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팀의 이인규대리는 회사생활에 점점 불만이 늘어가고 있다. 지난 2년동안 고객서비스팀에서만 일해왔는데 이젠 부서를 옮겨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회사에선 이대리가 없을 경우 고객불만이 늘어날 것을 우려해 조금만 참으라고 설득중이다.
"나의 직장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나는 임주임이 맡고 있는 회계에 관심이 많다. 나는 지난 3년동안 이곳 고객서비스파트에서 일해왔고 이제 나는 직무능력을 확대할 준비가 되어있다. 이것이 가능한 일인가? 나는 정말로 회사를 사랑한다. 그리고 이 회사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당신의 조언을 듣고싶다."
Q. 고객파트에서 일하는데 어떤 불만이 있으신가요?
A. 불만이라기 보다 갑갑하다는게 정확하지요. 고객팀은 대부분 여직원들이고 주요업무가 그들을 관리하는 것입니다. 회사에선 중요한 부서이지만 개인적으로 보면 발전가능성이 없습니다. 3년쯤 되니까 더 배울 업무도 없고 일상이 반복됩니다. 좀더 배우고 싶고 더 발전할 수 있는 부서로 옮겼으면 합니다.
Q. 회계업무를 해보고 싶다구요?. 그동안 준비하신 게 있습니까?
A. 딱이 준비했다기 보다 제 성격상 꼼꼼하고 딱딱 아퀴를 지을 수 있는 업무가 맞습니다. 숫자에도 능한 편이구요. 필요하다면 관련교육을 이수할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쪽으로 보내줘야 말이죠.
Q. 그 부서에 자리가 없나요? 언제쯤 갈 수 있다고 합니까?
A. 현재는 빈 자리도 없지만 회사에선 내가 빠지면 고객팀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해서 좀더 있으라고 합니다. 저는 우리 회사를 사랑하지만 이 일 만큼은 그만두고 싶어요. 만일 회사가 계속 있으라고만 한다면 다른 회사로 옮길 생각입니다.
Q. 하지만 자리가 없는 것도 문제고, 회사의 우려도 근거가 있지 않습니까? 더구나 회사에선 당신의 능력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는 것 같군요.
A. 저도 억지를 부리고 싶진 않습니다. 지금 영업이 한창이라 고객서비스팀의 부담이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경험많은 매니저가 빠진다면 회사입장이 곤혹스럽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Q. 이대리가 인사책임자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습니까?
A. 기한을 줄 것 같습니다. 앞으로 석달동안만 그 부서에 있어라. 그동안 회계파트에 자리를 만들겠다. 그리고 고객팀에도 후임자를 보내 인수인계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너는 그동안 회계팀에 필요한 업무을 사전 숙지하도록 해라. 이렇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그런데 통 관심을 안써주는 것 같습니다.
Q. 윗분들께서 관심을 안보이시는 이유가 있나요?
A. 지금 회사가 갑자기 성장하는 바람에 사람이 많이 모자랍니다. 여기저기서 충원요구와 인사요청이 들어오니까 정신이 없다고 합니다. 호봉승급이나 연봉인상으로 대신하려고 하는데 저는 부서를 바꿔주지 않으면 여기 있지 않겠습니다.
Q. 그래도 회사를 옮기기 전에 윗분들에게 이대리의 요청사항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나요?
A. 그런데 그 방법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윗분들에게 그만두겠다고 말씀드리기도 어렵습니다. 보나마나 사정할텐데 그러면 마음약해서 그냥 나오게 되고 한두달 그렇게 참다가 또 그만두겠다고 할 것 같습니다. 참고 지내자니 시간낭비하는 것 같구요. 그러느니 사표내고 그냥 나오는게 낫지 않을까요?
