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꼭 알아둬야 할 구글의 배신 - 왜 구글은 우리에게 치명적인가
시바 바이디야나단 지음, 황희창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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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


  검색엔진으로 구글을 얼마나 사용하세요? 우리나라 문자특성 상 검색하는 데 네이버가 편하다고 느끼긴 합니다만, 네이버나 다음에서 검색이 영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좀 더 넓은 수영장을 찾아 구글로 들어갑니다. 단순한 첫 화면, 그런데 검색어를 넣고 검색버튼을 누르면 짜잔, 우선 자료가 많고 내 맘에 쏙 드는 것도 네이버보다 더 찾을 수 있지요. 내 마음을 읽는 것 같은 검색엔진, 구글.

  이런 구글, 얼마나 사용하시나요? 저만 해도 많은 서비스를 씁니다. 하루 중에 가장 많이 들여다 보는 핸드폰 OS는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입니다. 보안이 철저하기에 중요한 메일은 G메일로 오게 합니다. 일정은 구글캘린더로 조정하고 RSS리더로 구글리더를 사용합니다. 많은 문서를 구글문서(구글독스)를 써서 온라인에 저장하지요. 또 유투브를 통해 세계 많은 동영상을 보곤 합니다. 이밖에도 구글에서 제공하는 많은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모두 좋고 사용하기 편함에도 사용자는 구글 계정만 가지고 있으면 많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G메일만 해도 무려 2기가의 용량을 지원합니다. 구글은 자선사업을 하는 걸까요? 과연 우린 어떤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이런 서비스를 공짜로 사용하는 걸까요?

  사실 공짜란 없습니다. 암요, 구글도 하나의 회사이기에 이익을 내지 못하면 회사가 있는 의미가 없잖아요. 그러고 보니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도 무료입니다. 자주 들어가는 카페도 사실상 무료로 제공되고요, 재밌는 웹툰도 그저 클릭 몇 번이면 즐길 수 있습니다. 이는 사실, 우리가 온라인 상에 쓰는 모든 글을 구글(아니, 모든 검색엔진)에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검색을 위해서 모든 컨텐츠를 검색 서버 캐시에 복사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가 만든 창의적인 것들을 죄다 수집하는 거지요. 그러니까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는 단지 겉보기뿐 이단 이겁니다. (52쪽) 이 검색 기록이 쌓이고 쌓여 사람들이 누르는 점점 정확하고 인기 있는 컨텐츠들이 위에 랭크되고(페이지랭크) 구글은 점점 더 쓸 만한 검색엔진이 돼가고 있습니다. 원체 검색 프로그래밍을 잘 짜긴 했지만 결국 기초가 되는 것은 수많은 검색기록입니다. 클릭 한 번에 전쟁이 끝나버린 거지요. (42쪽) 그리고 구글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구글 안에서 계속 컨텐츠를 생산하고 다시 검색하면서 데이터는 산더미처럼 쌓여 점차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오고 맙니다. 한참 야후나 알타비스타가 유행했지만 지금은 구글이 왕이죠.

  하지만 구글이라고 완벽할까요? 수많은 전산처리는 결국 컴퓨터의 몫입니다. 그렇기에 100% 맘에 드는 결과를 볼 수는 없습니다. 애플에서 제공하는 시리 서비스는 검색엔진으로 울프람알파를 사용합니다. 색다른 알고리즘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아직 구글에 비할 바는 못 되지요.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체 검색엔진 빙(Bing)의 기능을 강화시키고 있고요. 이런 잠정적 경쟁자들 때문에 구글은 사용자에게 더 정확한 결과를 보여주려고 애쓰고 이는 개인 검색 히스토리와 개인정보, 그리고 여태까지 사용자가 만든 컨텐츠를 통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같은 '신발가게'를 검색해도 서울과 부산에서 다른 내용이 검색되는 거지요. 사용자 위치와 선호하는 신발 종류를 그동안 수집해서 나에게 딱 맞는 검색이 됩니다. 또한 이를 광고주에게 넘기고 어떤 광고를 더 위에 띄울지 결정(사실 경매)합니다. 이래서 마치 마법 같은 검색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내 히스토리가 저장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설정을 바꾸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설정의 기본값은 정보 수집에 동의하는 것이고 여러 번 클릭해야 수집 기능을 끌 수 있습니다. 구글은 이것을 강매처럼 보일 수 있다고 하고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인정했지만(272쪽) 찜찜한 건 사실이죠. 그러니까, 우리는 구글의 고객이자 중요한 제품인 겁니다.

