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독서 기록



회사에 다니니 아무래도 어려운 책보다는 소화하기 쉬운 소설, 에세이를 많이 읽었다.

작년에 '인문서와 고전을 많이 읽자!'라고 다짐했지만 그게 그리 쉬울리 없지.

책을 읽을 때 도끼로 머리가 쪼개지는 듯한 느낌을 받지 못한다면 독서가 무슨 소용이 있겠냐고, 카프카가 말했지만 난 그냥, 읽었다.

아직 내 독서법을 찾지 못했고, 그 방법을 찾기 위해 계속 읽어나갔다.


여튼, 새해가 다시 밝았다.

큰 변화 없이, 그저 시간의 연속일 뿐인 순간이지만 마음은 한결 굳게 먹어본다.

우린 1초 전보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이니까.

화이팅.

올해는 뭐든 다 이룰 수 있는 한해가 되길 바란다.

참, 추천도서는 굵게 표시했다.



1월


1. 사랑, 고마워요 고마워요, 이미나

2.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 정해구

3. 소설쓰기의 모든 것 Part 01: 플롯과 구조, 제임스 스콧 벨

4. 소설쓰기의 모든 것 Part 02: 묘사와 배경, 론 로젤

5. 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 A. G. 로엠메르스

6. 더블 side B, 박민규, 306쪽

7. 인생, 위화

8. 그것 (상), 스티븐 킹

9. 그것 (중), 스티븐 킹

10. 그것 (하), 스티븐 킹

11. 네 멋대로 써라, 데릭 젠슨

12. 우리 글 바로 쓰기 1, 이오덕


12권



2월


13.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 이지성

14. 종이책 읽기를 권함, 김무곤

15. 아웃라이어, 말콤 글래드웰

16. 당신이 꼭 알아둬야 할 구글의 배신, 시바 바이디야나단

17. 4개의 통장, 고경호

18. 시골의사의 부자경제학,박경철

19. 독서, 김열규

20. 화씨 451, 레이 브래드버리

21.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1, 스티그 라르손

22. 서른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히사츠네 게이이치

23. 첫 출근하는 아들에게, 이장석

24.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 2, 스티그 라르손

25. 격을 파하라, 송창의

26. 타임머신, H. G. 웰즈

27. 시나리오작가들의 101가지 습관, 칼 이글레시아스

28. 시간의 지도, 펠릭스 J. 팔마

29. 미로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

30.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혜민 스님


18권



3월


31. 꿈꾸는 다락방, 이지성

32. 얼어붙은 송곳니, 노나미 아사

33. 종이 여자, 기욤 뮈소

34. 이상문학상 작품집 (옥수수와 나 - 김영하), 김영하 외 7명

35.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박경철

36.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37. 책, 열 권을 동시에 읽오라, 나루케 마코토

38. 프레임: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헤, 최인철


8권



4월


39. 화차, 미야베 미유키

40. 내 통장 사용 설명서, 이천

41. 혼자 책 읽는 시간, 니나 상코비치

42. 손바닥 수필, 최민자

43. 개념찬 청춘, 조윤호

44. 청소년, 책의 숲에서 꿈을 찾다, 방누수 (일열)

45. 헝거 게임, 수잔 콜린스

46. 우리를 위한 경제학은 없다, 스튜어트 캔슬리

47. 보험회사가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는 진실, 김미숙

48. 철학과 굴뚝 청소부, 이진경


10권



5월


49. 이지 드로잉 노트, 김충원

50. 통섭의 식탁, 최재천

51. 문제는 경제다, 선대인

52.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이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4권



6월


53. 주기자: 주진우의 정통시사활극, 주진우

54. 퍼레이드, 요시다 슈이치

55. 교양있는 엔지니어, 새뮤얼 C. 플리먼

56. 위저드 베이커리, 구병모

57. 과학 콘서트, 정재승


5권



7월


58. 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59. 클라인의 항아리, 오카지마 후타리

60. 글쓰기 지우고 줄이고 바꿔라, 장순욱

61.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마이클 센델

62. 1F/B1, 김중혁

63. 안철수의 생각, 안철수


6권



8월


64. 우리 집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온다 리쿠

65. 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66. 인구조절구역, 츠츠이 야스타카

67. 최악, 오쿠다 히데오

68.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69. 도매가로 가억을 팝니다, 필립 K. 딕

