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독서의 해 - 내 인생을 구한 걸작 50권 (그리고 그저 그런 2권)
앤디 밀러 지음, 신소희 옮김 / 책세상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2015-046.


0. 여러번 생각하지만, 책세상 출판사의 메타북(첵에 관한 책) 표지 디자인은 복고라고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촌스럽다. 이는 데이비드 실즈의 <문학은 어떻게 내 삶을 구했는가> 표지평과도 정확히 일치하는데, 문학동네에서 출간된 실즈의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가 멋진 디자인인 것과 완전 반대이다.


1. 촌스런 표지에 촌스런 폰트의 표지지만 부제가 걸작이다. '내 인생을 구한 걸작 50권 그리고 그저 그런 2권'. 물론 장정일의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만큼 인상적이진 않지만 걸작 50권과 영 아니었던 2권의 대비가 강렬하다. 걸작이야 남들이 손꼽는 책을 골랐을턴데, 과연 그저 그런 2권의 책은 무엇일까. 제목에는 왜 위험하다는 단어가 들어갔을까? 표지부터 호기심을 자아낸다.


2. 저자 앤디 밀러는 작가이자 출판 편집자이다. 젊었을 적엔 책과 글을 좋아했지만 시간이 지나 일에 치여 살 수록 책에서 멀어져간다.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퇴근하면 아내와 아이에게 시간을 쏟는다. 읽는 거라곤 이메일뿐이고 지하철에선 스도쿠에 머리를 싸맨다. 다시 예전처럼 책을 읽겠다고 다짐하지만 쉽지 않다.


3. 그는 아들과 산책을 하던 중 비가 와서 잠시 들른 서점에서 우연히 미하일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집어든다. 오랜만에 어려운 독서를 해서일까, 난해한 스토리와 수많은 상징으로 가득찬 이 책을 쉽게 읽지 못했다. 동시에 읽기에 대한 열망을 다시 불태운다. 닷새만에 읽은 이 책이 그의 시간을 조금씩 뒤바꿨다.


4. 저자는 아내와 함께 책 목록을 작성한다. 지금까지 읽지 않았다는 게 정말 창피하게 느껴지는 책들을 쭉 적는다. 목록에는 <공산당 선언>이 있고, <모비 딕>도 있으며 <오만과 편견>도 있다. 악평(!!!)이 자자한 <소립자>, <전쟁과 평화>, 다른 책들과 다른 부류의 <실버 서퍼 에센셜>(마블의 그래픽노블)도 있다. 그리고 하루에 50쪽씩이라도 읽어 책을 꼭 끝내기 위해 노력한다.


5. <위험한 독서의 해>는 엄밀히 말하면 책보다는 독서에 대한 책이라고 말할 수 있다. 책의 이야기를 온전히 담지 않고 철저하게 분석해 평론형식으로 끌어가지 않는다. 앤디 밀러의 회고록이자 고백록이다. 자신이 책을 읽을 때 어떤 상황이었는지, 솔직한 소감은 어땠는지(그는 <인간의 굴레>를 읽고 쓰레기라 평한 바 있다), 책을 읽은 후 자신의 시간을 생각하는 방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말한다.


6. 저자는 아내와 함께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읽었는데, 자신은 시큰둥한 반면 아내는 큰 감명을 받았다. 재밌는 것은 이후로 책을 그리 많이 사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보다 더 많이 읽고 다양한 주제의 책을 읽었지만 책 자체에 대한 욕심, 더 많은 책을 쌓아두고 싶다는 욕구를 잃은 것이다. 아내는 어째서 자신들에게 저렇게 많은 다른 책들이 필요한 것인지 반문한다.


7. 쇼펜하우어는 말했다. 책을 사는 것은 좋은 일일터이다. 책을 읽을 시간도 함께 살 수만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흔히 책을 사는 행위 자체와 책의 내용 습득을 혼동한다.