  개인정보와 신상은 곧 사생활 문제와 연결됩니다. 구글이 제공한 서비스 중 사생활 침해에 대해 말이 많았던 것이 구글 스트릿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음과 네이버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요. 이거, 정말 편합니다. 제가 모르는 길도 몇 번의 클릭으로 갈 수 있고 난생 처음 가는 곳도 쉽게 찾아갈 수 있지요. 며칠 전에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도로연수를 나갔습니다. 시험보기 전 날에 갑자기 코스가 기억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스트리트뷰로 코스를 쭉 훑었지요. 어떻게 가야할 지 확실히 숙지한 후 쉽게 합격했습니다. 획기적인 기술에는 이런 장점이 있는 반면 따라오는 단점도 있기 마련이지요. 만약 도둑이 물건을 훔치려고 현장답사 전에 내 집 주변을 스트릿뷰로 본다면? (163쪽) 스트릿뷰로 보고 여자친구 집 주변을 보는데 베란다에 내 여자친구가 알몸으로 있는 게 찍혀 있다면? 보통 단점은 곧 묻히기 마련이지만(구글에 건의할 경우 사진을 삭제하거나 사람에 모자이크를 함)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사진이 없어지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사진을 보고 저장을 했을까? 애초에 이런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으면 아무런 탓이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있죠, 그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사생활 개념은 지금의 정보사회에서 많이 변했습니다. 거리에 수많은 감시 카메라가 있고 물건을 사기 위해 카드를 긁으면 거래 추적이 가능하고 전화를 하면 내 위치가 고스란히 공개됩니다. 몇 젊은이들은 진정한 사생활은 환상이라는 생각을 가졌다고도 하네요. (145쪽) 그러기에 많은 사이트들은 사용자가 웹 상에서 평상시 그대로의 모습이길 바라는 모양입니다. (174쪽)

  이런 문제는 나라와 문화권마다 시각을 달리합니다. 공산주의 색이 강한 중국에서 특히 심하다는군요. 아직도 많은 규제와 검열이 이루어지는데 온라인 상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이런 중국은, 열려 있는 인터넷 세상을 말하는 구글 사용을 막겠다고 했고 실제로 막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중국에서 구글이 가진 영향력은 20%가 채 되지 않고 대부분 검열이 심한 자국의 검색엔진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만약 중국의 수많은 사용자를 흡수하기 위해 구글의 '악해지지 말자'는 모토와 반대로 검열을 약속하고 중국에서 서비스를 한다면, 이게 바로 새로운 형태의 힘, 정보 권력 아니겠습니까. 유투브도 심한 논쟁이 되는 영상을 임의로 삭제하고 작은 항의에도 영상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도 합니다. 물론 의도를 가진 조작은 아니고 항의를 줄이기 위한 조치일 뿐이지만 이것은 '구글 검색은 기술력이다'는 부분에 완전히 위반하는 것이고 언제나 검색 결과에 사람이 개입할 수 있음을 알립니다. 이는,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고요.

