해봐요. 그게 공부든 악기든, 그러면 그 사람은 그걸로 뭔가 할 수 있을 거 아니에요? 저희도 마찬가지로, 그만큼 노력을 한 거예요. 다른 친구들이 스펙을 쌓는 것처럼 저희도 저희에게 필요한 스펙을 쌓고 있는 거죠. 그게 영어점수가 아닐 뿐.

반이다 :

“행복은 정말 열심히 찾아야 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흘러가는 대로 살아서는 정말 전혀 행복하게 살 수 없겠구나. 계속 자기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아야 해요. 하다못해 빡빡한 일상 속에서 자기 시간을 확보하고 자기 좋아하는 것을 하려 한다면 계속 그것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거죠.

그 자신의 경험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것들을 친구들과 공유하고, 또래 친구들과 함께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거죠. 사회적으로 얘기가 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일단 자기 친구들, 함께 술 마시는 친구들이나 일상적으로 만나는 친구들과 그런 얘기를 많이 하고, 그런 경험을 공유하고 정리 해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책을 다 읽고난 후, 별표를 진하게 쳐놓은 일부분을 살짝 옮겨 보았습니다. 그들이 삶을 대하고 있는 자세와 진솔한 이야기들. 그리고 ‘중딩’ 만난 셈 치고 인터뷰 하라는 그들의 유머 있는 말솜씨 덕분에 책장 넘기는 속도가 너무 빨라져 버렸습니다.

그리고 한숨을 한번 내쉽니다. '저들은 10대부터 자신만의 정체성을 확립해 나갔는데, 나는 왜 지금에서야…….' 라는 아쉬움이 가장 먼저 고개를 들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고개든 아쉬움이 내뱉은 "나도 그들처럼 어릴 시절부터 주위에 유명한 철학자의 책을 접할 수 있는 환경 속에 있었으면 어땠을까?"라는 물음에 나는 애써 이렇게 대답합니다.

“보통의 가정에서 태어나 보통적인 교육을 받고 보통의 대학을 나온 나의 경험이 앞으로의 공부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말이죠.

저는 지금(이명박 정권 이후)에 이르러서야 저는 사회의 모순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 A : 왜 남들이 하는 것을 우리가 따라해야 하는 것일까?” “ Q : 그래야 뒤쳐진다는 두려움에서 잠시나마 해방될 수 있으니까.” , “ A : 핸드폰의 편리함이 우리를 억압하는 것이 무엇일까?” “ Q : 일이라는 것에서 우리를 떼어놓지 못하게 만드는 것. ” ,  “ A : 그렇다면 게임이라는 재미의 끝은 무엇인가?” “ Q :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는 것”
혹시 진정 발칙한 반란을 기대하고 계시나요? <요새 젊은 것들>이 이른 시기에 품고 있었던 발칙한 생각들을 많은 사람이 하기 시작했으며, 몇몇은 이미 미약하게나마 실천이라는 기차에 몸을 싣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인물로는 김예슬 양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란은 말 그대로 잘못되었음을 바로잡기 위한 행동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역사적인 사실에서도 배울 수 있듯이 반란은 성공도 할 수 있고, 실패도 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요새 젊은 것들>은 어느 정도 인지도를 확보한 성공한 인물들, 그리고 소위 '인 서울'에 위치한 명문대생 들을 위주로 싣고 있어서 조금 아쉬운 감이 없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보통 책의 뒷부분을 보면 대부분의 책들은 여러 가지 출판사항을 싣는 페이지를 삽입하는데(간기면), 이 책은 그 부분이 아예 생략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책의 요소는 '왠지 이 책이 끝이 아닐 것 같다'는 기대감을 갖게 만듭니다. 과연 어떤 이유에서 이렇게 되어 있는 걸까요? 280페이지의 인터뷰를 마친 후에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보라색 면지가 단순한 실수가 아니었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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