8. 이는 중요한 쟁점이다. 독서가 유익하다는 것을 분명히 안다. 시간은 짧고 읽을 거리는 많아서 많은 책을 욕심낸다. 다독이 미덕이 돼고 속독은 물론이거니와 한번에 여러 권을 동시에 읽는 초의식 독서법이 유행한다. 허나 저자가 생각하는 바로는, 유행에 따라 열광적으로 책을 읽으려는 최근 우리의 욕구로 인해 독서의 가장 큰 두 요소인 인내와 고독이 위기에 처했다. 천천히 읽고 생각의 진화가 느려도 안에서부터 벅차오르는 독서를 권한다.


9. 덧붙여, 감흥은 어디서부터 올지 모르므로 책이 어려워도 끝까지 붙들고 읽어보라고 말한다. 이는 '재미없으면 덮어라, 어차피 읽을 거리는 많다'라는 독서법과 정확히 반대다. 허나 영 진도가 나가지 않아 던져버리고만 싶은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하나가 분명 존재할 것이다. 그것이 깊은 사유가 되든 쓸데없는 생각이 되든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 오랜 기간 읽힌 책이라면 분명 순간순간 뭔가 거대하고 나은 존재에 대한 인식을 보여줄 것이다. 아, 그런데도 아니다 싶으면 그때 가서 덮어버리면 되지 뭐.


10. 그는 본격적으로 책을 읽으면서부터 블로그도 그만두었다. 블로그에 감상을 쓰고자 하면 책을 전체적으로 조망하지 못하고 초반에 떠올린 개념과 이미지를 책의 나머지, 즉 대부분에 끼워맞추게 된다. 페이지를 아무리 넘겨도 이러한 발상을 블로그에 그럴싸하게 적을 방법에만 몰두해서 진짜 책읽기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그에게 독서는 의견표명이 아니라 생각 그 자체이기 때문에, 읽고나서 뭔가 길고 그럴 듯하게 감상을 남길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마치 이 글을 쓰는 나에게 말하는 것 같지만 가볍게 무시하기로 한다.


11. 목록의 책을 모두 읽은 저자는 독서의 목표가 있다면 지금 당장 시작하길 권한다. 목표를 당장 행하지 않으면 그것은 내일의 일이 될 것이고 결국 올해, 내년, 언젠가가 될 것이고, 아마 절대로 목표를 이룰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부끄러워하지 말고 우선 책을 꺼내보자. 


12. 위험한 독서의 한 해를 지낸 뒤에 앤디 밀러라는 사람이 어떻게 변했을까. 뻔뻔하게도(!) 그는 자신이 전혀 변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더 나은 사람, 더 관대하고 온화하며 지식과 교양이 넘치고 빈정대지 않는 독자가 된 척할 수도 있지만 그건 <위험한 독서의 해>의 에필로그를 교훈이 넘치게 만들 뿐이다. 책을 읽은 후 그에게 온 변화는 적어도 더 이상 책에 대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13. 저자는 책에서 소개한 책을 모두 읽으라고 강권하지 않는다. 그가 만든 목록은 그만의 것이기 때문이다. 부록에서 그가 만든 인생 개선 도서 목록을 소개한다. 독자가 완전히 초짜일 때 읽기 시작하기에 가장 쉬울 항목이라고 별표를 친 책 중에 <거장과 마르가리타>와 <소립자>(미셸 우엘벡)가 있다. 이것만 봐도 저자의 독서 내공이 평균 이상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가 제시한 목록을 참고하되 목록에 매달릴 필요는 전혀 없다. 이 책을 읽은 후 강렬한 독서의지가 불타오르고 우리 마음속 어딘가의 목록을 불러일으키면 된다. 전부터 정말 보고 싶었던 책, 어려워서 중간에 덮어버렸던 책, 남들은 다 읽었다지만 자신은 아직 읽지 못해 부끄럽고 죄책감이 든 책. 어떤 책이든 우선 펴보자. 이후에 우리의 삶과 시간이 어떻게 변하리라고는 예측할 수 없다. 허나 생각하고 깨닫는 독서는 어떻게든 우리에게 경험을 주기에 항상 이롭다. 계속 읽겠다. 죽이 되는 밥이 되든 먹을 수는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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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다 - 김영하에게 듣는 삶, 문학, 글쓰기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2015-032. 


