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북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태영호의 책을 읽는 중에, 남북한 판문점 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일어났다. 그러던중에 이 책이 나왔다.

책을 읽으면서 속도를 내기 위해 볼펜을 내려놓고 중요한 대목은 접어서 다시 줄을 긋고 메모할 요량으로 완독했다.

근데, 다시 접은 부분을 들추어내려니 시간도 시간이고, 힘들겠다 싶다.

 

내가 받은 인상 몇 가지만 이야기하고 싶다.

1 북한의 지도자는 김정은이다.

김일성-김정일-김정은 으로 3대세습은 획기적인 사건이다. 그런데, 이제 북한의 대표자는 김일성도, 김정일이 아닌 김정은이란 사실이다. 이 말은 이전에 두 지도자를 바라보던 프레임으로 김정은을 보아선 아니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김정은은 김정일이 북한내에서 지도자훈련을 받은 경우와 달리, 그는 유학파이다. 유학파 엘리트 출신이다. 그런 차별점이 바로 자신이 지도자로 오른 뒤, 권력의 제2인자 황장엽 숙청부터 시작해서 아버지의 측근들을 대다수 숙청 아니면 권력의 자리에서 추방시켰다. 이를 보면서 김정은을 '미치광이'라거나 '망나니'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이것은 김정은의 기획된 노림수이고 전략이다.

이를 통해 김정은은 권력을 양도받는 기간이 너무나 짧은 약점(김정일의 이른 죽음으로)을 권력중심자들의 '세대교체'라는 카드로 극복하려 한다.

 

김정은은 '북한 최초의 시스템형 지도자' 스타일을 지향하면서 자신의 영향력을 극대화시키고 있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김정은이 아버지가 아닌 할아버지 김일성의 권력장악스타일을 모방하는 점이고, 더 나아가 자신의 외모 또한 김일성을 많이 닮았다는 것으로 어필한다는 점이다. 그게 뭐라고? 아니다. 북한은 김일성이 세운 나라이기도 하기에, 김일성의 카리스마는 절대적이다. 일부 의견에서는 김정은이 성형수술을 했다고 의혹도 있다고 본다. 김정은이가 할아버지 김일성을 벤치마킹했다. 김정은은 머리를 쓸 줄 아는 지략가이다.

 

2 김정은이 내건 두 가지 목표이다.

첫번째는 핵무력 건설이라는 병진노선이고, 두번째는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경제대국으로써의 꿈이다. 그런데, 핵을 보유함으로써 강대국들과의 관계에서 '코너에 몰린 생쥐'꼴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북한의 협상의 테이블로 나왔다. 하지만, 과연 북한이 비핵화가 가능할까? 참고로 리비아라는 반면교사가 있기 때문에 북한은 핵을 포기하는 것이 어렵다는 전문가의 지적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경제를 잡으려면 병진노선을 접어야 한다.

 

3 불쌍하기 짝이 없는 달러히로어즈들

북한의 경제력을 버티고 있는 것은 해외에 나가 지독한 노동에 시달리며 외화를 자국으로 강제적으로 송출당하는 북한의 노동자들 때문이다. 이들은 북한의 '달러 히로어즈'들이다. 이들은 제대로 된 임금도 잘 못 받지만, 받아도 거의 정부에게 빼앗기다 싶이 한다. 그래도, 북한내부에서 일할때보다 낫다고 거기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북한의 해외 송출 노동자 현황을 보면, 러시아 2만명, 유럽 400-500명, 중동 7,800명, 중국 19,000명 이상, 아프리카 1,000명, 말레이시아 400명 등이다. 2015년에는 9만여명이었는데, 2016년에는 12만 명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북한은 변화하고 있고, 국제관계의 틈바구니 속에서 어떤 변화를 또 가져올지 기대된다.

김정은은 특별히 경제대국의 꿈을 가지고 '교육'에 신경을 쓰면서 영어, 외국어 교육을 강조한다.

베일에 싸인 북한의 모습을 들추어 본 이 책의 결론은 '북한은 나름의 시스템과 로드맵을 갖춘 국가였다'(p.264)이다.

