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부 강대리는 죽기살기로 강행군하고 있다. 몸이 극도로 안좋은 상황이지만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중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일은 그녀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최초로 PM을 맡게 된 것이라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지금 상태가 아주 나쁘다. 감기가 나을 것 같지 않다. 벌써 여섯달째 앓고 있다. 아직 일하고 있다. 설마 감기같은 병으로 어떻게 되지는 않겠지. 프로젝트가 마음에 들고 나는 자신에 넘쳐있다. 내게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옆사무실의 김팀장은 내가 안색이 안좋다며 병가를 신청하라고 말했다. 나는 일에 한번 빠지면 항상 그렇게 된다고 대답했다. 이번 주 초에 이 보고서의 나머지 부분을 어떻게 해야된다고 했는지 다시 한번 말해주면 고맙겠다."

Q. 대단한 화이팅을 보이고 있군요. 이번 프로젝트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습니.

A. 견딜만 합니다. 이 프로젝트는 제가 매니저로서 한단계 업그래이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윗분들도 제가 처음 맡은 프로젝트인데도 아주 잘하고 있다고 기대가 크십니다.

Q. 강대리의 목표는 이번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것이겠군요?

A. 그렇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몸이 많이 안좋아요. 일이 막바지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한테 부탁할 수도 없고. 걱정입니다.

Q. 우선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매니저가 어떻게 업그래이드 된다는 건가요?

A. 프로젝트의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전에는 일부분에만 참가했는데 이번 프로젝트를 마치면 그만큼 안목도 넓어지고 조직관리 능력도 커지는 것이지요.

Q. 미안한 얘기지만 만일 이 프로젝트의 가장 중요한 시점에 강대리가 병원에라도 입원하게 된다면 프로젝트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고, 그러면 회사에선 강대리를 업그래이드된 매니저라고 보지 않겠군요?

A. 그러니까 더 걱정이 됩니다.

Q. 그래도 그런 생각을 하신다는게 다행입니다. 한가지 더 물어보겠습니다. 혹시 그런 일이 생긴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 거라고 예상하십니까?

A. 총괄책임자가 없으니까 아무도 전후맥락을 몰라서 어떻게 대응해야할 지 헷갈리겠지요. 함께 일하는 파트너들도 당황할 거구요. 예정된 이벤트도 연기되거나 취소될 것이고, 전체적으로 일정들이 뒤로 밀리겠지요.

Q. 제가 듣기에는 만일 강대리가 주도면밀하게 대비하면 일정만 연기될 뿐 당황하진 않을 것 같은데 맞습니까.

A. 이벤트가 좀 걱정이지만, 전문회사에 정확하게 지침과 계획을 주면 잘 해낼 수 있을 겁니다. 정 어려우면 판단해서 연기해도 무방하구요. 나머지도 대비만 하면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습니다.

Q. 그래도 병원에 입원하기엔 마음이 안동하시지요?

A. 견딜만 하니까 계속 사무실에 나와있게 되고 일을 추진하게 됩니다. 퇴근할 때는 안되겠다 싶다가도 출근만 하면 그냥 강행군하게 됩니다.

Q. 만일 강대리가 가장 사랑하는 남자친구가 그 입장이라면 뭐라고 조언하시겠습니까?

A. 그야 물론 몸부터 추스리라고 야단을 치겠지요. 저도 그런 생각해요. 그런데 안되는걸 어떻합니까?

Q. 제가 메시징을 해야할 상황인 것 같습니다. 두가지 제생각을 말씀드리지요. 우선 강대리께선 프로젝트관리는 잘 하시는 것 같은데 그 프로젝트의 핵심인 PM관리는 전혀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즉 프로젝트에 치명적인 실패요인을 전혀 대비하지 않고 있습니다. 둘째, 강대리의 입장에서도 지금과 같은 최악의 컨디션에서 최고의 성과가 나오진 못할 것입니다. 진정한 프로라면 자신을 항상 최고의 컨디션으로 놓아야할 책임이 있습니다. 요행히 이번엔 그냥 넘어갈 수 있겠지만 언젠가 지금보다 훨씬 중요한 상황에서 실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A. 그렇다면 지금 빨리 비상조치를 강구해야한다는 말씀인가요? 윗분들이 이해하실까요?

Q. 경영진들도 강대리가 무리수를 두는 것보다 미리 비상조치를 엽렵하게 강구하는 것을 원할 것입니다. 오히려 위기관리 능력을 높이 평가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병원에 가서도 마음이 편칠 않을 것 같은데요. 강대리의 평소 성격으로 볼때 말입니다. 어떤 문제가 있을까요?

A. 아마 잘 안돌아간다 싶으면 병원에서 뛰어나올 것 같아요. 아니면 대충 몸이 나아졌다 생각하고 퇴원을 일찍 하든가요.

Q. 아예 그럴 가능성이 없도록 만들어 놓고 가는게 좋지 않을까요? 아니면 확실하게 맡겨두든가. 그건 강대리가 판단하시기 바랍니다. 몸이 아파서 중간에 프로젝트를 보류한다는 것도 사실 썩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자꾸 들락날락하는 건 더욱 무책임하게 보이지 않겠습니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이왕 몸을 추스릴 양이면 확실하게 건강해져야겠지요.사실 일좀 한다고 노상 골골거리는게 가장 꼴불견이에요. 제 몸도 못챙기면서 회사를 어떻게 챙기겠어요. 어머. 제가 이런 말할 자격이 있나요. 아무래도 이벤트는 제가 돌아와서 해야겠습니다. 그 대신 일주일이든 열흘이든 확실하게 회사일은 잊겠습니다.

Q. 건강 챙기는 것도 프로젝트입니다. 꼭 성공하시구요. 오늘 저와 함께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해주십시오.

A. 내내 걱정은 하면서도 어떻게 되겠지 하고 대책없이 미뤄왔습니다. 회사일은 악착같이 하면서도 정작 제 몸에 대한 결정은 흐지부지했던 게 사실입니다. 코치선생님께서 따끔하게 제 프로젝트의 완성도에대해서 지적하시고, 또 제 개인의 프로기질에 관해 말씀해주셔서 깨달았습니다. 사실 계획을 면밀히 검토해서 충분히 대비만 하면 아무 문제 없는 건데 공연히 마음만 급했어요. 경영진에게 제 상태를 말씀드리고 프로젝트엔 아무 문제 없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놓았다고 보고드린후 가능한 빠른 시일내 복귀하겠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동안 파트너회사들과 다른 직원들이 해야할 일도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정리해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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