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강부장은 고객사 세군데를 방문해야한다. 불경기때문에 대다수의 회사들이 감원과 명퇴를 실시해 고객사의 담당자들이 80%이상 바뀌었다. 물론 매년 인사이동으로 담당자가 바뀌긴 해도 이렇게 한꺼번에 바뀌니 정신이 하나도 없다.

"많은 회사들이 다운사이징에 성공한 것 같다. 많은 고객들.. 내가 거래하던 회사의 매니저들이 사라졌다. 세일즈를 위해 특정회사를 방문할 때마다 완전히 다시 시작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지난 15년을 잘 해왔지만 이제 나의 업무수행도 영향을 받고 있다. 나는 새로운 의사결정자와 이야기하기 위해 회사를 들어갈 때 긴장한다. 그것은 마치 전투를 하는 것과 같다."

Q. 많이 피곤하시겠군요. 새 고객들을 만나면 반응이 어떻습니까?

A. 전임자들이 대부분 감원이나 명퇴로 나갔기 때문에 인수인계가 잘 안돼있습니다. 새로 만난 고객들에게 예전같은 친한 관계를 기대할 수 있나요? 그 분들도 처음부터 시작하자는 입장들이지요. 개중엔 전임자와 가깝다는 이유로 저희를 멀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Q. 그래도 강부장은 베테랑 세일즈맨이신데 열심히 노력하면 금방 복구되지 않을까요?

A. 아이구. 옛날 얘깁니다. 세일즈란게 보통 잔신경이 가는게 아니잖습니까. 나이도 이젠 예전처럼 펄펄 나르던 시절이 아니구요. 경쟁회사들이 물만났다고 설쳐대니까 힘에 부칩니다. 이미 상당수의 고객들을 빼앗겼습니다. 그렇다고 그만둘 수도 없고.

Q. 강부장님은 어떻게 되길 바라십니까?

A. 세일즈맨이 바라는게 뻔하지요. 새 고객들도 모두 우리를 선택해주길 바라는거죠. 물론 그건 과한 생각이고 우선은 좋은 관계를 맺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성공입니다.

Q. 그렇게 되는데 어떤 현실적 어려움이 있나요?

A. 경쟁업체들로부터 나쁜 정보가 많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 비싸면서 효과가 떨어진다는 둥, 고객 서비스가 나쁘다는 둥, 윗선에 청탁해서 낙하산으로 내려온다는 둥 근거없는 흑색선전때문에 나쁜 선입관을 갖고 있더군요. 얘기도 잘 안하려고 해요. 일일이 돌아다니며 설득하기도 힘에 부치구요.

Q. 그럴 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로 맞대응하는게 좋은가요?

A. 그러면 이전투구가 됩니다. 아직은 누가 뭐래도 저희가 일등이니까 경거망동하면 오히려 신뢰도가 떨어집니다. 정공법으로 나갈 수 밖에 없습니다.

Q. 정공법이란 어떻게 하는 것인가요? 그렇게 하기엔 힘도 들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A. 우리 제품과 서비스가 우월하다는 것을 설득시키는 것이 정공법이지요. 가능한 고객들의 입장에 서서 성공사례를 소개하거나 그들의 추천을 받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물론 이렇게 하기까지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들지요.

Q. 고객이 좋아하는 세일즈맨은 어떤 사람입니까?

A. 고객마다 천차만별입니다만, 이번 새고객들은 그 자리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직 업무파악도 안돼있는 곳이 많습니다. 그럴 때는 고객들에게 업계동향이나, 각종 유력한 정보를 제공해서 업무를 도와주는 세일즈맨들이 인기가 있습니다.

Q. 아무래도 강부장님은 그런 서비스에 익숙하시겠지요?

A. 꼭 그렇지만도 않아요. 내가 모셨던 고객들은 고참들이라 그런 정보보다는 친밀한 인간관계로 맺어져 있었습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신참고객들의 정보욕구를 만족시키는데는 젊은 친구들이 자료정리도 잘하고 머리회전도 빨라서 유리하지요.

