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하는 아들에게 - 누구나 꿈꾸며 시작하지만 사회는 현실이다
이장석 지음 / 한빛비즈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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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023.

  저는 다음주에 대학교 졸업을 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주에, 기업의 신입사원 교육을 받습니다. 그토록 힘겹게 달려왔던 16년의 결실을 맺는 순간이지요. 엄청 기대에 부풀어 있습니다. 제 꿈 중 하나가 직접 번 돈으로 책을 사는 것입니다. 그렇게 고대하던 아이패드도 살 거고요, 어른다운 모습으로 제태크도 하고 싶어요. 그러려고 투자에 관련한 책도 몇 권 봤습니다.

  그런데 직장생활, 사회생활은 항상 희망과 두근거림만 가지고 살 수는 없겠지요? 선배들과의 관계, 나에게 할당된 일 제대로 마무리하기, 상사 눈치 보기, 각종 술 모임, 프로젝트, 영어 등등. 어이구, 장밋빛 미래와는 거리가 있는 것들이네요. 앞으로 닥쳐올 스트레스가 심해 마치 이번 교육이 군입대 같다는 느낌입니다. 실제로 몇 주 전부터 사나흘 간격으로 재입대하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전역한지가 몇 년인데 아직도 말이죠. 쩝.

  이런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주위에 많은 조언을 구하고 있습니다. 가까운 친척들은 모두 대기업을 다녀본 적이 없어서 도움이 크게 되지는 않더군요. 그렇다고 주위에 친한 형 누나들에게 물어보자니 아직은 사회경험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더욱 전전긍긍. 그러던 참에 이 책을 만났습니다. 제목부터 딱 저에게 어울리는 책 아닌가요? 한국IBM 부사장님이 직접 쓰신 글입니다. 원래 아들에게 쓴 글이었다네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섣부른 셈을 하지 마라. 모든 이들에게 진심으로 대하고 가식 없는 너를 보여준다면 훗날 네가 어두운 곳에서 헤맬 때 누군가 한줄기 빛을 품에 안고 너를 찾아나설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셈이고 내가 경험을 통해 배운 진리다. 인간관계는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부터 우러나온 해동을 통해 천천히 가까워지고 두터워지는 것이다. 그 어떤 관계도 네가 먼저 계산할 것이 아니란 것을 잊지 말기 바란다. (195쪽)


  흔히 들은 조언으로는, 직장에서 친구를 사귈 생각을 하지 말란 겁니다. 그들은 철저히 동료이고 서로 비즈니스적으로 주고 받는 사이일 뿐이라고 말예요. 그래서 계산적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헌데 길게 보면 30년이나 봐야 할 사람을 항상 그렇게 봐서는 회사생활이 참 고달프지 않겠어요?

  회사생활이라고 여태까지와는 별 다른 바는 없는 것 같아요. 웃사람에게 인사 잘 하고, 말을 하기보다는 들어주고, 꿈을 가지고 살고, 약속을 잘 지키고, 이렇게 말이죠. 여태까지 해왔던대로 주욱 해오면 되지 않을까요. 물론 어른의 태도로요. 언제나 꿈을 가지고, 목표를 가지고 묵묵히 걷는 거지요.

  고등학교를 마치고 모든 게 끝났다고 느꼈지만 대학교에 들어가니 아무 것도 모르는 애송이였고 새내기라는 이름을 달았지요. 이처럼 군대도 다녀왔고 대학도 마쳤으나 사회에서는 또 병아리란 노란색 명찰을 달 겁니다. 대학에서 잘났던 놈이나 못났던 놈이나 같은 출발선을 밟고 서 있으니까요. 물론 두근거림과 불안감을 모두 가지고 말이지요.

  괴테는  "인간의 생활이나 인생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어떤 한순간의 일이다."라고 말했다. 카네기도 "좋은 기회를 만나지 못했던 사람은 없다. 다만 그것을 포착하지 못했을 뿐이다."라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이들의 말처럼 기회는 항상 예고 없이 다양한 형태로 네게 주어진다. 네가 작은 기회를 성공으로 만들면 그것은 또 새로운 기회를 부른다. 네게 찾아오는 기회들을 하나하나 온전히 네 것으로 만들면서 네 그릇은 갈수록 커져갈 것이고 점점 더 많은 양의 물을 채울 수 있을 것이다. (151, 152쪽)


  말콤 글래드웰의 명저서 <아웃라이어>를 보고 많은 사람들은, 결국 성공에는 운이 큰 비율을 차지하는 거 아니냐, 노력할 필요 없다고 잘못된 해석을 하곤 했죠. 결국 핑계일 뿐인대요. 처음부터 성공하자는 마음을 가지고 회사에 들어가지 않지만 언제나 주위를 잘 둘러봐야겠습니다. 헛된 자신감을 가지고 떵떵대라는 건 아니겠지요. 저 같은 신입사원에게 주어지는 일이 무슨 회사의 중대사항은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겁내지 말고 손을 번쩍! 제가 해보겠습니다! 하고 자신감으로 중무장해보렵니다.

