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의 연애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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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의 연애>의 프롤로그에 있는 한 단락이 나의 정신세계 속에 내재되어 있는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 어느 한 공간을 세차게 뒤흔들어 놓고야 말았다.

“존재했던 엄연하고 무거운 현실도, 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져버립니다. 그 반대로, 존재하지 않았던 일도 일단 기록되어버리면 존재했던 것으로 착각되어요.(중략) 기록은 기억의 확장이니까요.(중략) 결국 기록은 존재를 대신해요. 존재는 기록이 남아 있는 그 범위까지만 유효성을 가지죠. 그렇기 때문에 영리한 사람이라면 스스로 어떤 존재인지를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이 어떻게 기록되고 있는지 그 기록이 어떻게 유지될 것인지 신경 써야 할 것입니다.”

기록과 존재의 표출 => 영혼을 기록한다는 것

지은이의 관념으로 해석해봤을때 기록이라는 것은 존재를 드러내는 필연적인 조건이었다. 그리고 영혼의 이야기들을 기록하는 주인공 이진의 행위는 소설 속 세계의 존재. 즉 현실을 투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영혼의 기록. 그 속에는 여러 군상들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처음에는 이 영혼이라는 개념을 식스센스의 영혼처럼 죽은 사람의 영혼일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이현의 연애>의 영혼은 죽은 영혼이 아니라 삭막한 세상을 힘겹게 살아가는 불특정한 어느 누군가의 영혼이었다. 즉, 현실세계에 나와 같이 숨 쉬며 어딘가에서 함께 울고 웃는 사람들의 영혼이었다. 

대대로 먹고 살 재산을 벌어놓은 시아버지의 주식실패. 그로 인해서 겪게 되는 한 며느리의 고단한 삶. 돈이라는 장난감의 부작용이 가져온 가정파탄과 동시에 빚더미에 앉게 된 한 젊은이의 꺼지지 않는 허영심의 질주. 그리고 권력의 중심 그 한가운데에서 어느 하나 모자랄 것 없어 보이는 부총리의 가슴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는 그릇된 욕정의 씨앗들.

이 모든 이야기들이 <이현의 연애>에 담겨져있다. 정확하게 말해서 이현의 연애대상이었던 이진의 손끝을 통해 기록되고 우리에게 전달되며 전달된 우리들로 하여금 현 시대를 조명하도록 만든다. 소설 속의 대한민국일 수도 있고, 아니면 현재의 대한민국의 어두움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것을 판단하는 것은 이 글을 읽는 여러 사람의 몫일테다.

또 하나의 이야기. <이현의 연애>

사실 위에서 이야기한 기록과 존재. 그리고 영혼에 관한 이야기는 이 소설의 두 가지 주요부분 중에 하나일 뿐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관점은 바로 제목 그대로 <이현의 연애>에 관련한 연애론적인 이야기였다.

어린 나이에 품고 있던 이상형을 끝내 사랑할 수 있게 된 한 남자 이현. 그냥 이런 단순한 문장을 통해 강 넘어 불구경 하듯이 들여다본다면 이현이라는 남자는 엄청난 행운아일텐데, 이 소설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이현이라는 남자의 삶은 그렇게 기쁘지도 않은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불행할지 기쁠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아낌없이 쏟아 붓는 사랑. 그리고 그녀를 탐닉하는 그 순간. 그리고 그녀를 바라보는 남들의 시선들을 즐기는 그의 모습을 본다면 그는 분명 행복했을 것이다.

허나 그녀가 이현을 사랑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던 많은 날들은 다른 평범한 가정과는 사뭇 다른 둘 사이의 냉랭한 기류들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클라이맥스 부분에서 공개되었던 부총재의 영혼 속에 가두어져 있었던 이현의 모습은 그를 한없이 괴롭게 했고 분노케 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그의 행복과 절망은 마침표가 찍혀버리게 된다.

영혼을 기록하던 여인 이진은 그녀의 어머니와 같은 모습으로 사라져버렸다. 그의 분신만을 남편에게 떠넘겨버리고서 말이다. 과연 이현은 이런 현실에 어떻게 대처해나갈지 자못 궁금해진다. 그의 장인처럼 분노의 대상으로서 여길지. 아니면 아직까지 남아있는 사랑과 후회를 담아 키워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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