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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은 뇌 구조를 변화시킨다
 
공부할수록 똑똑해지는 이유







강봉균/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과학동아 2004년 4월 kaang@snu.ac.kr
기억을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집이 어디인지, 부모가 누구인지 찾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일은 드물더라도 시험 볼 때 어떤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 애를 태운 경험은 대부분 있을 것이다. 분명 머릿속에 들어있는데 왜 생각이 안나는지 때로는 화가 나기도 한다. 영화 ‘메멘토’의 주인공 레너드는 항상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어 중요한 사실을 기록으로 남기려고 한다. 심지어 습득한 정보를 자기 몸에 문신을 하면서까지 기록하곤 한다. 단기기억은 가능하지만 장기기억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화번호가 7자리인 까닭







우리가 배우는 것들은 크게 서술정보와 비서술정보로 나뉜다. 서술정보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정보다. 즉 학교 공부, 영화 줄거리, 장소나 위치, 사람 얼굴처럼 사실이나 사건 같은 정보로서 외현정보라고도 한다. 반면 비서술정보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정보다. 몸으로 체득하는 운동기술, 습관, 버릇, 반사적 행동 등이 포함되며 감춰져 있다는 의미에서 암묵정보라고도 한다. 서술정보는 비교적 쉽게 획득되지만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만 기억이 가능하며 기억 내용이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비서술정보는 때로는 고된 반복적인 훈련을 통해 얻어지지만 기억 내용이 정확하게 표현되고 기억할 때 의식이 필요하지 않다.

어린 시절 사고로 뇌가 손상된 후 심한 간질을 앓던 한 캐나다인은 뇌의 양쪽 측면인 내측두엽을 절개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의 지능지수(IQ)는 수술 전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수술을 받고 나서 그는 메멘토의 주인공처럼 금방 보거나 들은 내용을 수분 동안밖에 기억하지 못했다. 예를 들어 새로 이사간 집을 찾지 못하고 수술 전의 옛집만을 기억했다. 그러나 수술 후 처음 배운 테니스 실력은 제법 향상됐다. 비록 언제 어떻게 누가 가르쳐 주었는지, 심지어 자기가 배운 적이 있는지조차 전혀 기억하지 못했으나 그는 테니스를 잘 쳤다. 즉 테니스 기술 같은 비서술기억은 오래 유지되나 이사간 집 주소 같은 서술기억은 오래 유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환자의 뇌에서 절개된 내측두엽에는 해마와 그 주변 조직들이 포함돼 있다. 그렇지만 내측두엽을 떼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술 전 기억을 모두 회상해냈다. 내측두엽이 장기기억을 저장하는 장소는 아닌 것이다.

그럼 오랫동안 기억할 내용이 저장되는 곳을 어디일까. 바로 대뇌피질이다. 내측두엽으로 들어온 서술정보는 해마와 그 주변 조직들에서 몇주 동안 일시적으로 머무는 동안, 쪼개져 신경정보신호로 바뀌고 어떻게 나눠 저장될 것인지가 결정된다. 오랫동안 기억될 수 있도록 서술정보를 조직화하는 이 과정을 암호화 단계라고 한다. 의욕적인 학습자세는 이 과정을 수월하게 해준다. 기존에 저장된 정보와 유사한 경우 쉽게 연결되므로 암호화가 더 잘 일어난다.

내측두엽은 대뇌피질의 광범위한 영역과 신경망을 통해 연결돼 있어 이 같은 단기기억 정보를 대뇌피질의 여러 부위로 전달한다. 이렇게 정보가 분산저장되는 과정은 수면 중에 활발히 일어난다는 학설도 있다. 대뇌피질에서 정보는 같은 범주로 분류되는 내용끼리 같은 영역에 저장된다. 예를 들어 동물에 대한 정보와 무생물에 대한 정보가 저장되는 장소가 다르며, 동사와 명사가 저장되는 장소가 다르다.

다음 단계에서는 기억과 관련된 유전자가 발현돼 단백질이 만들어지면서 기억 내용이 공고해져 오랫동안 저장된 상태를 유지한다. 기억을 회상할 때는 뇌 여기저기에 흩어져 저장돼 있는 정보들을 끄집어내 다시 짜맞춘 후 원래의 내용으로 복원하는 것이다.

뇌가 저장할 수 있는 장기기억 정보의 용량은 거의 무제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화를 나누거나 어떤 일을 생각할 때 순간적으로 잠시 저장됐다가 곧바로 지워지는 작업기억은 그 용량에 제한이 있다. 예를 들어 114에 문의해 알아낸 전화번호는 전화를 걸기 전까지 잠시 잊지 말아야 한다. 이때 일시적으로 기억할 수 있는 전화번호 숫자는 7자리 정도다. 이 일을 담당하는 것은 뇌의 전전두엽에 있는 신경세포(뉴런). 이들은 작업기억 정보가 들어온 후 분비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또는 글루타메이트에 반응해 정보의 내용을 저장한다.