Q. 그렇게 할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을까요?
A. 저 한사람 그만뒀다고 큰 일 나겠습니까마는 고객팀의 다른 매니저가 제 일까지 맡아야 하니까 미안하고 고객서비스에도 다소의 문제는 생길 겁니다. 윗분들도 갑작스럽게 그만두면 당황하실 거구요. 말하다보니까 다른 회사에 가도 뒷얘기를 좀 듣겠다 싶네요.
Q. 그렇군요. 어쨌든 윗분들에게 하실 말씀을 미리 한번 정리해볼까요? 가급적이면 그분들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좋게 해봅시다.
A. 우리 회사가 이렇게 큰 것은 임직원 모두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이 더 높은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적절한 인사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람이 없거나 다들 바쁘다고 이런 요구를 경시한다면 서비스의 품질이 급격히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제 근로의욕이 급격히 떨어져 있고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상태입니다. 제 요구는 간단합니다. 당장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회사에서 제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약속과 기한을 주십사 하는 것입니다. 꼭 회계부서가 아니어도 됩니다. 제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이라면 괜찮습니다.
Q. 회계부서가 아니어도 상관없나요?
A. 조직생활을 하면서 제 가고싶은 곳에 꼭 갈 수 있나요? 제가 회계를 고집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씀드려잖습니까? 윗분들에게도 선택의 여지가 있어야지요.
Q. 좋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의사를 전달하시겠습니까?
A. 직접 들어가서 얘기하긴 떨리고, 그렇다고 메일로 불쑥 보내기도 그렇네요.
Q. 중간간부중에서 이대리의 생각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A. 제가 고객팀에 있다보니 중간간부들하고 관계가 좀 소원해놔서. 언젠가 인사부 황과장님에게 소주 한잔 하면서 제 속을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만. 그래도 황과장한테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그분도 제 얘긴 구체적으로 모르실테니 제 얘기를 정리해서 메모로 전달해드리면 되지 않을까요. 간접적으로 윗분한테 전하는게 좋긴 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만나뵈면 훨씬 편해질 것 같은데요.
Q. 만일 황과장님이 이대리의 입장을 전하지 못하거나 잘못 전달할 경우엔 어떻게 하지요?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것 아닙니까?
A. 하긴 그렇습니다. 그냥 제가 말씀드리는게 낫겠군요. 제 문제, 특히 인사에 관한 건을 제3자에게 처리해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오해가 생길 것 같습니다. 용기를 내서 단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Q. 언제 어떻게 말씀하시겠습니까? 기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A. 조만간 고객서비스 품질개선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해서 윗분들을 만나뵈려고 합니다. 그동안 생각해놓은 아이디어도 있으니 후임자를 뽑아서 함께 준비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드리겠습니다.
Q. 만일 윗분께서 이대리가 우려하는 바와 같이 그저 참아달라고만 하시면 어떻하지요?
A. 제 의사를 분명히 밝히되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때는 외람되지만 정중하게 사의를 밝히겠습니다. 제 발전을 위해 다른 회사를 알아보겠노라 말씀드리고 퇴직할 때까지는 현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해야지요.
Q. 입장은 분명하게 밝히고, 태도는 겸손하게 최대한 회사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중요하겠군요. 무책임하거나 이기적이고 충동적이라는 말은 듣지 않도록 합시다. 오늘의 대화를 처음부터 정리해보시지요.
A. 제가 부서를 옮기겠다는 의지는 대단히 강합니다. 회사는 사람도 부족하고 인사이동을 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고 있습니다. 저는 회사에 기한을 석달주고 서로 문제해결을 하기 위해 노력하자고 제안할 생각입니다. 경영진들에게 직접 말씀드리는게 좋을 것 같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해도 나쁜 인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동안은 제 주장만 강조했는데, 코칭을 받고 보니 경영진의 입장에서 제 얘기가 어떻게 비쳐질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분들이 충분하게 생각하고 결정할 여유와 선택지를 드리는게 중요합니다. 저도 제 인사에 관해 우물쭈물하며 속으로만 불평을 해왔는데 다른 사람의 도움을 기대하지 말고 제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Q.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