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쓰기의 모든 것 Part 2 : 묘사와 배경 - 독자를 사로잡는 이야기에는 섬세한 문장이 있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2
론 로젤 지음, 송민경 옮김 / 다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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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시리즈의 첫 번째 책 <플롯과 구조>를 보고 바로 편 책입니다. 1권은 약간 기대에 미치지 못했었죠. 책의 내용은 좋았으나 플롯의 존재를 100% 신뢰하지 않는 저이기에 많이 와 닿지 않았습니다. 읽고 나서의 감상은- 플롯도 분명 도움이 되는구나, 하지만 귀찮아, 이 정도?


  하지만 두 번째 책인 <묘사와 배경>은 아주 좋았습니다. 근래 읽은 작법서 중 제일 유익하고 드물게 다시 읽고 연습해볼까라는 생각이 든 책이었습니다. 실상 묘사는 어떤 글이든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지요. 소설은 물론이거니와 수필에서도 필요하며 시에서는 반드시 습득해야 하고 때로는 비문학에서도 쓰입니다. 빈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요.

  전에 본 작법서들은 '글쓰기'와 '소설쓰기'를 전체적으로 다뤘습니다. 이 책도 묘사를 필두로 하고 있지만 결국은 초고쓰기부터 퇴고까지 소설쓰기의 모든 분야를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 쓰기의 모든 것> 시리즈는 각 권이 플롯과 묘사, 인물, 대화를 따로 다룹니다. 4권의 책 모두 총체적인 '소설 쓰기'에 대한 작법서이지만 각 주제들을 조금 더 상세하고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이렇게 주제가 나뉘어 있으니 괜히 책 권수 늘리려는 수작이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요, 묘사를 중점적으로 다루기에 볼 내용이 많아진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작법서에서는 묘사를 한두 챕터에서 잠깐 다루고 가거든요. 물론 그 안에서도 내용은 충분합니다. 이제 연습만 하면 돼요. 감이 좀 안 잡힌다는 게 문제지.

  이 책의 최대 장점은 많은 예시로 가득 차 있다는 것입니다. 실상 중요한 내용이다 할 것은 많지 않습니다. 이 시리즈는 책 가장 뒤편에 부록으로 10~20쪽 정도의 요약본을 실었습니다. 이것만 봐도 내용은 파악이 되거든요. 하지만 감이 안 잡힌다니까? 그동안 수많은 책을 읽어왔고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작품의 모든 묘사내용을 알고 있다면 간단한 조언만으로 만사 오케이겠지만 그건 또 말이 안 된단 말이죠. 그래서 필요한 건 풍부한 예시입니다. 기성 작가들의 훌륭한 표현들을 보며 천천히 익히는 거죠.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그러니까 기존의 것들을 익히고 새로운 표현을 써 내려가면 됩니다. 어때요, 참 쉽죠?

  전체적인 이야기를 짜는 연습도 좋지만 하나의 장면 장면을 묘사하고 설명하는 연습이 더욱 필요하다고 봅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언제나 주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상황을 살피며 오감을 넘어 때론 육감을 사용해라― 그리고 작가노트에 조금씩 기록해두어라. 책의 서두에 나온 말이에요. 너무 변태 스토커 같나?

  작법서보다는 거의 실용서적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은 책이었습니다. 애초에 없는 정답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전과는 달리 조금 더 뚜렷한 해석을 제시하고 확실한방향을 잡아주었거든요. 왠지 모르게 '이렇게만 쓰면 돼'의 느낌을 받은 건 좋은 걸까요 나쁜 걸까요.

  책에서 몇 가지 인상 깊고 당연한 건데 잘 지켜지지 않는 내용만 몇 추려보겠습니다.