한편 비서술기억은 운동기술에 숙련되는 과정, 계속적인 자극에 둔감해지는 습관화, 이와 반대로 한번 자극을 받은 후 그와 비슷한 자극에 계속 반응하는 민감화와 같이 의식이 관여하지 않는 기억이다. 조건화 학습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개가 종소리만 들리면 침을 흘리게 했던 러시아 과학자 이반 파블로프의 고전적 조건화는 종소리라는 청각정보와 음식이라는 자극이 학습을 통해 연계된 결과다.

또한 미국 컬럼비아대의 쏜다이크 교수는 보상에 대한 반응과 자극이 연계되는 작동적 조건화라는 학습 형태를 처음 시도했다. 실험 상자 속의 쥐가 페달을 밟을 때 음식이 나오는 것을 우연히 알고 나서 페달을 눌러 음식을 찾아먹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조건화 학습은 서로 다른 뇌 신경망이 연합돼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페달을 누르는 것과 같은 기술은 선조체나 소뇌에 저장되며, 습관화나 민감화 기억은 감각이나 운동체계를 관장하는 신경망에 저장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 비서술기억 중 감정이나 보상작용 또는 공포와 관련된 기억은 편도체에 저장된다.


반복 학습으로 뇌 부피 증가







바다달팽이가 자극을 단기간 기억하는 경로 칸델 박사는 바다달팽이를 이용한 실험으로 단기기억 경로를 밝혀냈다. 피부에 있는 호흡관을 자극하면 감각뉴런이 이 정보를 운동뉴런으로 전달해 아가미가 수축한다. 꼬리에 센 전기자극을 가하면 촉진뉴런이 활성화돼 감각, 운동뉴런의 신호 전달을 촉진시킨다. 그러나 이 반응은 수시간을 넘도록 기억되지는 못한다.
기억 정보는 어떤 경로로 전달될까. 최근 많은 학설이 나왔지만 그 중 기억에 의해 뉴런 간 연결구조인 시냅스에 변화가 생긴다는 학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간의 뇌에는 약 1천억개의 뉴런이 존재하는데 뉴런 1개당 수천개의 시냅스를 형성한다. 따라서 뇌에 있는 총 시냅스의 수는 1014-1015개나 된다. 뇌에는 이렇게 수많은 시냅스로 이뤄진 다양한 신경망이 복잡한 그물처럼 형성돼 있다. 이런 신경망의 패턴들은 뇌의 특수한 기능을 만든다. 학습을 하면 신경회로망을 구성하는 시냅스에 일정한 물질적, 구조적 변화가 일어난다. 우울증과 약물중독 같은 뇌 질환도 시냅스의 변화와 관련 있다는 보고도 나오고 있다.

시냅스는 신호를 발생시키는 시냅스전 뉴런과 신호를 받아들이는 시냅스후 뉴런, 그리고 두 뉴런 사이의 좁은 간격, 즉 20-50nm(나노미터, 1nm=10-9m)정도 벌어져 있는 시냅스틈으로 구성된다. 시냅스전 뉴런에서 전기가 발생하면 시냅스 말단에서 시냅스틈으로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되고, 이는 시냅스후 뉴런의 수용체를 자극해 전기를 발생시킨다. 결국 시냅스전 뉴런에서 시냅스후 뉴런으로 전기신호가 전달되는 것이다. 뇌가 작동하는 이유는 시냅스로 이뤄진 신경망을 통해 이렇게 신호가 전달돼 정보처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시냅스는 수많은 정보를 끊임없이 주고받는 뇌 속의 초고속 반도체라고 할 수 있다. 단지 어떤 신경망의 어떤 시냅스들이 작용해 결과적으로 어떤 신경세포를 자극하느냐만이 다를 뿐이다.

학습에 의해 시냅스에 일정한 변화가 생기는 것을 ‘시냅스 가소성’이라고 부른다. 그 중 시냅스 촉진과 시냅스 강화는 가장 많이 연구된 시냅스 가소성 모델이다. 시냅스 촉진은 바다 달팽이 군소(Aplysia)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우리나라 남해와 동해 연안의 얕은 바다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군소는 지금까지 알려진 생명체 중 가장 큰 신경세포를 갖고 있다. 군소의 신경계를 이용한 학습과 기억 연구는 30여년 전부터 컬럼비아대 칸델 교수를 주축으로 꾸준히 진행돼 왔으며, 그는 이 업적으로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군소의 피부에 있는 호흡관을 자극하면 아가미가 수축한다. 이 반응은 피부에 연결된 감각뉴런의 정보가 아가미 수축을 담당하는 운동뉴런으로 전달돼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군소의 꼬리나 머리 피부에 이보다 센 자극을 가하면 아가미가 더 많이 수축한다. 센 자극을 주면 감각뉴런에 영향을 주는 새로운 촉진뉴런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촉진뉴런은 세로토닌이라는 물질을 분비해 기존 신경망의 시냅스를 자극한다. 그 결과 감각뉴런에서 신경전달물질이 더 많이 분비돼 운동뉴런으로 신경전달이 효과적으로 일어나, 최종적으로 아가미 근육이 더 활발히 수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일어난 수축반응은 길어야 수시간을 지탱하지 못한다. 즉 촉진뉴런에 의한 현상은 단기기억만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학습 내용을 기억하는 기간이 긴지 짧은지는 학습의 강도에 달려있다. 군소에 동일한 자극을 반복적, 습관적으로 가하면 이 자극은 장기기억화 된다. 군소의 피부에 자극을 5회 이상 반복하면 이 정보는 일시적으로 촉진뉴런을 활성화시키는 단계를 넘어 감각뉴런의 핵 속으로까지 전달된다. 이렇게 전달된 신호는 뉴런의 핵 속에 있는 다양한 기억 관련 유전자를 발현시킨다. 그러면 장기기억에 관여하는 단백질과 신경전달물질이 만들어지고, 이들이 감각뉴런의 시냅스를 강화시켜 자극 정보를 오래 기억하게 한다.

