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에서 일하는 권팀장은 직장생활이 영 편치않다. 부서내 갈등이 빈번한데다 이번엔 자신이 구설수에 올라 인사대상이 됐다고 한다. 그동안 일만 열심히 해왔는데 잘못하면 억울한 일이 생길까봐 걱정이다.
"소문이 다시 돌았다. 우리 부서가 소란스럽다. 우리 부서는 항상 혼란스러운 것 같다. 누구는 맡은 일을 못하고 있고, 누구는 정말로 해서는 안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이야기가 돌아다닌다. 지금 돌고 있는 소문은 부서에서 나의 기반이 매우 약하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얼마나 일을 잘했는지 알고 있다. 나는 수년동안 회사에서 유능하다고 인정을 받아왔다. 난 그저 비난에서 벗어나 나의 일을 하고 싶을 뿐이다. 나는 갈등이 생기는 것을 싫어한다. 말 많은 몇몇 사람들이 편을 가르고 논쟁을 벌이는 것 같다. 이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인사부에 들르기로 마음먹고 나왔다. 나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Q. 권팀장님의 부서가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A. 직원간의 심각한 분열과 갈등입니다. 처음엔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갈등이 시작됐는데, 지금은 많은 직원들이 그 소동에 휘말려 있습니다. 그동안 몇번 심각한 상황이 있긴 했습니다만 여태 해소가 안되고 넘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돌아가는게 좀 심각하군요.
Q. 지금까지 그런 갈등의 와중에 휩쓸린 적이 있었나요?
A. 물론 나도 의견을 밝힌 적은 몇번 있었습니다만, 끼리끼리 몰려다닌 적은 없었지요. 그런데 이번에는 어쩌다보니 나와 몇몇 사람이 표적으로 올라와 있더군요. 인사이동 대상에 오른 겁니다. 자기들은 틈만나면 뒤에서 욕이나 하는 자들이 적반하장으로 열심히 일한 사람을 모함하는겁니다.
Q. 인사부에 가서 가장 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A. 마음같아서는 이따위 엉터리 인사를 당장 때려치우라고 소리치고 싶습니다. 구체적인 사람 이름을 거명하면서 이런 한심한 녀석들때문에 회사가 엉망진창이 됐다고 마음껏 떠들고 싶군요.
Q. 어쨌든 이번에 부당한 인사조치를 당해선 안되지 않겠습니까?
A.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제발 회사나 우리 부서가 열심히 일하고 직원들끼리 화목했으면 하는게 바램입니다.
Q. 그런데 부서장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습니까?
A. 우리 부장님은 직원들간의 갈등을 자신의 무능을 가리는데 적당히 이용하고 있습니다. 부서 실적이 나쁘면 그 희생양을 찾아내서 책임을 전가하는 겁니다. 이번에도 그런 목적으로 저를 비롯해 몇사람을 지목했다고 들었습니다.
Q. 미안합니다만 혹시 그럴 만한 일이 있었는지요?
A. 우리 팀 내부에 제 운영방식에 대해 불만을 품은 직원들이 몇 있습니다. 그 친구들이 갑자기 지난주에 팀장인 제가 독재적 운영을 했기 때문에 자기들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며 제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떠들기 시작했습니다. 누구의 사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회사에선 잘잘못을 떠나 조직관리에 문제가 있는게 아니냐고 보고 있습니다.
Q. 그렇다면 이번 인사의 주된 꼬투리는 팀내 불화가 되겠군요? 우선 그에 대한 권팀장님의 입장은 무엇입니까?
A. 정면대응을 할 생각입니다. 제가 잘못한 게 없기 때문에 그들의 당찮은 주장을 낱낱이 반박할 것입니다. 도리어 문제의 근원은 그들의 방만한 업무태도임을 증명해보일 작정입니다.
Q. 부서내 다른 팀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권팀장의 의견에 전적으로 찬성할까요?
A. 제 말이 옳다는 건 알지만, 아마 적극적으로 나서진 못하겠지요. 그들 역시 휘말리고 싶지 않을테니까 말입니다. 솔직히 제 입장을 지지하고 나설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그 점이 불안하고 답답합니다. 잘못하면 제 꼴만 회복불가능하게 망가질 것 같습니다.