0. 딱 한마디만 하겠다. 이 책을 고른 건, 실수다. 하아... 감상을 써야 하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잡담으로 시작해 잡담으로 끝나지 않을까.


1. 2010년에, 김영하 작가의 소규모 강연회에 다녀왔다. 네이버에서 주최하고 홍대 이리카페에서 열린 재능기부식의 행사였다. 40명의 참가자 자리를 두고 백명이 넘는 인원이 덧글로 전쟁을 펼쳤다. 그떄 나는, 내 마음을 솔직히 담은 글을 쓰고 싶다는 덧글로 이리카페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2. 김영하라는 작가를 잘 몰랐다. 그해 초에 발간된 단편집 <오빠가 돌아왔다>를 신문 신간 소개란에서 보고야 그 이름을 어렴풋이 알았다. 덧글을 쓴 네티즌들은 다들 그의 책을 꽤나 읽은 듯이 보였다. 작가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작가를 만날 수 없었다. 강연까지 남은 2주 동안 김영하의 초기작 <엘레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검은 꽃>과 그나마 최근작인 <퀴즈쇼>와 <오빠가 돌아왔다>를 후딱 읽었다. 처음과는 조금 달라진 작풍이 조금 거슬렸지만 마지막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아, 이 작가는 내 스타일이구나.


3. 강연에 다녀온 소감은 글 가장 아래에 접은 글로 첨부하겠다. 여튼, 그날은 내 독서와 글쓰기에 있어 어떤 기점이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내면적 자아를 나이 먹어도 유지하는 게 바로 작가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아 아래 깊숙히 박혀있는, 괴물 같이 생겨서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내면적 자아까지 내려가야 한다, 진짜 자아의 '날 것'을 꺼내는 것이 글을 잘 쓰는 것이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순간은 정말 환상적인 순간이다. 아직까지 이리카페의 기억이 머리에 깊숙히 남아 있다.


4. <말하다>는 김영하의 강연, 인터뷰, 대담을 글로 모은 책이다. 그러니까 머리에 남은 이야기가, <말하다>에 또 있다. 한번만 반복되면 모르겠다. 똑같은 이야기를 조금씩 변주해서 그 긴긴 글에 풀어내는데, 조금 질렸다. 5년 전에 했던 이야기를 아직도 우려먹다니! 방송과 TED에서 몇번이고 한 말을 다 모여 있다니! 유일하게 전작한 작가에게 든 배신감이랄까. 사실 <보다>도 씨네21에 그가 쓴 칼럼을 모아서 출간한 책이다. 곧 <보다>와 <말하다>는 김영하를 잘 모르거나 정말 팬인 사람이 읽어야 할 책이다.


5. 미안합니다, 김영하 작가님. <살인자의 기억법>부터 점점...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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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그날입니다 그려

24일, 그토록 고대해오던 김영하 작가님의 재미난 강연날

발표날부터 오늘까지 이 강연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요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 목욕재계하고 마음을 차분히 하고자 작가님 소설을 들여다봤지만 당최 글이 눈에 들어오지 않더군요 (보던 티비 프로그램 때문은 절대 아님)

잠시 모임 가신 어머니께 버스카드를 빌려야 하는데 안 들어오시고, 전화도 안 받으시고, 솔직히 무슨 과 1등 파티도 아닌데 엄청 설레더군요

 

생각보다 상수역이 가깝더군요

20분 차를 탔는데 58분 좀 안 걸렸으니 집에서 한 시간 십 분  정도 걸리네요

아, 홍대나 서강대, 연대, 이대를 갔으면 집에서 다닐 수 있었을텐데, 혼자 한탄합니다

아 ㅡㅡ 이대는 아니구나 헛소리

상수역에서 내려 길을 좀 헤맬 줄 알았는데 제가 의외로 길치는 아니어서 금새 찾았습니다

 

