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히가시노 게이고는 추리소설의 대가이다.
근데 이번 작품은 대단하고 훌륭하다.
추리도 가미되었지만, 판타스틱하면서도 인간적인 감동이 있는 기묘한 매력이 있다.


‘나미야 잡화점’을 중심으로 얽히고 설킨 인물들, 세명의 도둑과 고스케의 이야기가 충격적이다.


<스포일러 有>


고스케는 비틀즈 매니야이다. 중학생.
하지만, 부유했던 아버지의 사업이 어음부도를 맞으면서 세가족은 야반도주를 감행한다. 고스케는 부모의 ‘야반도주행’에 대해 불편함과 불만을 느꼈다. 그는 사촌형이 물려준 비틀지의 LP판 50장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비틀즈 해체소식과 아울러 비틀즈의 영화 ‘let it be’를 관람하고서 영화해석을 자기 마음대로 해석해버린다. 자기마음도 심란하니 해석도 자기맘대로 내리는 것은 인간의 심리 구조이다.
카이사르가 그러했던가? 사람은 다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어한다는 것, 고스케가 그러했다.


비틀즈도 거북스러웠다. 그는 결국 야뱐도주하기 전에 자기 친구에게 50장의 비틀즈 LP를 고작 만 엔에 다 팔아버린다. 자기가 그토록 숭배했던 비틀즈를 자기 인생에서 지운 것이다. 그것은 아버지, 어머니에 대한 분노와 절망이 맞물린 것이다. 야반도주하는 중에 고스케는 휴게소에서 부모님으로부터 도망친다.


‘일단 마음의 끈이 끊겨버리면 두 번 다시 이어지는 일은 없다...’(p.293)


고스케는 ‘후지카와 히로시’란 이름을 적어 손에 넣는다. 부모님으로부터 독립한 셈이다. 시간이 흘렀다. 고스케는 동네근처 ‘Fab4’라는 카페에서 자기가 앨범을 팔았던 친구 마에다의 동생이 경영하는 바의 마담에게서 부모님의 소식을 듣게 된다. 고스케의 부모는 동반자살하는데, 유서에 옆에 있지도 않은 아들 고스케도 함께 바다에 투신자살했다고 기록을 남긴다.


왜?


‘고스케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생각인지, 그들은 예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와구 고스케라는 이름은 쓰지 못할 터였다. 그렇다면 자신들이 그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렇게 생각했으리라. 그래서 와쿠 고스케라는 인간을 이 세상에서 없애버리기로 한 것이다.’(p.313)


사업이 부도나서 야반도주했던 부모가 아들을 잃어버렸다. 찾을 길이 없다. 찾을 수도 없다. 부모때문에 자식의 앞길을 막을 순 없는 노릇이고, 희망이었던 아들이 행방불명되자, 부모가 택한 것은 자살이었다. 그게 부모다. 여기서 독자인 나는 한 충격을 먹는다.


나미야 할아버지의 충고다.


‘온 가족이 같은 배에 타고 있기만 하면 함께 올바른 길로 돌아오는 것도 가능합니다.’(p.315)


자신이 도망치는 바람에 우리(고스케) 가족의 배는 갈 곳을 잃어버린 것이다. 가족은 이처럼 소중하다. 한 배를 탄 가족...아들의 부재는 부모의 가슴에 구멍을 뚫리게 했다. 가족은 어떻게든 한 배를 타고 간다면 희망이 있다. 하지만, 고스케는 그 배를 뛰쳐나와버렸다.


‘온 가족이 같은 배에 타고 있기만 하면 함께 올바른 길로 돌아오는 것도 가능합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대단한 작가이다.


2017년 12월 11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