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이정표 도난사건
이세벽 지음 / 굿북(GoodBook)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7년 전 엄마와 이별하게 되었지만 엄마를 다시 만날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철수. 시민의 편에 서서 항상 공정한 판결을 내리기 위해 애쓰고 있는 부장판사. 이들이 꿈과 희망의 발전소를 찾아서 떠나는 판타지 어드벤처라고 이 책을 평가하기엔 솔직히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이 책의 저자의 이야기부터 하고자 한다. 이 책을 쓴 지은이의 소개글을 보면 여러 권의 저작을 남겼다고 나와 있는데, 검색을 통해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죽음대역배우 모리>는 2008년 3월 7일에 발간되었고, <검정풍뎅이1,2>는 같은 해 6월 17일에 발간되었으며, <사랑 그리고 꽃들의 자살>은 10월 29일에 발간되었으며, 이 책은 올해 3월 9일에 발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대략 다음 작품 사이의 공백기가 3~4개월밖에 되지 않는 엄청난 스피드로 작품을 출간해낸 것이다. 작품구상을 이미 여러 가지 해놓았다고 하더라도 장편소설 한권에 들어가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았나. 의문을 제기해본다. 어떤 분은 몇번의 수정을 거쳐서 낸다고 하는데 이 책은 전혀 수정되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마치 생것을 먹는 듯한 비릿한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은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 라는 말처럼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흡입력이 있는 것에 비해서 구성과 내용전개는 정말 형편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를 비판하고자 하는 책들은 이미 많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래도 제목이 주는 이정표를 도난 했다는 사건으로 비유했다는 점이 괜찮은 것 같아서 읽어보게 되었는데, 글쎄…….




우선 철수와 부장판사가 만나게 되는 개연성이 전혀 없다. 갑자기 한 챕터가 넘어가면 철수와 부장판사가 같이 행동하고 있다. 그리고 그뿐이 아니다. 꿈인지 사실인지 모르는 부장판사의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서 등장하는 복선인 돼지고기를 썰다 손가락이 베이는 사건을 위해 24페이지나 할애하고 있다. 그런데 이 24페이지가 이 책에서 의미하는 것은 이 책의 결말보다 많은 페이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선묘사에 신이나서 전후를 판단하지 못했던 것일까?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손가락이 베이는 장면을 묘사하는 것이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했을까? 내 생각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 장면의 묘사보다 다음에 등장하는 사건인 돈을 놓고 싸움을 벌이는 가족들을 통해서 돈에 대한 경고가 훨씬 중요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뿐만 아니다. 이 책의 악의 근원인 황금쥐는 알지 못할 욕구로 인해서 지하철의 이정표를 탐내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먹어치우는데, 그행위는 한참이 지나서 황금쥐가 지하세계 건설의 일환이라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변신한다.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먹어치운 다잖아요~ 그러니까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 그러는 거겠죠.” 이런 식으로 작가가 두루 뭉실 던져놓은 것에 낚이지 말자.




그뿐이랴 중간(123p)에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던 내용이 갑자기 등장하고, 우체통이 철수에게 신신당부 하면서 비밀로 하라는 진실이 전혀 입싸보이지 않게 서술되어 왔던 주인공 철수가 어이없이 뱉어버리고, 철수가 황금쥐의 손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자 180도 변신하는 부장판사(책 후반부에 그 이유가 밝혀지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 결말 부분이 24페이지 보다 적다고 말했는데, 아마 결말을 보시면 내가 왜 이 책을 읽었나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236페이지에는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우리에게 이야기 하고자 하는 내용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아마도 저자는 작년의 세계금융위기를 보면서 이 책을 짓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지만 아무리 소재가 우리에게 적절한 것이라도 이렇게 시대에 편승하고자 하는 책에는 절대 인정을 베풀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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