이리카페가 의외로 좁더군요

책과 음악의 공간이라서 좀 널찍할 듯했는데 그냥 카페 크기였습니다

홍대랑 좀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아는 사람들이나 찾을 듯한 곳에 위치합니다 (순전히 제 생각)

 

도착해서 입구에 들어서니 네이버 직원이신 듯한 두 분이 아이디를 여쭤보시더라구요

한 분이 목록에서 제 아이디를 찾으시는 동안 다른 한 분은 제 사연을 보신 것 같네요

제게 "아, 공대생이시죠?" 라고 물어보시네요

왠지 부끄러워라 ㅎㅎ

살짝 웃으며 들어갔고, 음료 쿠폰을 이용하여 냉커피 한 잔 들이키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앞에서 네 번째 자리이긴 했지만 앞 자리 분들의 머리 사이로 시야가 훤히 트였더군요

뒤에 앉은 것 치고는 괜찮은 자리였습니다

 

조금 기다리니 네이버 기능재부 담당 직원 분께서 나오셔서 기능재부의 의의를 가볍게 말씀해주시고 곧 작가님께서 들어오셨습니다

들어가기 앞서 UN 난민기구 한국지부를 담당하시는 분께서 일장연설을 하시고 들어가셨어요

영어였지만 들을만 했습니다

제가 요즘 영어 리스닝 공부 좀 했더니... ㅎㅎㅎ

 

작가님께서는 키노트를 쓰셨는데 리모컨이 안 먹어서 수작업으로 놋북 조작

 

 

아래로는 강연 중 중요한 대목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좀 요약해서 적어볼게요.

 

 

 

 잘 쓴 글이란?

 

 무려 2000년 전 서양 수사학에서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거나,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거나 유용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수사학 뿐 아니라 글쓰기에도 해당한다. 하지만 동양에서는 글 쓴 사람이 깨끗하고 정직하다면 좋은 글이 나온다고 생각했다. 이에 대해서 아리스토텔레스는 3개의 개념을 말하는데 감정에 해당하는 파토스Pathos, 말하는 사람에 해당하는 에토스Ethos, 그리고 논리에 해당하는 로고스Logos이다. 굳이 분류하자면 서양은 파토스, 동양은 에토스를 강조한다. 결국은 '원천/사람/글쓰기'라는 것이 글이란 수단을 통해 '독자/청중'에게 전달된다.

 

 이에 연애편지를 쓰는 것도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된다. 연애편지의 경우 주로 독자가 한 명으로 확실히 결정된다.

 그렇기 때문에 위의 파토스, 에토스, 로고스라는 세 요소가 적절히 잘 조화될 수 있다. 하지만 나 같은 글쓰기 초보의 경우 독자를 불특정 다수로 잡는다. 이렇게 되면 정확힌 독자를 결정하기 힘들고 이는 글쓰기의 목표를 결정하기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적정 수준의 모델독자를 정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덧. 저는 이 부분이 참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어릴 때는 언어적 능력은 달리나 의사소통은 잘 되었다. 어린 아기들이 웅얼거리면 어른들은 그 언어를 알아챈다.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어린 자아, 즉 내면적 자아를 잃는다. 보통 내면적 자아 위에 사회 생활에 필요한 사회적 자아를 덧씌우기 때문이다. 이 내면적 자아를 나이 먹어도 유지하는 게 바로 작가이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사회적 자아 아래 깊숙히 박혀있는 내면적 자아까지 내려가야 한다. 엇눌린 욕망을 꺼내고 내면적/사회적 자아 사이에 생길 수밖에 없는 차이를 매꿔야한다. 계단을 한 칸 한 칸 내려가면서 내면의 괴물과 만나고 그 괴물을 문에서 꺼내야한다. (사실 괴물이 아니라 보물이다!) 작가는 이에 대해 '우리는 광부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의 마음 속으로 파고들기 때문이다.'라고 한다.

