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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 상 스티븐 킹 걸작선 7
스티븐 킹 지음, 정진영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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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

  올해의 8번째 책은 오랜만에 읽는 스티븐 킹의 책입니다. <샬렘스 롯>과 함께 명작으로 꼽히는 <그것>입니다. <언더 더 돔>도 엄청난 길이의 장편이지만 <그것>도 만만찮네요. 권당 600쪽 씩 세 권, 전체 1,800쪽의 대작입니다. 게다가 만지면 읽기 싫은 느낌이 나는 하드커버라니. 거기다 오래된 책이라서 냄새가 풀풀 풍기다니. 왜 책은 찢어져서 열 몇 페이지씩 날아다니는 거냐고요. 인기 많은 소설을 읽기 이렇게 힘들단 말이냐.

  아직 1/3밖에 진행되지 않은 이야기기에 스토리 상의 별 진척은 없습니다. 이제 막 인물 소개가 끝났고 과거를 조금씩 회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성장소설을 보는 듯합니다. 로버트 맥캐먼의 <소년시대>나 레이 브래드버리의 <민들레 와인>도 이야기 안에서 주인공을 위협하는 괴생물체가 등장합니다. 물론 <그것>에 비해 유순한 편입니다. 아주 많이 유순하죠. 연쇄살인사건은 없고 인물들이 성장하면서 거쳐야 할 관문으로 그리곤 합니다. 소재 자체는 사실 조금 평범할 수도 있습니다. 한 마을의 분위기가 이상해, 뭔가 검은 것이 스물스물 기어나와, 그런데 어른들은 쉬쉬해.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의 괴물은 무섭습니다. 판타지 속의 괴물이 아니라 데리라는 현실의 공간에서 직접적인 해를 끼치는 괴물. 물론 아직 그 괴물의 정체가 밝혀질리는 만무하지만요. 아니, 아직 맛뵈기밖에 안 됐다니까요? 이야기에서 괴물이 전면으로 부상한 게 아니라 이런 일이 있었다, 데리는 이상한 곳이다, 라는 투로 툭툭 던지는 거죠. 이야기의 복선을 비치면서도 '무언가 있을 것 같은 느낌', 하지만 '그리 달갑지 않은 느낌'을 주욱 이어가며 긴장감을 줍니다.

  그리고, 역시 스티븐 킹은 각종 묘사에 능숙한 작가입니다. 심리든 상황이든 (사실 배경은 잘 모르겠습니다) 글을 줄기차게 써주시죠. 단편에서는 텐션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만 이런 초 장편에서는 글쎄요, 조금 늘어지는 감이 있기도 하지요. 분명 그런 부분이 있긴 합니다.

  사실 어른이 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정말 재미없었는데(글을 잘 쓴 것과는 다른 거죠, 흠흠) 그나마 어릴 때의 회상부분이 재밌어 다행이었습니다. 물론 인물이 많아 누가 누구인지 헷갈릴 때도 있었지만 각자의 회상이 얽히고 섥혀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게 참 재밌습니다. 약간 지루해지려는 찰나, 상권의 끝을 추격씬으로 절묘하게 마무리한 편집부에 박수를. 짝짝짝.

  (2012년 1월 17일 ~ 1월 19일, 6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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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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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7.

  오 마이 갓. 저는 분명 어제 새벽에 <더블 side B>를 덮고 자려고 했습니다. 잠이 오지 않아 시간을 조금 때울까 하고 다음에 읽을 책으로 찜해둔 위화의 <인생>을 잠깐 폈습니다. 정말, 한 50쪽만 읽고 자려고 했단 말입니다. 그런데 에잇, 5시 조금 넘어서 편 책을 날이 밝을 때까지 들고 있을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한겨울이라 해도 늦게 뜨잖아요. 엄마한테는 비밀인데 어제 아침에 시계를 확인했을 때 바늘은 8시 30분을 가르키고 있었습니다. 무려 엄마가 아침을 준비하시느라 부엌에서 달그락 소리가 들리는 때였죠. 엄청났습니다.

  위화 작가는 작년에서야 만나게 되었습니다. 남들에 비하면 참 늦은 만남이지요. 그때 읽었던 작품은 <허삼관 매혈기>였습니다. 중국의 역사를 한 가족을 통해 그대로 투영하고 그에 따른 가난과 고통을 슬프게, 하지만 너무 슬프지만은 않게 해학적으로 그려냈었죠. 허삼관과 아빠의 모습이 겹쳐 엄청 운 작품이기도 합니다.