  활발한 공론장이 필요하고 공공서비스가 기대에 못 미치는 틈바구니를 구글은 잘 파고들었습니다.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무조건 나쁜 일이라고 할 수 없지만 구글은 여전히 많은 문제점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과연 구글은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하려 할까요. 많은 컨텐츠를 잇고 이어 지식의 유기체를 만드는 노력하면서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는 말처럼 지금보다 지식이 곧 힘이 된 때는 없었습니다. 물론 얼마나 머리를 굴려 지식을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힘이 결정되지만요. (226쪽) 그리고 구글을 구글북스와 구글스콜라(구글스칼라)를 통해 세상의 모든 문서를 디지털로 만드려는 웅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고 판권이 없는 책들을 부활시켜 저작권자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을 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 또한 구글스트릿뷰와 마찬가지로 단점을 가집니다. 전통적인 저작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지요. 만약 구글북스가 불법이라고 판결이 난다면 모든 검색엔진 또한 불법이라는 결론이 납니다. 검색엔진은 사용자가 만든 컨텐츠를 서버 캐시에 복사해서 검색결과를 제공하므로 엄밀히 따지면 저작권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래서 지금에 이르러서는 저작권법 또한 의미가 바뀌어 가고 있고 기준 또한 모호해졌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P2P 사이트와 인기 검색엔진 사이에는 기능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과장된 예시긴 하지만요. (248쪽)

  구글에 모든 지식이 있다. 이런 태도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대학 시험도 의미가 없다는 결론도 도출할 수 있습니다. 검색을 통해 많은 정보와 공식을 알 수 있는데 학교는 왜 모든 것을 외우라고 하는가 하는 말도 나왔죠. (274쪽) 구글에서 검색을 하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키피디아도 이제 신뢰도가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재밌는 것은 구글은 기억도구가 아니라 잊는 도구라는 점입니다. 사용자가 아니라 구글이 정보를 능동적으로 걸러주기에 사고의 폭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264쪽) 대학교 시절, 프로젝트를 위해 구글에서 논문을 검색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 놈들이 있기 마련이죠. 그러면, 포기합니다. 구글에서 찾을 수 없으면 도시든, 사람이든, 어떤 것이든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180쪽) 또한 이런 어설픈 텍스트 검색은 진정한 지식 창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구글은 이런 문서들을 단지 나열할 뿐이지 지식 사이에 어떻게 다리를 놓아야 할지 전혀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죠. 게다가 이게 사실인지 거짓인지, 믿을만한지 불완전한지, 논쟁을 야기하는지 분석인지 아닌지 조차 구분하지 못합니다. 도서관 서가를 뒤져 힘들게 찾지 않고 검색하면 딱 나오는 결과를 가지고 치열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비평적 독해는 단순히 문서를 보는 게 아니라 텍스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읽는 행위이기에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282, 283쪽)

  꽤나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저는 전세계의 구글화에 대해 단지 정보권력 차원에서만 생각했는데 그건 정말 단순한 1차원적 발상이었네요. 구글이 어떻게 성장했는가를 조명하고 함께 성장한 웹,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 정의된 여러 개념들 - 사생활, 저작권, 국가내 검열, 디지털화에 따른 지적능력 하락과 같은 많은 것이 담겨 있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문학 지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 능력으론 무리예요. 또, 감상이 아니라 요약이 돼버려서 많이 아쉽지만 좋은 책을 만나서 기분은 좋습니다.

  이렇게 커진 구글, 기존의 사생활과 저작권의 개념마저 바꿔버린 구글. 이것을 누가 규제해야 하나요? 제레미 벤담이 말했던 팬옵티콘에서 벗어나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는 크립트옵티콘의 상황에 다다랐습니다. 사람들은 누가 어디에서 감시하고 프로필화하는지 모릅니다. (174쪽) 그리고 언젠간 지레 겁을 먹고 벌벌 떨며 주변을 의심스런 눈초리로 보겠죠.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좋다고 넙죽 받기 전에 자신이 하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내는지 한번쯤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건 구글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닙니다. 구글은 단지 지금 이때의 표제어일 뿐, 상대는 야후가 될 수도 있고, 빙이 될 수도 있고, 심지어 네이버도 될 수 있습니다. 굳이 바꿔보자면 '기술근본주의의 배신'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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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통장 - 평범한 사람이 목돈을 만드는 가장 빠른 시스템 4개의 통장 1
고경호 지음 / 다산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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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7.