 여기서 에세이와 소설의 차이가 드러나는데, 에세이는 소설과 같은 언어와 문장으로 쓰이지만 '미친 놈'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설은 인간적 욕망이라는 내면의 괴물의 얼굴에 가면을 씌운다.

 

 위에서도 썼듯이 작가는 자신 안의 '괴물'을 끌어낸다. 진짜 자아의 '날 것'을 꺼내는 것이 글을 잘 쓰는 것이다. 하지만 그곳이 너무 무서워서 겁내고 남에게 미루고 하면 영영 그곳에 가지 못한다.

 

 톨스토이가 장편 '안나 카레니나'를 쓸 때 일기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고 한다.

 '안나가 무섭다, 지겹다, 질린다!'

 

 소설을 쓸 때 자신 안의 괴물이 튀어나오지만 이를 치부라 생각하면 안 된다. 자기가 생각하기엔 흉칙하고 무서운 존재이겠지만 남이 봤을 때엔 좋은 글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른 이들에게도 이런 억누르는 것들이 있지 않을까? 이를 포착해야 한다.

 

 깊숙히 아래에 있는 내면의 문에서 괴물은 밖으로 튀어나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래서 문 틈 사이로 한 발을 넣는다. 이 첫 발이 담대한 첫 문장이다. 뒤이어 아주 좁은 틈으로 괴물들이 마구 쏟아 나오기 시작한다. 이것들이 문장이 되고 작가는 이를 책임져야 한다. (여기서 카프카의 '변신'의 첫 문장을 예로 들으셨다) 아마 카프카는 '변신'의 집필 과정에서 치밀한 구성을 세우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내면의 괴물이 튀어나오자 자신만의 목소리로 글을 써내려갔다.

 이런 당대한 첫 문장은 갑작스레 나온다.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 따위 생각할 틈이 없다.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가다보면 정말 자신만의 문장을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거짓말은 도덕적으로 나쁜 것이므로 어른들에게 혼난다. 그럼 그 버릇이 사라질테고 아이는 정직하게 산다. 하지만 정말 정직하게만 살 수 있다. 아이들이 거짓말을 시작하는 순간은 정말 환상적인 것이다. 이는 자신이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자신의 머리 안에서 상상하여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집에 열쇠로 따는 서랍을 하나 만들고 부모님께 숨기고 싶은 글을 쓰라고. 자기 내면의 괴물이 밖으로 나오면 너무 본능적이고 흉칙하기 때문이다.

 

 두 줄 요약 :

 

 v 어린이의 마음

 v 내면의 문으로 나오는괴물같은 첫 문장을 catch 할 수 있는 능력 


강연 뒤로 많은 질의응답이 오고갔지만 그저 멍하니 듣고만 있었네요

이 부분은 녹화도 안하던데 좀 머릿속에 넣어둘 걸 후회됩니다

참 글이 서두도 없고 재미도 없군요

사실이에요

노트에 휘갈겨 쓴 내용에 제 기억으로 조금 살을 붙였으니 뭐 되겠나요

결국 결론은 맨 아래의 두 줄 요약 되겠네요

왠지 허무한 포스트. 사진 한 장도 없고

 

솔직히 말하면 전체적인 내용은 많은 작법서에 나오는 내용이에요

작가님도 40명의 적으면 적다고 할 수 있는, 불특정다수의 청중에게 강연을 하자니 너무 전문적인 강연을 하긴 좀 그러셨겠지요

하긴 글을 잘 쓰는 것에 전문적인 게 어딨겠나요. 결국은 자기 감이고 필인거지 뭐

 

사실 작가님의 작품론이나 문장론, 실제적인 글쓰기 방법에 대한 강연을 바랐지만 내용이 조금 달랐죠

내용도 많이 들어본 것들이었지만 제가 이 강연에 대해 가졌던 의의는 '실제 작가와의 대담'이었으니 목표는 달성한 거지요

하긴 작가님의 생활(?)을 조금 엿볼 수 있어서 그나마 좀 수확이랄까

글이 안 써질 때는 주위와의 관례를 완전히 단절하신다는군요

그런데 사람과 사람의 진실한 공감은 불가능하다는 말씀은 왠지 슬프더라구요

 

난 내면의 괴물과 맞설 준비는 되어있는가?