  · 형용사와 부사는 훌륭한 작가들이 글에 맛을 더하기 위해 사용하는 향신료다. 너무 적게 쓰거나 너무 많이 쓰면 음식을 망칠 수 있다. 따라서 당신이 원하는 대로 수식어가 정확하게 쓰였는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 느낌표(!)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아주 드물게 사용해야 한다.
  · 의성어는 문장 안에 엮어 살짝 언급해야 한다. 의성어 하나로 한 문장을 만들고 느낌표를 붙이는 일은 피하라.
  · 보여줄 때와 말해줄 때를 결정하는 일은 본능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두 가지를 바꾸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 글을 쓰는 내내 각각의 문단과 이미지를 점검해야 한다.
  · 소설에 담는 것만큼이나 담지 않을 것에도 주위를 기울여야 한다. 소설의 전개에 직접적으로 도움 되지 않는 것은 모두 군더더기이므로 걷어내야 한다.


  (2012년 1월 9일 ~ 1월 12일, 3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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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쓰기의 모든 것 Part 1 : 플롯과 구조 - 독자를 사로잡는 이야기에는 뛰어난 플롯이 있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1
제임스 스콧 벨 지음, 김진아 옮김 / 다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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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매번 소설 작법에 관련된 책만 읽고 쓰기 연습을 하지 않는 게으른 제가 올해도 작법책을 봅니다. 그것도 이렇게 일찍 볼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연초에 좋은 책을 접할 기회가 생겼던 거지요. 하지만 좋았던 건 가능성의 제시였을 뿐. 책 자체는 그리 와닿지는 않았습니다만 시리즈에 대한 기대는 조금 높아졌습니다.


  소설 쓰기에 대한 방법은 제각각입니다. 성공한 작가들도 모두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이 있지요. 작가마다 가장 다른 작법이라면 플롯을 꼽을 수 있겠네요. 김탁환처럼 철저하게 자료조사를 하고 완벽한 플롯을 구성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스티븐 킹처럼 플롯 따위 개나 주고 손이 가는대로 글을 쓰는 작가도 있지요. 누구 하나 옳다고 할 수 없습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뿐이니까요.

  저자는 대중소설이라면 플롯은 필요할 가능성이 많고, 문학소설의 경우에도 플롯을 어느 정도 상정해두고 집필을 진행한다면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요즘은 순수문학계도 장르적 요소를 많이 차용하는 걸 보니 플롯의 존재가 어느 정도는 먹힐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사실 대중소설/문학소설로 분류할 게 아니라 외적소설/내적소설로 구분하고 싶습니다. 외적으로 스토리를 보여주는 소설이 저자가 말한 대중소설이 되겠고 내적으로 인물의 감정변화를 보여주는 소설이 문학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플롯은 어느 정도 필요하긴 합니다. 정교한 틀이 짜여 있다면 작가는 글을 한결 쉽게 쓸 수 있겠지요. 물론 플롯이 없이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비슷한 것이 의식의 흐름 기법입니다. (사실 잘 모릅니다. 그냥 아는대로 던지고 봅니다) 이 기법으로 글을 썼던 작가는 제임스 조이스와 윌리엄 포크너, 버지니아 울프 등이 있겠군요. 플롯의 유무와 관계없이 그들은 내면의 독백을 그대로 종이에 옮겼다지요. 이렇게 하면 짜여진 틀에서 벗어나 잠시 자신 안의 천재성과 마주하여 양질의 글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천재의 영역입니다. 짤막한 일기 한 토막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저에게 의식의 흐름 기법은 사치이지요. 백지 공포증을 벗어나기 위한 글쓰기 연습을 할 때 필요할지는 몰라도, 적어도 소설쓰기에 있어서는 썩 추천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쓰는 틈틈이 이야기가 산으로 가지 않나 확인해야 하겠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플롯의 구성을 너무 공식화하는 것 같다는 점이었습니다. 플롯과 구성에 대한 이론도 좋고 많은 예시도 좋았지만 그것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체계화하며 플러스 마이너스 하여 이렇게 플롯을 만든다는 식의, 다소 작위적인 맛이 풍겼습니다. 물론 수많은 읽기 경험과 다른 작품의 분석과 이해가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 큰 아웃라인만 잡고 글을 쓰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이 책이 썩 맘에 들지는 않았나 봅니다. 어쩌면 '팔기 위해' 책을 쓴다는 데 있어 조금 거부감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목적은 이게 아니거든요.