  어머니께 이 책을 보여드렸더니 그리도 좋아하십니다. 안 그래도 아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해서 고민이라고 하셨거든요. 미안해하시던 어머니 마음도, 불안하던 제 마음도 싹 가라앉혀준 책이었습니다. 글쓴이가 비즈니스로 회사업무를 시작했기에 저와는 조금 안 맞지만 결국 기본이 되는 건 다 같다고 봅니다. 사회 초년생에게 꼭 권하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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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에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 앞으로의 인생을 고민하는 당신에게
히사츠네 게이이치 지음, 서수지 옮김 / 아이콘북스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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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

  저는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실 다 똑같은 얘기거든요. 이 책에서 봤던 얘기가 저 책에 나오고, 다시 저-기 책에 나오고. 결국 실천 단계가 중요한데 사람들은(물론 저를 포함해서) 읽던 책이 명확한 답을 내주길 바랍니다. 사람마다 삶을 풀어가는 방법이 다른데 책에 너무 기대곤 하지요.

  하지만 자기계발서가 가진 최고의 장점은 바로 환기입니다. 어수선한 마음을 잠시 다스리고 주위를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주죠. 이런 책이 출간됐다는 건 자기처럼 사는 데 같은 걱정거리를 가진 사람이 많다는 데에 안도하기도 하고요. 이 책도 이런 경향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나이를 먹는 건 정말 무섭습니다. 나를 지켜줄 방어막은 점점 줄어들고, 내가 행사할 수 있는 자유만큼 책임이 점점 커가고, 나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까지 챙겨야 합니다. 10대, 20대 시절도 정말 중요합니다. 꿈을 키워가는 시기잖아요. 그런데 30대에 들자 뭔가 삐끗하기 시작합니다. 뭔가를 시작하기에는 나이 앞의 숫자 3이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벌써 포기하기에는 이른 것 같고. 승진도 하고 싶고 자산도 불리고 싶고 번듯한 가정도 차리고 싶고, 꿈은 여전히 많지만 조금은 현실에 순응하고 주저앉기 일쑤입니다. 앞을 보며 한참 달렸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을 보니 웬걸, 아무 것도 아닌 나만 보이는 거 있죠.
 


  하지만 글쓴이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조용히 다독여줍니다. 나이를 7분할하여 각각의 기간에 이름을 붙였는데요, 30대는 아직 청년기입니다. 그것도 청년 전기~중기밖에 되지 않았지요. 김난도 선생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도 20대는 아직 오전 7시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잖아요? 30대는 고작, 10시나 됐을까요? 아직 늦지 않았고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나이라는 거죠!
 


  이 책에서 가장 신선한 것은 공·사·개입니다. 보통은 공과 사를 구분하라고 하는데 글쓴이는 '개'를 하나 더 언급합니다. '사'라고 말했던 것을 다시 쪼개 '개'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아버지를 예로 들어볼까요. 공은 회사에서의 모습입니다. 사는 어머니의 남편, 자식들의 아버지로서의 모습입니다. 그리고 개는, 진정 '나'를 위한 것이지요. 이 세 가지가 잘 어우러져야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고 하나라도 무너지면 밸런스가 맞지 않아 힘들게 산다고 하네요. 그러기에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저는 이 중에서 '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에서의 역할, 가정에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이 역할을 수행하는 건 결국 자신이거든요. 나의 발전 없이는 다른 것도 발전시킬 수 없으니까요. 억지로라도 '개'의 시간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그런 시간을 만들기 어려운 게 당연하죠. 처리해야 할 업무는 많고 집에 들어가야 가족에게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이죠. 저자는 일과를 하루 단위가 아닌 2시간 단위로 짜라고 제안합니다. 큰 틀을 짜서 일을 해야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지만 사실 이러면 죽도 밥도 안 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리고 그걸 확장시켜 일주일, 나아가 더 긴 계획을 짜는 겁니다.