만약, 내 인생 어느 한 귀퉁이서 괴물이 갑자기 튀어나와도 나는 그것을 겁내지 않고 같이 공감할 준비는 되어있는가?

아니, 그 전에 계단을 내려가야 문 귀퉁이라도 볼 텐데 참 걱정입니다

아파트 지하실도 어두워서 무섭다고 내려가지 않는 저인데 거기보다 더 무서운 내면을 어떻게 들여다볼지 참 걱정입니다 그려

 

여튼 후기랍시고 썼지만 온통 글자만 있는 포스트여서, 울컥

글자만 있어서 길긴한데 왠지 저도 읽기 싫은 기분이 들어서, 울컥

제가 써놓고도 뭐라고 한지 모르겠어서,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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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의 론도 오리하라 이치 도착 시리즈 1
오리하라 이치 지음, 권일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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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 도착의 론도, 오리하라 이치


0. 언제나 그랬듯이, 어디서 누구에게 추천받은지 모르는 책이다. (산 건 분명 알라딘 중고서점이렸다) 한참 우타노 쇼고의 서술트릭에 빠졌던 때, 서술트릭을 이용한 걸출한 작품으로 추천받은 책이렸다. 거진 2년 전에 사둔 책인데 책꽂이에 박혀만 있다 이번 책정리에서 팔려고 놔둔 책이다. 그러다 요즘 책이 잘 안 읽혀 오랜만에 가볍게 읽으려고 편 엔터테인먼트 소설.


1. 흔히들 할 수 있는 착각일 것 같은데, 도착은 어떤 장소에 다다르다는 뜻이 아니다. 뒤바뀌어 거꾸로 된다는 뜻을 가진 단어다. 제목만 보고 무슨 모험소설인가 싶지만, 실은 서술트릭의 거장이 쓴 도착 시리즈의 첫 권이란 말씀.


2. 이야기는 작가 지망생 야마모토 야스오가 월간추리 신인상에 도전할 원고를 쓰면서 시작한다. 고생 끝에 야스오는 원고를 끝내지만 친구 기도 아키라가 중간에 원고를 잃어버린다. 이 작품은 신인상 수상작이 되지만 당연하게도 수상자는 야스오가 아니다. 상금과 명예를 모두 뺴앗긴 야스오는 분노에 차 수상자를 찾고자 한다. 원작자와 도작자를 둘러싼 진실의 공방. 그 사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3. 1989년 작품임에도 전체적으로 깔끔한 소설이다. 일본의 엔터테인먼트 소설은 예전부터 발전해왔기에 전혀 촌티가 나지 않는 장점이 있다. 예나 지금이나 툭툭 끊기며 빠른 서술과 전개가 강점이다. 서술트릭으로서 그 반전도 매우 충실한 편이다.


4. 서술트릭의 최대 단점은 호불호가 매우 갈린다는 점이다. 단 몇 줄만으로 앞의 수많은 페이지를 단숨에 뒤집어버린다는 점에서 쾌감을 몇배로 느끼는 이가 있는 반면, 단순하고 저열한 속임수로 치부해버리는 이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트릭은 모든 내용을 엎어버리지만 개연성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랬기 때문에 그랬답니다, 후훗.


5. 몇은 서술 트릭을 힌트가 없고 바로 답이 나오기 때문에 싸구려 트릭이라고 치부하지만, 근래 추리 소설 대부분이 그렇다. 특히 소년 탐정 김전일 같은 본격 추리가 등장하면서 독자가 추리에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극히 줄어들었다. 독자가 끼어들 만한 틈이 없다고 서술트릭을 비하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생각한다)


6. 어쩌다보니 서술트릭에 관한 이야기만 주저리댔는데, 어쨌든 책은 재밌다. 복수에 미쳐 광기로 물들어가는 인물들을 보면 뒤에는 어떤 일과 사건이 벌어질까 기대감에 부풀어 책을 덮을 수 없다.(실제로 하루만에 읽었다) 어떤 트릭이든 추리소설을- 특히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강력히 추천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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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패러독스 1
피에르 바야르 지음, 김병욱 옮김 / 여름언덕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2015-029.