70. 끌림, 이병률

71.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피에르 바야르

72. 일러스트레이티드 맨, 레이 브래드버리

73. 찬란, 이병률


10권



9월


74.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다치바나 다카시

75. 자전거 홀릭, 김준영

76.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김난도

77. 자전거 학교, 니와 다카시

78. SF 철학, 마크 롤렌즈

79. 케빈에 대하여, 라이오넬 슈라이버

80.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81. 내게 너무 쉬운 사진, 유창우

82. 침대와 책, 정혜윤

83. 밸런스 독서법, 이동우

84.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장하준, 정승일, 이종태

85. DSLR도 부럽지 않은 똑딱이 카메라, 역장(문철진)

86. 바람이 분다 당신이 좋다, 이병률


13권



10월


87. 환영, 김이설

88. 스무 살, 절대 지지 않기를, 이지성

89. 무연사회, NHK 무연사회 프로젝트 팀

90. 인간 실험 - 바이오 스피어 2, 2년 20분, 제인 포스터

91. 나쁜 피, 김이설

92. 달려라, 아비, 김애란

93. 템테이션, 더글러스 케네디

94. 더 박스, 리처드 매드슨

95.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장정일

96. 인문학으로 광고하다, 박웅현, 강창래


10권



11월


97. 나는 결심하지만 뇌는 비웃는다, 데이비드 디살보

98. 69, 무라카미 류

99. 사랑을 배우다, 무무

100. 김태훈의 러브토크, 김태훈

101. 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주노 디아스,

102. 사랑외전, 이외수

103. 남자의 속마음, 여자의 속마음, 최정

104. 우리는 사랑일까, 알랭 드 보통


8권



12월


105. 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106. 하버드 사랑학 수업, 마리 루티

107. 개구리를 위한 글쓰기 공작소, 이만교

108. 악의, 히가시노 게이고

109. 나를 단련하는 책읽기


5권


총 10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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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와오의 짧고 놀라운 삶
주노 디아스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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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오스카는 110kg의 거구의 몸을 가진 도미니카 흑인으로 온갖 비주류 문화에 환장하는, 소위 오타쿠이다. 항상 누군가를 좋아하면서도 장르문학에서나 나올 법한 대사를 말하니 여자친구는 커녕 남자친구도 안 생길 판이다. 오스카의 누나 롤라는 그와 정반대이다. 같은 흑인이지만 다른 이들에게 받는 대접은 오스카와 정반대이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으며, 일본에서 영어를 가르키겠다는 원대한 꿈도 가진 당찬 여학생이다. 아버지 아벨라르가 독재자인 트루히요에게 찍혀 순식간에 몰락한 명문가의 자식이 된 벨리시아는 오스카와 룰라의 어머니이다. 그런 벨리시아의 친척어른이자 오스카와 룰라를 끔찍히도 아끼는 라 잉카까지, 이 한권의 소설은 삼대의 이야기를 아주 재밌고 자세하게, 때론 처절하게 그린다.

 