  전 이제 곧 회사에 들어갑니다. 난생 처음으로 스스로 돈을 법니다. 이제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나 제 힘으로 살아야 하는 때가 온 겁니다. 그런데 참 걱정입니다. 집이 풍족하지 않아 경제관념을 잘 모르고 살았습니다. 무조건 적게 쓰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모님 노후준비가 어떻게 되고 있나 요즘에 들어서야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제가 돈을 벌고 제가 관리해야 하는 때가 왔습니다. 무조건 펀드와 투자만을 외쳤더니 주식을 하시는 엄마는 저를 나무라십니다. 생각 좀 잘 하라고 말이죠.

  하지만 전 경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릅니다. 재테크는 넉넉한 집에서나 하는 거거든요. 한 달 벌어 겨우 생활하는 집에서는 저축이나 투자를 하기 힘들다는 거, 20년 넘게 살면서 알게 된 사실이거든요. '아버지처럼만 살자'는 노래가사가 있습니다. 저는 아빠보다 훨씬 잘 살고 싶습니다. 남에게 떵떵거리면서 사는 게 아니라 자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그나마 덜 가지고 살고 싶습니다.

  그러기에 이 책을 폈습니다. 도서관 서가를 돌다가 우연히 본 책인데 검색해보니 꽤나 좋은 책이더군요. 09년에 나온 책이어서 적용하기는 힘들겠지만 마음가짐을 배우기는 딱이었습니다. 그래요, 저 같은 초보에게는 실질적인 투자방법보다 돈과 투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니까요.
 


  주식투자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합니다. 천만 원을 투자금으로 가지고 있는데 1분 새에 이삼백이 왔다갔다 하는 거 보면 말입니다. 그건 주식시장을 계속 지켜보며 단타로 치고 빠지는 '기술'의 영역이지 돈을 모으는 영역은 아니더군요. 사실 저도 '투자' 하면 높은 수익을 내야 하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꾸준히 적금을 붓고 은행에 돈을 넣는 건 단순한 돈 모으기로 착각했어요. 하지만 이 책을 보니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지는군요. 높은 수익은 아니어도 복리투자(투자액과 딸린 이자까지 합쳐 다시 투자하는 것)를 꾸준히 하면 돈도 덩치를 조금씩 불리게 된다네요.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중점이 되는 4개의 통장 이야기입니다. 사용 용도에 따라 4개의 통장을 만들어 자신이 번 돈을 운용하는 겁니다. 전 이걸 보고 느끼는 바가 정말 컸습니다. 3년 전에 출간된 책이라도 이 시스템은 10년이고 20년이고 쓸 만하겠더라고요.

  대학 친구 중 몇은 벌써 펀드에 돈을 넣었고 집이 넉넉해 부모님께서 보험을 넣어주기도 했답니다. 이 친구들은 저보다 몇 년이나 앞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재테크는 몇 살부터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결국, 마음가짐의 문제였습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가장 빨리 다가올 문제에 대해서만 고민하잖아요? 미혼일 때는 결혼자금을, 결혼해서는 주택마련자금을, 자식들이 커가면서는 교육자금을, 은퇴 후에는 노후자금을 간절히 원합니다. 눈앞에 닥쳐온 문제를 생각할 게 아니라 먼 미래를 보며 차근차근 돈을 불려야 한다는 거죠.

  멀리 내다보려면 당장 지금을 보라는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부는 긴 시간의 계획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기초설계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내 소비패턴을 정확히 파악하고 줄일 수 있는 건 줄이고 철저한 계획 아래 투자하는 거죠. 간절함을 필요하지만 지나친 욕심은 버리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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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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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5.

