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걷다 - 사회적 약자를 위한 도시건축, 소통과 행복을 꿈꾸다
이훈길 지음 / 안그라픽스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다시 전공을 한다면 도시건축을 해보고 싶다. 적어도 건축이라는 언저리에서 일을 해보고 싶다. 지금은 아니지만. 건축가가 지금처럼 대우받는 때는 없었던 것 같다. 이전의 건축이라는 것이 단순히 올리는 개념으로만 보지 않았는가. 안정성보다는 단지 사람이 들어가서 일하고 잠자는 공간으로서의 그런 개념에 머물렀다면 지금은 다르다. 건축의 아름다움을 살리고 입주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내부 인테리어 등 다양한 것들을 연결하고 생각하여 짓는다. 단순한 건축가가 아니라 삶의 질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남아 있다. 이런 개념으로만 짓는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욕심이 가만히 있지를 않는다. 외부환경과 공간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내 집만, 내 건물만 잘 나면 된다는 생각이다. 이거 버리기 쉽지 않다. 범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활용해야 하지만 경계를 넘어서는 위험한 일까지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눈으로 보이는 곳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고려하는 디자인이 되어야 한다. 그건 사람이 다니는 길에 면한 건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건물과 거리가 어떻게 어울리는가에 따라서 그 느낌은 전혀 다르다. 문화재가 있고 혹은 역사적 의미가 담긴 거리에 자신만 잘난 척하느라 우뚝 선 건물이 있다면 어떨까. 그리고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감정은 어떻겠는가. 

 

이러한 건물과 거리의 관계를 새로 바라보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그 점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책은 그것과는 좀 다른 측면이지만 결국 건물과 사람, 특히 보행이 어려운 노약자나 장애인들을 위한 건물과 거리가 어떻게 디자인되고 있는가를 짚어보는 책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디자인이 최근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거리가 한결 정돈된 느낌이지만 여전히 불법 노점이나 물건 판매대 등으로 인하여 보행에 위험한 존재로 남아 있다. 정상적인 보행이 가능한 사람에게도 어려운 길이라고 한다면 노약자나 어린이, 장애인들의 휠체어 이동은 어떻겠는가. 

 

"사회적 약자에게 친화적인 도시공간을 만들기 위한 계획요소를 적절히 배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노인, 장애인, 어린이, 임산부 등을 위한 도시생활 서비스를 높여 약자가 살기 좋은 도시환경을 만들고 인간 중심의 치유공간 계획에 관심을 두어야 할 때이다."


-125페이지 중에서

저자는 이러한 측면에서 서울도시 건축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고 개선을 촉구한다. 누구 한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 함께 생각해보자고 권한다. 도시건축이 제대로 만 이루어진다면 생각과 달라지고 삶의 질도 달라질 수 있다. 얼마나 잘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가에 대해서 생각한다면 말이다. 


"거리는 도시의 근원적 공간이다. 모든 사람이 만족할만한 도시환경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 개개인이 지닌 다양성을 수용할 수 있는 도시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단편적인 입장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보행자의 의견을 수용하여 소통을 이루어낼 때 구성원들 사이에 차별과 경계가 없는 포용적 공간이 완성된다. 다수를 고려한 디자인이 아닌 모두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여 차별과 장애가 없는 포용적 도시를 이루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145페이지 중에서 

우리 삶의 복잡한 모습을 보여주듯 건물들은 제멋대로 도시를 점령해가고 있다. 한 번 세워진 것을 다시 만들기는 어렵다. 그러기에 짓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고, 짓고 나서 두 번 더 생각하자. 사람이 먼저이지 돈이 먼저 가 아니지 않는가. 사람이 다니기 좋은 길, 편한 길, 포근하게 감싸주는 그런 길과 건축을 만나보고 싶은 것이다. 


언제가 우리도 늙고 병들고 아플 수가 있다. 그때 느끼면 늦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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