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둑 - 한 공부꾼의 자기 이야기
장회익 지음 / 생각의나무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공부도둑>을 쓰신 장회익 교수님의 이름 석 자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최무영의 물리학 강의>라는 책에서 그가 쓴 추천사를 보고서였다. 추천의 글을 보면서 내가 느낌 소감은 도저히 물리학자 같지 않은 부드러운 문체가 인상적이었다. 

 “물리학의 내용을 마음대로 반죽하여 원하는 형태로 변형해내는 마술가적 소양이 필요하다.”

나는 추천사의 많은 문장 중에서도 특히, 그 한 문장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본 결과 이 분이 물리학 한 분야에만 얽매이지 않고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저술 활동을 하신 것을 알게 되었고,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의 발끝이라도 따라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차에 <공부도둑>이라는 책을 펼쳐들게 되었다.

<공부도둑>. 이 책을 간단하게 평하자면, 그의 자서전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을 "전 우주의 학문창고에 들어가 학문의 정수만을 훔치고 싶은 ‘공부도둑’이고 싶다"는 말을 책에서 수차례 연급하기 때문이다. 즉, 장회익이란 물리학자는 ‘공부도둑’이기에 ‘공부도둑’이라는 제목 그 자체가 장회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책을 일독해보시면 장회익 교수님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게되어서 아시겠지만 만약 이 책을 프랭클린 자서전을 ‘장회익 자서전’이라 제목을 지으면 아마도 그의 모습으로 판단해보건데 손발이 오그라들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는 겸손하게 자신의 자서전을 <공부도둑>이라고 이름 지은 것이라 할 수 있겠다.(사실 그가 쉽게 관문들을 통과했다는 이야기를 접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우와 천재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됨을 알 수도 있다.)

이 책에는 그의 생애에 걸친 많은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동시에 공부에 관한 그의 철학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비록 전공분야는 다르지만 나 역시 더 많은 학문에 목마름을 느끼는 후학의 한사람으로서 책에 등장하는 이야기들 중에서 그의 공부론을 집중적으로 탐독해나갔다.

학문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것인가?

“너무 상심하지 말고 잘해보아라. 삼씨는 삼밭에 떨어지면 인삼이 되지만, 더 척박한 산에 떨어지면 산삼이 된다는 거 명심해 두어라.” (48쪽)

어쩌면 이 문장 하나가 <공부도둑>에서 이야기하는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넘어가는 그 시절. 할아버지의 압력에 의해서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그는 이 2년의 시기동안 좌절하지 않았고 제도권의 학교 교육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공부법을 깨우치는 산삼으로 자리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삼는다.

그리고 또 하나 그가 공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하나 있다.

“옛날에 어떤 아이가 살았는데, 우연히 만난 도인이 책을 한권 주면서, 이 책을 다 읽으면 ‘도’에 이르게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동굴에 틀어박혀 책을 읽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이 책을 다 읽지 못하면 읽은 것이 전부 무효가 되는지라 몽땅 읽어야만 했는데, 아이의 단짝 친구였던 여우가 자꾸 나와서 놀자고 졸라서 결국, 마지막 한 장을 남겨놓고 나와 버렸다고 한다.” (63~66쪽 요약)

저자는 이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주면서 우리가 가야할 길은 동굴 속에서 책을 읽는 것과 같은 외로운 싸움이고, 외부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달해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부모님들의 책 읽는 습관을 이야기해주면서 자연스레 책과 친해질 수 있었다고 우리에게 고백하고 있는데, 이글을 읽는 우리들은 반드시 명심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해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이런 이야기는 많은 교육에 관련된 책에서 등장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즉, 자녀가 어떤 것을 못하게 하려면 부모가 솔선수범해야 한다는 이야기인 것이다.

장회익 교수의 부모님은 모두 책을 가까이 하신 분들이었는데, 특히나 그의 아버지는 책을 읽다가 재미있는 부분을 보면 그 대목에서 읽는 것을 멈추었다고 한다. 그의 어머니가 궁금증을 느껴 그렇게 왜 하느냐며 이유를 물어보니 아버지는 “그래야 다음번에 책을 펴볼 마음이 생길 것이 아닌가?” 라며 지나친 재미를 추구하면 금방 싫증이 나기 때문에 재미있는 마음을 유지하는 법을 알려주었다고 했다. 

<공부도둑>이 나에게 준 것

이 책은 학문의 전 분야에 걸친 그의 나름대로의 견해를 드러내고 있는 책이다. 간략히 말한다면 초등학교의 경쟁 체제를 부추기는 여러 가지 제도에 대한 반대 입장을 가지고 있는 그의 시각이 드러난다. 그리고 교육자가 가져야할 바람직한 덕목에 관해서도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나에게 있어서는 159페이지의 다음 구절이 제일 마음에 깊이 박혔는데, 그 구절을 고스란히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물리학 전체에 대해, 그리고 이와 연결해 개별과목에 대해 그것이 담고 있는 핵심적 내용이 무엇일까를 깊이 생각하고 그 잠정적 결론을 자기 언어로 서술하라. 그리고 학습이 진행되는 대로 이것에 대한 수정ㆍ보완을 수행해 나가되 그 핵심은 반드시 유지하라. 이렇게 할 경우 설혹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더라도 핵심은 항상 파악할 수 있으며 이것만으로도 최소한의 학점관리를 해나갈 수 있다."(159쪽)

즉, 자기언어로 서술하고 자기가 자기를 납득시킬 수 있는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아마도 내가 이렇게 서평을 쓰는 이유도 책속에 들어있는 가르침을 나만의 언어로 간직하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자기언어'가 암시하는 것은 나중에 선생님이 되어 남을 가르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시켜 볼 수 있다. “누가 이렇게 했다”는 간접적인 교육법에 얽매여 밑줄만 치게 하는 방법에서 벗어나서 가르치는 사람이 그 내용을 정확히 인지하여 배우는 사람에게 알기 쉽게 가르치는 것이 요구될 것이다.

위대한 물리학 발견자가 모든 이해를 하지 않고 있고 후학이 그 이론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데, 아직까지 우리는 발견자의 서술 방식을 따르고 있는 것에 대하여 상당히 우려를 표하면서 저자가 그의 나름대로의 언어로 만들어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우리에게 간략하게나마 설명해주는데, 4차원적 공간을 동일한 조건을 가진 변수로 생각하고, 시간 개념에 해당하는 w를 시간과 공간 변수의 곱으로 표현한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보통 우리가 4차원의 시공간을 생각할 때, 가장 힘들었던 것이 시간을 그냥 적용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려울 때가 많은데, 저자는 깔끔하게 위치상의 같은 조건을 가진 시공간 차원을 시간과 공간 변수의 곱으로 적용해 설명하니 아직도 추상적이긴 하지만 이해는 훨씬 간단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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