  어떤 나라든 근현대사는 참 재밌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기계가 들어오는 시기잖아요. 과거와 미래가 서로 생존하기 위해 투쟁하는 시기. 그렇기에 사는데 굴곡이 참 많고 정말로 드라마틱한 광경이 많이 벌어집니다. 위화는 소설에 중국의 근현대사를 절묘하게 녹여냈습니다.

  정말 재밌게 읽은 책이었습니다. <허삼관 매혈기>와 마찬가지로 가족을 다룬 책입니다. 부농이었던 푸구이의 가문이 어떻게 몰락하고 어떻게 중국의 공산화와 문화대혁명을 견뎌냈는지 써내려갑니다. 주인공 '나'가 노인 푸구이에게 말을 든는 형식으로 돼 있어서 서술은 모두 대화체입니다. 대화체인 건 정말 큰 장점입니다. 몰입도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독자가 푸구이 앞에서 직접 얘기를 듣는 듯하게 문장도 준수합니다.

  집중도는 높았으나 <허삼관 매혈기>와 약간 비슷한 방식의 전개여서 아쉬웠습니다. 물론 다루는 감정은 조금 다르지만요. 이 책을 읽다 보면 또? 또 이렇게 되는 거야? 푸구이가 이렇게 불쌍하게 살아야 하는 거야? 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정말로요. 푸구이의 인생, 참 더럽게도 꼬입니다. 그래도 사람은 즐겁게 살 수만 있으면 가난 따위는 그딴 거 두렵지 않은 법이라고, 푸구이의 돌아가신 어머니는 말합니다. 그럼요 그럼, 인생사 새옹지마잖아요. 그런데 푸구이의 삶은… 아이고, 눈물납니다.

  너무나 낙관적인 것이 책의 아쉬웠던 점이라고들 하는데 오히려 저는 정 반대입니다.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점, 이런 낙관적인 마음으로 살기에 푸구이가 그 고난의 시절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 아닐까요. 단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자신만의 의식이 아닐까요.

  아쉽게도 <허삼관 매혈기>보다는 찡한 게 덜한 작품이었습니다. 읽히기는 잘 읽히나 공감가는 면이 조금 부족했습니다. 위화의 작품을 읽다 보니 중국의 근현대사를 공부해 보고 싶네요. 올해가 가기 전에 중국 근현대사에 관련된 책과, 그 역사 안에서 빛나는 루쉰의 책을 읽으렵니다.

  (2012년 1월 16일, 3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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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 side B
박민규 지음 / 창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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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한국 문단의 이단아, 그러면서 아름다운 유니크를 자랑하는 작가, 제가 가장 좋아하지만 아직도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는 작가, 박민규 작가의 두 번째이자 <카스테라> 이후 5년 만에 출간된 작품집입니다. 그 사이 장편 2편, 단편 24편을 썼는데 <더블>은 그 중 단편 18편을 모은 책입니다.

  <카스테라>를 읽었을 때 그 느낌은 어찌 말로 할 수가 없습니다. 검색해보니 05년도에 출간되었네요. 친구가 희한한 책을 보고 있길래 저도 호기심에 봤었죠. 처음에는 이게 뭐야, 했다가 두 번째에는 오오, 세 번째에는 이 작가의 팬이 되었습니다. 표제작 '카스테라'(작품집이라 낫표와 겹낫표를 써야 하지만 귀찮으므로 그냥 쓰겠습니다)는 읽을 때마다 의미가 다르게 다가오는 작품이기도 하지요. 현재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빼고는 작가의 출간된 작품은 모두 읽었습니다. 이 작가, 단편에선 좀 희한해도 장편만 가면 펄펄 날더군요.

  <더블>의 첫 번째 권인 side A는 작년에 읽었습니다. 계속 장편소설만 읽다가 오랜만에 접한 단편이었죠. 그동안 머리속에 쏙쏙 들어오는 글만 읽어서 그런지 당최 알아먹을 수 없는 글들뿐이었습니다. 내가 박민규를 따라가지 못하느냐 박민규가 작품의 방향을 바꾼 것이냐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때, 별 생각없던 그때, 그냥 작품의 불가해성의 원인을 후자라고 해버렸습니다. 결국 멍청한 건 저였는데.

  갑자기 읽고 싶다, 고 머리에 떠오른 책이었습니다. 사실 1월 들어서 제대로 된 소설은 읽지 못했거든요. 사랑에 대한 에세이(뭔지 모르겠습니다), 작법서, 역사서, 마음 치유서(이건 뭐지) 등을 읽느라 잠시 이야기에 대한 감이 떨어졌습니다. 게다가 작법서에서 말하는, 통칭 '잘 먹히는 소설', '바른 소설'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 보니 문득 생각이 든 거지요. 파괴자, 박민규.

