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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둑 1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평점 :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어떤 사신이 내 곁을 오늘은 얼마나 스친걸까? 아직은 때가 아니기에 여전히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노트북의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언젠가 나의 영혼도 무겁거나 가볍게 죽음 배달부에게 실려 가겠지?
씨이.. 젠장.. 다 읽어 버렸다. 이눔의 책도둑! 그리곤 멍때리고 앉아 있다. 적당한 분노와 그야말로 운명의 맞짱에 망연자실.. 할 수 밖에 없는 일개 인간임을 인정하면서....
1940년에 일어난 일, 그것도 나와는 전혀 동떨어진 먼나라 이웃나라 언저리에서 벌어진 전쟁이야기,, 겪어보지 못한 폭탄 세례와 지하벙커에서의 도피와 피신은 그야말로 지금의 나와는 상관없는 그것도 절대 공감하지 못하는,,,공감되지 않음에 계속 찝찝한 죄의식을 느끼며 상상력을 동원해 그야말로 말들, 글들을 씹는 순간... 이건 먼나라 이웃나라 역사가 아닌 인간인 나의 영혼에 관련된 이야기 였던 거다. 젠장~
일단의 현실은 전쟁이다. 그러나 그안에 포함된 가난, 추위, 상실, 죽음, 우정, 의리, 은신, 정의, 동정, 연민, 공포 등등.. 은 절절한 현실이다. 인간 영혼의 본능적이고 사실적인 감정들이 그 전쟁안에 절대적인 현실로 드러난다. 그래서 더 아프고 감사하고 눈물이 난다. 너무나 인간적이라서,, 동시에 너무나 추악해서... 1권과 2권 아주 제대로 마음을 무겁게 짓눌러 주시면서 경험하지 못한 상황의 현실로 이끌어 주시니,, 이눔의 작가 말빨,,, 제대로지..
더이상 그 전쟁의 공포에,, 생존의 악랄함에 심장언저리가 뻐근해질 때마다 책을 덮었다. 그리곤 한참 숨을 고르고 또다시 펼치면 악랄한 삶은 연장되어 지고 있다. 죽음의 사신은 두둥실~~ 생존자와 죽은자들 사이를 유유히 넘나들며 너무나 생생한 이미지로 나레이션까지 하면서 다음번의 죽음과 맞닥뜨릴 인물들을 냉정하게 덤덤히 알려 주신다. 친철도 하시지...
독자로 하여금 일말의 희망과 상상까지도 말살해 버리는 이눔의 사신이 꼭 히틀러랑 닮았다. 분노와 억울함의 눈물을 이 해설자에게 뿌려본다.. 아.. 젠장...
산다는것, 생존한다는 것의 위대함과 더불어 거추장스러움,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 그것의 선함과 악함, 아름다움과 추함의 양면성의 진리에 가슴은 계속 눌린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미지가 너무나 생생해서 내가 유대인의 행렬에 끼어 있는거 같고, 내가 채찍에 살점이 부풀어 오는 것 같아서,,, 눈물이 가슴을 치고 올라와 꺽꺽 오기로 참아 보기도 몇번이다.
전쟁의 공포, 상실, 이별과 죽음, 죽는게 무섭냐? 아니,, 인간의 영혼을 저당잡아 농락하는 운명의 죽음이 두렵다. 인간적인 옳음과 선함과 따뜻함이 유린당해야 하는 무시무시한 또다른 인간적임이 두렵다. 그것이 공포다. 인간이 또다른 인간을 억압하고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이 공포다.
폭탄이 지하벙커를 갈기갈기 찢어 놓치 않아도, 시체들이 조각나 길거리에 널려 있지 않아도, 우리는 다른 그 무엇의 불편함과 내 유익을 위해 여전히 소리없는 칼날로 또다른 심장들을 찢어대고 있다는 거다. 60여년 전에 벌어진 일들이 여전히 또다른 먼나라 이웃나라에선 현실로 벌어지고 있으며 소리없는 비명들은 바로 가까운 내 이웃들에서도 악악 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알았다.. 알았어.. 이젠 좀더 제대로 살아볼께. 추악한 세상에 적어도 무관심으로 고개 돌려 외면하진 않을께, 말이 왜 필요한지,, 책읽는 행위가 왜 필요한지, 글이 왜 필요한지,, 알았다구요.적어도 작은 소녀 책도둑의 리젤만큼은 아니지만, 더디게 나마 성장을 할꺼라고.. 말의 힘을 믿는 그 작은 책도둑이 자신만의 말을 남길 만큼의 성장 만큼... 나도..요~ 작가님.. 마커스 주삭! 당신은 참 교묘하게 책읽는 의미를 알려 주는 군! 말의 힘, 글의 힘, 독서의 힘, 당신은 그걸 알고 있는 거 같어. 그리고 따뜻하고 정의로운 심장을 가진 것 같아요.. 적어도 한명의 독자에게 뜨겁고 무거운 눈물을 끌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당신.. 감동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