  주노 디아스는 도미니카 태생이다. 도미니카는 쿠바 옆 큰 섬에 위치해 있는 나라로써 본래 원주민만이 살던 섬을 콜럼버스가 발견하면서 스페인의 식민지가 되었다. 이후 여러나라에게 통치권을 뺏기고, 독립하고, 반란이 일어나며 정치는 매우 문란해진다. 그 결과 가까운 강대국인 미국이 통치를 하면서 미군의 동의를 얻은 라파엘 트루히요가 나라를 지배한다. 그는 약 30년간 독재정치를 하며 족벌체제의 정치, 공포정치 등을 실시한다. 도미니카 공화국 역사에서 트루히요의 시대라고 알려진 이때를 20세기 최악의 폭정 중 하나라고 부를 정도이다. 소설은 바로 이 트루히요의 시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오스카와 롤라의 이야기로 시작된 소설은 도대체 어느 부분이 놀라운 삶을 얘기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 뚱보 오스카가 글쓰기와 장르문학을 사랑하는 모습을 누가 보고 싶어하겠는가. 그 한도 끝도 없는 찌질함이란. 그와 정반대인 롤라의 여러가지 코칭(?)에 의해 차차 변해가는 성장소설이겠거니, 무표정으로 책장을 넘겼다. 뒤로 가면서 윗대의 이야기가 하나씩 불거져 나올 때마다 이야기는 어두웠던 도미니카의 역사와 함께 한없이 침잠한다. 31년 간의 독재에 조용히 숨죽여 살아온 한 가문의 이야기이자 개개인의 가슴 아픈 인생을 말한다. 이야기는 데 레온 가만을 조명하지만 사실 도미니카공화국 국민 모두가 각각 조금씩 사정만 다를뿐 모두 함께 겪은 역사이기도 하다. 한 가문의 이야기이자 처절한 역사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오스카 와오의 삶은 왜 짧고 놀라웠을까. 소설에서 그는 대학교 졸업생으로 묘사된다. 그렇다면 적어도 20대 중반이란 소리인데 짧은 삶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무얼까. 오스카는 이런 편지를 남긴다. 진짜 사랑을 기다린 순간까지를 인생이라 부르고 싶다고. 다른 사람들이 말하던 사랑을, 이토록 아름다운 것을, 이 아름다움을 이렇게 늦게 알게 되었다고.(389쪽) 인생과 삶은 비슷한 의미를 지녔지만 약간은 다른 느낌이다. 인생은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면 삶은 역동적이다. 주변에 아무도 없이 혼자만의 세계에 빠졌던, 그래서 혼자 고독했고 쓸쓸했던 시절은 오스카에게 그저 그런 시간일 뿐이었다. 하지만 진짜 사랑이란 감정을 알고부터 그는 자기의 존재이유를 그제서야 깨달은 것은 아닐까. 그것이 진짜 아름다움이고, 그것이 진짜 삶이라고 말이다. 또한 30년 동안의 어두운 세월 속에서도 사랑을 위해 제 목숨까지 바쳤던 데 레온 가의 사람들도 보인다. 트루히요의 독재와 폭정도, 사랑을 뺏겨 분노에 찬 이들의 폭력도 이겨낼 수 있는 사랑은 놀라울 수밖에 없다.우리 모두가 천만 명의 트루히요라고 했던(378쪽) 롤라의 말은, 지독히도 아프게 폐부를 찌른다. 하지만 우리 모두 천만 명의 오스카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될테다. 모든 건 진짜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으니 말이다.

 

  각종 장르문학 지식이나 도미니카 공화국의 역사가 낯설다는 게 책의 가장 큰 단점 중 하나이다. 쪽 아래에 간단한 각주가 달려 있지만 그걸로 충분하지 않은지 작가는 책 뒤에 참고내용을 두껍게 두었다. 그 내용을 읽는 것도 쏠쏠한 재미이다. 물론 앞뒤를 왕복해야 한다는 것이 작은 불편함이기도 하다. 서술 방식도 약간 번잡한데 여태껏 봐온 미국 소설이 대부분 이런 서술 방식을 취하기에 단지 취향 차이라고 말하고 싶다.

 

  삶. 사람. 사랑. 모두 엇비슷하게 생긴 단어들 아닌가. 어쩌면 세 단어는 원래 같은 뜻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놀라운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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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으로 광고하다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의 창의성과 소통의 기술
박웅현, 강창래 지음 / 알마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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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6.


