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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언제나 금요일은 아니지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김혜은 옮김 / 좋은책만들기 / 2002년 11월
평점 :
절판
나는 산다는게 쉬운일이 아니라고 한 80%는 믿고 살아가는 사람중 한명이다. 나머지 20%의 여분만이 가끔씩 아주 가끔씩 산다는게 별거냐... 내키는 대로 하면 되는게지,,,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만큼 나에게 인생이라는것은 뭔가 나름의 십자가를 어깨에 짊어매고 살아가야할 다소 뻑뻑한 것이다. 그러나 헉...독일의 야물딱지게도 게으른 게다가 생긴것도 앙큼하게 별 볼일 없는,,,거의 일은 하지 않지만 일단 뭔가 일을 벌리면 모든 일을 완벽하게 망쳐버리는 호어스트! 이사람의 인생은 그야말로 100% 쉽게 쉽게 언제나 부담없는 금요일의 삶처럼 살아간다. 처음에는 이 독일식 유머라는 것에 머리가 따라주질 않아 웃어야 할 부분에서 웃지못하고 인상을 찌푸려야만 했었다. (사실 이 기분은 썩 불쾌하다.) 내장된 나의 유머감각이 재 가동을 시작한것은 호어스트가 화요일을 맞이할 즈음이었다. 서서히 이 책의 정체를 이해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호어스트의 엉망징창인 매 요일이 재미로 다가오게 되었다. 게다가 감격해야 할 일은 아까도 말했지만, 이 책의 독일 유머에 실금실금 웃음을 머금을 수 있는 이해력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리곤,,, 혼자 응가를 하며 읽다가도, 소파에 누워 하품을 하며 읽다가도, 운동을 하며 잠시 쉴때 숨을 고르며 읽다가도 비실비실 웃음이 연거푸 나오는 것이다. 비로소 나의 딱딱하고 뻑뻑한 인생살이에 다소간의 엉뚱한 인간으로 하여금 유머라는것이 가져다 주는 기쁨을 알게 되었다. 또한 산다는게 별거냐...했던 나의 20%의 마인드가 조금은 더 자신감을 얻어 한 10%정도 말도 안돼는 일탈을 시도할 용기도 얻어 내었다.
호어스트의 삶이 온전히 이렇게 엉망징창 게으름의 연속일까? 과연 그러고도 산다는게 유머로 넘쳐날 수 있을까? 또다시 심각한거 좋아하고 무거운거 좋아하는 나의 포기하지 못하는 근성이 고개를 들면서 호어스트의 가볍고 유쾌한 귀차니즘에 은근한 부화가 치밀기도 했더랬다. 분명 나의 이상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간접이든 직접이든 마주치게 되면 선입견이 드는건 사실이니까,,,그러면서도 나도 외치고 싶었다.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지 않을 권리! 늘어지게 무력해지고 게을러 지는 나의 영혼을 어느정도는 방치해 두고 싶은 욕망! 등.... 알게모르게 호어스트의 인생을 부러워 한게 틀림이 없다.
이 책은 작고 예쁘다. 그리고 제목도 마음에 든다. 무엇보다 재밌다. 그러나 이런류의 책을 싫어할 사람들도 분명 존재할것이다. 너무 가벼운거 아니냐고,,, 유머랍시고 그저 말장난 투성이 아니냐고,,, 처음에 나도 그랬으니까! 아직도 100% 이 책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드는건 아니지만, 적어도 바쁘고 규칙적인 현대 사회에 기계처럼 움직이는 사람들에게 다소 인생의 무게를 좀 덜어보는 것도 삶의 한 방법임을 알려 주는 이 책이 어느정도 사랑스러워 졌다. 무엇보다 호어스트의 유머!! 독일식 유머란다. 그 유머가 쫌 많이 귀엽다. 그리고 재밌는 가장 큰 요소다. 세상이 분명 금요일만은 아니지....... 그러나 금요일에서 느껴지는 마음의 여유는 우리가 조금만 비우고 다듬으면 가능한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