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엘리베이터 살림 펀픽션 1
기노시타 한타 지음, 김소영 옮김 / 살림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준, 큰일 났어! 배가 무지막지하게 아파’


오! 이런. 이것은 우리의 주인공 오가와 준에게 갑자기 들려온 임신 중인 아내의 다급한 목소리였다. 그런데 그 목소리는 그가 아내 몰래 불륜을 저지르고 있던 상황에서 벌어졌고, 불륜을 끝낼 준비도 하지 못한 그에게 일종의 패닉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그는 지금 내연녀와 같이 있는 상태.


하지만 오가와는 대개의 못난 남편들과 전혀 다를 바 없이 부리나케 아내에게 달려갔고, 그가 내연녀보다 사랑하는 것은 아내라고 마음속으로 외치고 있지만, 저자는 불륜을 저지르는 오가와를 곱게 놔주지 않았다.


그래서 오가와에게 닥친 고난은 생의 마지막과 같이 잔혹하다.


아내에게 가던 중 정신을 잃어 엘리베이터에서 쓰러진 오가와, 그가 눈을 떴을 땐 비호감 3인방이 그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 비호감 3인방은 갇혀있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전혀 나갈 생각이 없는지 장난질만 치고 있고, 심심하다며 진실게임을 하면서 자기네들이 방화, 유괴, 강간을 했다고 스스럼없이 말해버린다.


그리고는 전혀 밝히고 싶지 않은 오가와의 이야기가 무엇이냐며 닦달한다. 그리고 오가와는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불륜사실을 털어놓게 되는데……. 그리고 아내에게 용서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는데…….


그때 갑자기 들려오는 사라졌던 손목시계의 알람소리.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느낀 오가와. 과연 그 이후에는 어떻게 전개될까?


이런 추리물의 서평을 쓰기는 참 어렵기만 하다. 자칫 잘못하면 스포일러로 낙인찍히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포일러는 이쯤에서!!! 마치고 서평을 보시는 분들이 직접 책 속으로 빠져 들어가 보시길 바란다.


나는 마지막장을 덮는 순간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프롤로그를 다시 펼쳐드는 순간 묘한 연관성에 다시 한 번 책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이 책은 한마디로 주도면밀했다. 작가가 인물의 묘사로 사용된 각종 도구와 방법들이 전부다 연관성을 가지고 있었다니……. 비호감 3인방은 가끔씩 키킥 거리기도 했고, 호모 같은 웃음소리를 내기도 했는데, 나는 처음에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거나 독자들에게 그들의 비호감을 더 실감나게 묘사하는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그것 말고도 또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니…….


나는 책 전체에 걸쳐 치밀하게 구성된 이야기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물론 불륜을 저지르게 되면 불행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권선징악적 요소도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나는 대사와 행동이 주를 이루고 있는 인물묘사와 사건전개가 훨씬 더 맛이 있었다. 과연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이 책을 맛볼지 궁금하다.


당신에게 이 책은 무슨 맛이었나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