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3 - 승자의 혼미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3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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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이야기 3권은 2권에서 다룬 ‘한니발 전쟁’을 계기로 해서 로마는 이제 ‘팍스 로마나’를 표방하고 나선 자그마한 폴리스가 아니라 엠파이어제국(帝國)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발발하는 정치적인 여정에 발을 내디디게 된 것이다. 이 과정 가운데 여러 가지 거듭된 정치적인 소용돌이들을 경험하게 되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그라쿠스 형제



그라쿠스 형제의 비극적인 결말

한니발을 물리쳤던 위대한 용사, 스키피오 아프카리누스의 외손자인기도 한 그라쿠스 형제들의 시대로 로마는 나아간다. 이 두 사람은 어머니 코르넬리아의 탁월한 교육을 바탕으로 정직한 정치적 해법을 찾아나가지만 결국 그것은 로마정치의 핵심인 ‘원로원’들을 자극하는 계기로 두 사람 개혁은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로마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정치적인 성숙을 거듭하게 된다.


솔직히 나는 티베리우스와 가이우스 즉 그라쿠스 형제 가 비극적인 결말로 자신의 품은 뜻을 펴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쉬웠다. 더 나아가 그들이 정치판을 잘 이해하지 못함으로 인해 젊음에서 오는, 순수함에서 오는 그 열정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일으킨 것이다. 정치판은 사람들을 달래고 얼러가면서 가야하는 것인데 두 사람은 젊고 패기가 넘쳤고 로마에 대한 개혁의지가 너무나 강했다. 아시다싶이 너무 강한 것은 잘 부러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라쿠스 형제가 비극적으로 죽었지만 그의 어머니 코르넬리아의 집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드나드는 살롱이 되었다는 것은 그라쿠스 형제의 역사적인 의미와 정치적인 의의를 시대의 정신이 읽고 있었던 것이다.


가이우스 마리우스

평범한 평민 출신의 가이우스 마리우스.
마리우스는 군제 개혁을 시행했다. 로마의 의무병 제도를 지원병 제도로 바꿈으로 정치적인 개혁을 추진했다. 마리우스는 평민 출신으로서 전쟁터에서 모든 것을 체득하면서 권력의 자리를 꿰찬 인물이다. 로마의 정치가가 될려면 군인으로서의 경험은 필수적인 요소였다. 더군다나 평민출신인 마리우스, 그에게 있어 전장의 경험은 그의 전부였다. 전쟁터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전쟁이 없는 시기의 마리우스, 그에겐 정치감각의 결여가 그의 최대 단점이 되고 말았다.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하지만 역사적으로 마리우스를 주목해 보아야 할 것은 그가 ‘로마가 낳은 유일한 천재’,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시저 혹은 케사르)와 연결되는 출발선이라고 해도 좋기 때문이다. 마리우스는 카이사르의 고모부인 셈이다. 마리우스와의 혈육적인 인맥은 과거나 현재와 마찬가지로 정치적인 인맥으로 나아가게 된다. BC 84년 카이사르는 마리우스의 혁명에 참여한 귀족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킨나의 딸 코르넬리아와 결혼함으로써 공공연히 급진파의 입장에 서게 된다. 1년 후에 술라가 동방에서 이탈리아로 돌아와 반혁명의 쿠데타를 성공으로 이끌었고, 그후 카이사르에게 코르넬리아와 이혼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카이사르는 이 명령을 거부했기 때문에 재산은 물론이고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도망자신세가 된다.

나는 왜 카이사르가 술라의 명령을 거부했을까? 생각해본다.
그는 술라 진영인 반혁명파와 대립되는 정치적 노선인 마리우스와 킨나의 진영에 서 있기 때문이었을까? 술라는 카이사르가 틴에이저였을 때 아버지를 일찍 여읜 불쌍한 애니깐 그를 살생부에서 지워달라는 주위 많은 사람들의 권유로 어쩔수 없이 '카이사르'의 이름을 지우면서도

'그 청년의 머리 속에는 마리우스가 100명 쯤은 있을 것이다...'

