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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탄줘잉 엮음, 김명은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4년 12월
평점 :
품절
우리의 삶은 유한합니다. 그 유한한 삶을 최대한 만족스럽게 보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책이라는 녀석은 그 특유의 네모반듯한 모양새와 검은 활자들로 가득 찬 곳을 지긋이 응시하고 있는 우리들로 하여금 내일이 마지막삶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살라는 당부를 하곤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치열하게 살다보면 인생의 한복판에서 전후좌우는 어느새 사라지고 맙니다. 좋은 의미의 ‘중독’이라고 할까요? 하나에 미쳐서 그 길로 계속 걷다보면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빨리. 그리고 올바른 방법으로 도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만 가득하지. 자신을 지탱하고, 자신을 지금까지 있게 한 그들 주위의 배경들이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는 바로 이런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이 책이 출간되어 사랑을 받게 된 시기가 IMF의 상처가 아물어가는 2005년. 그 시대의 대한민국은 범람하는 구조조정의 차가운 흐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쳤던 우리들의 아버지들과 삼촌들이 지난 8년 간의 어두운 터널에서 희미하게나마 옅은 숨을 쉴 수 있었던 해가 아니었나 회상해봅니다.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는 사람들의 미약한 숨소리가 끊어지지 않도록 유지시켜주는 인공호흡기와도 같은 존재가 되어주었습니다. 정신없이 달려서 도착한 이곳이 도무지 어디인지 알 수 없을 때. 이 책은 이곳이 어디인지 알려주는 동시에 헐레벌떡 뛰어오느라 미처 챙기지 못한 정이라는 이름을 가진 실타래를 주섬주섬 챙기게 함으로써 인간이 인간다워질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합니다.
사장으로부터 어머니의 발을 씻겨드려야 취업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한 청년은 비로소 자신을 믿고 바라봐주었던 부모님의 희생을 발을 씻겨드리면서 딱딱하게 굳은 그 발을 바라보면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학문적으로 큰 성공을 이루어 낸 대학교수는 우연히 밤늦게 길을 걷다 자신의 모교에서 흘러나오는 빛에 이끌려 발걸음을 하고, 그곳에서 그를 아직까지 잊지 않고 있었고, 뿐만 아니라 교수가 쓴 책들을 모두 가지고 있는 선생님의 큰 사랑을 깨닫게 됩니다.
큰돈을 벌고 난 뒤, 40년 만에 고향을 방문하게 된 사업가는 친구들이 건네준 이름 모를 하얀 액체를 마시고서야 비로소 고향의 정취에 흠뻑 취할 수 있게 됩니다.
출판편집자로 유명하신 한기호님의 <책은 진화한다>를 보면 지금까지 베스트셀러가 된 여러 책들의 성공요인을 분석하고 있는데요. 그가 이 책에 대하여 이야기하기를 “이 책의 성공요인은 기존의 책들이 감성에만 호소하고 있는데 반해 이 책은 제목의 ~해야 할, 부제목의 ~하기. 와 같이 독자들로 하여금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미처 판단이 서지않는 독자들로 하여금 아무런 걱정과 의심없이 올바른 길로 이끌었다는 것이 성공요인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쉬어가기(주위를 되돌아봄)와 또 한 번의 전진이라는 목적에 상당히 많은 비중을 부여하고 있는 이 책이 글로벌 금융위기시대인 2010년에 출간되었으면 어땠을까요? 나름대로 짐작해보건데 2005년과 같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긴 어렵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다시금 찾아온 불황의 그늘 앞에서 우리들이 할 수 있는 건 이 책이 전달하고 있는 포근한 여유가 아니라 또 다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찾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2009년에 나온 책들의 상당수가 <불황기> 또는 <불경기> 그리고 <대공황>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왔으며, 이 시기에 대한 대처방법을 이야기하는 책들이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기를 힘겹게 맞서고 있는 저에게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의 메시지는 분명히 바람직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으나 지금이 아니라 조금 더 나중에. 그러니까 이 시기를 이겨내고 난 이후에 하나하나씩 이루고 싶다는 생각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도 끝내 뿌리칠 수 없었습니다.
불황이 가져다주는 심리적인 압박감은 나 자신도 모르게 나를 초조하게 하고, 나를 쉬어가지도 못하게 옥죄고 있었다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인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이 책에서 인상적인 이야기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A : “살아오면서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입니다.”
B : “자네는 어떻게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말하는 거지? 자네가 결혼하던 날은? 설마 오늘보다 행복하지 않았다는 건 아니겠지?”
A :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영원히 결혼하던 그날을 기억 할 겁니다.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한 결혼이었거든요. 첫애가 태어나던 순간도 기억하고 있어요.”
B : “그것 보라고, 결혼이나 첫 아이 출산만큼 행복한 날이 어디 있어?”
“또 다른 수많은 아름다운 날들도 기억합니다. 분명히 그런 날들도 무척 행복했어요. 하지만 오늘처럼 좋았던 날은 없지요. 그날들 중 어떤 날도 단지 두 번째일 뿐이에요. 그 하루하루가 지금의 생활을 만들어주었습니다. 행복했던 날들이 모두 모여서 오늘을 만들어준 것이니 바로 오늘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날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