  이 책, 아쉽게도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공·사·개 개념 하나만 조금 새로웠달 뿐이지 그 외 뒷 내용은 전에 보았던 책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역시 자기 계발서는 실천이 중요하단 걸 한번 더 깨달은 책 읽기 시간이었습니다. 그래도 지금 뭔가 잘 안 풀린다 싶으신 분들, 30대가 아니더라도 한번쯤은 볼 만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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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씨 451 환상문학전집 12
레이 브래드버리 지음, 박상준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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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

  레이 브래드버리의 장편소설 <화씨 451>을 읽었습니다. 왜 이제서야 읽었는지 땅을 치며 통곡할 만한 일입니다. 으허허. 괜히 추천도서에 들어가는 게 아니었어요. 레이 브래드버리는 <화성 연대기>로 처음 만났습니다. 이 책이 찍어 나올 때 샘터에서 서평 이벤트로 받았던 책인데 책이 지독하게도 늦게 오는 겁니다. 그래서 있던 정 없던 정 다 떨어져서 책장에 박아두고 있었죠. 거의 1년만에 펴봤는데 이런, 이렇게도 좋은 책을 그때야 접했다는 게 너무 후회되는 거 있죠. 성장소설인 <민들레 와인>도 바로 빌려봤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이 책을 폈습니다. 이 작가, 다임 소설을 그렇게 많이 썼다는데 우리나라에는 작품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요. 숱한 작가들이 레이 브래드버리를 좋은 작가로 칭하지만 접할 기회가 없다면, 모르는 거지요. 국내에 나온 작품은 많지 않지만 꼭 찾아 보세요. <화성 연대기>를 강력추천합니다.

  책의 무대는 지식를 금지한 사회입니다. 소방수(Fireman)은 영어 철자 그대로 방화수가 되어버렸죠. 책은 읽는 게 아니라 태워야 하는, 사회악인 존재입니다. 이런 발상의 전환이 매우 의미심장합니다. 사람들은 왜 책을 읽지 않고 태우기 시작했을까요.

  "상상을 해 봐. 자네가 영사기를 돌린다고 생각해 보게. 19세기 사람이 말과 개와 짐마차를 끌고 느릿느릿 꾸물거리던 광경을. 그 다음 20세기엔 화면이 좀더 빨리지지. 책들이 점점 얇아지기 시작했지. 요약, 압축, 다이제스트판, 타블로이드판. 그리고 내용들도 죄다 말장난 비슷하게 가볍고 손쉬운 것들로 변해갔지.
(중략)
『햄릿이란 제목은 자네도 알고 있을 거야. 부인도 아마 한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나중에는 '햄릿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해 드립니다.' 해서 보면 기껏해야 한 페이지 정도 설명해 놓은 게 다가 되었지. 그러면서 광고엔 이렇게 나오고. 이제 당신은 모든 고전을 완전히 통달할 수 있습니다. 읽으십시오!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이 되십시오. 알겠나? 보육원을 나와서 대학에 들어갔다가는 다시 보육원으로 돌아가는 거네. 지난 5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사람들의 지적인 문화 형태라는 건 그런 식이었네." (93, 94쪽)


  빠르게 빠르게, 중요한 정보를 취하고 곁가지는 치워버려, 정보사회에 발맞춰 효율이 중요하게, 빠르게 빠르게. 사실 문학작품 이야기의 뼈대만 말해 보면 한두 페이지에 끝나기 마련이거든요. 플로베르의 <보바리 부인>을 보면요, 줄거리는 한 줄로 줄일 수 있습니다. ('간통한 여인, 비소를 먹고 자살하다') 이 간단한 사건을 듣고 이 책을 읽었다고 말할 수 없지요. 베스트셀러 중 고전문학을 간단히 소개하는 <명작에서 길을 묻다>라는 책이 있는데 뒤에 광고문구가 터무니없습니다. '책 읽을 시간이 없는 현대인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고 하지요. 아, 그러니까 시간이 없어서 간단한 스토리 소개를 보고 '난 저 책을 읽었어. 난 문화인이고 똑똑해'라며 자위하란 말인갑쇼?