고 말했던 대목에서 비범한 자는 비범한 자의 미래를 내다본다고 가늠하고 싶다.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읽다보면 그렇게 볼 수 밖에 없다. 만약 이러한 관점에 대한 열정의 밀도가 떨어지면 나는 시오노 나나미의 책을 내려놓을 수 밖에 없다. 그것은 일종의 독서의 열정과도 같다고 생각한다.


동맹시 전쟁

로마는 외부의 적으로부터 시달릴 때 내부의 힘을 모아 실력을 발휘하였다. 하지만 ‘승자의 혼미’는 말 그대로 로마 정치의 ‘내장질환’ 을 다루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동맹시 전쟁’이다. 로마시민권을 달라는 동맹국들의 반발로 인해, 로마 시민권 획득을 전면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이로 인해 로마는 이제 ‘로마 연합’의 공동체가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국가적인 시스템'으로 나아가게 되는 것이다.


폰투스의 왕, 미트라다테스 6세의 도발

로마는 폰투스의 왕, 미트라다테스 6세와 3차에 걸친 전쟁을 하기에 이른다. 로마의 내장질환을 틈타 로마 정복의 꾀하는 미트라다테스 6세의 도발 행위는 그리 큰 파장을 불러 오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유명한 독재관이었던 술라와 그의 영원한 보좌관 루쿨루스를 만나게 된다. 로마의 ‘내장질환’을 잠재우고 자신이 생각했던 로마의 정치적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본질적으로는 보수주의자이지만 술라는 자신의 ‘클리엔테스’격인 3만 5천명의 군사를 이끌고 쿠데타를 일으키게 된다. 그는 정치적인 모든 도구를 이용해 자신이 장기적인 독재관에 봉직하기에 이른다.


술라는 굉장히 영민한 정치가, 행정가이다. 그는 로마의 원로원 체제에 대해 업그레이드를 나름대로 만들어나가고서 갑작스럽게 독재관에서 사임한다. 하지만 그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술라의 정치적인 시스템은 흔들리게 된다. 술라의 이상과 로마의 현실이 불일치, 불균형이 초래한 것이다. 물론 정치적인 결과물은 어떻다 하더라도 술라는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 펠릭스(’행운아‘란 뜻)’라고 할 정도로 행운아인셈이다.



폼페이우스



폼페이우스의 시대

반술라파에는 세르토리우스가 있다. 그는 전쟁에서 패하여 도망쳤지만 다시 군사를 모아 전쟁을 하게 된다. 하지만 폼페이우스는 이를 평정한다. 크라수스는 ‘검투사들의 반란’을 진압한다. 모든 것을 갖춘 폼페이우스이지만 신은 폼페이우스 편이 아니었다!


로마정치도 역시 정치의 메스꺼움이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의 영웅들에 대한 굉장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영웅들에 대한 인간적인 매력들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보고 있는 사람도 마음이 떨릴 정도다. 특히, 여자운도 없었고 부하운을 타고나지 못한 로쿨루스, 하지만 그가 지독스럽게 모은 전쟁터에서의 부로 식사하는 미식가의 습관에 대한 대목에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참, 세상에는 정말 다양하고 재미있는 사람들이 많구나! 과거나 지금이나 상관없이 말이다. 그래서 역사가 재미있다! 역사는 사람이야기니깐...

하지만 ‘승자의 혼미’를 읽으면서 느끼는 것은 정말 로마인의 로마인다움을 느끼기 보다는 언제나 정치판은 더럽고 치사하구나 하는 생각이다. 권력의 기득권을 잡기 위해 시대의 영웅과 지도자를 갈아치우고 암살하고 죽이는 이런 모습은 정말 분노가 치밀어 오를 정도이다.


승자의 혼미, 로마의 정치의 과도기적인 질병보고서

로마인 이야기 ‘승자의 혼미’는 원로원, 집정관, 호민관 이라는 이 3가지의 정치적인 구도로 나아가면서 벌어지는 과도기에서 오는 혼미함 이 화두이다. 특히 로마의 덩치가 커지면서 원로원이라는 정치체제가 가져다주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Written By Karl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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