기억 연구의 또다른 모델인 시냅스 강화는 전기신호가 시냅스에 충분히 전달돼 시냅스의 강도가 향상되는 현상이다. 이때는 글루타메이트 수용체의 일종인 NMDA 수용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NMDA 수용체에 NMDA가 결합한 후 열린 통로로 칼슘이온이 들어와 다양한 효소를 활성화시켜 시냅스를 강화시킨다. 이런 현상은 서술기억에 중요한 해마나 감정 또는 공포 기억에 관여하는 편도체를 비롯해 다양한 대뇌피질의 신경망에서 관찰된다. 칼슘 통과 능력이 우수한 NMDA 수용체의 유전자를 이식받은 쥐는 다른 쥐에 비해 똑똑해진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반대로 시냅스 강화에 관여하는 효소의 유전자를 제거하면 학습능력이 떨어진 쥐가 탄생하기도 했다.

시냅스 촉진이나 강화 현상이 일어나면 기존에 있던 시냅스에서 신경전달물질이 더 많이 분비되거나, 신경전달물질과 결합하는 수용체 수가 많아진다. 그러면 정보를 더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오랫동안 반복적인 학습을 하면 시냅스 수가 많아진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시냅스가 많아지면 전체 뉴런의 부피가 증가한다.

따라서 일부분이 확장되는 것과 같이 뇌 구조가 변하게 된다. 실제로 원숭이에게 특정한 학습을 반복적으로 시켰더니 뇌의 일부가 미세한 정도로 확장됐다. 인간의 뇌에서도 이와 비슷한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새로운 사실을 배울 때마다 뇌의 미세한 구조가 조금씩 변하고, 이런 과정이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되면서 자아개발이 이뤄진다. 즉 인간은 일생 동안 신장이나 체중 같은 외형적 변화뿐만 아니라 경험과 학습을 통한 뇌의 변화도 겪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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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봉균 교수는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2000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에릭 칸델 박사로부터 1992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생명체의 가장 복잡한 기관인 뇌를 연구중이다. 기억이나 감정 같은 추상적인 정신활동을 생물학적 언어로 밝히고 싶다는 강 교수는 “뇌를 연구하다 보면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어 철학적인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많은 후배 과학자들이 ‘노다지가 잔뜩 들어있는 금광’인 뇌 과학에 도전할 것을 강 교수는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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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치가 돼 볼 생각이다. 작정은 아직 안했다. 하지만 지금부터 생각의 방향을 그쪽으로 잡아보기로 했다. 올 초에 얼떨결에 받았던 코칭 클리닉과 얼마전에 몸살을 낑낑 앓으며 들었던 코칭클리닉 퍼실리테이터(FT) 과정 자료들을 책상위에 올려놓았다. 이왕에 하는 공부니까 CTT(Creative Technique of Training) 자료도 그 위에 한 켜 쌓았다. 그래도 이것들을 한번씩 훑었다는게 내심 뿌듯하다. 받을 땐 아무 생각없이 열심이었던 교육들이 이렇게 쌓여서 뭔가를 새로 이룰지도 모르겠다. <가방만 들고 왔다갔다 했어도 안다닌 것보다 백번 낫다>는 말을 실감한다. 가방줄 긴 사람은 그 인내와 성실만으로도 최소한의 경의를 받을 자격이 있다. 


알라딘에서 <콜린 파월 자서전>과 <실행에 집중하라><현실을 직시하라>를 주문했다. 이런 류의 경영지침서를 사게 된 것은 내가 알라딘에서 책을 주문하기 시작한 2001년 이래 처음이다. 개인적으로 기념할 만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사업에 넌덜머리가 났던 나는 다신 그따위 책들을 사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그 이전 몇년동안 그런 책들만 사서 탐독했지만, 책을 열심히 읽는 것과 사업의 성공은 아무 상관이 없었다. 물론 제대로 정신차려 읽었으면 그랬겠느냐고 하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앞으로도 그보다 더 정신 차리고 읽을 자신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이른바 공부라는 걸 하려고 그 책들을 다시 주문했다. 한 삼년 쉬었으니 좀 달라졌기를 바랄 뿐이다. 우선 자세와 시각부터 교정하자. 솔직히 예전엔 아전인수가 많았다. 내가 못하는 것은 한국적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간주했다. 내가 잘하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만 편식하듯 머리에 넣었다. 엉터리 중처럼 머릿속에서 적당히 짜깁기해 필요할 때 대충 써먹곤 했다. 객관을 잃지 말자. 사례가 갖는 단순성에 주목하여 가상의 조건들을 제멋대로 집어넣지 말아야겠다.