이정서의 <85학번 영수를 아시나요?>란 소설에 보면 고성식이란 인물이 나온다. 그는 김일성대학 출신엘리트였다가 귀순한다. 그리고 신문사와의 원고 계약을 한다. 하지만, 한국사람에게 사기를 당하면서 글을 도저히 쓸 수 없겠다고 주인공에게 이야기한다.

 

"돈이면 다 된다는 생각, 역으로 말하면 돈 앞에서는 아무도 믿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무서운 것 같아요. 북한은 못 살지만, 서로가 못사는 만큼 서로에게 관심이 많죠. 여기처럼 각박하지는 않다는 겁네다. 모든 가치 기준을 돈으로 재려 하는 사람들 속에 있다보니 적응이 잘 안되네요."(p.99)

북한과 남한의 프레임과 패러다임의 차이점을 소설의 한 대목에서도 느껴진다.

 

문득 읽은지 한참된 황석영의 <손님>이란 소설이 생각난다. 그 내용은 미제국주의와 동일시되는 기독교, 기독교와 동일시되는 미제국주의가 한반도에 끼친 해악을 고발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손님...

하지만, 이제 한반도는 남한과 북한이 한 민족, 한 혈육이 아니라 '또 다른 손님'의 입장이 될 수도 있는 문화적인 거리감이 존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정치나 외교나 국제정세에 너무나 미약한 내가 이 책의 리뷰를 쓴다는 것이 너무나 쑥스럽다. 하지만, 휘발되지 않기 위해 기록을 남긴다.

 

<누가 북한을 움직이는가> 이 책을 읽기 전에 읽은 소설이 바로 김진명의 <미중전쟁>이다. 김진명의 소설의 마지막은 '비약'이 심하지만, 나름대로 국제관계도의 해부는 제대로 한 듯하다. 소설에 보면 중국을 노리고서 미국은 북한을 도발하려고 한다. 그런데, '북한에 전쟁을 하려면 반드시 한국 대통령 문재인에게 승인을 얻어야 한다'. 이런 대목이 있는데, 미국은 이를 무시하려고 한다....

'2017년 8월 15일, 문재인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대한민국의 동의 없이는 어떤 전쟁도 안 된다는 입장을 강하게 표명했다. 김정은은 이런 문재인 대통령에게 강한 신뢰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p.148).'

 

장강명의 <한국이 싫어서>란 소설에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온다.

호주시민권을 얻기 위해 호주로 온 예나에게 아주 쿨한 미국인 친구, 엘리가 있다. 엘리는 모든 것이 시원시원하다. 예나가 알바를 하다가 의류점 상사에게 꾸중을 들으면, 오히려 옆에서 예나를 변호해준다. 그런 모습에 예나는 매력을 느낀다. 그래서, 익스트림 스포츠를 굉장히 즐기는 예나를 자기 집으로 초대한다. 엘리의 목적은 예나의 빌딩 옥상에서 낙하산을 타고 뛰어내리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호주법에선 불법이었다. 엘리는 거주자가 아니기에. 엘리는 자신의 순간순간의 소확생, 하지만 너무나 스펙타클한 꿈을 낙하산을 펴 들고 뛰어내린다. 근데, 그 타이밍이 안 좋았다. 그때 호주에 테러신고가 들어와서 낙하산을 탄 엘리가 경찰에 의해 체포되고 말았다. 엘리는 착지할 때 다리를 다쳤고 벌금을 물었다. 하지만, 불법으로 집에 엘리를 들인 예나는? 예나는 엘리의 야생적인 욕구를 채워주고자 하는 선한 의도에서 엘리를 집에 들였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예나는 전재산을 날릴 위기에 처하게 되었고, 그것에 엘리도 어느정도 책임이 있음을 알로 엘리에게 찾아간다.

 

"하지만 너 때문에 난 집에서 쫓겨나게 됐다고! 4년동안 모은 돈을 전부 다 날리게 됐어! 넌 미안하지도 않니?"

"아니, 호주법에 따르면 네 손해는 네 책임이야. 너희 집을 관리 감독할 의무는 내가 아니라 네 한테 있었던 거라고. 적어도 내 생각엔 그래. 네 생각이 나와 다르다면, 우리 중 누가 옳은지 법정에서 다퉈볼 수 있겠지."(p.128)

엘리는 그런 여자였다.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지 아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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