  그런데 말이죠, 이런 현상은 예전부터 있어왔고 차차 심해지고 있습니다. 빠르게 빠르게 정신 덕분이죠. 그래서 요약본을 싫어합니다. 특히 문학 요약본을 정말 좋아하지 않습니다. 꼴랑 글줄 몇 줄 읽었다고 허영을 부릴 사람들이 분명 있거든요. 그런데 이런 사람들의 문제는 그 간단함에 취해 계속해서 쉬운 것을 찾는다는 것이겠지요. 그들이 커서 사회에 끼칠 영향을 생각하면 어우, 머리가 아픕니다.

  "(선략) 요즘은 방화수들이 별로 필요치 않아요. 대중들 스스로가 책 읽는 것을 거의 포기했소. 당신 같은 방화수들이 때때로 서커스하듯이 건물들을 폭파시킬 때면 군중들이 마구 몰려와서 현란한 불꽃 구경이나 즐기지. 그러나 그건 사실 사소한 문제에 불과하오. 이탈하지 않도록 통제하는 것조차 불필요할 지경이니까. (후략)" (143쪽)


  디스토피아 소설로 가장 유명한 것은 조지 오웰이 쓴 <1984>입니다. <1984>에서는 군중 지배와 맹목적인 복종을 위해 반사회적 지식을 무력으로 금지시킵니다. 그런데 <화씨 451>에서는 있죠, 정부가 앞장서서 책을 태우기 시작한 게 아닙니다. 바로 책을 읽던 대중이 처음 이 일을 했죠. 글 읽기는 귀찮고 오로지 재미만 찾으면서 책을 내팽개친 결과지요. 책은 의미가 없어.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안 돼. 책은 내 인생에 답을 주지 않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글자만 보고 그 안에서 생산적인 사고를 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어떨까요? 물론 지금도 그렇습니다.

  책에는 벽에 달린 스크린이 나옵니다. 거기선 온갖 쇼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앉아만 있으면 하루 종일 편안히 앉아 시간을 떼울 수 있습니다. 단순한 방송이 아닙니다. 만약 토크쇼 프로그램이 있다면 어떤 부분의 음성을 지우고 시청자 이름을 넣어 방송이 아니라 실제로 스크린에 있는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전혀 아는 사이가 아닌데 그들을 친척이라 부르기도 하더군요. 하늘을 날던 로켓이 바다로 추락하는 장면, 어릿광대들이 서로의 팔다리를 마구 잘라내는 장면, 경기장을 난폭하게 질주하며 서로 치고 받고 박살나는 제트카들의 난장판 장면, 이런 것들이 1, 2분 간격으로 송출됩니다. (154쪽) 그런데 이 스크린을 꺼버리자 사람들은 웃음을 멈추고 끈 사람을 무섭게 쳐다보고 조바심과 분노를 드러냅니다. 아무 피드백이 필요 없는, 단순한 영상만을 보며 깔깔대고 웃는 모습,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으세요?

  "사람들은 아무런 얘기도 하지 않아요."
  "무슨! 사람들이 왜 얘기를 안 해?"
  "아니에요. 아무도 얘기하는 사람이 없어요. 자동차며 옷들이며 수영장 얘기박엔 안 해요. 그런 것들이 뭐든 얼마나 멋있냐는 둥 그런 얘기뿐이죠. 누구든 하는 얘기들은 다 똑같아요. 남들과 다른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어요. 카페에서도 모여 앉았다 하면 그저 농담이나 주고 받으며 깔깔거리기 일쑤죠. 똑같은 우스갯소리들만 하고 하고 또 해요. (후략)" (56, 57쪽)


  고대 그리스 대학을 그린 그림, 기억나시나요? 의자든 흙바닥이든 앉아 서로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눕니다. 그때는 시장바닥에서도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하지요. 그래서 의도치 않아도 고대 철학이 완성된 것 가인가 생각해 봅니다. 그런데 지금은 있죠, 죄다 시시껄렁한 말만 하고 시끄러운 농만 던집니다. 어젯밤에 그 드라마 봤느냐, 남자 주인공 너무 멋있더라, 내가 차를 샀는데 진짜 예쁘다, 아니 아니 아니되오, 나 만렙 찍었어, 내 여친 어떠냐 졸라 예쁘지 않냐, 등등. 게다가 요즘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이런 의미 없는 대화마저 사라졌어요. 없는 것보단 낫다는 말도 있는데 말이죠. 심지어 바로 옆에 앉은 친구에게 카톡으로 할 말을 적어 보내는 세대가 와버렸습니다. 남들과 같은 생각을 하지 않으면 뒤쳐지는 것 같고 다르게 생각하면 별종인 것 같고.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이라면 의미 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이놈의 사고방식.