  선택의 고민은 끝났어. 흑백의 화면에 진한 주름을 가진 세 남녀, 황정민, 신하균, 전지현이 말한다. 기존 광고에서 볼 수 없는 흑백화면에, 인물 표정과 목소리만으로 광고를 이끌어간다. 여태까지 봐왔던 광고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다. 꽉 막힌 도로에서 차 옆을 지나가는 인라인 스케이터가 나오는 광고를 본 적 있는가. 넥타이와 청바지는 평등하다란 카피를 들고 나온 KTF의 광고이다. 시장에서 시각 장애인이 핸드폰 문자를 통해 물건을 달라 하고 주인 할머니는 따뜻한 문구로 답장하는 광고는? 만들었던 광고마다 뛰어난 상상력을 보여주었던, 박웅현의 작품이다.


  박웅현은 제일기획에서 광고일을 시작하였다. 대학교 시절, 광고 관련 상을 받은 뒤 이것이 자신의 천직인가 싶었지만 회사 생활 3년 간은 회사에서 지진아였다고 한다. 잘 해야만 하는 프레젠테이션도, 남들 앞에 서기가 무서워 그렇게나 피해왔다. 박웅현은 많은 연습으로 완벽하게 발표했고 4년만에 주어진 단 한번의 기회를 대차게 잡았다. 그 뒤부터는 남들도 자신을 지진아로 보지 않았고, 자신감도 생겨 일도 더 잘됐다. 그는 IQ가 높지 않다. 시험은 그에게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다. 다만 광고라는 틀에서 그의 위치는 독보적이다. 천재라는 말을 쓰고 싶지만, 통상 우리가 천재라고 부르는 이들은 오히려 천재라는 말을 싫어한다. 그들은 굳은 인내심으로 피나는 노력을 통해 그 경지에 이르렀는데 우리는 단지 '머리가 좋으니까'라는 이유로 노력을 폄훼하곤 한다. 만 번의 실패를 거듭한 에디슨에게 단지 당신은 발명왕이기에 모든 걸 뚝딱하고 만들어낼 수 있던 것 아니냐고 한다면, 에디슨은 벌떡 일어나 세상의 모든 전구를 깨버릴지도 모른다.


  전체적으로 박웅현이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그가 만들었던 광고가 어떤 아이디어에서 나왔고 어떻게 가지를 쳤으며 왜 만드는지 말해준다. 그리고 창의성에 대한 박웅현과 강창래의 생각과 의견, 생각을 어떻게 만들고 완성시키는가에 대해 다른 책을 인용한다. 사실 <책은 도끼다>를 살짝 들춰본 뒤 이 책을 폈기에 기대가 많았다. <책은 도끼다>는 실제로 그가 읽었던 책을 말하며 머리가 깨이는 듯한 경험을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은 기대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알마 출판사에서 편 책은 대부분 이 시대의 뛰어난 인물 몇을 골라 그 인물의 삶과 일, 생각을 담는다. 다른 책에선 공지영, 박원순, 이어령을 다뤘다. 아쉽게도 <인문학으로 광고하다>는 제목만 인문학이 들어간달 뿐이지 인문학이 그의 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잘 나와있지 않다. 어릴 적 책을 많이 읽었다, 고만 돼있는 부분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인문학이라고 다들 어려운 철학이나 역사를 떠올리곤 하는데, 사실 인문학이란 인간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철학, 역사, 미술, 음악, 심리학, 이 모든 게 인문학의 범주에 포함된다. 그렇기에 광고인 박웅현에게 '이런 의미'의 인문학은 매우 중요하다. 광고는 다르게 생각하기(Think different)가 중요하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을 아는 것이다. 한국에서 뛰어나다고 안정받은 박웅현이지만 외국의 많은 광고상 중에 겨우 세 개밖에 타지 못했다. 문화 차이 때문이다. 서구권 문학은 소재를 얼마나 다르고 펑키하게 다루는지에 주안점을 주는 반면 우리는 그렇지 않다. 수험생에게 수고했다는 카피를 남긴 광고는 우리나라의 입시제도를 모르면 이해할 수 없다. 버스에서 졸다 기상나팔소라의 핸드폰 벨소리에 깜짝 놀라는 군인은 우리나라 군대를 모른다면 그저 우스울 뿐이다. 박웅현은 한 나라에 '먹히는'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어도 2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화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사람을 알아야 하고, 사람을 더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문학을 공부해야 한다. 그래야 직관을 갖고 사소한 것에서 위대한 것, 나만의 것에서 우리의 것이 탄생하기 마련이다.


