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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라는 돛을 활짝 내보이는 이 책은 <공부>라는 제목을 가지고 있다. 솔직히 처음 이 책을 알게 되었을 때는 <공부>라는 제목 때문에 독서일기 시리즈로 유명한 장정일 씨가 일반인들에게 자신의 독서법을 공개해 주는 책이 아닐까 싶어서 덜컥 구입했지만 실상을 접하고 난 뒤에 나는 완전히 헛다리를 짚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왜 그는 이 책의 제목을 <공부>라고 이름 지었을까? 그 이유는 <장정일의 공부>는 저자가 수많은 책을 탐독하면서 얻은 지식과 더불어 그만의 생각이 혼합된 단 하나밖에 없는 독서와 사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공부>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 라는 의미로서의 <공부>라고 생각한다.
그는 서문에서 공부를 하는 이유는 무지를 극복하기 위함임을 말하면서 지금껏 중용을 취하는 자세가 학식있고 점잖은 사람이라면 마땅히 취해야 하는 자세인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었다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가 ‘중용의 사람’이 되고자 했던 노력은, 우리 사회의 가치를 내면화하고자 했기 때문도 맞지만, 실제로는 무식하고 무지하기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렇다. 어떤 사안에서든 그저 중립이나 중용만 취하고 있으면 무지가 드러나지 않을 뿐 더러, 원만한 인격의 소유자로까지 떠받들어야 한다. 나의 중용은 나의 무지였다. (5쪽)
이럴수가……. 나는 이 문장을 보는 즉시 지난번에 내가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이라는 책을 읽고 나의 무지함을 사람들에게 폭로하면서 썼던 글이 뇌리 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것을 또 다시 끄집어내어 비교해보았다.
나는 가만히 있으면서 이등을 하는 사람보다는 이의를 제기하고 모르는 것은 끝까지 질문하고 설사 그것이 틀리더라도 엉뚱한 대답을 하면서 꼴찌가 되고 싶다. 그래서 밑바닥부터 하나하나 알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끝내는 일등이 못되더라도 이 사람은 결코 꼴찌는 되지 않을 것이 아닌가?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중용을 지키려고 했던 자신의 행위가 무지에서 온 결과라는 의미심장한 발언과 나의 생각이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즉, 자신이 아는 사람이거나 몰라도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알거나 혹은 모르는 쪽’에 서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만 중용을 추구하는 사람은 무지함이 드러나기 원치 않기 때문에 조용히 남는다는 것이다.
나는 이와 같은 이유로 인해 이 사람은 나와 비슷한 사람일 거라는 들뜬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그 마음을 품으면서 책을 읽어내려 갔다. 하지만 책 속에 들어있는 내용은 그리 호락호락한 내용들이 아니었다. 서문의 또 다른 글에서 저자는 “원래 공부는 ‘내가 조금 하고’ 그 다음에는 ‘당신이 하는 것’이라고 하더니……. 그런 말을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나는 책을 통해서 그가 이야기 하는 372페이지 분량의 지식들에 대하여 그저 읽고 생각하면서 그것들을 받아들이는데 급급한 내 모습에 만족해야 했고 그래도 이해를 해나갈 수 있음에 ‘그 동안 마구잡이로 독서를 했던 것이 아주 그른 것은 아니었구나’ 하고 감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가 이 책을 쓰면서 하나의 주제에 집중하여 주제와 관련된 여러 권의 저서를 읽고 그것을 토대로 책 한권에 대한 서평이 아니라 책들이 목표로 하는 단 하나의 주제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내리는 서평들을 보면서 마구잡이로 읽어나가고 있는 내가 가장 시정해야 할 점이 아닐까 자문해보았다.
그렇게 이 책은 그 안에 인용된 내가 찾아서 기록한 것 만해도 66권이나 되는 책을 통해서 우리나라의 현재와 근대화의 역사에 대해서 성찰하고, 뿐만 아니라 미국의 과거와 미래를 조명하고, 유럽의 과거(절대왕정, 나치즘)와 우리나라의 근대화(이승만, 박정희)를 연관짓고 있으며, 유럽과 동양의 철학적 기원에 대하여 생각해보고 있었다.
공부는 이어하는 것이라면서 그는 우리들에게 자신이 이야기 한 책의 내용과 우리가 스스로 학습한 결과를 비교해보라고 요구한다. 아니 비교하기 보다는 그의 생각을 참고하면서 스스로 관련 주제와 책들을 읽고 그것에 관해 확실한 입장을 정리해보라는 것이었다.
나는 보통 책에서 등장하는 저서들은 그냥 포털사이트의 위시리스트에 담아버리고 생각이 날 때마다 찾아내서 읽었는데 이 책에 관련된 책들은 그렇게 하면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장정일의 공부>연계 리스트를 따로 만들어서 관리하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리스트에 담겨 있는 책들을 하나씩 읽어볼 생각이다. 그가 주문했기 때문에 읽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 책의 내용이 궁금하고 재미있을 것 같다. 난 원래 누가 시키면 죽어라고 안하는 성격인데, 이번에는 조금 다를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