Q. 그렇다면 강부장님이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경쟁력은 어떤 것이 있나요?

A. 글쎄요. 아무래도 몇몇 대기업 고객들과는 여전히 좋은 관계를 맺고 있으니까 그분들을 잘 활용한다면 다른 경쟁업체와 색다른 서비스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고객워크샵을 해서 그 고객들이 자신의 성공사례를 발표해주시고 그 과정에 저희의 기여가 컸다고 해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 같긴 합니다만.

Q. 좋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A. 과연 새 고객분들이 그렇게 하는 걸 원할지 모르겠습니다. 고객 워크샵을 했다가 텅텅 비어버리는 날에는 기존 고객까지 흔들릴지도 모르거든요.

Q. 좀전에 말씀하시길 새 고객들은 업무파악을 위한 정보욕구가 강하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새 고객분들끼리 만나서 서로 친해지고, 옛 고객들과도 관계를 맺게 되는 자리를 만든다면 반응이 좋을 것 같은데요. 게다가 좋은 프로그램이나 성공사례 발표 등이 있다면 오지 않겠습니까?

A. 좋습니다. 한번 고객들에게 의사를 확인해보겠습니다. 꼭 오셔야 하는 신규고객들을 집중 관리하고, 기존 고객들에게도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해달라고 부탁하겠습니다. 고객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정보나 이벤트가 무엇인지 전문가들에게 조사를 의뢰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열심히 발품파는 것보다 이런 이벤트를 잘 만들면 효과가 금방 나타날 수 있겠지요.

Q.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시는데 걸림돌은 없을까요?

A. 사람 손이 부족해서 걱정입니다. 그동안 저 혼자 관리해왔던 고객들이라 다른 영업직원들이 잘 모릅니다. 일일이 제가 하기엔 효율이 안날 겁니다.

Q. 우선 할 일이 무엇인지 리스트를 만들고 나서, 회사 안팎에 도와줄 만한 조직들이 있는 지 잘 생각해보십시오.

A. 크게 (1)사전조사와 행사기획 및 섭외가 있을 것이고, (2)고객에게 연락하고 참석토록 유도하는 일이 있고, (3)그날 고객들을 케어하는 일이 중요하겠지요. (1)번 업무는 마케팅부서의 도움을 받아서 외부 전문회사에 위탁하면 될겁니다. (2)(3)은 제가 할 수 밖에 없지만, 초청장발송하고 확인전화하는 일은 아르바이트직원에게 맡길 수 있습니다. 고객을 케어하는 일에는 사장님과 임원들께서 함께 참여하실 수 있게 해서 비서실이나 기획실의 간접지원을 끌어내도록 하겠습니다.

Q. 역시 강부장님 관록은 대단하시군요. 오늘 코칭의 내용을 시원하게 한번 정리해주십시오.

A. 고객들이 워낙 많이 바뀌는 바람에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그동안 호시절이었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닥치니 엄두도 안나고 한숨만 나오더군요. 일단 신규고객들과 친해지자는 것을 당면목표로 잡았습니다. 그러자니 신규고객의 니드를 알아야겠고, 경쟁업체들의 움직임도 면밀히 관찰해서 나의 경쟁우위가 무엇인지 아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지피지기가 바로 이런 것 아니겠습니까. 시간이나 노력이 많이 드는 방법보다 고객이 원하는 정보와 인맥을 연결해주는 이벤트를 통해 우리의 좋은 이미지를 인식시키자고 생각했습니다. 사람이 없는게 문제지만 말씀하신대로 필요한 업무와 지원역량을 잘 연결시키면 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혼자서 문제에 직면했을 때는 깊게 생각하기 보다 당황하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늘 코칭에서 좋은 돌파구를 찾았다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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