  하지만 좋은 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대중소설을 판매하는데 있어서 대중에게 '먹히는' 요소가 존재하는 건 사실입니다. 조금은 뻔하다 할 수 있는 클리셰들을 어떻게 조립하냐에 따라 이야기의 전체적인 균형을 바꿀 수 있겠지요. 그런 면에서 플롯을 구성하는 법은 고심할만한 숙제입니다. 그럴 때 이 책이 도움이 될 듯합니다. 그렇다고 이 책에 모든 걸 걸면 안 되겠지요. 연습만이 살 길입니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시리즈는 총 4권 출간되었는데요, 4권의 책 모두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첫 번째 시리즈인 <플롯과 구조>는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나머지는 어떤 장르의 글에서든 필요한 요소(묘사, 인물, 시점)들이거든요. 책 마지막에 부록으로 10쪽 가량의 책 요약이 있으니 책을 통독한 후 부록만 따로 챙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참고로 전 대출한 책이라 카메라로 부록만 찍어놨습니다. 나중에 시리즈 전권을 사려고 합니다.

  (2012년 1월 6일 ~ 1월 9일, 3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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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 - ‘서울의봄’에서 군사정권의 종말까지 청소년과 시민을 위한 20세기 한국사 4
정해구 지음 / 역사비평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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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2.

  작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운동을 기념하여 유명한 진보 역사가 한홍구 씨의 <지금 이 순간의 역사>를 읽었었습니다. 강의를 토대로 옆에서 말해주듯이 진행되는 책의 내용과 표현 방법이 꽤나 좋았습니다. 주변 친구들의 정치와 역사에 대한 무관심에 혼자 화를 내며 수준 이하의 말을 지껄였던 기억도 나네요. 시국이 뒤숭숭한 요즘, 80년대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샘솓아 전부터 읽으려 했던 '20권으로 읽는 20세기 한국사' 시리즈 중 4번째 책을 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책이 참 재밌습니다. 단순히 역사를 나열한 것뿐인데도요. 제가 관심있게 생각하는 주제여서 그런 거겠지만 자의로 역사서를 서가에서 뽑아오신 당신은 이미 이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신 분이겠지요. 요는, 재밌습니다. 오히려 한홍구 씨의 책보다도 읽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역사를 다룬 책 치고 글자와 줄간격도 커서 읽기도 편하고 무엇보다도 260쪽 정도 되는 두께는 전혀 부담이 되지 않습니다.

  제 자신도 역사에 대해 무지합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이과 6개 반 중 서울대 진학반에서만 근현대사를 배웠기 때문입니다. 서울대를 제외한 학교는 내신에 근현대사를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2개 반만이 근현대사를 배웠습니다. 공대에 진학한 후에는 학교에서 당연히 역사를 접할 기회가 없었죠. 대학교 4학년이었던 작년엔 정치와 역사에 막내 동생보다 대해 몰랐습니다. 동생은 고등학교 3학년인데도 말이죠.

  정치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 택하는 길은 보통 두 가지입니다. 정치에 대해 더 알아서 유연하게 대처하거나 그놈이 그놈이라는 식으로 정치에 무관심해지거나. 대부분 후자를 선택하지요. 저도 줄곧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생각을 바꾼 경우입니다. 그런데 이 무관심이 정말 무섭다는 걸 느낀 사건이 몇 개가 있었습니다. 첫째는 작년에 실행됐던 재보궐선거에서 친구 중 누구도 투표를 하러 가지 않았다는 것(투표를 왜 하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심지어 광주 출신의 친구도 투표하지 않았습니다), 둘째는 1987년 문민정부가 들어선 후부터는 바꿀 것이 없고 오로지 나 잘 살겠다고 발버둥 치는 모습을 보인 것, 셋째는 며칠 전 고 김근태 선생님의 사망 소식에도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오히려 그가 누구인지조차 몰랐던 친구들을 본 것입니다.