  "그 때엔 그들이 귀기울일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못할 땐, 또 다시 기다릴 수밖에. 우리 아이들에게 입으로 책을 전해 기다리게 하고, 또 그 아이들이 다른 사람에게 전하고. 물론 그런 과정에서 잃는 것도 많겠지. 하지만 사람들이 강제로 듣게 만들 순 없소. 자신들이 필요할 때 와야 하오.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났고, 왜 세상이 날아가 버렸는지 궁금해하면서. 결코 오래 걸리진 않소." (233쪽)


  인문학이 완전히 죽은 시대. 돈이 되는 것을 좋은 것으로 치부하는 세상. 게임 좀 그만하고 책을 읽으라고, 철학을 공부하라고, 인문서적을 읽으라고, 음악을 들으라고, 다들 권합니다. 하지만 그건 정말 권유일 뿐입니다. 하기 싫으면 안하면 되는 거고, 저는 답답하지만 뭐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는 그들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을테니까요. 남들이 답을 내주길 원하지 않고 스스로 궁금해 답을 찾기를 바라면서, 이 책, 강력 추천합니다. 단순한 SF 소설이 아닙니다. 감상에 쓰잘데기없는 소리가 많아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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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꼭 알아둬야 할 구글의 배신 - 왜 구글은 우리에게 치명적인가
시바 바이디야나단 지음, 황희창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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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


  검색엔진으로 구글을 얼마나 사용하세요? 우리나라 문자특성 상 검색하는 데 네이버가 편하다고 느끼긴 합니다만, 네이버나 다음에서 검색이 영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좀 더 넓은 수영장을 찾아 구글로 들어갑니다. 단순한 첫 화면, 그런데 검색어를 넣고 검색버튼을 누르면 짜잔, 우선 자료가 많고 내 맘에 쏙 드는 것도 네이버보다 더 찾을 수 있지요. 내 마음을 읽는 것 같은 검색엔진, 구글.

  이런 구글, 얼마나 사용하시나요? 저만 해도 많은 서비스를 씁니다. 하루 중에 가장 많이 들여다 보는 핸드폰 OS는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입니다. 보안이 철저하기에 중요한 메일은 G메일로 오게 합니다. 일정은 구글캘린더로 조정하고 RSS리더로 구글리더를 사용합니다. 많은 문서를 구글문서(구글독스)를 써서 온라인에 저장하지요. 또 유투브를 통해 세계 많은 동영상을 보곤 합니다. 이밖에도 구글에서 제공하는 많은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모두 좋고 사용하기 편함에도 사용자는 구글 계정만 가지고 있으면 많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G메일만 해도 무려 2기가의 용량을 지원합니다. 구글은 자선사업을 하는 걸까요? 과연 우린 어떤 대가를 지불함으로써 이런 서비스를 공짜로 사용하는 걸까요?

  사실 공짜란 없습니다. 암요, 구글도 하나의 회사이기에 이익을 내지 못하면 회사가 있는 의미가 없잖아요. 그러고 보니 제가 운영하는 블로그도 무료입니다. 자주 들어가는 카페도 사실상 무료로 제공되고요, 재밌는 웹툰도 그저 클릭 몇 번이면 즐길 수 있습니다. 이는 사실, 우리가 온라인 상에 쓰는 모든 글을 구글(아니, 모든 검색엔진)에 제공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검색을 위해서 모든 컨텐츠를 검색 서버 캐시에 복사를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가 만든 창의적인 것들을 죄다 수집하는 거지요. 그러니까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는 단지 겉보기뿐 이단 이겁니다. (52쪽) 이 검색 기록이 쌓이고 쌓여 사람들이 누르는 점점 정확하고 인기 있는 컨텐츠들이 위에 랭크되고(페이지랭크) 구글은 점점 더 쓸 만한 검색엔진이 돼가고 있습니다. 원체 검색 프로그래밍을 잘 짜긴 했지만 결국 기초가 되는 것은 수많은 검색기록입니다. 클릭 한 번에 전쟁이 끝나버린 거지요. (42쪽) 그리고 구글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구글 안에서 계속 컨텐츠를 생산하고 다시 검색하면서 데이터는 산더미처럼 쌓여 점차 정보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나오고 맙니다. 한참 야후나 알타비스타가 유행했지만 지금은 구글이 왕이죠.