  제 기억에 '1만 시간의 법칙'으로박에 남아 있지 않은 <아웃라이어>. 사실 책을 보지 않았고 귓동냥으로 들은 '법칙'이었는데요, 도서관에서 다른 책을 찾다가 이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주변에 다른 책들도 다들 괜찮더라고요. 무얼 고를까 한참 서성이다가 결국 이 책을 뽑았습니다. 결과를 봤을 땐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어요.

  제가 가진 착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1만 시간을 어떤 일에 투자하면 그 일의 전문가가 된다는 '1만 시간의 법칙'을 듣고 그냥 자기계발서겠거니 했습니다. 사실 별 기대하지도 않았어요. 전 자기계발서를 정말 안 좋아하거든요. 아직 학생이라 여유가 넘쳐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책을 읽어 본 결과 자기계발서라기보다는 인문서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요 근래 읽는 인문서들 모두 재밌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졌기 때문일 수도 있고 그냥 좋은 책을 잘 골라서일 수도 있습니다. 사실 이 책이 말하고 있는 건 간단하거든요. 여태가지 성공을 다룬 책은 다 뻥이다! 그동안 알고 있던 성공의 비결은 모두 틀렸다! 줄이고나면 별 시답잖은 말인데요, 이런 걸 증명하기 위해서는 많은 예가 필요합니다. 바로 그 예, 그 예시를 아주 재밌게 썼더군요.

  첫 장에서는 캐나다 하키 선수를 말합니다. 캐나다는 하키의 나라라고 하는군요. 그곳은 어릴 때부터 될 성부른 나무를 미리 캐치해서 집중 훈련을 시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사실이 있더라고요. 주니어 팀이었나 어디었나, 그 팀에 있는 선수들의 생일을 따져보니 웬걸, 전반기에 태어난 선수가 엄청 많은 거 있죠. 캐나다는 선수등록을 1월에 시작하기 때문이랍니다. 그러기에 1월 생과 12월 생은 같은 나이이면서도 경험과 발육 상태가 꽤나 차이가 난다고 하네요. 그런데 재밌는 건 성인팀에서도 주니어팀과 같은 경향을 보인답니다. 생일이 빠른 아이들이 팀에 미리 발탁되어 강한 훈련을 받고 계속해서 성장하는 동안 생일이 늦은 아이들은 처음부터 하키를 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거죠. 그러니까, 캐나다 하키 계는 재능을 가진 이들 절반을 버린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 우연과 기회가 합쳐져야 한다 이거지. 2장으로 넘어가니 이번엔 컴퓨터 얘기가 나옵니다. 빌 조이와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가 나오네요. 여기서 1만 시간의 법칙을 말합니다. 많은 성공한 이들은 1만 시간의 연습을 거쳐 제 분야에 엄청난 파도를 일으키고 창의력을 마구 발휘했다. 그런데 재밌는 건 컴퓨터 천재들이 태어난 년도가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죄다 1950년대 생입니다. 이게 우연일까요? 네, 우연입니다. 원래 컴퓨터는 본체를 방 하나에 가득 채우고 천공카드인가 뭐시기인가를 넣어서 한 번에 한 작업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1975년에 획기적인 물건이 하나 나옵니다. 커다란 메인 컴퓨터에 케이블을 연결하여 쓰는 컴퓨터 키트가 등장한 것이지요. 바로, 50년대 생 아이들이 커서 한창 공부를 할 시기에 말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주변에 많은 기회가 있었습니다. '천운'이라고 할 정도의 기회.

