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딜런 자서전 - 바람만이 아는 대답
밥 딜런 지음, 양은모 옮김 / 문학세계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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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람만이 아는 대답> 이 책은 그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던 2016년에 읽기 시작했다. 대중가수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사건. 그의 노랫말에 담겨있는 저항 시인 홍보전략에 포인트를 두고 책을 읽었다가 그렇지 않은 부분(?)에 실망하고, 몇 년 뒤에 다시 읽어보자 해서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가 내려놓고, 올해 들어와서 다시 읽어봐야지 이런 짓을 반복하다가 2023년 여름에 와서야 완독을 하게 되었다.

4. 책을 다 읽은 뒤에 느낀 생각은 시간순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형식이 아니라서 모든 구조를 읽어내기가 힘들었다는 점이다. 음악에 굉장한 관심 혹은 밥 딜런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사전 지식이 있다면 다른 이야기일 테지만 궁금증 하나만 가지고 이 책을 읽는다면 어느 정도는 포기해야 할 것이다.

밥 딜런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일생과 경험을 다양한 에피소드와 이야기들을 통해 풀어나가며, 그의 음악적 영감과 창작 과정, 그리고 그가 겪은 다양한 사건들에 대해 매우 솔직하게 털어놓는데 개인적으로는 그중에서 몇 가지 깨달음을 잠언처럼 가져오는 정도면 처음 읽는 독자로서는 충분한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다.

5.

나는 실제로 눈물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눈으로 어슴푸레한 안개를 응시하며 지적인 몽롱함 속에 떠도는 노래를 작곡하는 포크 뮤지션 이상의 사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엉뚱한 일들이 일어나서 나를 괴롭히고 있었다. 나는 기적을 일으키는 설교자가 아니었다. 이 상황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것이었다.

p.128

시위자들은 우리 집을 찾아냈고 노래를 부르고 고함을 치면서 집 앞을 오르락내리락 행진했다. 그들은 내게 이 시대의 양심으로서의 임무를 회피하지 말고, 밖으로 나와서 그들을 어디론가 인도하라고 요구했다.

p.130

내 가사가 멋대로 추정되고, 그 의미가 논쟁에 휘말려 타락하고, 내가 반군의 대형, 저항운동의 대사제, 비국교도의 총책, 불순종의 대가, 식객의 리더, 배교의 황제, 무정부 상태의 대주교, 얼빠진 사나이로 공식 선정된 것에 진저리가 났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인가? 아무튼 사람들은 끔찍한 호칭들을 붙이고 싶어 한다. 모두가 무법자를 암시하는 말들이었다.

p.132

개인적으로는 6년 전에 책을 읽다가 책을 덮게 된 결정적인 이유였기 때문에 실망한 부분을 가져온다. 자신이 쓴 노래(그를 저항 시인으로 불리게 만들고 시대의 양심으로 만든 그 노래들) 가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되었거나 의도한 것보다 훨씬 과도하게 해석되었다. 밥 딜런은 그 노래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세상을 바꿀 리더로서 역할을 해내라는 기대를 받고 있었지만 그는 이러한 과도한 관심에 진저리를 친다.

사람들로부터 저항운동의 왕자로 추앙되었지만 진저리를 친 그는 저항 시인으로 불렸지만 과도하게 부풀려진 사람이었다. 예술보다 삶이 중요했고, 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은 가족이 휴식할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었다.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당신의 자유를 단단히 지켜내야 하는 것이 더욱 중요했다.

사실 곱씹어 보면 밥 딜런이 맞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나 또한 한 명의 시위자가 되어 밥 딜런이 절대적인 해결사가 되어주기만을 바랬다. 한 마디로 생떼를 부린 것이다. 아마 몇 년 전에 글을 썼더라면 시위대의 역할에 충실하여 왜 그가 상을 받아야 했는가 역정을 냈을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점은 이러한 거부감을 밥 딜런의 겸손으로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여겨진다. 실제로 밥 딜런은 그에게 집중되는 과도한 현상에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보인다.

나 역시 그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그를 높은 위치에 올려놓고, 저항 시인의 어떤 것을 기대한 것은 오독의 하나로서 반성한다.

6. 이런 고민으로 책을 어떻게 읽어내야 하나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망설였는데 책의 말미에 이르러서야 이 고민에 대한 답이 나왔다.

포크송들은 삶의 진실이 애매하고, 삶은 다소 거짓이라고 얼버무린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그것을 원한다. 다른 방법으로 편안한 삶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포크송은 천 개의 얼굴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연주하려면 그들 모두를 만나야 한다. 포크송은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고, 연주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에 따라 순간적으로 다르게 보일 수 있다.

p.82

나는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이기적인 생각으로부터 자신을 풀어주어야 한다는 존슨과 우디의 열광적인 노조 회합의 설교와 <해적 제니>의 구조를 가지고 순조롭게 앞으로 나갔다.

p.302

길 바깥은 위험했고, 그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몰랐지만 나는 아무튼 그 길을 따라갔다. 앞에는 번개를 가진 검은 구름이 잔뜩 낀 이상한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오해하고 생각을 바꾸지 않았으나 나는 곧장 그리로 갔고 그 안은 활짝 열려 있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 세계는 신이 주관하지도 않았지만 악마가 주관하는 것도 아니었다.

p.311

그에게 있어서 소명(calling)이었던 포크뮤직. 자신의 모든 것이었던 포크뮤직을 단단하게 담금질하기 위해서 도움을 받았던 스승의 의지를 이어받아 앞으로 묵묵히 걸어갔다. 그 결과 만들어진 그의 노래와 가사는 시위대의 기대처럼 저항시인의 왕자로서 무언가를 해내겠다고. 사회를 변혁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만들어낸 것들이 아니라 길을 걸으며 체득하고 느낀 그 자체였으며 위험한 길을 내디뎠던 발자국이었다.

밥 딜런이 마주친 1960년대의 미국 사회는 곪아왔던 여러 계층의 갈등이 표출하면서 그의 표현대로 '길 바깥은 위험했다.' 그렇지만 그는 얼마나 위험한지 어떻게 위험한지 몰랐지만 그의 앞에 놓여있는 길을 따라서 묵묵히 걸어갔다. 그냥 걸어갔다.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의 작품은 스승들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사회의 갈등을 투과하는 매개체였으며 이 결과가 많은 사람에게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은 매개체의 특성이 시대정신과 부합했다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작품을 탄생시켰을 당시 매개체에겐 지지자와 대중매체는 없었다.

한 사람의 인간과 그의 앞에 놓여있는 위험한 길이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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