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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실험 10장면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증열 옮김 / 에코의서재 / 2005년 7월
평점 :
제목을 잊어버려 어렵게, 어렵게 구했던 책.
세상을 뒤바꾼 위대한 심리 실험 10장면 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를 연구하는 실험 하나하나는 정말 드라마틱하다.
1. 인간은 주무르는 대로 만들어진다
B. F. 스키너의 보상과 처벌에 관한 행동주의 이론
고양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돼지에게 진공청소기를 밀게하는 것도 가능할까?
어떤 행동에 대한 보상을 하면 강화되고, 처벌을 하면 소멸된다.
자라서 데보라는 자살했다고 알려졌다. 스키너 박사에 대한 미스테리들이 하나둘씩 풀린다.
2. 사람은 왜 불합리한 권위 앞에 복종하는가? * 가장 무서웠던 챕터
스탠리 밀그램의 충격 기계와 권위에 대한 복종
왜 그 많은 지식인들과 과학자들은 나치의 명령에 복종할 수 밖에 없었는가?
그건 인간의 성격이 아니라 상황에 달려있었다.
나도, 당신도, 종교인도, 스님도, 신부도, 수녀도 복종할 수 밖에 없다.
신뢰하는 사람이 명령을 내리면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사실 앞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3. 엽기 살인 사건과 침묵한 38명의 증인들
달리와 라타네의 사회적 신호와 방관자 효과
38명의 살인 목격자는 왜 신고조차 하지 않았나?
새벽 3시 한여성이 1시간에 걸쳐 살인을 당하며 도움을 외쳤지만
그걸 목격한 사람들은 아무도 신고하지 않았다.
나 혼자 목격했다면 나에게만 책임이 돌아오겠지만,
목격한 사람이 많아질 수록 책임은 나뉘어진다.
인간이란 존재는 대열을 무너뜨리느니 차라리 목숨을 내놓는 존재이다.
생존보다 사회적 예절을 더 중시할때도 있다.
딴사람이 중요하게 생각치 않는 것은 나에게도 별로 중요치 않다.
4. 사랑의 본질에 관한 실험
해리 할로의 애착 심리학
아이는 어떻게 내가 사랑하는지 알 수 있을까?
아이가 사랑을 기억하는 것은 시각이 아니라 촉각에 의해서다.
하지만 촉각만으로는 안되고 같이 움직이고, 같이 놀아주어야 한다.
스킨십, 움직임, 놀이, 이 세가지를 제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영장류에게 필요한 모든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스키너가 말한 강화와 처벌이 아니라
스킨십, 움직임, 놀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5. 마음 잠재우는 법
레온 페스팅거의 인지 부조화 이론
이광수, 최남선 같은 천재들이 왜 변절 후 적극적인 친일파가 되었는가?
1992년 휴거를 믿었던 사람들은 어떻게 자신을 정당화하는가?
인간은 마음 속에서 양립 불가능한 생각들이 심리적 대립을 일으킬 때,
자신의 믿음에 맞춰 행동을 바꾸기보다는 행동에 따라 믿음을 조정한다.
내 행동에 대한 100만가지의 합리화는 지금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6. 제정신으로 정신 병원 들어가기
데이비드 로젠한의 정신 진단 타당성에 관한 실험
정신과 의사들은 가짜 환자들을 구별해낼 수 있을까?
데이비드 로젠한이 보낸 가짜 환자들은 한명을 제외한 전원이 정신분열 진단을 받는다.
안타깝게도 의사들은 제대로 구별해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정상인도 얼마든지 정신병자가 될 수가 있다.
정신과 의사들의 매뉴얼인 DSM은 이 사건으로 DSM3로 업데이트되었다.
7. 약물 중독은 약의 문제인가, 사회의 문제인가?
브루스 알렉산더의 마약 중독 실험
마약을 먹으면 진짜로 영화에서처럼 중독이 될까?
한 번 복용하면 영원히 중독에서 헤어나올 수 없을까?
브루스 알렉산더 박사는 어떤 약물도 '본질적으로' 중독성이 없다고 말한다.
역사적으로 아편이 법적으로 허용될 당시에도 마약 중독자의 비율은 전 인구의 1퍼센트 수준으로 꾸준히 유지되었다.
치료용으로 다량의 몰핀을 맞았던 환자들은 고통이 해결되자 자연스럽게 약물을 끊을 수 있었다.
베트남 전쟁에서 헤로인에 중독된 군인의 90퍼센트가 집으로 돌아와서 간단하게 약의 복용을 중단했다.
그는 쥐가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한 이른바 '쥐공원 실험'을 통해
쥐들이 살기좋은 환경에서는 모르핀 같은 약물을 섭취하지 않는 것을 증명했다.
중독자들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환경을 개선해주면 되겠지만,
인간세상은 공원이 아니다. 그게 문제다.
8. 우리가 기억하는 기억은 진짜 기억인가?
엘리자베스 로프터스의 가짜 기억 이식 실험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기억하는가?
'사람들에게 어릴 때 길을 잃었다는 거짓 기억을 심어주자 그들은 그것을 진짜 기억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세세하게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꼭 경험했던 것처럼.'
지금 기억나는 것들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기억은 믿기 힘든 것이다.
9. 기억력주식회사
기억 메커니즘을 밝혀낸 에릭 칸델의 해삼 실험
머리에서 기억을 담고 있는 부분은 어디일까?
에릭 칸델 박사는 헨리라는 환자의 뇌에서 해마부분을 은빛빨대로 빨아내버렸다.(뇌에는 신경이 없어서 수술해도 아프지 않다.)
그는 예전 기억은 가지고 있었지만, 이제 기억을 만들 수 없었다. 보고 돌아서면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해삼 실험을 통해서, 엄마의 얼굴이나 예전 대통령 같은 그의 예전 기억은
크렙(Camp-Response Element Binding Protein)이라는 분자에 의해 장기 기억상태로 바뀐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크렙의 억제 인자도 존재한다. 이것은 우리가 망각하도록 도와준다.
크렙의 활성화 능력을 키우면 그 생물체는 모든 기억을 간직할 수 있는 초천재로 변신하고,
크렙의 억제인자를 활성화시키면 모든 기억을 잊을 수 있다.
이 둘을 조절할 수 있는 신약개발은 이제 최종단계에 와있다.
하지만 망각능력이 인간 진화의 한부분이라 본다면 고려해야할 부분이 많다.
10. 드릴로 뇌를 뚫다
20세기의 가장 과격한 정신 치료
정신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드릴로 머리를 뚫고 뇌엽절제를 해주면 된다.
포르투갈의 안토니오 에가스 모니즈 박사는 최초로 뇌엽절제 수술을 실시한다.
그 결과 심각한 불안증세와 우울증, 강박증이 사라진다.
근래에
프로작이라는 신약이 개발되어 널리 사용되고 있지만,
뇌수술만큼 뇌의 특정부분에만 작용하는 약은 아직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약의 부작용을 고려해 본다면, 뇌수술은 정신치료의 강력한 수단이 될 수 밖에 없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의문에서 출발한 실험들은 인간의 많은 비밀을 밝혀내었다. 아직 미지의 부분이 더 많지만.
책은 정말 재밌다.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