특수한 사례를 지양하고, 가장 보편적인 사례들을 어떻게 풀어내는지 놓치지 말자. 기본과 공통에 충실하자는 뜻이다. 이른바 내가 만나게 될 문제의 80%는 이 범주에 속한다. 이것만 충실하게 잘해도 베스트다. 그런데 사람들은 특수하고 기발한 사례에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갖는다.  마치 전세계 40억인구가 매년 한번씩은 걸리고, 수많은 노인들을 치명적 상태로 곧잘 몰아넣는 감기에 대해선 아무도 본체만체하고 이름도 복잡한 희귀병 치료제를 만드는데만 골몰하는 것과 같다. 평범한 것이 소중한 것임을 잊지 말아야 겠다.


책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나에게 출발하지 않고 그들로부터 시발점을 찾고자 한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내가 그들을 얼마나 디테일하게 알고 있는가. 지난 일년은 어쩌면 그 많은 사람중에서 나와 그래도 가장 친한 사람인 <나>를 아는 과정이었다. 수많은 좋은 말씀과 천권의 지식이 <나>를 세우는데 그다지 힘을 보태준 것 같지 않다. 왜냐하면 <나>로부터 출발한 것은 나도 처음이고 그들도 처음이었으니까. 섣불리 평가하려 들지 않고, 넘겨짚지도 말자.


잠깐. 뭐가 중요한게 하나 빠졌는데 술술 넘어갔다. 공부를 하기로 발심한 연유부터 밝히는 것이 순서겠다. 간단하다. <최고의 코치가 되려면>이 지금 나의 화두이다. 우선 누구를 위한 코치인지 정해보자. 아무래도 법인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이나 개인 자영업자들을 위한 코치가 돼야겠지. 그들을 위한다 했으면 어떤 처지에 놓여있는지 감을 잡아야 한다. 아는 것이 제법 있어야 하고, 가급적 많은 것을 공감하려고 노력해야겠다.


최고의 코치란 사람 보는 눈이 밝아야 하고 그들의 말을 잘 들어줄 수 있어야 한다. 역시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 대한 사랑, 즉 <그들만을 위해><그들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다. 결국 나는 사람(인상과 심상)을 깊이 보는 법을 연구해야겠다.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사는 것도 제각각, 생각도 저마다 다르다. 지금까진 나를 중심에 둔 단 하나의 편협한 시각으로 세상을 보았다. 


1.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그동안 나왔던 현황과 전망 자료들을 정리해봐야겠다. 대기업, 중소기업, 자영업자들이 현재 안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이 무엇인지 감을 잡는다.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공병호박사의 10년후 한국도 꺼내 읽어 봐야겠다.  


2. 최근에 나온 경영관련 서적중에서 잘 팔리는 책들을 사보고, 그게 왜 팔리는지 분석해본다.  일단 위에서 산 두권의 책으로 시작한다. 아직 Good to Great 도 안읽었다. 많이 읽지 않고 정독하는 것이 중요하다.


3. 사람들의 공통된 문제들을 깊이 성찰하여, 우리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공감하게 만드는 질문 리스트>를 만들어보자. 삶의 균형에 관한 책이나,  하프타임,  제2막 등의 책을 다시 한번 훑어보자. 사람들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한 통찰력있는 질문이나 답변이 있다면 정리해놓는다. 심리분석에 관한 책도 구해서 읽어본다. 특히 질문, 경청, 메시징 등 코칭의 핵심사항들은 깊이가 있어야 한다. 근저의 심리를 건드리지 않으면 그 진수가 발현되기 어렵다.   


4.  코칭 프로세스에 관한 책을 정독하고, FT 매뉴얼도 찬찬히 점검한다. 사례에서 각각의 프로세스를 변별해내고 그 정확한 기능을 구조적으로 분석한다. 그것이 코칭 과정에서 어떤 질문으로 변해갈 것인지 리스트를 만들어보자.


5. CTT에 관한 책과 자료를 찾아서 코치교육을 쉽고 감동적으로 할 수 있는 나만의 진행 매뉴얼을 만든다. 새로운 코칭클리닉 교육방법을 연구해본다. 기존 교육의 문제점들을 정리해 리스트업하고 그에 대한 개선방향을 시험해보자.


6. 교육과정에 삽입될 적합한 그림과 에피소드 등을 발굴한다. 지금까지 만든 아카이브를 다시 정리해서 교육과정별로 분류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한다. 다양한 독서를 하되 발췌해서 남겨둬야 할 대목이나 내용이 있으면 주제별로 모아둔다.     


