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 와인 환상문학전집 13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조애리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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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이라 함은 유아기, 소년기, 청소년기 어떤 책은 어른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총망라한 것이 성장소설이라고 생각했었고, 그렇게 구성되어야지 이야기가 흐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은 단지 1년 남짓한 시간만으로도 충분히 성장소설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가장 최근에 읽은 성장소설인 연을쫒는아이와 비교해보면 연을쫒는아이는 아미르의 어린 시절에 안게 된 마음의 짐을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벗어날 수 있게 되는데, 민들레와인은 12살인 더글라스 스폴딩의 경험들과 그때 느끼는 감정들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처음에 SF의 거장이라는 지은이의 약력과 몽환적으로 시작하는 분위기 때문에 이 소설의 내용을 자칫하면 오해할 뻔했으나 계속 읽어나가다 보니 여러 에피소드로 구성된 성장소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각각의 에피소드에 감정을 이입하여 읽게되었다.




더글라스 그리고 그의 동생 톰은 그들이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들을 어른들은 모른다고 생각하고  그들 나름대로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하는 기상천외한 생각들을 가지게 되는데, 프리라이 대령이 가진 옛 기억을 타임머신에 비유하고, 벤틀리 부인을 보고는 10살 때가 없다고 단정해버리고,  1센트를 넣으면 작동하는 게임기 속에 들어있는 타로마녀를 구출하고자 하는 에피소드들에서 ‘아 저자는 어릴 때 저런 특이한 생각을 했었구나.’ 라고 느끼면서 내가 어릴 때 경험했던 재미있는 기억인 해와 구름이 나만 비추고 아무리 도망가려해도 벗어날 수 없어서 계속 도망쳤던 행동이 생각났다.




또 더글라스의 친구인 존 허프와의 작별 장면에서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어서 발버둥치는 더글라스의 모습에서 같이 슬퍼하고, 더글라스의 증조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더글라스가 느낀, 사람은 결국 죽는다는 진실……. 그리고 행복기계와 같은 기계들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결코 그들에게 의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되어 슬퍼하는 그를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았다. 




그렇게 인간은 언젠가는 죽는다 그러니 자신도 죽을것이라는 좌절감은 더글라스는를 약하게 만들어 몸져 눕게하고, 고물장수 조너스의 도움으로 회복하게 되어, 더글라스는  조너스의 은혜를 다른 사람에게 베풀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그의 할머니를 도우려다가 우연히 ‘즐겨라’라는 교훈을 얻게 된다.




한 여름동안의 많은 일들이 지나가고 그와 같은 시간이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상실감에 젖게 된다. 그러나 여름동안 담가놓았던 민들레 와인에 붙은 숫자로 여름의 사건들을 다시 추억하고 이 민들레 와인이 사라질 때까지 와인 병에 붙은 번호를 매개체로 지난 추억을 잊기 않도록 다짐하면서 이 책은 마무리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12살 시절에 어떤 생각을 하면서 생활했나? 그리고 더글라스처럼 12살 되던 겨울에 외할머니를 떠나보내면서 죽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었나? 그 시절로 잠시 돌아가 보았다. 그랬더니 더글라스처럼 많은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 시절에 많은 기억들이 떠올랐고 그로인해 한순간이나마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소설은 여름에 일어난 일들로 구성되었으나 피어나는 꽃들처럼 어린시절의 추억들을 생각해보고 싶다면 겨울을 지나 만물이 생동하는 봄, 바로 지금 이 시점에 한번 읽어보면서 어린시절의 나를 그리고 나의 엉뚱함들을 추억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고 보니 갑자기 궁금해진다. 여러분은 더글라스의 민들레와인처럼 옛 기억을 추억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있는지... 그것이 사진기에 찍힌 사진인지... 아니면 각자 소중한 무엇인가가 있는지...

 

인상깊은 구절

6월의 새벽, 7월의 정오, 8월의 저녁이 끝나가고 끝났으며 영원히 사라졌다. 그의 머릿속에 느낌만 남긴 채, 이제 가을 전체가, 하얀 겨울이, 시원한 초록빛 봄이 지난여름을 결산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그가 잊더라도 민들레 와인은 창고에 있을 것이다. 큰 글씨로 번호 매겨진 나날을 간직한 채, 그는 종종 창고에 가서 더 이상 볼 수 없을 때까지 태양을 들여다보고, 눈을 감은 후 타 버린 부분을 생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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