  글쓰기 연습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소리는 기본을 충실히 하라, 입니다. 기초를 탄탄히 다진 후 기초를 파괴하고 자신만의 문체를 쌓아올려라. 그렇기에 글쓰기의 기초도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엉망으로 쓴 글을 보며 혀를 끌끌, 차왔지요. 저도 글은 정말 못 쓰지만 무조건 자신만의 스타일이라며 우겨대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박민규의 작품집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박민규 작가를 처음 접하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무슨 이런 괴짜가 다 있어? 말줄임표 …도 ...로 쓰지, 서술과 대화는 한 곳에 뭉태기로 쓰지, 남발하지 말라는 쉼표는 문장 여기저기에 있습니다. 척 보기에도 엉망인데 글을 읽다 보면 인물들도 야리꾸리하거든요. 그래서 이상한 사람이 이상한 책을 쓰고 이상하게 환호를 받네, 하며 관심을 꺼둔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건 마치, '나는 이렇게도 쓸 수 있다'하며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낮잠'에서는 늙어가는 데 생기는 회한을, 정말 아무 상황이 아닌데도 쓸쓸하고 고독스럽게 표현합니다. 그러면서도 '딜도가 우리 가정을 지켜줬어요'처럼 정말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말이 되게, 그러니까 화성까지 가는 방법은 네비를 보면 됩니다처럼, 써재낀다 이거죠. '용용용용'(수다스러울 절)에서는 무협의 요소를 가져오면서 '아스피린'에선 약간 SF적 요소까지. 아직 문단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많이 읽어 보지 못해 잘 모르겠지만요, 장르문학적 요소와, 발칙한 상상력을 이리도 멋있게 일반문학으로 가져온 작가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비치보이스'나 '별', '아치' 같은, 다른 기존 작가들이 다루었을 법한 소재를 가지고 글을 쓰면서도 나 박민규올시다 하고 존재감 팍팍 드러내는 작가가 몇이나 있을까요. 다소 실험적으로 보이는 그의 파괴적인 문법에서도 '박민규스러움'을 알아챌 수 있지만 묘사나 서술에서도 '스러움'이 보입니다. 엄청납니다. 뜬금없어 실소를 자아내고 한편으론 너무 우스운, 이를테면 이런 것들이요.

  나는 마리아 샤라포바의 서브 동작과 괴성을 흉내냈는데 반응이 정말 심상치 않았다. 네 명의 여자애들의 비너스 윌리엄스 같은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던 것이다. ('비치 보이스')

  (상공에 괴비행체가 떠 있는 상황) 여느 때처럼 각자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토론하고, 논쟁을 벌이고는, 했다. 황보의 발표가 이어졌다. 긍러므로 제가 잡은 컨셉은 프리미엄입니다. 대한민국을 이끄는 이 퍼센트, 당신을 위한 요실금팬티... 하는데 ('아스피린')


  사실 제대로 이해한 작품은 없습니다. 그냥 어렴풋이, 이런 뜻으로 글을 쓴 건 아닐까 추측만 했지요. 하지만 SES 언냐들이 말했지요, 저스트 쀨링~. 뭐 있나요, 그냥 글 읽고 좋다는 느낌 받았으면 된 거지. 허섭한 글 쓰다 보니 이 책에 관한 내용은 하나도 없고 그냥 작가에 대한 저의 찬양론만 잔뜩 있군요. 감상문 쓰려고 했는데 슬프다. 흑흑. 박민규 작가의 글 읽을 때 한 가지 주의하셔야 할 점은, 작품을 읽자마자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부글부글 끓어오른다는 점입니다. 작가의 파괴적인 요소도 그대로 가져오면서요. 이 점 조심하세요. 조심 조심 완전 조심.

  (2012년 1월 15일 ~ 1월 16일, 30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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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쓰기의 모든 것 Part 2 : 묘사와 배경 - 독자를 사로잡는 이야기에는 섬세한 문장이 있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2
론 로젤 지음, 송민경 옮김 / 다른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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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4.

  시리즈의 첫 번째 책 <플롯과 구조>를 보고 바로 편 책입니다. 1권은 약간 기대에 미치지 못했었죠. 책의 내용은 좋았으나 플롯의 존재를 100% 신뢰하지 않는 저이기에 많이 와 닿지 않았습니다. 읽고 나서의 감상은- 플롯도 분명 도움이 되는구나, 하지만 귀찮아, 이 정도?