  이 외에 부모님이 영향을 미친 천재들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오펜하이머 이야길를 보니 상당히 괴짜더군요. 하지만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 좋은 영향(대화와 설득력)을 받은 그는 학교에서 정학을 받는 걸로 일이 끝납니다. 하지만 좋지 못한 가정에서 자란 크리스 랭건은 너무 똑똑하지만 교수와 소통을 하지 못해 학교에서 나오고 아무런 성공을 하지 못합니다. 바로 가정환경이라는 변수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여기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성공'의 비결을 단순히 지능지수와 노력이라고 한 것들이 틀렸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환경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운과 기회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게 틀림없죠. 헌데 2부에서 갑자기 다른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2부 제목은 유산(Legacy)입니다. 각 나라마다 내려오는 문화와 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요, 처음에는 이게 대체 왜 소개돼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서 조금, 아주 조금 깨달은 게 있었습니다. 엮은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더군요.

  책 후반부에 미국 교육 시스템에 대해 말한 부분이 있습니다. 농경문화가 내려오는 아시아인들은 비농경국가에 비해 성실합니다. 노력을 하는만큼 결과가 나오는 농사일을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고 공부를 하면서 피부로 느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누구보다 아침 일찍 학교에 나가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자율학습을 마친 뒤 누구보다 늦게 학교에서 나옵니다. 미국은 그렇지 않죠. 그래서 이런 교육 문화를 미국에 조금 적용시켜 보았는데 생각보다 결과가 좋다 이거죠. 한국에서 그리 욕하는 교육문화를 미국에서는 좋다고 난리입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의 교육 효율성이 미국보다 좋느냐? 그것도 아닐 거란 말이죠. 반면 위계질서가 뚜렷한 우리 정서 때문에 대한항공 비행기가 괌에서 추락하고 만 사건도 있었지요.

  미국이 집중과 예절의 한국 정서를 배우는 동안 우린 여유를 말하는 미국 정서를 가져올 필요가 있는 거지요. 대한항공 머리로 외국인이 뽑힌 뒤, 위계질서에 집착하는 우리나라 기장, 부기장, 기관사들을 죄다 다시 교육시켰다고 합니다. 그래서 위험한 상황이 닥치면 전처럼 권유하는 게 아니라 상대가 상급자더라도 과감히 명령할 수 있는 사고방식을 만들었지요. 그건,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쥐고 있는 비행사에게 필요한, 미국적인 사고지요. 또,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팀 내 위계질서를 없애고자 히딩크 감독이 했던 시도 모두 같은 맥락입니다. "명보야, 밥 먹자!"고 했던 김남일 선수의 말이 재밌죠.

  어떤 부분에선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곧게 지켜야 할 신념이 있어야 할 반면 필요한 부분에서는 남의 말을 잘 듣고 상황과 시기, 대세에 맞춰 유연히 대처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성공은 노력뿐 아니라 기회와 문화에서 온다는 사실을 강하게 알려준 이 책, 매우 좋았습니다. 우리 문화를 고집하지 않고 주위로 눈을 돌려 성공하는 문화를 발굴, 적용해야 한다는 것. 기업에 반드시 필요한 태도. 또 따져보면 난 안 될 거야, 하며 지레 겁먹고 포기하는 개인의 자세를 고치고 시야를 조금 넓게 보라는 메시지도 주는 책이었습니다. 많은 가능성을 죽이지 않고 이 사회를 일궈낼 수 있는 힘은 나뿐 아니라 기업과 사회에도 있다는 점을 '그들이' 알았으면 합니다. 하긴, 그래서 그리도 인재개발에 많은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거겠죠?

  아, 쓰고 보니 결국 또 요약이 되어버렸네요. 인문서 감상을 이따위로 하면 안 되는데 큰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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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읽기를 권함 - 우리시대 어느 간서치가 들려주는 책을 읽는 이유
김무곤 지음 / 더숲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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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

  요새 들어서 좋은 책이 저에게 많이 옵니다. 책을 보는 눈이 생긴 건 아니고요, 소설의 비중을 줄이고 보니 전보다는 더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소설이 가치가 없진 않지요! 단지 여태까지 제가 접하지 못했던 분야에 조금씩 눈도장을 찍는 게 기쁘고 좋을 뿐입니다.