  기대치가 높았기에 아쉬운 점도 많은 책이다. 3부 '창의성의 비밀'의 경우 박웅현의 광고와 기존의 창의력 이론을 융합시켜 접근도와 몰입성을 높였지만 그만큼 깊이가 얕아졌다. 이 책에서 인용한 다른 책을 찾아 읽는 것도 재미가 쏠쏠할 듯하다. 그중 <생각의 탄생>을 많이 따왔다. 창의적 사고는 공부만으로 키워질 수는 없다. 하지만 <인문학으로 광고하다>가 그 길로 가는 첫 교두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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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테이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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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


  나는 사실 베스트셀러 '소설'은 잘 펴지 않는다. 한국 것도 아닌 외국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번 선택은 전적으로 대중의 선택을 따른 것이었다. 더글러스 케네디의 신작이 나오자마자 사리라고는 생각도 안했지만 어느새 결제를 해버렸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빅픽쳐>를 능가하는 재미를 준다니 그 광고문구 믿고 읽는 수밖에. 결과적으로는 짧은 광고에 혹한 게 되었다. 애초에 <빅픽처>를 읽다가 때려치웠던 이력이 있던 나로선 더글러스 케네디의 책은 손에 잡지 않았어야 했다. 그것도 제값 다 주며 사면서까지 말이다.


  이야기는 헐리웃에서 일하는 작가 데이비드로부터 시작한다. 13년간 작품을 써오곤 있지만 영 팔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내 루시보다도 적은 연봉을 받으며 서점에서 일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에이전트 앨리슨에게 자신의 작품 '셀링 유'가 팔렸다는 전화가 온다. 처음은 큰 계약이 아니었으나 데이비드의 재능을 뒤늦게서야 알아챈 헐리웃은 그에게 엄청난 부와 명예를 가져다준다. 시트콤 '셀링 유'는 엄청난 인기를 얻고 원작자인 데이비드는 창의성이 넘치는 천재로 변모한다. 하지만 으레 성공한 사람이 그렇듯이 염문이 뿌려진다. 데이비드는 루시와 이혼한 뒤 헐리웃에서 파급력이 있는 동시에 아름답고 섹시한 샐리와 연인관계를 유지한다. 승승장구를 거듭하던 데이비드는 자신의 투자가 바비의 소개로 대부호 필립 플렉을 만난다. 플렉은 영화에 큰 관심을 가졌으나 그뿐, 재능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플렉이 데이비드에게 영화의 공동작업을 요청하지만 데이비드는 거절한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내리막길도 있는 법. 갑자기 데이비드에게는 '표절'이라는 큰 시련이 닥친다. 과연 데이비드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스토리는 아주 단순하다. 성공이라고는 모르고 살던 남자가 갑자기 부와 명예를 얻고 헤롱대다가 보이지 않는 적에게 강펀치 한 대 맞은 후 그로기 상태가 됐지만 다시 딛고 일어나는 이야기. <템테이션>은 전체적으로 (성공하든 못하든) 사람은 겸손해야 하며 자신이 한 일에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간단명료한 교훈을 말한다. 그것도 은연 중이 아니라 대놓고 말이다. 이게 바로 가장 큰 장점이다. 이야기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직설적인 메세지는 읽는 이로 하여금 그 즉시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한다. 글 또한 어려운 문장이나 단어는 전혀 찾아볼 수 없기에 빠르게 읽힌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는 단점도 함께 한다. 개인적으로 좋은 소설은 문장이 좋거나, 스토리가 뛰어나거나, 인물이 죽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템테이션>은 이 세 가지 모두를 갖추지 못했다. 잘 읽히는 베스트셀러일 뿐이다. 스토리가 뛰어나냐, 그렇지 않다. 그냥 기승전결에 맞춰 마치 소설 작성 프로그램에서 뽑은 에피소드가 나열이 된다. 낯선 헐리웃 문화는 차치하고서도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힘이 없다. 분명 위기감이 느껴져야 하는 부분에서 그냥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는 느낌이랄까.


