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2 - 한니발 전쟁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2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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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도 진화한다

우리는 흔히 인간이 진화한다고 믿어 왔다. 나는 진화론을 신봉하진 않지만 인간이 환경과 상황에 적응하면서 진화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로마인 이야기’의 두 번째 작품인 ‘한니발 전쟁’에서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는 국가가 진화하고 변화하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어떻게 진화한다는 말인가?

로마는 공화정 정치를 추구하는 나라로서 ‘팍스 로마나’를 실현하는 ‘평화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의 최고의 해운국인 카르타고가 시칠리아 섬에 대한 침략의욕을 드러냈을 때 로마는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포에니전쟁은 카르타고의 이러한 야심으로 인해 발단이 된다. 하지만 로마는 여기서 계속 머물러 있지 않는다.

로마가 더욱 진화하고, 처음에는 ‘온건한 제국주의’에서, 후에는 ‘엄격한 제국주의’로 진화하게 된다. 그러면서 도시 국가인 로마에서 이제는 ‘로마 제국’으로 발돋움하게 된다.

이 책에선 포에니전쟁으로 시작된 ‘로마의 진화과정’의 130년의 스토리를 담고 있다.



 



진화의 원인은 전쟁이었다

2권의 소재는 전쟁이다. 전쟁의 주인공은 두 사람이다. 바로 2권의 제목처럼 챔피언(?) 한니발과 도전자 스키피오이다. 두 사람 모두 아버지가 뛰어든 전쟁에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아들이 개입하게 된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 두 사람에 대한 인간적인 매력들을 개인적으로 구술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역겹거나 지겹지 않다. 오히려 흥미롭다. 한니발은 당대 최고의 전략가이자 전사였다고 볼 수 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의 리뷰에서 이야기했던 에피소드이다.

한니발과 스키피오가 자마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스키피오: 우리 시대의 최고의 군인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한니발: 마케도니아 왕국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다.

스키피오: 첫째는 그렇고 그럼 두 번째는 누구인가?

한니발: 병법의 천재, 에페이로스의 피로스 왕이다.

스키피오: 그렇다면 세 번째는 누구인가?

한니발: 바로 나, 한니발이다.

스키피오: 만약 포에니전쟁에서 로마(스키피오)가 지고 당신이 이겼다면?

한니발: 그럼 내가 제일 첫 번째이다.

 

이런 대화 속에서도 알 수 있듯이 한니발은 최고의 전쟁 영웅이었다. 이러한 한니발, 한 개인의 카리스마에 로마는 제2차 포에니전쟁에서 이탈리아 반도가 유린당하게 된다. 시오노 나나미는 마치 전쟁교과서의 역사를 고찰하는 것처럼 전쟁의 과정을 싣고 있다. 물론, 재미있다.

 



국가도 진화하지만 인간도 진화한다

한니발은 당대 최고의 군인이다. 하지만 그도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병법을 모방하고 자기화시켰다. 하지만 자기보다 훨씬 어린 스키피오는 한니발을 전쟁터에서 보고 배운 제자인 셈이다. 스키피오는 한니발의 전쟁에 대한 모든 것을 섭렵하여 오히려 그것으로 도전장을 내민다. 결국 스키피오의 승리로 끝이 난다.

 

진화의 벼랑 끝에 선 카르타고

포에니 전쟁은 한니발의 나라인 카르타고와 로마가 벌인 전쟁이다. 카르타고는 1차, 2차, 3차에 걸친 전쟁으로 결국 패망하게 된다. 적국의 패망의 광경을 목도하던 총사령관인 스키피오 아이밀리아누스(스키피오의 아들의 양자)는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지금 우리는 과거에 영화를 자랑했던 제국의 멸망이라는 위대한 순간을 목격하고 있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내 가슴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승리의 기쁨이 아니라, 언젠가는 우리 로마도 이와 똑같은 순간을 맞이할 것이라는 비애감이라네.”(455)



 

포에니전쟁의 주인공, 카르타고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

 


카르타고의 폐허

‘번성한 자는 반드시 쇠퇴한다’

‘진화한 자는 반드시 쇠퇴한다’

로마인 이야기 2권, ‘한니발 전쟁’은 ‘번성한 자는 반드시 쇠퇴한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는 이것을 두 가지의 줄기로 보고 싶다.

 


첫째는 번성한 국가는 반드시 쇠퇴한다는 Story.

 

당대 지중해의 해운국이었던 카르타고와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세운 마케도니아가 멸망한다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둘째는 진화한 인간은 반드시 쇠퇴한다는 Story.

 

그 탁월한 명장, 한니발이 포에니전쟁에서 패배하여 나중에는 시리아까지 도망갔다가 결국은 음독자살을 하게 한다. 한니발의 제자이면서 그를 능가한 명장, 스키피오를 大카토가 모함하여 몰아내고 스키피오는 은둔생활을 하며 생을 마감하게 되는 스토리.

 

비애감이 감도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역사가 주는 이러한 장엄한 교훈의 카타르시스 때문에 우리는 역사를 읽고, 그리고 그 역사로 인해 울고, 그 역사로 인해 울지 않는가?

 

한 여류작가가 쓴 로마인 이야기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거다. 또 하나의 로마인 이야기, 로마인 이야기 1-2권을 읽은 후 느끼는 점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한니발’이나 ‘스키피오’, 더 나아가 4-5권에 등장하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매니아이다. 로마의 매니아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인물, 영웅에 대한 예찬가이다. 그래서인지 ‘한니발 전쟁’의 주역들을 대하는 태도가 객관적인 태도라기 보다는 주관적인 면이 좀 넘친다. ‘로마가 좋아서 로마와 결혼한 사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그녀이다. 실제로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이탈리아로 갔고 거기서 이탈리아인을 만나 결혼하고 지금도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지 않는가? 그래서인지 ‘로마인 이야기’의 편향적인 관점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여성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남성작가 쓴 로마인이야기는 과연 어떻게 해석하고 그려 나갈까 궁금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의 존재가치나 의미가 전혀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벌써부터 3권, ‘승자의 혼미’를 볼 기대로 가득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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