  하지만 구글이라고 완벽할까요? 수많은 전산처리는 결국 컴퓨터의 몫입니다. 그렇기에 100% 맘에 드는 결과를 볼 수는 없습니다. 애플에서 제공하는 시리 서비스는 검색엔진으로 울프람알파를 사용합니다. 색다른 알고리즘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지만 아직 구글에 비할 바는 못 되지요. 마이크로소프트도 자체 검색엔진 빙(Bing)의 기능을 강화시키고 있고요. 이런 잠정적 경쟁자들 때문에 구글은 사용자에게 더 정확한 결과를 보여주려고 애쓰고 이는 개인 검색 히스토리와 개인정보, 그리고 여태까지 사용자가 만든 컨텐츠를 통해 해결하고 있습니다. 같은 '신발가게'를 검색해도 서울과 부산에서 다른 내용이 검색되는 거지요. 사용자 위치와 선호하는 신발 종류를 그동안 수집해서 나에게 딱 맞는 검색이 됩니다. 또한 이를 광고주에게 넘기고 어떤 광고를 더 위에 띄울지 결정(사실 경매)합니다. 이래서 마치 마법 같은 검색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 내 히스토리가 저장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설정을 바꾸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설정의 기본값은 정보 수집에 동의하는 것이고 여러 번 클릭해야 수집 기능을 끌 수 있습니다. 구글은 이것을 강매처럼 보일 수 있다고 하고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인정했지만(272쪽) 찜찜한 건 사실이죠. 그러니까, 우리는 구글의 고객이자 중요한 제품인 겁니다.

  개인정보와 신상은 곧 사생활 문제와 연결됩니다. 구글이 제공한 서비스 중 사생활 침해에 대해 말이 많았던 것이 구글 스트릿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음과 네이버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요. 이거, 정말 편합니다. 제가 모르는 길도 몇 번의 클릭으로 갈 수 있고 난생 처음 가는 곳도 쉽게 찾아갈 수 있지요. 며칠 전에 운전면허를 따기 위해 도로연수를 나갔습니다. 시험보기 전 날에 갑자기 코스가 기억이 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다음 스트리트뷰로 코스를 쭉 훑었지요. 어떻게 가야할 지 확실히 숙지한 후 쉽게 합격했습니다. 획기적인 기술에는 이런 장점이 있는 반면 따라오는 단점도 있기 마련이지요. 만약 도둑이 물건을 훔치려고 현장답사 전에 내 집 주변을 스트릿뷰로 본다면? (163쪽) 스트릿뷰로 보고 여자친구 집 주변을 보는데 베란다에 내 여자친구가 알몸으로 있는 게 찍혀 있다면? 보통 단점은 곧 묻히기 마련이지만(구글에 건의할 경우 사진을 삭제하거나 사람에 모자이크를 함) 그렇다고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사진이 없어지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사진을 보고 저장을 했을까? 애초에 이런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으면 아무런 탓이 없는 것 아닌가? 그런데 있죠, 그들이 그렇게 주장하는 사생활 개념은 지금의 정보사회에서 많이 변했습니다. 거리에 수많은 감시 카메라가 있고 물건을 사기 위해 카드를 긁으면 거래 추적이 가능하고 전화를 하면 내 위치가 고스란히 공개됩니다. 몇 젊은이들은 진정한 사생활은 환상이라는 생각을 가졌다고도 하네요. (145쪽) 그러기에 많은 사이트들은 사용자가 웹 상에서 평상시 그대로의 모습이길 바라는 모양입니다. (174쪽)

  이런 문제는 나라와 문화권마다 시각을 달리합니다. 공산주의 색이 강한 중국에서 특히 심하다는군요. 아직도 많은 규제와 검열이 이루어지는데 온라인 상이라고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이런 중국은, 열려 있는 인터넷 세상을 말하는 구글 사용을 막겠다고 했고 실제로 막기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중국에서 구글이 가진 영향력은 20%가 채 되지 않고 대부분 검열이 심한 자국의 검색엔진을 사용한다고 합니다. 만약 중국의 수많은 사용자를 흡수하기 위해 구글의 '악해지지 말자'는 모토와 반대로 검열을 약속하고 중국에서 서비스를 한다면, 이게 바로 새로운 형태의 힘, 정보 권력 아니겠습니까. 유투브도 심한 논쟁이 되는 영상을 임의로 삭제하고 작은 항의에도 영상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도 합니다. 물론 의도를 가진 조작은 아니고 항의를 줄이기 위한 조치일 뿐이지만 이것은 '구글 검색은 기술력이다'는 부분에 완전히 위반하는 것이고 언제나 검색 결과에 사람이 개입할 수 있음을 알립니다. 이는, 심각한 문제이기도 하고요.