  하지만 두 번째 책인 <묘사와 배경>은 아주 좋았습니다. 근래 읽은 작법서 중 제일 유익하고 드물게 다시 읽고 연습해볼까라는 생각이 든 책이었습니다. 실상 묘사는 어떤 글이든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지요. 소설은 물론이거니와 수필에서도 필요하며 시에서는 반드시 습득해야 하고 때로는 비문학에서도 쓰입니다. 빈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요.

  전에 본 작법서들은 '글쓰기'와 '소설쓰기'를 전체적으로 다뤘습니다. 이 책도 묘사를 필두로 하고 있지만 결국은 초고쓰기부터 퇴고까지 소설쓰기의 모든 분야를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 <소설 쓰기의 모든 것> 시리즈는 각 권이 플롯과 묘사, 인물, 대화를 따로 다룹니다. 4권의 책 모두 총체적인 '소설 쓰기'에 대한 작법서이지만 각 주제들을 조금 더 상세하고 중점적으로 다룹니다.

  이렇게 주제가 나뉘어 있으니 괜히 책 권수 늘리려는 수작이 아닌가 하는 쓸데없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요, 묘사를 중점적으로 다루기에 볼 내용이 많아진다는 큰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작법서에서는 묘사를 한두 챕터에서 잠깐 다루고 가거든요. 물론 그 안에서도 내용은 충분합니다. 이제 연습만 하면 돼요. 감이 좀 안 잡힌다는 게 문제지.

  이 책의 최대 장점은 많은 예시로 가득 차 있다는 것입니다. 실상 중요한 내용이다 할 것은 많지 않습니다. 이 시리즈는 책 가장 뒤편에 부록으로 10~20쪽 정도의 요약본을 실었습니다. 이것만 봐도 내용은 파악이 되거든요. 하지만 감이 안 잡힌다니까? 그동안 수많은 책을 읽어왔고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높으며 작품의 모든 묘사내용을 알고 있다면 간단한 조언만으로 만사 오케이겠지만 그건 또 말이 안 된단 말이죠. 그래서 필요한 건 풍부한 예시입니다. 기성 작가들의 훌륭한 표현들을 보며 천천히 익히는 거죠.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그러니까 기존의 것들을 익히고 새로운 표현을 써 내려가면 됩니다. 어때요, 참 쉽죠?

  전체적인 이야기를 짜는 연습도 좋지만 하나의 장면 장면을 묘사하고 설명하는 연습이 더욱 필요하다고 봅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언제나 주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상황을 살피며 오감을 넘어 때론 육감을 사용해라― 그리고 작가노트에 조금씩 기록해두어라. 책의 서두에 나온 말이에요. 너무 변태 스토커 같나?

  작법서보다는 거의 실용서적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은 책이었습니다. 애초에 없는 정답을 보여주지는 못하지만 전과는 달리 조금 더 뚜렷한 해석을 제시하고 확실한방향을 잡아주었거든요. 왠지 모르게 '이렇게만 쓰면 돼'의 느낌을 받은 건 좋은 걸까요 나쁜 걸까요.

  책에서 몇 가지 인상 깊고 당연한 건데 잘 지켜지지 않는 내용만 몇 추려보겠습니다.

  · 형용사와 부사는 훌륭한 작가들이 글에 맛을 더하기 위해 사용하는 향신료다. 너무 적게 쓰거나 너무 많이 쓰면 음식을 망칠 수 있다. 따라서 당신이 원하는 대로 수식어가 정확하게 쓰였는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
  · 느낌표(!)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아주 드물게 사용해야 한다.
  · 의성어는 문장 안에 엮어 살짝 언급해야 한다. 의성어 하나로 한 문장을 만들고 느낌표를 붙이는 일은 피하라.
  · 보여줄 때와 말해줄 때를 결정하는 일은 본능적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두 가지를 바꾸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어 글을 쓰는 내내 각각의 문단과 이미지를 점검해야 한다.
  · 소설에 담는 것만큼이나 담지 않을 것에도 주위를 기울여야 한다. 소설의 전개에 직접적으로 도움 되지 않는 것은 모두 군더더기이므로 걷어내야 한다.


  (2012년 1월 9일 ~ 1월 12일, 3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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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쓰기의 모든 것 Part 1 : 플롯과 구조 - 독자를 사로잡는 이야기에는 뛰어난 플롯이 있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1
제임스 스콧 벨 지음, 김진아 옮김 / 다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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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3.

