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빌려 읽었다.
근데 대여한 책에 줄이 그어져있었다.
‘만인의 책에다 줄을 그으셨네!
어디다 써먹을려고 그랬나?’
순간 멈칫 멈추었다.


멈춘다는 게 뭘까?
멈춘다는 것은 일시정지(pause)의 의미도 있다. 멈춤, 휴식, 단말적인 어떤 힐링을 의미할 수 있겠다.


속세와 단절된 승려 혜민의 이야기는 단순한 멈춤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어떤 면에선 류시화의 <시로 납치하다>에서 소개된 앨리스 워커란 시인이 자기 시에서 말한 “자발적인 추방”의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혜민도 그런 삶을 살고 있지 않는가!


-자발적이다: 자기 스스로의 의지에서 의해,
-추방당한다: 믿고있던 세계와 세상으로부터 내침을 당하고 버림을 당하는 것.


시대와 세대로부터의 자발적인 추방자가 된다면, 우리는 정신적인 혜안과 통찰을 가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자발적인 추방은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람들로부터, 제도와 시스템으로부터, 관계로부터, 그리고 심지어 나 자신의 자아로부터 처절하게 추방당하고 단절해 본 자만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소유할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은 자발적인 추방의 열매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연 우리가 얼마나 스스로 “자발적인 추방”의 길을 갈 수 있을까! 나 자신도 그런 용기는 없다. 삶이, 상황이 그렇게 나를 내치면 내가 그렇게 추방당하는 것이지! 자발적인 추방자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잠깐 멈칫 멈추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깊은 멈추는 것은 인생의 큰 위기에서부터 터져 나오는 그 무엇이 아닐까! 그래서 고통은 쓰지만 열매는 달다고...


제목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을 필요는 못 느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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