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데이 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카트 멘쉬크 그림,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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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봐?”
-소녀시대의 노래제목이 생각난다.


이 짧은 하루키의 단편에 분노를 발하는 분들이 있던데, 책이 너무 얇은데 그에 비해 가격이 쎄다고, 그런데 스토리까지 실망하여 분노하는.


신영복의 <담론>에서 그런 이야길 한다. 책 즉 텍스트는 만들어지면 작가의 손을 떠나 따로 살아가는 것이라고. 하루키가 쓴 이 단편이 아무리 비평가들이 찬사를 해도 내게 의미없는 맛이라면 분노의 대상이 될 수 밖에.


하지만 기억하자!
일본인 베스트셀러작가와 유럽쪽 화가(일러스트레이터인가?)가 만나 글과 그림을 만들어 책이 나온 것은 합리적인 가격이란 점(난 절대 출판사 종사자 아닙니다). 그게 너무 싫으면 나처럼 대출해서 보면 됩니다. 일빠 새책으로!


난 하루키 팬인데, 내가 하루키 책을 안 사도 하루키의 생업은 번성할 것이기에 난 하루키 책은 안 사는 걸로(이래적어놓고 또 변할 듯 <반딧불이> 사야할 것 같은 느낌!).


<상실의 시대>가 너무 좋아서 두번 읽었던 기억이 난다. 내용이 좋다기 보다 거기 등장인물이 너무 맘에 들어서. 그건 20대의 객기였고.


그에 비하면 ‘버스데이걸’은 뭐냐? 뭐냐고?

<스포 들어갑니다! 참고>


20살 생일에, 남친과 열나게 싸워 연락도 안 와, 대타알바해준다던 딸내미가 머피의법칙처럼 아파서 대타도 못 뛰어, 결국 하기 싫지만 알바를 하는 여자!


그에게 그 큰 레스토랑 노사장이 자기 저녁식사 심부름을 해줬다고, “소원을 말해봐!”라고 묻는다.


하루키의 말은 굉장히 철학적이다.


“인간이란 어떤 것을 원하든, 어디까지 가든 자신 이외의 존재는 될 수 없는 것이구나, 라는 것. 단지 그것 뿐이야.”(p.57)


우리가 소원을 말할 때 ‘무언가’를 원한다. 근데 버스데이걸은 그 소원의 무언가를 원치 않는다고 했다.


왜 자기가 소원이 이뤄지면, 자신의 별볼일 없는, 20살 생일날도 알바를 해야하는 그 우울하지만 그 평범이 깨어진다고 거절한다.


우리가 로또당첨이 되어 당첨자가 자손대대로 행복하게 잘 살았다고 한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특이한 이야기는 있다. 로또당첨되었는데, 그 돈을 다 사회에 환원한 사람은 자손대대로 잘 살았다는 이야기.


자기 소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 아니고, “자기 자신”이다. 무엇을 지킬려고 하다가 ‘자기 존재’가 거덜난다. 버스데이걸은 소원의 “무엇”이 자기를 망치게 하거나 변화되게 하거나 상처주는 것을 거절한다.


왜?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 인생은 평범이 젤 중요하고 소중한 것이다.
버스데이걸은 그걸 알았던 것이다.


그게 버스데이걸의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스무살, 성인식의 가장 심장 뛰고 설레는 생일날, 누구와도 바꾸지 않는, 자신의 삶을 그 무엇과도 바꾸어 자신이 다치지 않겠다고 과감한 소원을 이야기한 버스데이걸이 갑자기 멋있어진다. 이거 쓰면서 별점 만점으로 바꿨네!


버스데이걸의 소원은 뭔지 모른다. 하루키는 안 가르쳐준다. 스무살이 훨씬 지나 누군가 “그 소원을 이뤘냐?”고 물을 때, “yes이기도 하고 no이기도 하다” 라는 답을 한다. 그 말은 그 소원은 지금 현재진행형이라는 말이다.


문득 그녀의 소원이 뭔지 한 가지 번뜩 떠오르는 게 있다. 근데 말하진 않겠다. 소설은 상상력이 생명이다. 이 하루키의 단편은 나만의 프레임으로 가져가 버리면 당신의 프레임은 없으니.


역시 하루키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리뷰 쓰면서 감동이 막 밀려오는 버스데이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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