Q.다시 한번 정리하지요. 인사상의 불이익을 당하고 싶지 않은 것이 권팀장님의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 당면현안은 팀내 불화를 해결하는 것이라 했는데 정공법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조금만 더 문제의 원인에 대해 생각해보시겠습니까?
A. 모난 돌이 정맞는 셈이지요. 저는 일에 있어선 물불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개인사정이나 능력여하에 관계없이 무조건 몰아부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대개의 경우 다른 팀보다 높은 실적을 거뒀지만 조직내부에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점은 깊이 반성합니다.
Q. 경영진도 이번 조직내 문제의 전말을 잘 알고 있을까요? 그분들의 입장은 어떨 것 같습니까?
A. 우리 팀이 여러번 상을 받았기 때문에 실적이 높은 것은 잘 아시겠지만, 최근의 불화에 대해선 그 원인을 잘 모르실겁니다. 글쎄요. 제가 경영진이라면 이런 문제가 커지는 것을 원치 않을 겁니다. 특별히 비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부서운영 과정에 종종 있을 수 있는 문제니까요.
Q. 경영진이 이번 사안에 대해 정확하게 알도록 하는게 좋지 않을까요? 저는 그분들이 권팀장님의 입장에 대해 주목할 것 같은데요.
A. 어쨌든 조직운영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니까 그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겠지요. 그동안 부서내 인화단결에 무관심한 채 실적달성에 중점을 두다보니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겠다. 만일 선처해주신다면 앞으로 이런 계획을 갖고 조직운영에 만전을 기하겠다. 이렇게 먼저 반성문을 작성해 이사님께 제출하겠습니다. 직원들에게도 그런 나의 입장을 밝히고 이해를 구하겠습니다. 팀장으로서 이 문제가 비화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책임질게 있으면 내가 모두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밝히겠습니다. 말씀드리다 보니 느끼는 건데 작금의 회사분위기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급급한데, 이럴 때 당당하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팀장이라면 해야할 일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습니다.
Q. 좋습니다. 어쩌면 정공법은 이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권팀장님의 자발적인 입장에도 불구하고 회사측이 불공정한 인사를 단행해 불이익을 당하신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A. 많이 억울할 것 같습니다. 그런 회사에 다닌다는 것이 창피할 것도 같구요. 한동안 울분에 싸여있다가 회사를 옮기겠지요.
Q. 어떤 점이 억울하고 창피하게 느껴지십니까? 저는 권팀장님이 설사 불이익을 당한다 해도 매우 당당하실 것이고, 외려 경영진이나 다른 직원들이 창피할 것 같은데요. 그리고 대다수 직원들은 권팀장의 그런 태도를 환영할겁니다.
A.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비록 한직으로 밀려나도 그곳에서 묵묵히 제 일을 해나간다면 또다시 기회가 올 것 같습니다. 다른 회사로 옮긴다해도 그런 일이 생기지 말란 법은 없겠지요. 이왕 겪는 일이라면 여기서 후회없이 행동하겠습니다.
Q. 오늘 나눈 이야기를 권팀장님께서 정리해주시겠습니까.
A. 솔직히 사면초가가 이런 것이구나 싶어 당황했습니다. 주변 상황이 모두 제게 부정적으로 돌아가더군요. 팀내 불화도 그렇고, 부서장의 태도나 사내 분위기 모두 제 힘으로는 엄두가 나질 않았습니다. 코칭을 받기전에는 내가 잘못이 없다는 주장만 했습니다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리 없다고 제 잘못이 분명히 있었기에 발단이 된 것이었습니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객관적인 원인을 정확하게 깨닫는 것이었습니다. 그 것을 분명히 알고 나서 진심으로 반성하고 책임을 지겠다 생각하니 당당해지더군요. 다른 사람과 비교하거나 책임을 전가할 생각을 안하게 된 겁니다. 설사 불이익을 받더라도 이런 자세로 회사생활을 한다면 장기적으로 회사를 좋은 분위기로 만드는 역할도 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Q. 저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만, 권팀장님께서 솔직하게 말씀해주시고 정도를 가겠다는 입장을 갖고 계시니 다행이었습니다. 권팀장 같은 분이 계시는 한 회사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분투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