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여행자의 아내 1
오드리 니페네거 지음, 변용란 옮김 / 살림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로맨스의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은 뭐니뭐니해도 독자들을 충분히 흡수하도록 하는 매력적인 ‘구성의 3요소’인 것 같다. 왜냐하면 독자들은 현실에서의 지지부진한 연애에서 벗어나서 조금 더 치명적인 유혹에 몸을 맡기고자 ‘로맨스’를 외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가정에는 예외가 존재하지만 그래도 나는 인물, 사건, 배경이 주는 오묘한 매력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면에서 <시간 여행자의 아내>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충분히 우리들을 만족시킬 만한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제목에서 드러나는 것과 같이 이 소설은 ‘시간’이라는 절대 멈추거나 거꾸로 돌릴 수 없는 배경을 사건과 결합시켜 이리저리 제 멋대로 돌려가면서 우리들에게 재미를 선사한다.

나는 이런 시간의 조각들로 구성된 여러 사건들이 스스로 퍼즐 맞추듯이 올바른 자리에 끼워 맞춰지는 것을 즐기면서 독자 스스로 새롭게 정리해나가는 소설의 서술방식이 재미있었다. 이미 <유랑가족>이라는 책을 통해서 이와 유사한 방식의 전개를 가지는 이야기를 맛보았지만, 그 책은 인물을 가지고 퍼즐을 만들어 내었다면 이 책은 ‘시간’이라는 흐름을 통제하면서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다.

‘시간’이 주는 장치는 또한 주인공들 간의 결속력을 강화시켜준다고? 한번 생각해보자.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시간 사이로 다니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느낌이 들까? ‘신기하면서도 친해지고 싶지 않을까?’ 이처럼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책의 여주인공 ‘클레어’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갖는다.

게다가 6살 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악마인지 유령인지 모를 그 인물이 시간 간격을 통해 의도하지 않게 ‘클레어’의 애를 끓이는 그런 ‘밀고 당기기’(?)의 싸움은 보는 이로 하여금 ‘연애의 정석’이 무엇인가? 에 대한 깨달음까지 제공해 준다. 

항상 어린 ‘클레어’ 앞에 모습을 드러냈던 ‘헨리’는 삶의 깨달음을 먼저 맛본 어른이었고, ‘클레어’가 미처 알지 못한 미지의 세계를 많이 알려준다. 어쩌면 우리들이 이야기하는 멘토가 바로 그였을 수도 있다. 마음 놓고 대화할 수 있는 사람이 없던 상황에서 한 번씩 나타나는 ‘헨리’의 존재는 그녀에게 크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클레어’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헨리’는 그 위기의 근원을 철저히 응징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인물로도 설명된다.

하지만 이런 시간 장치를 사용하면서도 전체적인 사건의 틀은 깨부수지 않는다. 과거의 사건을 바꿔놓아 미래를 다른 세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백투더퓨처’와는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 책은 모든 사건은 일어나게 되기 마련이며, 내가 무슨 일을 하더라도 그것은 어쩔 수 없다는 ‘결정론적 시각’을 많이 드러낸다.

그렇기 때문에 신과 교회가 이 책에서 자주 등장하는 공간적인 배경에 밀접하게 연관되어있고, 특히 크리스마스와 연관된 날은 ‘헨리’에게는 어머니를 잃은 날로 표현된다. 그리고 이런 비극적인 크리스마스는 ‘결혼을 승낙받기 위한 ‘클레어’의 가족과의 만남처럼 기쁨의 날로 사용되기도 한다.  

<시간 여행자의 아내 1>에서는 어떤 복선이 희미하게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미래의 ‘헨리’와 현재의 ‘헨리’와의 차이점으로 설명할 수 있는 약간의 질투심이다. ‘클레어’가 ‘헨리’와 결혼을 하기 전. 아니 그녀의 과거에 만났던 모든 여러 나이대의 ‘헨리’는 현재의 ‘헨리’ 보다는 훨씬 보는 시각이 넓은 어른이다. 하지만 현재의 ‘헨리’는 책에서 지켜본 바에 의하면 문란한 행위를 즐긴 듯 하고, 한 여자를 버린 이기적인 인간인 것도 같다.

“클레어는 마래의 나와 지내는 걸 더 좋아한다는 느낌이 든다. 아무래도 둘이 서로를 더 잘 알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또 그 생각을 하면 나는 어쩐지 맥이 빠진다.” (238쪽)

“나이를 먹은 나는 좀 더 마르고 좀 더 지쳐 있으며, 좀 더 단단하고 안정돼 보인다. 하지만 나와 함께 있으면 그는 거드름을 피울 수밖에 없다. 그는 나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데 나는 기껏해야 묵묵히 그가 하라는 대로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239쪽)

이런 현재의 ‘헨리’가 미래의 ‘헨리’를 질투하는 모습은 책에서 잠깐 내비치는데, <시간 여행자의 아내 1>권에서는 이런 모습을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별거 아닌 것과도 같이 흘러가는 것처럼 희미하게 구성시키고, 우선은 독자들이 비현실적인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순조롭게 결혼에 골인하는 ‘헨리’와 ‘클레어’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마도 1권의 내용들은 몸 풀기 정도가 아닐까 지레짐작하면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2권의 페이지를 넘겨본다. 나는 2권의 50쪽도 읽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결혼을 하고 난 이후에 서로에 대해서 적응하는 과정이 재미있는 것 같다. 어떤 반전이 숨어있을까? 미래를 알 수 없는 과거의 ‘헨리’가 미래의 ‘헨리’를 질투하는 것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나 역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시간 여행자의 아내2>를 질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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