  참 우연히도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를 읽은 후 바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앞것이 실용도서를 외쳤다면 뒷것은 '무가치한 책 읽기'를 말하고 있지요. 홍대리에게 느꼈던 불편함은 이 책을 읽음으로서 모두 해소하였습니다. 오랜만에 책을 읽은 뒤 애잔한 느낌을 받고 잠이 들기 전까지 잔잔한 여운을 느꼈지요. 참, 좋은 책입니다.

  처음에는 현 세대의 책 읽기, 종이책과 전자책의 비교 같은 것을 적은 책인 줄 알았지요. 하지만 예상과는 영 달랐습니다. 책 읽기에 대한 에세이와 비슷한 부류의 책입니다. 글쓴이가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정, 책 읽기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책을 읽을 자유와 읽지 않을 자유까지, 덤덤하면서도 참 재밌게 글을 적어내려 갑니다. 주석이 쪽의 아래나 책 가장 뒷부분에 있는 다른 책과 다르게 이 책은 오른쪽 지면을 오로지 (필요한 경우) 주석에 할애했습니다. 주석을 읽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글쓴이는 책을 천천히 읽어주십사 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되나요. 책에 쓰인 것처럼 내 마음대로 책을 읽을 자유가 있거든요.

  오늘도 또 한 선생님이 걱정을 했다. 요즘 학생들이 도무지 책을 읽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러나 나는 걱정하지 않는다. 아니 걱정해보았자 소용이 없다. 책 읽기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일이 있겠지. (26쪽)


  평소 책 읽기를 좋아하는 저는 남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하게 말해왔습니다. 그리고 항상 제가 감명 깊게 읽었던 책들을 말해주고 꼭 읽어 보라고 했지요. 앞으로 읽을 책이라고 적어 놓은 목록을 주면서 마음대로 골라 보라고도 했고요. 그러면 백이면 백 고개를 젓습니다. 제가 추천한 책은 이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저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책을 덮어버리고 애써 쓴 목록은 그냥 한 번 훑어보고 마는, 단순한 책 제목을 나열한 글밖에 되지 않았지요. 그럴 때마다 항상 답답했는데 돌이켜보면 제 위주의 생각이었나봐요.

  그런데 가만히 책을 읽고 있으면 또, 왜 이 책 읽는 재미를 모르고 텔레비전이나 모니터를 보며 히히덕거리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남에게 강요할 수는 없지만 안타까운 마음도 뭉게뭉게 핍니다. 홍대리는 책 읽는 재미를 알자 지금까지 자신이 얼마나 헛된 시간을 아깝게 보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이지성, 정회일 지음,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 105쪽) 하잖아요. 텔레비전 쇼 프로그램도 봤고, 게임도 해봤고, 운동도 해봤고,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모든 걸 해봤는데 책 읽기만큼 재밌는 건, 없었단 말이죠.

  배우기 위해, 즐거워지고 싶어서, 글을 쓰기 위해, 또는 연설을 하기 위해, 회상하기 위해 책을 읽지 말라. 아무런 목적 없이 독서를 해야 한다. 현재를 읽기 위해 지금 이 시간에 독서하라. (50~52쪽)


  사람들은 때로 소설을 읽는 이들에게 '그런 책 읽어서 무슨 도움이 되냐'고 합니다. 예전에 저도 한번 이런 소리를 들었지요. 이상문학상 수상집을 읽고 있었는데 옆에 앉은 친구 왈, 그런 책 왜 읽냐, 영어나 공부해라, 랍니다. 그때 확 열이 뻗쳐서 혼자 흥분했지요. 아, 지금도 화딱지가 나네. 한때는 저도 소설이 과연 내 삶에 도움이 되긴 하는지 의문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물론 아직도 궁금하고요. 실용적인 동기를 가진 이에게 책 읽기는 분명 쓸모있는 일일 겁니다. 하지만 때로는 멍청해 보이고 가치와 의미가 없어 보여도, 책 읽기 자체가 주는 즐거움과 기쁨을 무시할 순 없겠죠. 전 계속 의문을 가지면서도 지금 같이 읽고 싶어서 읽으렵니다. 남이 권한 책, 똑똑한 사람들이 추천한 책, 이런 거 다 집어치우고 오롯이 제가 즐길 수 있는 책을 보면서 말이죠.