  활발한 공론장이 필요하고 공공서비스가 기대에 못 미치는 틈바구니를 구글은 잘 파고들었습니다.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점에서 무조건 나쁜 일이라고 할 수 없지만 구글은 여전히 많은 문제점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과연 구글은 이런 문제들을 어떻게 극복하려 할까요. 많은 컨텐츠를 잇고 이어 지식의 유기체를 만드는 노력하면서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아는 것이 힘이다'는 말처럼 지금보다 지식이 곧 힘이 된 때는 없었습니다. 물론 얼마나 머리를 굴려 지식을 잘 사용하느냐에 따라 힘이 결정되지만요. (226쪽) 그리고 구글을 구글북스와 구글스콜라(구글스칼라)를 통해 세상의 모든 문서를 디지털로 만드려는 웅대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접근이 가능하고 판권이 없는 책들을 부활시켜 저작권자에게 조금이라도 이익을 주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 또한 구글스트릿뷰와 마찬가지로 단점을 가집니다. 전통적인 저작권법에 위반된다는 것이지요. 만약 구글북스가 불법이라고 판결이 난다면 모든 검색엔진 또한 불법이라는 결론이 납니다. 검색엔진은 사용자가 만든 컨텐츠를 서버 캐시에 복사해서 검색결과를 제공하므로 엄밀히 따지면 저작권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래서 지금에 이르러서는 저작권법 또한 의미가 바뀌어 가고 있고 기준 또한 모호해졌습니다. 극단적인 예로, P2P 사이트와 인기 검색엔진 사이에는 기능적인 차이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과장된 예시긴 하지만요. (248쪽)

  구글에 모든 지식이 있다. 이런 태도로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대학 시험도 의미가 없다는 결론도 도출할 수 있습니다. 검색을 통해 많은 정보와 공식을 알 수 있는데 학교는 왜 모든 것을 외우라고 하는가 하는 말도 나왔죠. (274쪽) 구글에서 검색을 하면 많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키피디아도 이제 신뢰도가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재밌는 것은 구글은 기억도구가 아니라 잊는 도구라는 점입니다. 사용자가 아니라 구글이 정보를 능동적으로 걸러주기에 사고의 폭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264쪽) 대학교 시절, 프로젝트를 위해 구글에서 논문을 검색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나오지 않는 놈들이 있기 마련이죠. 그러면, 포기합니다. 구글에서 찾을 수 없으면 도시든, 사람이든, 어떤 것이든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180쪽) 또한 이런 어설픈 텍스트 검색은 진정한 지식 창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구글은 이런 문서들을 단지 나열할 뿐이지 지식 사이에 어떻게 다리를 놓아야 할지 전혀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죠. 게다가 이게 사실인지 거짓인지, 믿을만한지 불완전한지, 논쟁을 야기하는지 분석인지 아닌지 조차 구분하지 못합니다. 도서관 서가를 뒤져 힘들게 찾지 않고 검색하면 딱 나오는 결과를 가지고 치열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비평적 독해는 단순히 문서를 보는 게 아니라 텍스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읽는 행위이기에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282, 283쪽)

  꽤나 어려운 책이었습니다. 저는 전세계의 구글화에 대해 단지 정보권력 차원에서만 생각했는데 그건 정말 단순한 1차원적 발상이었네요. 구글이 어떻게 성장했는가를 조명하고 함께 성장한 웹, 그리고 그 안에서 다시 정의된 여러 개념들 - 사생활, 저작권, 국가내 검열, 디지털화에 따른 지적능력 하락과 같은 많은 것이 담겨 있으리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더 많은 인문학 지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 능력으론 무리예요. 또, 감상이 아니라 요약이 돼버려서 많이 아쉽지만 좋은 책을 만나서 기분은 좋습니다.