적어놓고 보니,  해야할 공부가 산더미같다. MJ가 말하길 , 좋은 코치가 되려면 좋은 FT부터 되도록 노력하라. 일리있는 얘기다. 앞으로 열흘동안 코치교육 매뉴얼을 만드는데 집중할 계획이다. 4. 5. 6 부터 먼저 한다. 다른 분들이 보면 열심히 공부계획을 짠다고 생각하겠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쓸데없이 돌아다니는 걸 막을 수 있으리라. 그나저나 이번 주말에 첫눈이 오신다는데, 포장마차 타고 소주 한잔에 흰눈 솔솔 뿌려 꺾어보잔 얘기가 들려야 옳지 않나?  간만에 공부계획 세우는데 왜 이렇게 졸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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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11-25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선 님의 새출발에 박수를 보내드려야 할 것 같군요. 짝짝짝!

저도 짬짬히 효자님 글 읽으면서, 위에 열거하셨던 책 종류을 읽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남을 잘되게 만드는 일 아닙니까? 세상에 이런 일에 공식 명함이 있다니 새삼 세상이 넓어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이런 일 하는 사람은 경영학 박사나 실무에서 알려진 CEO들 극소수가 사원 연수 같은데 강사 초빙되서 하는 정도인 줄 알았거든요.

인상과 심상을 연구해야 한다구요. 그거 내가 전공하고 싶은 분야인데...하하.

사실 저 연극 대본 쓰는 일 이제 좀 식상했는데, 저도 효자님 말씀대로 코칭이나 배워 볼까요? 하하. 이러면 안돼겠죠. 뭐가 식상해서 대신 뭐나 해 보겠다는 생각말입니다.

결코 섣불리 만만히 볼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남을 성공시키는 일은 분명 매력있는 일이고 중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효자님은 잘 하실 것 같아요. 건투를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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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 마침내 일 하나가 끝났다. 일년도 넘었나 보다. 여러 사람이 엮인 일에 관계한 것이 벌써 그리 됐다. 오늘 코치대회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밤 늦도록 이어진 뒷풀이에서 부족했던 칭찬도, 묻어둔 비판도 얼추 쏟아냈다. 일단 사람들이 많이 와서 성공했다. 행사를 해보면 예상보다 많은 참가자들이 오는 예는 극히 드물다. 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과다. 오늘 아침 개회사부터 오후 축하행사까지 무려 열대여섯개 코너가  쉴새없이 이어졌다. 그런데 신기할 만큼 시간이 딱딱 맞는다. 정확히 오전 9시 3분에 시작해서 공식 종료선언을 오후 4시 10분에 했다. 시간표 그대로 진행된 최초의 이벤트다.  

아침 6시반에 눈이 떠졌다. 머리 한켠이 지끈지끈 아프다. 요 며칠 잠을 못잔 탓이다. 후후. 기껏해야 2~3백명 오는 이벤트갖고 쪼는건가. 그건 아니고... 앞에 나서서 나를 따르라는 듯 굴어야 한다는 부담이 계속 쳇기처럼 심중에 걸려 있었다. 샤워를 하고 가리마를 다시 바꿨다. 얼마전에 사십년동안 고집하던 가리마를 바꿔봤는데 자꾸 앞가리마가 생긴다. 이발도 안해서 부스스한데 괜히 신경 쓰이길래 복고하기로 결정했다. 넥타이를 밝은 회색으로 맸다가 윤기나는 짙은 회색으로 바꿨다. 이런 변덕도 흔치 않다. 거울에 비춰보니 오랜만에 입은 양복차림이 괜찮다. 자 이제 가자.

코칭센터 친구들이 이른 아침부터 열심히 일한다. 이벤트 경험이 많은 친구들이라 행동이 자연스럽고 다들 자신만만한 표정이다. 한결 마음이 놓인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이 했다. 나나 그 친구들이나 이런 일을 굳이 해야 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그들은 젊어서 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이 되면 군말없이 그냥 한다. 일을 대하는 그런 자세가 마음에 든다. 나도 한때는 그랬는데.  일 무서운 걸 몰랐다. 지금은 솔직히 겁부터 난다. <꼭 해야되는 일>이란 것도 감당하기 싫고, 그 일 때문에 사람들이 짜증내는 모습을 보는 건 더 싫다. 내가 뭘 해야하는지도 헷갈린다. 어울려 밤새긴 어색하고 곁에서 빙빙 돌긴 무색한 나이가 된 것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이런 과정을 거쳤다. 다들 힘들었다고 한다. 성과가 좋아서 대충 넘어간다. 

행사 시작 십분전. 이미 좌석이 3분의 1쯤 찼다. 이만하면 썩 괜찮다. 시작 시간이 지나도 앞줄만 간신히 차는 경우가 다반사 아닌가. 대박 조짐이 느껴진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나를 이 자리에 서게 한 K씨가 지나가며 눈인사를 한다. <정각에 시작해보세요. 그게 좋아. 좀 늦은 사람들도 벌써 시작했다는 걸 알면 더 서두르게 되거든요.> 어디 한번 그래볼까. 아홉시에서 일분, 이분 넘어가니 거의 객석이 찼다. 아홉시 삼분.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큰 박수와 휘파람소리가 터져나와 장내를 흔든다. 고맙습니다. 여러분.