  역사에 대한 책을 보고 정치를 언급한 것도 우습긴 합니다만 제 어린 저로서는 현대 정치와 우리나라 근현대사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광복 전의 역사부터 주욱 공부해야 지금의 정치 구도에 대해 파악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린 역사서를 들춰봐야 합니다.

  본디 역사와 사실은 다르기 때문에 그 당시의 모든 정황을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해서 포기하면 안 되겠지요. 역사는 어렵다, 재미없다는 분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입니다. 물론 현대사는 모두 재밌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중에 80년대를 최고로 꼽겠습니다. 세 번의 큰 민주항쟁 중 두 번이 80년대에 벌어졌기 때문이지요.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도 민중에 의한 시민혁명이 수차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 나라 얘기고, 우리나라의 모든 과거는 고스란히 현재로 물려오기에 더욱 중요합니다.

  근대 민주주의의 역사를 뒤돌아볼 때, 무엇보다도 먼저 우리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시민혁명일 것이다. 200년 또는 300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지만, 영국과 미국 그리고 프랑스에서 발생했던 시민혁명은 근대 민주주의 출발의 원천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를 뒤돌아볼 때, 우리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1960년 4월혁명, 1980년 광주민중항쟁, 그리고 1987년 6월 민주항쟁일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이 같은 민주화 항쟁들을 통해 발전해왔기 때문이다. (12쪽)


  최규석 작가의 <100℃>라는 만화는 6·10 항쟁을 다룹니다. 저는 이 책을 보면서 정말 울컥했습니다. 광주 민주화운동을 그린 강풀 작가의 <26년>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저와 같은 나이였던 그때의 대학생들은 온몸으로 민주화를 향한 활로를 뚫으려 노력했습니다. 조금 옛날 이야기이지만 이완용을 살해하려던 독립운동가 이재명의 나이는 당시 20세였습니다. 역사서에는 이런 훌륭한 사람들이 많은데 우리는 과연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모두 과거가 알려줄 겁니다.

  멍청하기도 하고 머릿속이 뒤죽박죽이어서 원래 못 쓰는 글이 더 엉망이 되었네요. 이 책, 역사서 치고 재밌으니 관심을 두시고 꼭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2012년 1월 4일 ~ 1월 6일, 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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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 - 마음이 외로운 당신을 위한 따뜻한 위로
A.G 로엠메르스 지음, 김경집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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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왕자>의 두 번째 이야기라는 이 책을, 참 우연찮게 구했습니다. 작년 후반기에 <어린왕자>를 다시 읽고 느끼는 게 참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도 꼭 읽고 싶었는데 소원대로 됐군요. 이 책은 생텍쥐페리가 쓴 정식 후속작은 아닙니다. 다른 작가가 썼고 생텍쥐페리 재단에서 극찬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출간된 셜록 홈즈 후속작 <실크 하우스의 비밀>처럼 말예요.


  저는 <어린왕자>를 정말 좋아합니다. 읽는 모두가 감동을 받는 작품이지요. 그리고 읽을 때마다 다른 의미로 다가오는 책이기도 합니다. 초등학교 때 읽은 후로 대략 15년 만에 다시 읽었는데요, 비룡소에서 출간된 얇은 어린이용 책이었지만 여전히 생각할 거리는 많이 던져주더라고요. 군중 속의 고독의 해석이 참 맘에 들었어요. 전작이라는 <어린왕자>를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두 번째라는 제목을 단 이 책을 참 기대했습니다.


  극찬은 이미 많은 분들이 하셨을 테니 전 불평불만 가득한 쓴 소리 좀 해보겠습니다.


  단언하건데 이건 어린왕자가 아니었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라고요? 아뇨, '또 다른 이야기'라고 해야 옳아요. 단지 어린 왕자라는 캐릭터와 <어린왕자>에서의 화자, 그리고 어린 왕자가 지구까지 오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차용했을 뿐입니다.


