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으로의 긴 여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69
유진 오닐 지음, 민승남 옮김 / 민음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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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 오닐은 그의 세번째(마지막) 부인인 카알로타와의 12번째 결혼기념일에 이 책 <밤으로의 긴 여로>을 선물로 주면서 서문에 쓴 그의 말처럼 <밤으로의 긴여로>는 일종의 사소설적 전기극으로, 작가의 내면적 생활 - 즉, 오닐의 영혼사(一史)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에서 묘사하고 있는 가족의 성격과 체험은 거의 사실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그의 유언에서 이것을 사후 25년간 발표하지 말라고 했던 것이다.


상처의 가족사
상처의 사중주

유진 오닐의 ‘밤으로의 긴 여로Long day‘s journey into night‘는 제임스 티론이라는 65세 노인의 가족사에 대한 이야기를 주된 테마로 잡고 있다. 이를테면 티론과 그의 부인 메어리, 그리고 두 아들 제이미와 에드먼드가 주된 등장인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등장인물들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한다면

-제임스 티론은 술꾼First drinker이며,
-메어리는 아편중독자-She is addicted to opium-이고,
-제이미 또한 술주정뱅이Second drinker이며,
-에드먼드는 폐병환자-a T.B(tuberculosis) patient-로써,
각각의 심한 중독toxication에 빠져 있다.


상처의 이중주-티론 부부

이 제임스 티론 부부는 35년을 같이 해왔다. 그 가운데 모두에게 남겨진 것은 상처damage뿐이다. 그 상처를 이렇게 저렇게 해부해 보면 티론은 배우로 활동하면서 여러 곳을 돌아다녀야 했다. 이른바 순회공연을 하면서 이 곳에서 저 곳에서 숙박을 해야했기에 메어리는 올바른 가정 하나 제대로 갖지 못했다고 불평을 쏟아 놓는다.


(제2막-‘정말 진저리가 나요. 이게 무슨 가정이야? 당신은 늘 당신 멋대로죠. 걱정도 안되우? 살림하는 가장답지도 않아요.

당신은 가정을 별로 필요로 하지 않아요. 결혼한 이후 한번도 제대로 된 가정을 갖고 싶어하지 않았어요. 총각으로 이류 호텔에서나 자고 친구들하고 어울려 술집에서 노는 편이 훨씬 좋았을거예요.
그렇게 됐다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을 텐데.
제3막-‘하룻밤 공연이건, 더러운 기차간이건, 값산 호텔이건, 맛없는 음식이건...)


수녀원 출신의 메어리는 그당시 인기배우였던 티론을 한 눈에 반해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하지만 막상 결혼의 현실은 악순환이었다. 티론은 술꾼이었기에 메어리는 늘 만취된 그가 언제쯤 들어오는지 기다리다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결혼생활에 대해 많은 회의를 갖게 하고 어떻게 하다가 돌팔이의사의 잘못된 처방-값산 처방전-에 따라 아편, 마약을 손을 대게 된다. 티론이 메어리에게 남긴 정서적인 공백을 마약이라는 매개물로 대체가 된다.

그러나 이것은 상처의 대안이 아니라 상처의 또 다른 불씨가 된다.



상처의 이중주-두 아들, 제이미와 에드먼드

제이미는 원래 방탕한 데다 아버지의 술버릇을 닮아 술주정뱅이로 허무한 생을 살아가는 34살의 큰아들이다. 원래 성격이 직설적인 그는 메어리 앞에서 공개적으로 ‘아편중독자‘라는 호된 말까지 내놓은 인물이다. 제이미의 표독스런 성격은 늘 아버지 티론 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간에 갈등을 일으킨다. 또한 메어리는 유진이라는 죽은 자식의 사인(死因)을 남편 티론과 제이미에게 돌리는 지나친 면도 보인다. 에드먼드는 폐병을 앓게 되고 이로 인해 집안은 더욱더 우울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상처는 상처를 낳고

영화 ‘데미지Damage‘는 제레미 아이언즈와 쥴리엣트 비노쉬가 출연한 영화이다. 이 영화를 본 느낌은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상처는 상처를 낳고, 데미지는 데미지를 낳고‘이다. 느낌이 그렇다는 것이다.

‘밤으로의 긴 여로‘ 이 작품을 읽고 난 느낌도 동일하다.
이 작품은 상처에 대한 어떠한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상처를 그대로 까발린다. 어떤 치유책을 제시하기보다는 그냥 아픈 그대로, 생채기 그대로 보여준다.


성석제의 <투명인간>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현실의 쓰나미는 소설이 세상을 향해 세워둔 둑을 너무도 쉽게 넘어들어왔다. 아니, 그 둑이 원래 그렇게 낮고 허술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만들었다.
소설은 위안을 줄 수 없다. 함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뿐. 함께 느끼고 있다고, 우리는 함께 존재하고 있다고 써서 보여줄 뿐.’(p.370)


상처의 응집체-물 탄 위스키

작중에서 에드먼드는 제이미가 아버지를 속이기 위해 아버지가 아끼는 위스키를 마시곤 그 빈 공백을 메우기 위해 물을 한 두 잔 탄다. 그것으로 감쪽같이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이미 탄로 날 것을 예상할 수 있는 수법이었다.


제이미가 그것을 반복하는 동안, 에드먼드 또한 제이미가 하는 식으로 위스키를 한 두잔 마시곤 물을 탄다. 거기다가 캐더린(작중 하녀)과 메어리는 둘이서 위스키를 마시고는 반쯤 남은 병에다 물을 탄다. 그러나 이것은 두 아들과 티론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였다. 위스키에다 물을 탄다는 것은 위스키의 속성을 배반하는 것이기에, 위스키라는 실체reality에게 하나의 상처이다.


위스키로서의 정체성identity에 상처를 가하는 행위이다.
그 뿐 아니라 ‘물 탄 위스키‘는 티론의 가족사의 상처의 ‘give and take‘를 여실히 보여주는 좋은 상징물metaphor이기도 하다. 뻔히 탄로날 것을 알면서도 끊임없이 반복하는 그 ‘물 탄 위스키‘의 행위는 티론의 가족 구성원간에 서로를 사랑하지만 결국 상처를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구도를 대변해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Written By Karl21 대학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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