0. 원체 읽는 행위에 강박에 가까운 감정을 가졌기에, 박웅현이 말하는 도끼로 머리를 쪼개는 듯한 느낌은 커녕, 재독에 욕심을 전혀 두지 않는다. 척 하기에 능한 나이기에 이미 읽은 책은 그 가치를 잃고 책장에 장식이 되거나 중고서점에 팔리기 일쑤다. 그런 나에게 재독한 책이 생겼다는 건, 어떤 의미에서 어마무시한 일이다.


1. 이 책을 읽은 건 '12년이다. 책 때문에 한참 친해진 친구에게, 강력 추천을 받아 빌려 읽기 시작했다. 그 친구는 이 책을 읽고 정말 경탄해 마지않았다고 했지만 나에겐 쏘쏘. 생각보다 읽기 힘든 책이었다. 게다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라니.  단순히 제목만 보면 책읽는 척하고 단순히 위기상황을 모면하려는 법을 말하는 책 같다. 축약본, 요약본을 극도로 싫어하기에 첫인상이 좋지는 않았다.


2. 저자 피에르 바야르는 파리 8대학 프랑스문학 교수이자 정신분석가이다. 문학 교수라고 해서 엄청난 문학적 지식을 가지고  문학과 독서를 정통으로 파고들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자신조차 강의 중에 가열차에 언급하는 프루스트의 작품들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고 고백한다. 그는 문학 비평을 통해 충격적인 논리와 상식에 반하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3. 책에서 저자는 비독서를 두 가지로 나눈다. 하나는 책에 아예 무관심하며 독서를 쓸데없는 행동으로 여기는 것이다. 책을 읽지 않는다는, 우리가 보통 말하는 비독서의 뜻 그대로다. 다른 하나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에서 알 수 있다. '나는 내가 평문을 써야 하는 책은 절대 읽지 않는다. 너무 많은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4. 저자는 눈앞에 있는 책을 너무 많이 읽지 않음으로써 책에 완전히 파묻히지 않는 것을 강조한다. 한 책을 읽고 거기에 너무 빠져버리면 독자의 가치관은 넓어지지 않고 그 책에 국한될 뿐이다. 그는 무수히 많은 책에 침몰되지 않고 자신 안에 책들의 체계적인 관계를 만들어내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책을 깊이 읽고 탐독하되 그 책의 위치를 정하지 못하는 사람과, 어떤 책 속으로 들어가지도 않으면서 모든 책 속을 돌아다니는 사람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독자인지 자문해볼 수 있다.


5. 이는 교양으로도 이어진다.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열풍에서도 알 수 있듯 교양이란 무엇보다 오리엔테이션의 문제다. 독자에게 교양을 쌓았다는 것은 이런 저런 책을 깊숙히 읽고 내용을 명확히 파악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들 속에서 길을 잃지 않을 줄 안다는 것이다. 책 사이의 관계를 파악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주장이다.


6.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책을 읽지 않았다는 것이나 대충 읽어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뚜렷한 내용은 잊었어도 책에서 느낀 감정이 기억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그 기억과 의미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만 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


7. 3부에서는 모르는 책에 대해 얘기할 때 대처 요령을 말하는데,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자기 얘기를 할 것을 권한다. 어차피 독서는 절대로 객관적이 될 수 없고 개개인마다 받아들이는 내용이 다르다. 자기와 다른 감상이나 느낌을 말한다 해도 뭐라 할 수 없다. 여러 상황에 있어 중요한 것은 자기 얘기를 하는 것 혹은 책을 통해 자기 얘기를 하는 것이다.