  이렇게 커진 구글, 기존의 사생활과 저작권의 개념마저 바꿔버린 구글. 이것을 누가 규제해야 하나요? 제레미 벤담이 말했던 팬옵티콘에서 벗어나 모두가 모두를 감시하는 크립트옵티콘의 상황에 다다랐습니다. 사람들은 누가 어디에서 감시하고 프로필화하는지 모릅니다. (174쪽) 그리고 언젠간 지레 겁을 먹고 벌벌 떨며 주변을 의심스런 눈초리로 보겠죠.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좋다고 넙죽 받기 전에 자신이 하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내는지 한번쯤은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건 구글에만 해당하는 문제는 아닙니다. 구글은 단지 지금 이때의 표제어일 뿐, 상대는 야후가 될 수도 있고, 빙이 될 수도 있고, 심지어 네이버도 될 수 있습니다. 굳이 바꿔보자면 '기술근본주의의 배신'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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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통장 - 평범한 사람이 목돈을 만드는 가장 빠른 시스템 4개의 통장 1
고경호 지음 / 다산북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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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7.

  전 이제 곧 회사에 들어갑니다. 난생 처음으로 스스로 돈을 법니다. 이제 부모님의 품에서 벗어나 제 힘으로 살아야 하는 때가 온 겁니다. 그런데 참 걱정입니다. 집이 풍족하지 않아 경제관념을 잘 모르고 살았습니다. 무조건 적게 쓰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모님 노후준비가 어떻게 되고 있나 요즘에 들어서야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제가 돈을 벌고 제가 관리해야 하는 때가 왔습니다. 무조건 펀드와 투자만을 외쳤더니 주식을 하시는 엄마는 저를 나무라십니다. 생각 좀 잘 하라고 말이죠.

  하지만 전 경제에 대해 아무 것도 모릅니다. 재테크는 넉넉한 집에서나 하는 거거든요. 한 달 벌어 겨우 생활하는 집에서는 저축이나 투자를 하기 힘들다는 거, 20년 넘게 살면서 알게 된 사실이거든요. '아버지처럼만 살자'는 노래가사가 있습니다. 저는 아빠보다 훨씬 잘 살고 싶습니다. 남에게 떵떵거리면서 사는 게 아니라 자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그나마 덜 가지고 살고 싶습니다.

  그러기에 이 책을 폈습니다. 도서관 서가를 돌다가 우연히 본 책인데 검색해보니 꽤나 좋은 책이더군요. 09년에 나온 책이어서 적용하기는 힘들겠지만 마음가짐을 배우기는 딱이었습니다. 그래요, 저 같은 초보에게는 실질적인 투자방법보다 돈과 투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니까요.
 


  주식투자 하는 사람들을 보면 대단합니다. 천만 원을 투자금으로 가지고 있는데 1분 새에 이삼백이 왔다갔다 하는 거 보면 말입니다. 그건 주식시장을 계속 지켜보며 단타로 치고 빠지는 '기술'의 영역이지 돈을 모으는 영역은 아니더군요. 사실 저도 '투자' 하면 높은 수익을 내야 하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꾸준히 적금을 붓고 은행에 돈을 넣는 건 단순한 돈 모으기로 착각했어요. 하지만 이 책을 보니 그런 생각이 싹 사라지는군요. 높은 수익은 아니어도 복리투자(투자액과 딸린 이자까지 합쳐 다시 투자하는 것)를 꾸준히 하면 돈도 덩치를 조금씩 불리게 된다네요.
 


  그리고 이 책에서 가장 중점이 되는 4개의 통장 이야기입니다. 사용 용도에 따라 4개의 통장을 만들어 자신이 번 돈을 운용하는 겁니다. 전 이걸 보고 느끼는 바가 정말 컸습니다. 3년 전에 출간된 책이라도 이 시스템은 10년이고 20년이고 쓸 만하겠더라고요.

  대학 친구 중 몇은 벌써 펀드에 돈을 넣었고 집이 넉넉해 부모님께서 보험을 넣어주기도 했답니다. 이 친구들은 저보다 몇 년이나 앞서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재테크는 몇 살부터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결국, 마음가짐의 문제였습니다. 사람들은 대체로 가장 빨리 다가올 문제에 대해서만 고민하잖아요? 미혼일 때는 결혼자금을, 결혼해서는 주택마련자금을, 자식들이 커가면서는 교육자금을, 은퇴 후에는 노후자금을 간절히 원합니다. 눈앞에 닥쳐온 문제를 생각할 게 아니라 먼 미래를 보며 차근차근 돈을 불려야 한다는 거죠.

  멀리 내다보려면 당장 지금을 보라는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부는 긴 시간의 계획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기초설계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내 소비패턴을 정확히 파악하고 줄일 수 있는 건 줄이고 철저한 계획 아래 투자하는 거죠. 간절함을 필요하지만 지나친 욕심은 버리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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