10시반에 기조연설이 끝나고 십분간 휴식. 아는 분들이 와서 격려를 해준다. 처음 보는 분들과 인사를 하고 오늘 아침에 받은 코치 명함을 건넸다. 다들 오늘 행사가 너무 좋다고 즐거워 한다. 그런데 이 분들은 뭐가 좋다는 것일까 하는 궁금증이 문득 생겼다. 나중에 따져보자. 그러나 저러나 패널토의가 걱정이었다. 원래 패널에서 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사회를 맡은 부회장님이 매끄럽고 유연하게 리드한다. 무슨 말들을 하는지는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원래 잔칫날 주인은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는게 당연하다. 정확히 자로 잰듯 순서를 끝내주셨다. 훌륭한 분들이다.

조선일보 친구가 와서 코칭 공동캠페인에 대해 프리젠테이션을 간단히 했다. 이 친구도 암초의 가능성이 높았는데 웬걸 제법이다. 짧은 시간에 모든 사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역시 미디어업계에 있어서 그런지,  간단 명료하고 몇마디 키워드로 정리하는 능력이 돋보인다. 잘했다.

오후 세션 2시 50분에서 3시 20분까지 강의 하나를 맡았다. 건넌방에서 코칭센터 친구들이 준비한 강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전적으로 그쪽에 사람을 몰아줘야 한다. 처음엔 열댓명이 앉아 계신다. 다들 친숙한 면면의 어른들이다. 과연 오실만한 분들만 딱 오셨다. 그중 한 분께서 <세션 내용과는 상관없이 당신 팬이라서 온거요>라고 말씀하셨다. 다른 분들이 와 웃으며 서로 자신이 팬클럽 회장이라고 농담을 주고 받는다. 유쾌한 박수들이 내 마음을 푸근하게 해주었다.  금방 30분이 지나서 질의응답을 충분히 나눌 시간도 없었지만 보람있고 즐거웠다. 

마지막 산이 남았다. 경품추첨과 매직쇼등 피날레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제까지의 점잖은 행사 진행과는 분위기가 확 달라져야 한다. 단상에 수십명이 들락날락하며 상품을 주고받았다. CTT에서 배운대로 뽑힌 사람들이 그 다음사람들을 뽑고, 또 그들이 다음을 뽑는 형태로 진행했다. 모두 즐거워했다. 처음엔 불안불안했던 마술쇼도 막판에 태극기를 흔들며 멋있게 마무리되었다. 이제 폐회사만 끝나면 된다. 심호흡을 하고 <코칭이 위대한 산업으로 만인의 존경을 받을 때 수많은 후배들과 고객들이 오늘 첫 대회, 그리고 여기 참여한 여러분 한사람 한사람을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수많은 사람들과 인사하고 악수하고 서로 칭찬과 격려를 나누며 작별했다.

코엑스 밖으로 나오니까 벌써 어둑어둑하다. 코발트색 하늘엔 반달까지 떠있다. 그제서야 홑양복 사이로 찬 바람이 밀려드는 걸 느꼈다. 제법 춥다. 몸은 젖은 솜처럼 무거운데 머리는 저 밤하늘 처럼 맑고 푸르다. 오늘 일을 뒤돌아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두서없이 밀려든다.  모종의 계시같은 게 아닐까? 아무 결정도 없이 그저 방황으로 시간을 보냈던 내게 오늘은 과분한 성과임에 분명하다. 그동안 몇가지 시도했던 일들이 내가 미쳐 손쓰기도 전에 물거품이 된 반면 이 일만큼은 유독 내 노력보다 훨씬 넘치는 과실을 안겨 주는 까닭이 무엇일까? 나는 어제 저녁까지도 마음에 걸려 있던 말들을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앞에서 신 들린 듯 외쳤던 것일까? 나를 믿고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사람들, 나를 격려하고 축하해주었던 사람들, 나를 믿어주고 함께 하려는 사람들. 이제 나는 그들에게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걸까? 오늘의 이런 생각들이 그동안의 내 고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뒷풀이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입으로 무슨 술이 들어가는지, 무슨 얘기를 하는건지 의식하지 못했다. 문득 교회를 한번 나가볼까 싶었다. 여러 종류의 술을 마셨더니 머리도 무겁고 속이 불편하다. 모든 걸 내일 맑은 정신에 생각하기로 하고 모처럼 편한 잠자리에 들었다. 긴 하루였다. 지난 일년만큼이나 아주 길었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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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1 18: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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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1 21: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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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4 23: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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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씨는 올해들어 안식년으로 쉬고 있는 전직이 다채로운 40대 남자다. 그는 올해 내내 진로에 대한 고민에 싸여있다. 기자 생활 십년에 벤처사업가, 준 공무원까지 웬만한 영역은 한번씩 맛을 본 경력의 소유자. 그는 무엇때문에 고민하는 것일까?

K: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가를 생각중입니다. 지금까지 삶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보다 화려했지만, 누구보다 힘들었고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리고 가장 슬픈 것은 지금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는 피해의식입니다. 그래서 솔직히 두렵습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어떤 일에도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C. 오늘은 앞으로 어떤 일을 하는게 가장 행복한 인생인지 알아보는 것으로 촛점을 맞춰봅시다. 누구나 행복하길 바라지만 정작 행복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행복한 경험이란 그다지 많지도 않고 또 금방 휘발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지난 과거가 고통스럽고 불행하다고 하셨지요. 어떤 점이 그랬습니까?