  베르나르의 <나무>를 정말 재밌게 봐서 후속작이라고 나온 <나무 2>도 기쁜 마음으로 샀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배신감을 느꼈죠. 제목과 상상력이라는 소재를 가져와 '독자가' 쓴 책이었죠. 하지만 적어도 소설이라는 장르는 유지했습니다. 그렇다면 '두 번째 이야기'라면 원작과 같은 장르여야 하지 않나요? 그런데 이게 어딜 봐서 <어린왕자>와 비슷한 이야기란 말입니까? 이 책은 소설이 아닙니다. 젠장, 이걸 감안했어야 했는데. 소설은 이야기 속에 메시지를 숨기지만 이 책은 메시지를 위해 이야기인 척하는 거죠. 시점 때문인지 모르겠는데 모든 서술이 너무나 정직하고 직관적입니다. 심지어 군더더기 가득한 문장들도 수두룩하죠.


  책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제목을 잘못 지었다는 말입니다. 거의 사기 수준의 마케팅입니다. 과연 생텍쥐페리 재단에서 극찬한 책이 맞나요? 전 띠지나 뒷표지의 홍보문구를 절대 믿지 않습니다. 물론 직관적인 메시지가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합니다만 적어도 두 번째 이야기라는 제목을 걸고 출판됐다면 원작의 문장에서 느껴지는 은근한 아름다움은 유지해야 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자, 흥분을 가라앉히고 후후후 심호흡 세 번 합니다. 줄기차게 말한 원작의 그늘을 빼면 책은 상당히 좋습니다. 마음의 치유가 가능한 문장들이 가득합니다. 이야기 속에 메시지를 숨겨 독자로 하여금 감동을 느끼게 하는 방법도 좋지만 직관적인 이야기일수록 효과가 배가 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저에게는 와 닿지 않았습니다. 특정 신앙이나 철학에 의존하지 않은 이야기라고 하는데 그러기에 너무 보편적인 이야기가 아니었을까요. 글쎄요, 제가 '어린왕자'라는 타이틀에 너무 기대를 했기에 화가 나서 책을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탓일 수도 있습니다. 내가 절박함이 없어서? 삶의 쓴 맛을 못 봐서? 하긴 자기계발서나 잠언집을 볼 때마다 드는 느낌이 다르다고 하지요. 이 책도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참, 책을 읽으며 하나 확실히 깨달은 게 있습니다. 여기서 화자 '나'는 어린왕자의 질문에 답을 하며 오히려 삶의 답을 얻습니다. 어린 왕자에게 이러면 안 돼, 저렇게 살아야 해 말하면서 정작 문제가 있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었죠. 뭐든 자신을 솔직히 표현해야만 마음속의 응어리를 풀 수 있다는 것. 알아두고 갑시다.


  (2012년 1월 13일 ~ 1월 14일, 2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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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들판 - 완결편 견인 도시 연대기 4
필립 리브 지음, 김희정 옮김 / 부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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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견인 도시 연대기의 마지막 권입니다. 전의 세 권을 내리 읽다 보니 한 이야기에 집중하지 못하는 제 성격도 있고, 뒤로 갈수록 약간은 지루해진 이야기 진행도 있고 해서 3부를 읽고선 다른 책으로 잠시 눈을 돌렸습니다. 가벼운 문체로 쓰인 레벌루션 시리즈라든가 산뜻한 산문집, 가볍게 읽기 딱 좋은 연애서적, 모험은 없지만 재미있었던 SF 소설까지, 다섯 권의 책을 읽는 동안 견인 도시 연대기는, 조금 잊혀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특정 날짜까지 다 읽어야 해, 라는 압박감도 사실 있었습니다. 그래서 손이 안 가기도 했습니다. 이상하게 제가 가진 책엔 욕심이 많이 나지 않더라고요. 도서관에 가면 읽고 싶은 책 투성이인데다가 세네 권씩 빌려왔는데 막상 방에 들어와서 책장을 보면 읽을 책이 넘친다 이거죠. 분명 읽고 싶어서 산 책들인데 왜 이리 눈이 안 가는지. 이게 '이미 잡은 물고기에 먹이를 주지 않는다'의 법칙인가 봅니다. 연애서를 봐서 이런 생각이 든 건, 절대 아닙니다. 암요, 아닙니다.