  매력적인 인물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작가가 노린 점이겠지만 전 처를 버린 데이비드에게는 처음부터 호감이라곤 쥐꼬리만큼도 없었다. 주변 인물인 샐리, 바비, 플렉, 마사, 모두 조금만 들여다봐도 베베 꼬인 인물들이란 걸 알 수 있다. 앨리슨은 헐리웃 문화에서 보기 드문 인물상이기에 현실감이 떨어졌고 데이비드와 루시 사이의 감정선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죄다 평면적 인물이고 그나마 데이비드가 3D 감각을 가지고 있어 다행이다. 문장 얘기는 하지 않겠다. 손만 아프다. 소설은 스토리 파악을 위해 웬만하면 모든 문장을 보려고 하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 대화만 봐도 쉽게 이해가 가는 글이다. (물론 이건 이런 소설의 단점이자 장점이다)


  더글러스 케네디와 그 팬들에겐 정말 미안하지만 이 소설은 그냥 대중소설일뿐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절대 아니다. 양심은 있는지 456쪽의 책을 13,500원에 팔고 있다. 그래도 작가가 가진 '직설적인 이야기와 쉽게 읽히는 문장'은 칭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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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않는다는 말
김연수 지음 / 마음의숲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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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9.


  내게 김연수라는 작가는, 아쉽게도 그다지 재미없는 이로 구분된다. 그의 소설은 단 한 편밖에 읽지 않았지만(<밤은 노래한다>) 다른 이들이 추켜세운만큼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김연수란 이는 산문이 더 재밌는 사람이다. 소설가란 직함을 달고 있기에 이런 말을 하기 참 미안하지만 말이다. 그걸 느끼게 해준 책은 <청춘의 문장들>이었다. 자신에게 다가왔고 머물러 있었으며 떠나간 것들을 노래했다. 자신이 읽었던 시를 빌려 참으로 맛깔스런 글을 토해냈다. 산문이란 장르의 묘미를 알려준 최초의 책이 되겠다. 추억을 그리며 조곤히 써내려간 문장이 너무 아름다웠고, 그건 이야기의 힘보다 강했다. 여운이 너무 깊어 책을 두 번 더 들췄다. 덕분에 책은 낙서장이 되었다.


  <청춘의 문장들>에선 시와 문장을 이야기했다면 이번 <지지 않는다는 말>은 달리기를 소재로 한다. 달리기. 소설가라는 직업과 참 어울리지 않는 취미이다. 작가도 알고 있다. 아직도 달리냐는 질문을 받으면 난감하다고 한다. 뛴다고 하면 여전히 이상한 사람 취급이고 안 뛴다고 하면 역시나 네가 그렇지라는 시선을 받는단다. 하지만 글을 찬찬히 읽다보면 달리기는 소설가뿐 아니라 누구에게나 힘든 행동임을 알 수 있다. 매일 술마시고 담배 피며 연습하지 않다가 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하는 달리기 천재는 없고,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42.195km가 주어진다. 심장이 터질 것 같고 허벅지가 찢어질 듯한 데서 오는 고통은 모두에게 넘어야 할 산이다. 순수하게 육체적인 고통을 넘어서야만 한다. 그러기에 달리기는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운동이란다.


  아쉬운 것은 그토록 감명깊게 읽었던 <청춘의 문장들>보다 읽는 맛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김연수의 산문집에서 바랐던 것은, 현재보다 과거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 편의 시, 하나의 문장을 곁들여 자신의 추억을 말했던 전작과 달리 이번 책은 유달리 현재를 많이 끌어다 쓴다. 어릴 적의 방황도 잘 보이지 않는다. 철없던 10대, 20대를 거쳐 이제 40대 어른이 된 김연수의 시선을, 나는 그리도 받아들이기 싫었나보다. 아직 잘 모르니까. 아직 크고 싶지 않으니까. 철없는 청년이고 싶으니까. 언제까지고 내게 공감해주고 나를 위로해주는 글귀만 찾고 싶으니까.