  책의 마지막 글줄처럼 저도 묻고 싶습니다. 책 읽기보다 더 즐거운 일은 무엇인가? 그게 있다면 저에게 가르쳐주면 좋겠습니다.

  (2012년 2월 3일 ~ 2월 4일, 1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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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쓰기에 어느 정도 기본이 잡힌 상태라면 남들이 쓴 작법서를 볼 필요가 없다고 하지요. 자신만의 틀을 구축해 나가야지 남의 방법을 따라하면 안 되거든요. 하지만 저처럼 아직 감도 잡지 못한 보통 사람이라면 글쓰기의 기본에 대한 책은 매우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제 책장에 16권의 글쓰기 책이 있습니다. 많은 권수는 아니지요. 이렇게 기존의 저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요했고 소설도 많이 읽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건 실행 아니겠어요? 연습하지 않는다면 이 모든 게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전 연습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모양 이 꼴이지요. 반성 백 번.

  하지만 글이 막혔다,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 이럴 때 가끔 글쓰기 관련 책을 읽곤 합니다. 글쓰기와 소설쓰기를 시작하는 분들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3권의 책을 권해봅니다.


3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나탈리 골드버그 지음, 권진욱 옮김 / 한문화 / 2005년 4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2012년 02월 04일에 저장
구판절판
이 책은 글쓰기를 겁내는 분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입니다. 책의 저자 나탈리 골드버그는 잘 쓰든 못 쓰든 우선 쓰라고 합니다. 무엇을 쓰든 큰 틀만 잡고 영혼 채 흔들며 휘갈기라고 말이죠. 썼던 글을 절대 뒤돌아보지 않고 머리 속에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편집자들의 소리도 다 무시하고 말이에요. 해결책은 제시하지 않지만 마음의 갈피를 잡게 해주거든요. 처음부터 쭉 이어지는 내용이 아니라 짤막한 꼭지들로 책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아무 곳이나 펴서 읽으면 되는 책이 되겠습니다.
좋은 문장 나쁜 문장
송준호 지음 / 살림 / 2009년 8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양탄자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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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안 된 글은 좋은 글이 아니다, 라고 합니다. 묘사나 서술, 이야기가 아무리 좋다 한들 문장이 엉망이라면 눈살을 찌푸리기 마련입니다. 아니, 그냥 책을 덮고 싶습니다. 문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어떤 글도 인정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을 한번쯤은 읽어도 좋은 문장 관련 책으로 꼽고 싶습니다. 기본적인 주술호응, 접속사의 이용, 자연스런 문장 만들기, 깔끔한 문장 만들기, 문장 다듬기 등 문장의 기본기를 알 수 있어 참 좋은 책입니다. 96쪽의 아주 얇은 책이어서 부담도 적고 내용도 어렵지 않습니다.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발상에서 좋은 문장까지
이승우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3월
9,800원 → 8,82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2012년 02월 04일에 저장
품절
소설가들의 좋은 작법서들은 물론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글쓰기 공작소>를 꼽지만 이 책을 포스트에 쓰는 이유는, 작고 가볍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내용이 미진한 건 절대 아닙니다. 할 말은 하고 필요없는 말은 배제하라, 소설은 큰 틀이 아니라 세세한 계획까지 짠 후에 써라, 등등. 소설가들의 작법서는 내용이 판이하게 다른 경우가 많더군요.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통 갈피를 잡지 못할 때가 있지요. 하지만 모든 작법서를 읽으면서 방법보다는 마음가짐을 배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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