  매번 소설 작법에 관련된 책만 읽고 쓰기 연습을 하지 않는 게으른 제가 올해도 작법책을 봅니다. 그것도 이렇게 일찍 볼줄은 생각도 못했네요. 연초에 좋은 책을 접할 기회가 생겼던 거지요. 하지만 좋았던 건 가능성의 제시였을 뿐. 책 자체는 그리 와닿지는 않았습니다만 시리즈에 대한 기대는 조금 높아졌습니다.


  소설 쓰기에 대한 방법은 제각각입니다. 성공한 작가들도 모두 자신만의 글쓰기 방법이 있지요. 작가마다 가장 다른 작법이라면 플롯을 꼽을 수 있겠네요. 김탁환처럼 철저하게 자료조사를 하고 완벽한 플롯을 구성하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스티븐 킹처럼 플롯 따위 개나 주고 손이 가는대로 글을 쓰는 작가도 있지요. 누구 하나 옳다고 할 수 없습니다.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뿐이니까요.

  저자는 대중소설이라면 플롯은 필요할 가능성이 많고, 문학소설의 경우에도 플롯을 어느 정도 상정해두고 집필을 진행한다면 도움이 될 거라고 말했습니다. 요즘은 순수문학계도 장르적 요소를 많이 차용하는 걸 보니 플롯의 존재가 어느 정도는 먹힐 거라고 생각합니다. 아니, 사실 대중소설/문학소설로 분류할 게 아니라 외적소설/내적소설로 구분하고 싶습니다. 외적으로 스토리를 보여주는 소설이 저자가 말한 대중소설이 되겠고 내적으로 인물의 감정변화를 보여주는 소설이 문학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플롯은 어느 정도 필요하긴 합니다. 정교한 틀이 짜여 있다면 작가는 글을 한결 쉽게 쓸 수 있겠지요. 물론 플롯이 없이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비슷한 것이 의식의 흐름 기법입니다. (사실 잘 모릅니다. 그냥 아는대로 던지고 봅니다) 이 기법으로 글을 썼던 작가는 제임스 조이스와 윌리엄 포크너, 버지니아 울프 등이 있겠군요. 플롯의 유무와 관계없이 그들은 내면의 독백을 그대로 종이에 옮겼다지요. 이렇게 하면 짜여진 틀에서 벗어나 잠시 자신 안의 천재성과 마주하여 양질의 글을 뽑아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천재의 영역입니다. 짤막한 일기 한 토막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저에게 의식의 흐름 기법은 사치이지요. 백지 공포증을 벗어나기 위한 글쓰기 연습을 할 때 필요할지는 몰라도, 적어도 소설쓰기에 있어서는 썩 추천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합니다. 쓰는 틈틈이 이야기가 산으로 가지 않나 확인해야 하겠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플롯의 구성을 너무 공식화하는 것 같다는 점이었습니다. 플롯과 구성에 대한 이론도 좋고 많은 예시도 좋았지만 그것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체계화하며 플러스 마이너스 하여 이렇게 플롯을 만든다는 식의, 다소 작위적인 맛이 풍겼습니다. 물론 수많은 읽기 경험과 다른 작품의 분석과 이해가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 큰 아웃라인만 잡고 글을 쓰는 걸 선호하기 때문에 이 책이 썩 맘에 들지는 않았나 봅니다. 어쩌면 '팔기 위해' 책을 쓴다는 데 있어 조금 거부감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글쓰기의 목적은 이게 아니거든요.

  하지만 좋은 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대중소설을 판매하는데 있어서 대중에게 '먹히는' 요소가 존재하는 건 사실입니다. 조금은 뻔하다 할 수 있는 클리셰들을 어떻게 조립하냐에 따라 이야기의 전체적인 균형을 바꿀 수 있겠지요. 그런 면에서 플롯을 구성하는 법은 고심할만한 숙제입니다. 그럴 때 이 책이 도움이 될 듯합니다. 그렇다고 이 책에 모든 걸 걸면 안 되겠지요. 연습만이 살 길입니다.

  소설쓰기의 모든 것 시리즈는 총 4권 출간되었는데요, 4권의 책 모두 상당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첫 번째 시리즈인 <플롯과 구조>는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나머지는 어떤 장르의 글에서든 필요한 요소(묘사, 인물, 시점)들이거든요. 책 마지막에 부록으로 10쪽 가량의 책 요약이 있으니 책을 통독한 후 부록만 따로 챙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합니다. 참고로 전 대출한 책이라 카메라로 부록만 찍어놨습니다. 나중에 시리즈 전권을 사려고 합니다.

  (2012년 1월 6일 ~ 1월 9일, 3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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