K. 믿었던 사람들로부터 배신을 당하곤 했습니다. 나는 믿고 모든 것을 맡겼는데 그들이 그렇게 할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자존심도 상하고 재산상 손해도 많이 입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모두 제 문제입니다. 저는 욕심이 많아졌고, 어떤 대목 특히 돈을 다루는데는 지극히 무책임했습니다. 제가 평상심만 지켰더라면, 꼼꼼하게 하다못해 크로스체크라도 했었다면 그런 일은 없었을텐데. 후회가 됩니다.

C. 또 불행했던 다른 경험은 없으셨나요?

K. 운이 좋아서 여러 직업을 경험했지만, 그때마다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매우 빨리 적응하긴 했지만 결국 마무리는 좋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옛날엔 새로운 일을 찾아 헤맸는데 지금은 너무 피곤하고 힘에 부칩니다. 안정이 필요합니다. 정신없이 부대끼고 적응하고 실패하는 과정들이 지금 불행하게 느껴집니다.

C. 알았습니다. 말씀을 들어보니 선생님께선 안정적인 생활, 신뢰깊은 인간관계, 욕심부리지 않는 삶을 원하시는 군요.  그렇습니까?

K. 맞습니다.

C. 혹시 주변에서 선생님이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대로 사는 분이 계시던가요?

K. 딱이 그런 분을 뵌 적은 없습니다만, 얼마전에 이승철이라는 가수를 보고 참 부럽단 생각을 했습니다.

C. 어떤 점이 그렇게 부럽던가요?

K. 노래를 부르는 모습도 행복해 보였고, 그 노래를 듣는 사람도 즐거워 하고. 참 자기한테 맞는 직업을 잘 선택했구나. 그렇게 평생을 살겠다하니 그도 좋아보이구요. 물론 그 친구도 괴로울 때가 많겠지요. 그 직업도 굉장히 힘든 직종이잖아요.

C. 적어도 선생님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그들과 함께 공감하는 삶이 행복하다고 느끼시나봅니다. 그렇다면 혹시 선생님은 주변 사람들을 즐겁게 만드는 재주나 그런 경험같은 게 있으신가요?

K. 재미있는 일을 부담없이 할 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즐거워 하는 것 같습니다. 역시 재미있게 메시지를 담아 글을 써놓으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구요. 사람들과 둘러앉아 즐거운 얘기를 하노라면 재미있는 말을 많이 한다고 합니다.

C. 본인이 즐거울 때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시는군요. 반대로 본인이 힘들거나 고민이 있으면 그렇지 못하겠지요? 좋습니다. 재미있는 일을 한번 찾아볼까요? 재미가 자꾸 바뀌시겠지만 최근에 재미를 붙여 즐겨하신 일이 무엇입니까?

K. 올해는 어린이를 위한 리더십 프로그램을 개발하는데 반년 정도 집중했습니다. 그일이 재미있고 보람도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은 조금 식었다고 할까요. 또 책읽는 일은 벌써 햇수로 4년쯤 계속하고. 그림 보는 것도 좋아라했는데 요즘은 머리가 복잡해서 일부러 안보고 있습니다. 그 정도입니다. 얘기하다 보니 집중적으로 반년쯤 하다고 시큰둥하고 그러는가 싶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재미를 찾는 것 같기도 하구요.

C. 어떤 일을 하면 계속 재미있고 변화도 많을까요? 혹시 그런 일 보셨나요? 다른 사람이 하는 일중에서.

K. 글쎄요. 어떤 일이든 직업적으로 하다보면 몇가지 패턴을 중심으로 도는 게 보통이지요. 창작을 하는 사람도 그 일이 결코 재미있기만 한 일은 아니고, 광고나 기자들도 밖에선 부러워 하지만 안에서 보면 다 똑같이 스트레스 받는 직업입니다. 직업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C. 그런 것 같군요. 좋아할 만한 어떤 일에 보람과 의욕을 가지면 계속 재미있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혹시 어떤 일에 보람을 느끼시는지요?

K.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가시화시켜서 보여줄 때 정말 흐뭇하고 보람있습니다. 교육도 그런 점에서 잘만 하면 참 보람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C.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안정적인 생활, 신뢰깊은 인간관계, 욕심부리지 않는 삶을 원하셨고, 이승철 처럼 남들과 행복을 공감하는 직업을 감정적으로 원하셨습니다. 재미있고 변화가 있는 일이라면 충분히 남들과 행복을 공유할 수 있다고 하셨구요. 그게 직업은 아니라 보람과 의욕의 문제라고 하셨습니다. 남들 생각안하는 걸 가시화시키는 일, 이를테면 교육같은 일이 그렇다고 하셨어요. 그렇지요?