시험도 많고 인간관계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잠시 텍스트 불감증에 걸렸습니다. 덧붙여 영드를 본다고 시간을 더더욱 허비했지요. 전처럼 침대에 누워 느긋이 책을 보던 시간이 많이 줄었습니다. 게다가 이 책을 들기 며칠 전에 황석영 작가님의 북 콘서트에 참가했는데, 이야기를 잘 쓰려면 소설책을 읽는 비중을 줄이라고 하시더군요. 대신에 인문서 좀 읽으라고 당부하시던데요. 황작가 님 덕에 더더욱 손이 안 갔던 '황혼의 들판'이었습니다.

헛소리만 해댔네요. 책으로 돌아가 보도록 하죠. 4권은 전권의 6개월 후부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톰과 렌은 비행무역상 일을 하고, 헤스터와 슈라이크는 자신들만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테오는 고향 자그와로 돌아갔고 피쉬케익은 스토커 팽의 머리를 주워 자신의 스토커를 수리하면서 다닙니다. 그린 스톰에서는 스토커 팽의 빈자리를 나가 장군이 매꾸는데 닥터 위논이 그의 부인이 되어 견인 도시와의 화친을 강하게 주장합니다. 하지만 전쟁을 좋아하고 자기만이 옳은줄 아는 사람이 꼭 있길 마련이지요. 그린 스톰 내에서도 반 나가 세력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와중에 평화 사절단으로 자그와에 방문한 위논이 테러리스트의 습격을 받고, 자꾸만 정신이 훼까닥해서 스토커와 안나 두 인격을 왔다 갔다 하는 스토커 펭은 3권에서 언급된 위성 무기 오딘을 찾아 길을 나섭니다.

텍스트 불감증 덕에 글 자체를 보기 싫었지만 '황혼의 들판'을 편 날 200쪽을 훌쩍 보았습니다. 원체 집중력이 좋지 않아 한 시간 이상 가만히 책을 읽지 못하지만 이날만큼은 두 시간 가량 침대에 엎드려 있었습니다. 이야기의 진행이 뻔해 보이면서도 흥미로웠습니다. 오랜만에 읽어서인지 전 권들과는 읽는 맛이 확연히 다르더군요. 여전히 필치는 조금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말입니다. 연대기 내에서도 시간이 지나면서 캐릭터들이 나이를 먹어 전체적인 이야기가 깊어졌습니다. 물론 30대 어른의 말도 안 되는 순수한 생각을 보자니 내 복장이 터질 때도 있었지만.

제목 그대로 이야기는 황혼이었습니다. 황혼이 무슨 뜻이당가, 네이버는 '사람의 생애나 나라의 운명 따위가 한창인 고비를 지나 쇠퇴하여 종말에 이른 상태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말하는군요. 소설 속에서도 톰이 말하지요. 렌을 위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톰과 헤스터는 언젠간 죽습니다. 아니, 그건 모든 인간의 숙명이겠지요. 우리 모두에게 죽음은 황혼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그 황혼 뒤에 밤이 있고 다시 해가 뜨지 않겠어요? 그렇기에 지는 태양이 아름답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소설을 보면서 뭔가 배우고자 하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화려한 런던 안에서 보이지 않는 신분계급차, 도시진화론의 당위성, 무엇이 옳고 그른지 생각하거나 따지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이 시리즈, 견인 도시 연대기는 정말 잘 짜인 이야기였습니다. 4권 마지막에서는 정말 울컥하더라고요. 미셸 프로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까지 연상시키는 마무리라니, 아아 정말 환상적이지 않습니까. 다만, 원서를 읽어 보고픈 마음이 잔뜩 생긴 건 비밀입니다.

(2011년 10월 22일 ~ 2011년 10월 27일, 6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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