둘이서 어렸을 때 먹었던 아이스크림 이야기를 한참 떠들었다. 물론 보석바를 먹던 시절의 이야기도. 그때 나는 깨달았다. 추억을 만드는 데는 최소한 두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혼자서 하는 일은 절대로 추억이 될 수 없다는 것을. (160쪽)


  그건 아직, 나 혼자 있는 삶에 만족해서일지도 모르겠다. 여태 '우리'라는 단어에 익숙치 않다. 하고픈 일, 원하는 일, 만족하는 일, 그 모든 걸 하기에 시간이 부족하다. 다른 사람에게 신경쓸 겨를이 없다. 주변 누구에게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유유자적할 때가 많다. '우리'라 부를 만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고, 시간이 아깝다고 핑계만 댄다. 사실 겁이 난다. 만나는 사람이 누구든 새로운 인연은 무섭다. 그래서 하고 싶은 게 많다는 변명으로 나를 방어만 한다. 언제까지고 즐거운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하하호호 웃고 싶은 욕심. 어른이 될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두려움에 떨며 계속해서 내 안으로 파고들기만 하고 소년은 계속 소년으로 남는다. 그래서, 이 자리에 머물러 있고픈 욕심에서, 나와 달리 저만치 가버린 김연수의 달리기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그런 면에서 항상 나에게 실망이 크다.


그중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 지지 않는다는 말이 반드시 이긴다는 걸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깨달음이었다. 지지 않는다는 건 결승점까지 가면 내게 환호를 보낼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안다는 뜻이다. 아무도 이기지 않았건만,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았다. 그 깨달음이 내 인생을 바꿨다. (9쪽)


  하지만 실망할 필요 전혀 없다. 어른으로의 변태과정이 남보다 조금 늦다고 결코 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종종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곤 한다. 그렇다. 그 긴 인생, 헥헥대며 달리는 마라톤과 같다. 그리고 모든 사람은 살면서 단 한 번 달리기를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남들보다 좋은 기록으로 들어오겠다는 것도, 몇 시간 안에 들어오겠다는 것도, 결코 중요하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완주 그 자체이다. 아직 반환점 코빼기도 보지 못 했지만, 아직 앞으로 가고 있다. 방금 내 옆을 지나쳐간 친구를, 아직 한참 남은 마라톤 코스를, 앞으로 나올 내 기록을, 이 모든 걸 생각하고 두려워했지만 결코 그럴 필요가 없었다. 목표는, 그저 계속 앞을 향해 걸으며(혹은 뛰며) 결승 테잎을 끊는 것이다. 모든 이는 각자의 마라톤 코스를 뛰고 있기에 자신만의 결승 테입이 있고 타인과 비교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때로 착각하곤 한다. 코스라는 게 워낙 비슷해서 옆에 뛰는 사람이 모두 경쟁자처럼 보인다. 그러기에 조바심을 내고 이기려 죽어라 내달린다. 앞에 보이는 사람을 따라잡고 따라잡고 따라잡으려 한다. 분명 결승 테잎은 끊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을 얻었을까? 아무도 이기지는 않았다. 인생이란 마라톤은 절대 경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기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면 어떤 속도로 달려야 할까. 무던히 노력했는데, 그게 모두 무의미한 것이라고? 절대 그런 뜻은 아닐 것이다. 다만 조금은 달리기 그 자체를 느꼈으면 좋겠다. 팽팽해지는 장딴지, 찢어질 듯한 허벅지, 터질 것 같은 심장, 들숨 날숨으로 요동치는 콧구멍, 땀으로 젖은 피부. 모든 것을 그 자체로 받아들이며 말이다. 그저 앞만 보지 말고 때론 옆을 보며 함께 달리는 사람과 인사하고 관중과 함께 웃고 그 뒤에 선 풍경을 즐기고 싶다. 나는 결코 늦은 게 아니라 조금 천천히 가고 있기에 난 지금을, 즐기련다. 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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