K. 정리를 아주 잘하시는군요.

C. 감사합니다. 이제 미래의 이야길 한번 해보지요. 이런저런 일을 생각해보셨을 텐데 무엇이 결정을 못하게 만들던가요?

K. 미술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너무 막연하고, 또 그 방면의 친구들이 새로 시작할 게 아니라 지금까지의 경력을 활용해 그 위에서 무엇을 시작하라니 그것 또한 잘 모르겠습니다. 그동안 관심있게 생각했던 미술사 공부는 정말 사막에서 바늘줍기라더군요. 아무래도 직업으로 택하기엔 좀더 상황판단을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어린이 교육사업을 해볼까도 생각했는데 이쪽은 사업이라 선뜻 뛰어들기가 부담스러웠습니다. 가능한 몇년동안은 비즈니스 중심의 생활은 안했으면 합니다. 잘되면 욕심을 부리고 안되면 생활 전체가 흔들리기 때문에 균형을 잡기 어렵습니다. 안정이 안된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코치 쪽을 해볼까 생각중입니다.

C.  그일 이라면 저도 좀 압니다만...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이 걱정되는지 분류해 보시지요?

K. 장점이라면 지금 시작해도 늦지 않았고 그동안의 경험을 잘 활용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나 주위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 비즈니스에 속썩지 않아도 된다는 것 등이겠고. 단점이라면, 아직 시장규모나 인지도가 열악하기 때문에 돈 벌려면 좀 바쁘겠다는 것, 남들이 뭐하냐고 물어보면 대답할 때 시간이 좀 걸리겠다는 것,  따지고 보면 단점이랄 것도 없겠군요. 저 스스로 좋게 보고 있나봅니다. 

C. 그런데 딱이 조심스러운 이유가 있다면?

K. 이 일 역시 안해본 것이라 시작하기가 두려운 거죠. 괜히 용두사미가 되기도 싫고, 중간에 또 그만두면 제 마음이 많이 안좋을 것 같으니까 선뜻 몸이 안 움직이는 겁니다.

C. 그러면 그동안의 경험을 되살려, 중간에 일을 그만두게 되는 이유를 쭉 뽑아서 미리 체크해보면 되지 않을까요? 어떤 이유때문에 중도 하차하게 되던가요?

K. 모두 인간관계 때문이지요. 사람들과 등을 돌리게 되면서. 왜 그렇게 됐을까요? 욕심을 부려서지요. 남들을 배려하지 않고 제 고집만 부렸기때문에. 내 머리와 내 능력만 과신해서 다른 사람들 얘기를 안듣고 뭐 그랬던 것 같습니다. 욕심과 고집만 죽이면 되지 않을까요?

C. 코칭을 하면서 어떤 욕심, 어떤 고집을 부리게 될까요? 전 잘 모르지만 코칭 자체가 욕심이 있거나 자기 주장만 내세우면 절대로 안되는 직업 아닌가요?

K. 그렇습니다. 코칭을 열심히 하면 욕심도 부릴 일이 없어지고 고집은 다스려지겠네요. 만일 그게 안되면 내가 하는 코칭이 말도 안된다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재미있군요. 내친 김에 코칭 비즈니스에 대해 좀더 깊이 알아 봐야겠습니다. 어떤일을 구체적으로 하는지, 그 일을 잘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하는지. 잘 가르쳐줄 만한 사람도 주변에 여러분 계시니까요.

C. 그동안 고민하시면서 너무 무겁게 생각하는 버릇이 생긴 것 같습니다. 자신의 행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무엇인지 잘 생각하고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면서 조심한다면 정말 재미있고 보람차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가볍게 일을 시작해보시되 욕심과 고집은 최대한 자제하셔야 겠습니다. 오늘 코칭을 정리해보실까요?

K. 감사합니다. 처음엔 막막하기만 했는데 하나하나 따지고 정리하다보니 어느새 해결의 기미가 보이는 것 같습니다. 중간에 직업의 문제가 아니라 의욕과 보람의 문제라고 생각한게 핵심인 것 같습니다. 내가 안정적으로,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지려면 비즈니스에 깊이 빠지지 않는 것이 지금은 좋겠고, 내 일에 보람을 느끼려면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끄집어 내야 하니까 여러모로 코칭하고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무겁지 않게 최대한 경쾌하고 홀가분하게 일을 시작할까 합니다.

C. 수고하셨습니다. 매우 어려운 코칭이었는데 그동안 생각을 많이 하셔서 진행이 무척 빨랐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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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4-11-18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칭이 하는 일이 이런 일이군요. 예전에 상담을 공부한 적이 있는데 비슷한 것 같기도 해요. 물론 상담은 좀 더 포괄적이고 기법도 다양해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 같아 지금은 쳐다 보지도 않지만...

이건 사람의 인생의 길을 조정해주고 조언해 주는 뭐 그런 거 아닌가요?

전 이승철은 잘 모르겠고, 조영남 씨 사는 게 참 부러워요. 그분은 막힘이 없고 자기 좋아하는 일만하는데도 유명하고 잘 먹고 잘 살잖아요.

우리나라도 이제 살만해졌으니(어렵긴 하지만) 자기 좋아하는 일만으로도 잘 먹고 잘 사는 사회가 되야한다고 봐요. 물론 아직도 대다수가 벌어 먹고 사는데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정력을 쏟아야하지만...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