8. 저자는 오스카 와일드를 언급하며 책을 대한 적절한 독서시간은 6분이고 독서에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한다. 또한 세상에는 너무나 많은 책이 있기에 상대적으로 적은 양의 책을 깊게 읽고 푹 빠져 독선적인 시선을 가지지 않기를 바란다. 하지만 독서는 재밌을 뿐이다. 어차피 저자가 말하는대로 읽는다 해도 세상에는 너무 많은 책이 존재한다.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은 남들에게서 얻으면 된다. 경계심과 자만을 줄이고 조금 열린 마음만 가진다면 이 문제는 모두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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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글쓰기 특강 - 생각 정리의 기술
김민영.황선애 지음 / 북바이북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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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

  신입사원 시절, 기흥에서 근무하던 나는 큰마음을 먹고 신촌 한겨레 문화센터에 방문했다. 가는 데만 한 시간 반이 넘는 거리였다. 수요일 저녁 8시 수업을 듣기 위해 5시가 되면 칼 같이 사무실을 나섰지만 2주만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때 그 강의를 들었다면 이 감상도 서평의 형태일텐데. 강의는 김민영 강사의 '서평쓰기'였다.

  신문 지면의 책 서평 시대는 지난 지 한참 됐고, 블로그가 성행하면서 인터넷에서 개인이 간단한 감상을 올리는 일이 많아졌다. 평범한 사람들이 미디어가 된 시대에, 독자는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쓰기를 원했다. 글을 쓰는 데 익숙하지 않은 이들은 다들 글을 잘 쓰기를 바랐다. 그런 의중을 파악한 책이 바로 이 책이라 할 수 있다.

  저자인 김민영은 취미로 쓴 서평, 영화 비평, 드라마 리뷰로 네이버 파워블로거가 됐고 도서관, 한겨레문화센터 등에서 서평 쓰기 강의를 하고 있다. <첫 문장의 두려움을 없애라>(청림출판, 2011)이라는 글 쓰기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다른 저자인 황선애는 숭례문학당에서 독서토론에서 시작하여 꾸준히 코칭과 강의를 해왔으며 김민영과 마찬가지로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서평 입문 강의를 하고 있다.

   책은 서문에서 서평을 책을 가장 잘 기억하는 방법이라고 규정한다. 책을 읽어도 남는 게 없고 뭔가 달라진 것도 없으며 그저 쪽수만 넘기는 독서는 우리 삶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마음 굳게 먹고 글을 써보려 노력하지만 정리조차 되지 않고 자신의 글이 괜히 부끄러워진다.

 감상이 아닌 답을 쓰는 것을 배워온 우리나라에서는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저자는 간단히 감명깊었던 구절을 하나라도 옮겨적어보라고 조언한다. 거기에 감상 하나를 덧붙이면 금상첨화. 발췌문과 감상이 쌓이다보면 어느새 그럴듯한 독후감이 된다.

  그런데 독후감과 서평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저자는 전자를 책 읽은 소감으로 나의 느낌을 표현하는 글로, 후자를 객관적인 정보나 책 내용이 주가 되는 글이라고 구분하였다. 물론 서평도 자신의 생각이 들어가나 전체의 1/3 정도만 주관적 평가가 들어간다고 말한다. 이 책은 책을 읽고 나서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은 이들을 위해 간단한 로드맵과 일정한 틀을 소개한다.

  시중에는 글 자체나 소설, 산문 쓰는 법을 말한 책은 많으나 서평쓰기를 다룬 책은 처음 보는 듯하다.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소개한 이 책이 보물같은 이유 중 하나다. 책에서 보여준 몇 가지 틀을 이용해 글을 써보니 이전보다 글쓰기가 훨씬 편해졌다. 저자가 쓴 좋은 서평도 몇 편 소개되어 어떻게 써야 매력적인 글이 되는지 알 수 있다. 특히 6장에서 초보부터 시작해 어엿한 서평가가 된 여섯 명의 인터뷰는 첫 글자를 쓰기 힘든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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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09 11: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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